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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쇠 구입에서 길들이기, 그리고 사용
아직은 제 살림도 아니고 엄마, 아빠한테 얹혀 살기에 제 살림을 늘릴 수는 없고, 그래도 너무나 사고는 싶고...
그렇게 혼자 끙끙되다 결국 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모 사이트에서 신제품이 나온다기에 기다렸다 바로 주문했어요.
엄마한테는...
"엄마, 나 혼수 하나 마련했어."
라고 말하며... ㅋ 시집가려면 아직 멀었고, 꽤 오래 얹혀 살아야 할 거 같으면서도 그냥 저렇게 말하니 엄마도 그냥 픽하고 웃더군요.
가마솥을 사고 싶었지만 속도 깊고 솥뚜껑도 있어 길들이기 어려울 것 같더군요. 그리고 밥은 엄마가 해주시는데 엄마는 힘들다고 사용하시기 꺼릴 것 같아 가마솥에 대한 마음은 당분간 접고 그나마 제가 자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26센티 편수 후라이팬과 사각양면그릴팬(?)을 주문했습니다. 내 물건인데 길들이기도 내가 직접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난생처음 무쇠를 접하는 무식쟁이 초보가 길들이기부터 해야하는 제품으로 주문했습니다.
택배로 온 물건을 보고 앙증맞은 후라이팬이 참 귀엽더군요. 무게도 사용하기 괜찮을정도라 생각하며 다음 물건인 양면그릴팬을 들었는데... 허걱... 너너... 뭐 이렇게 무거운거니?!
82에서, 무쇠나라에서, 그리고 제품과 같이 온 설명서를 읽고 집에 있는 들통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무쇠가 물에 푹 잠길만한 크기의 들통은 없더군요. 무쇠가 물에 반만이라도 잠기게 하고 먼저 식초를 넣고 푹푹 삶았습니다.
불을 잠시 끄고 소다를 살살 붓는데 부글부글 거품이 올라오네요.
'오호~ 나 무슨 마녀 같아. 수리수리 마하수리, 아블아블, 아브라 카타브라.'
혼자 키득거리다 제가 많은 양의 소다를 쏟아 버렸어요. 갑자기 부글부글 끓어 넘치는 그 드런 물이... 가스레인지 위를 덮어버립니다. 헉... 엄마가.. 엄마가 알면... 날 죽이려 할거야... 얼른 세척하고 원상복귀해야지 하며 일단 안정을 되찾은 들통을 끓입니다.
그런데 어머나, 물에 잠기지 않은 부위는 시뻘겋게 녹이 슬어버리네요.
애써 외면하며 푹푹 삶은 무쇠를 꺼내 초록 수세미로 닦는데 제가 읽은 글에서는 회색의 무쇠 본연의 색이 쉬이 들어난다하는데 저는 어찌 닦아도 닦아도 그 자태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한시간을 닦았을까요? 새로 꺼낸 빳빳했던 초록 수세미가 완전 걸레가 되버립니다.
무쇠는 아직도 시꺼멓습니다.
얼른 수퍼로 달려가 쇠수세미를 사와서 다시 닦습니다.
땀이 흘러 눈속으로 들어가 눈이 따갑고(장갑낀 두 손은 씨겋게 물들어 엄청 더러워 훔치지도 못해요), 예전에 다친 어깨는(현재 운동재활치료 중, 어제 의사샘이 지금이 중요하다고,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했는데...) 결려오고... 무심한 무쇠는 여전히 시꺼멓고...
정말 미치겠더군요.
가스렌지 위는 녹물에 시뻘겋고 싱크대 개수대는 무쇠에서 나온 시꺼먼 물로 더럽고, 그래도 좋아, 네가 깨끗만 해진다면!이라고 아무리 무쇠를 박박 달래봐도 얘는 여전히 시꺼멓고...
쇠수세미도 걸레가 될 무렵 혼자 자위해 봅니다.
"그래, 내가 무쇠를 처음써서 모르는거야. 그래, 이거 다 씻은 건데 내가 모르고 계속 씻은거야. 그냥 마무리 해도 돼."
아직도 시꺼먼 무쇠를 깨끗한 물로 씻어내고 가스렌지 위에 올려 물기를 말립니다.
그런데... 어어라?!!!
붉게 물들어 버리는 무쇠.
깨끗한 물로 헹구자마자 불에 말렸는데 그새 녹이 슬어버립니다.
저걸 다시 소다, 식초물에 끓여서 다시 박박 닦을 생각을 하니 머릿속이 새하얘지며 정말 미칠 것 같습니다.
"음~ 음~ 이게 정상이야. 난 제대로 하고 있는거야, 그런거야~!"
자위해가며 그냥 숯가루+들기름을 무쇠에 바르기 시작합니다.
키친타올로 묻히는데 거친 무쇠 표면에 키친타올이 하얗게 묻어나버립니다.
