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에 글을 올려보리라 마음을 먹은지 어언 한달. 마지막 날인 오늘에야 소원을 풉니다.^^
전에 어느 님이 친정에서 보물을 찾아오신 글을 읽고 참 배 아파했었습니다.
왜 우리 엄마는 그런 살림살이도 없는거야! 하면서... 그리고는 집안 여기저기를 참 많이도 뒤졌지만. 없더이다.
뭐 제가 워낙 그릇에 관심도 없었고 지금까지 모으고 구할 여유도 없이 살기도 했구요.
그러던 어느 날! 화장대위에 놓여있던 크림통! 양식기세트에 들어있는 것인데 예뻐서 친정에서 업어온 것이죠...
전 여기에다 우아하게도 펜슬등 화장도구를 담아놨었습니다. -.-;;;

아니, 요놈이! 하고 뒤집어보니 하하. 노리다께더군요!!!

이런, 이런, 하고는 얼른 닦아서 보니 전에는 무심히 보던 무늬가 참 고상하더이다.

저희 친정도 한때는 잘 나갔더랬습니다. (어느 집이나 옛날에 금덩어리 굴러다니지 않은 집 없다고는 하지만...)
아버지가 큰 회사의 중역으로 계시던 시절, 손님도 많이 오시고 때론 외국손님까지 초대하곤 하셨었지요.
요리를 즐겨하시던 엄마는 큰 손님도 부담없이 치러내시곤 했죠.
그 무렵 엄마가 사오신 양식기세트. 여러 가지 모양의 이쁜 접시들이 우리 밥상에 오르기는커녕
찬장에 고이 모셔져있는걸 보구는 항상 투덜댔죠. 장식용 그릇이냐구...
그렇게 비싼건지는 모르구...

슬며시 딸의 도둑놈심보가 발동했습니다. ^^
‘저거 세트가 굉장히 많던건데, 물론 요즘은 너무 오래된 그릇이라 (손님 치룰 일도 없고)
아끼지 않고 집에서 막 쓰고 있던 것 같지만... 몇 개 달래도 되겠지? 그래도 딸이 달라는데... 좋지 않겠어?
딸이 엄마그릇 물려달라는데...’
얼른 전화했습니다.
엄마 그 노리다께 나 좀 나눠주면 안되냐구....
엄마는 굉장히 좋아하시지는 않았지만 -.-;;; 그래도 자신이 산 그릇을 알아주는게 반가우신지
종류별로 4장씩 챙겨놓을테니 가져가라시네요. --- 앗싸~~

그래서 챙겨온 노리다께. 예쁜가요?
옛 모델이어서 화려하지도 않고 요즘 디자인처럼 앙증맞지도 않지만, 왠지 기품이 느껴네요.
많이 썼던 큰 구프는 금박도 많이 벗겨졌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
내가 당장 쓸려구 하는것보다는 엄마의 그릇을 물려받는다는 느낌이 좋아서 달라고 한 거니까...
저희 딸에게도 보여줬습니다. 이거 너 시집가면 줄게~ ㅎㅎ

깨끗이 닦아놓은걸 흐믓하게 바라보며
요 잔으로 커피 한잔 마셨습니다. ^^
ㅋㅋ 나도 있다! 노리다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