너저분...
"구워버리면 상관없을거야. 암암. 그럴거야. 그럴거야."
얇게 들기름을 바른 무쇠를 오븐에 넣어버립니다.
200도 이상으로 온도를 올리고 한시간 이십분 정도 태웁니다.
고소한 연기가 온 집안을 뒤덮습니다.
울렁울렁 속이 매스껍고 창문을 활짝 열어 제칩니다.
그리고 거실에서 저를 째려보는 엄마를 뒤로 하고,
"엄마! 나 청소해! 나 청소해!" 하며
난장판이 된 가스렌지, 개수대를 닦아냅니다.
'아씨, 어깨 쓰면 안되는데...'
한번 구워 나온 무쇠에 다시 기름칠을 하고 오븐에 다시 한번 굽습니다.
처음에 벌겋게 묻어 나오던 녹이 조금은 덜 나옵니다.
다시 한번 연기에 뒤덥히는 집안.
그렇게 오후 다섯시부터 밤 열시까지...
저녁준비로 부엌에서 분주한 엄마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저는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연기로 온 집안을 뒤엎어 놓고...
그렇게 어제 저녁을 보냈지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다시 한번 무쇠에 기름칠을 해주고 오븐에 구워줬습니다.
그리고 깨끗한 물로 한번 헹궈주고 계란 후라이를 해보고 엄마에게 어제의 난장판에 대한 용서를 구해봅니다.
그리고 곧바로 멸치 볶음을 해봅니다.
멸치 볶을 때 심하게 나던 비린내가 덜납니다.
"엄마, 엄마, 전보다 비린내 안나지? 그치?! 이 무쇠가 비린내, 잡내, 그런 걸 다 잡아 준데, 맛있지? 맛 좋지? 이게 철분도 녹아 나와서.. 어쩌고 저쩌고..."
무쇠의 장점을 나열하며 슬슬 엄마 눈치를 봅니다.
"그렇네. (멸치 볶음 볶을 때) 평소보다 비린내가 덜 나네. 음... 맛도 괜찮네."
엄마도 저 무쇠가 싫지만은 않은가 봅니다.
"야, 근데 저거 너무 작은 거 아니냐? 전 부치고 그러기엔 너무 작다 야. 더 커야하는 거 아니야?"
호곡.
힘듭니다. 좀 더 큰 걸 사서 길들이기 할 생각을 하면... 아니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제 엄지와 검지는 뜨끈뜨끈한 무쇠에 기름칠하느라 익어버려 자판치기도 힘들정도로 따끔거립니다.
혹 다음에 사더라도... 길들이기 된 제품을 살까합니다.
길들이기, 쉽다는 분도 계시는데 저는 노하우가 없어서인지 너무나 힘들더군요.
특히 오른쪽 어깨를 사용하지 못하다보니... 더 힘들었어요.
손가락도 데어서 아프고.
그래도 오븐에 구워서 그나마 나았습니다.
26 원형 편수후라이팬이랑 양면 그릴사각팬 둘 다 컥벡스 오븐에 딱 들어가 두개 한꺼번에 넣고 돌려버렸거든요.
아직은 갈색빛이 좀 돌지만 기름칠하며 길들이기 하다보면 저도 사진으로 접하던 무쇠처럼 윤기 반지르르한 검은 자태를 뽐내게 되겠지요?
갈색빛이 돌지만 그래도 검댕이가 묻어나지도, 그렇다고 녹물이 묻어나지도 않으니 길들이기 제대로 된거겠죠?
예열을 해주고 약불로 음식을 조리해도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가 되니 음식이 타지 않고 잘 조리되네요.
이힛, 계란 후라이랑 멸치볶음 두 개 해봤지만 좋네요.
주말에 양면 팬에 삼겹이좀 구워주고, 후라이팬에는(높이가 좀 되서) 라면도 좀 끓여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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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명진
'06.12.21 12:03 PM저도 아침부터 용쓰고 있습니다.
들통은 곰국이 접수했고..
소다는 없고해서
아리실님이 알려주신대로
밀가루와 쌀뜨물 펄펄끓여 불린뒤..쇠 수세미로 빡빡 닦아주고는 가스불에 올려 말리면서 기름칠을 해주고 연기가 사그라들면 또 기름칠을 해주고 ..
약간 얼룩 덜룩이지만...처음 봤을때랑 달리 찌든 기름 냄새는 없구..반들반들 하긴해요.
그런데..뚜껑도 같이 해줬는데 검은 색이 아니라..회색으로 변해 버렸어요..
너무 달궜나?
여튼 처음봣을때 보다 나아진거 같아 오늘 저녁에 밥이나 튀김을 해보렵니다. ...^^뿌듯해 하고 있는 중이어여2. 앤 셜리
'06.12.21 12:03 PM저두 무쇠를 지를까 말까 고민중인데.....
애를 낳은지 10개월이 지나가는데도 손목이 아프거든요.
무거울까봐 고민중이고 웍을 해야하나 솥으로 해야하나 고민중이고...
ㅎㅎㅎ
길들이기가 그리 어렵나요?
전 그냥 기들이기 되어 있는 제품으로 해야겠네요....오븐도 없으니....3. 불협화음
'06.12.21 12:56 PM씻으실때 사포로 문지르면 금방 씻을수 있어요
휴지에 검은색 안묻어 나면 길들이기 다된거구요
후라이팬은 기름을 자주 쓰니 쓰면서 자연히 길들이기 됩니다
무쇠에 고기구워먹음 맛이 기가 막히죠^^4. 정환맘
'06.12.21 3:49 PM저는 그게 겁나서 길들이기 된거루 샀는데요 진짜 고기 구우면 다른데 구운거보다 더 맛나더라구요^^
디잔두 이쁘게 나왔네요 무겁지만 겁안내구 쓰시면 잘 쓰실거에요^^5. 피노키오
'06.12.21 4:22 PM저도 하도 무쇠무쇠해서 하나 사보고 싶은 마음인데
길들인 것으로 사야겠네요..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6. 생명수
'06.12.21 11:01 PM너무 귀여워요 무쇠팬도 야채님도..
그렇게 한번 해주면 완전 내편이 된다는 생각에..저도 요즘 까맣게 빤딱빤딱 하는 나으 무쇠들을 보면서 얼마나 흐믓한지 몰라여. 혼수장만 현명하게 하시네요.
저는 보통 소다에 기름 넣고 끓여요. 그러면 기름이 뻘껑게 되고. 닦아내고 일부러 망칠 생각하고 계란 후라이하고 나면 물론 다 들러붙죠..그걸 기름넣서 다시 태워주면...길들여 지더라구요.
이건 완전 저의 약간 무식한 방법이고..저는 녹슬어도 물로 안 닦고 일단은 기름칠 해서 닦아주는데..물론 쇠는 안 묻어나야겠죠..
여튼 축하해요. 무쇠 길들이게 되신거..7. 하이디
'06.12.22 12:03 AM헉... 전 사실 무쇠후라이팬 겁없이 한살림에서 질러놓고 몇달이 지나도록 포장도 풀지않고 조기 어딘가에 박아놓고 있었는데... 길들이기가 이렇게 험난한 과정이었단 말인가요? 어쩐다....
8. 야채
'06.12.22 5:28 AM명진님- 명진님, 축하드려요. 험난한 과정 거치시고 길들이기 성공! 저희 집은 튀김을 그리 즐기지 않아(뒤처리 난감) 부침개 열심히 해먹으려고요. 그런데 요샌 부침개도 즐기지 않으니... 계란 후라이 많이 하려고요. ^-^
앤셜리님- 전 길들이기 어려웠어요. 흑 좀 더 입체적인 제품은 더 여려울 거 같기도 하고... 나중에 솥이나 웍을 구입한다면 전 길들이기 제품을 사려고요. 뿌듯함은 여기에서 만족하고...요. ㅎ
불협화음님- 음... 사포요? 나무 다듬을 때 쓰는 검은색 말씀하시는거죠? 재 길들이기 할 때 사용해볼게요. 불끈!
정환맘님- 저도 얼른 저 양면팬에 삼겹이 구워먹어야 하는데... 우리집은 고기를 한달에 두번 정도 먹으면 많이 먹는 거라서요... 저도 얼른 고기 구워먹고 싶어요.
피노키오님- 사고 싶으면 지르셔야죠. 전 오늘 저기에... 계란 후라이 할거에요. 큭... 사실 별달리 뭘 해야 할지 감이 안와서... 기름쓰는 음식=계란 후라이 ^^;;;
생명수님-저도 쇠 안묻어 나오는데 길들이기 성공한 거 맞죠?
하이디님- 시간은 좀 걸리는 것 같아요. 그런데 능숙하시고 살림 잘하시는 분들은 쉬이 하시는 것 같던데요. 전 요령이 없어서 저리 힘들었던 것 같아요. 힘내시고 길들이기 성공하세요!9. 햇살반짝
'06.12.23 4:20 PM윗글들 읽으니 길들이기 한 것 산 게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네요. 휴~
10. 프리스카
'06.12.24 10:19 AM야채님, 고생하셨어요.^^;;
지금은 늦었지만 나중에라도 참고하시라고 적습니다.
식초로 쉽게 세척하는 새 방법이랍니다. 가스렌지에 넘치는 일이 없지요.
http://www.musoenara.com/bbs/board.php?bo_table=board2&wr_id=3811. 곰발바닥
'06.12.26 1:47 AM한번 시도해봐야 겠어요 지난번 그냥 방치해뒀더니 녹이생겨 잘몰라 버렸는데 그게 아니군요 ;;;
길들이기를 해봐야 할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