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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배기 살림정보가 가득!

(9월이벤트응모) 커피는 나의 힘!!!

| 조회수 : 7,241 | 추천수 : 85
작성일 : 2006-09-29 21:17:00
9월 이벤트 응모 주제를 보고서야
올해로 딱 10년이 된 제 살림살이들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결혼할 때 엄마가 해주신 빨강파랑 띠 두른 "깨지지 않는 지겨움"의 그릇들도 여전하고
이런저런 사정들 때문에 변변하게 하나 바뀐 것 없는 부엌 살림살이들.

(그래서 더 애착이 가기도 하고, 무덤덤하기도 하고,
이곳에 올라오는 이쁜 그릇들, 살림살이들 볼 때 마다
솔직히 조금씩 쓸쓸해지기도 하고 그럽니다. ㅜ.ㅜ)

큰딸을 위해 미리미리 살뜰하게 챙겨 놓으셨다 저에게 주신 엄마의 마음 탓에
후라이팬 두어번 새로 바꾼 것 말고는 고만고만하게 잘 쓰고 지내는
낡고 손때 묻은 살림살이들이 저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10년 동안 새로 장만한 것은 없고 틈틈히 버리고만 산 것 같지만
그래도 저만의 소중한 보물들이 하나둘 늘어나 있더군요.

다름아닌, 혼자 갖는 茶 시간을 위한 살림 꾸러미들 입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마시는 것에 돈 들이는 거 모으면 벌써 차 한대는 샀겠다" 라고요.


네.. 맞습니다. 저는 마시는 건 다 좋아라 합니다.
커피, 홍차, 녹차, 허브티, 와인, 쏘주, 맥주... 맹물까지...
그리고는 제 살이 모두 물살이라며 우깁니다. -.-a


제 나이 또래에는 다 비슷하겠지만
결혼할 무렵 신혼 집들이 선물로 커피메이커를 들이게 되었지요.
워낙 커피를 좋아하던 저였지만 젊은 시절엔 주로
자판기 커피나 자취방 커피는 늘 인스턴트였고
우짜다 들리게 되는 까페에서나 원두커피를 감질나게 맛보았었지요.
한창 유행이던 헤이즐넛 같은 향커피를 마시는 날이면
일기에도 적어 놓을 만치 중요한 추억이 되었던 때였으니
결혼과 함께 생긴 신혼 살림들 중 그 하얀 커피메이커를
저는 유난히 애지중지 했었습니다.

그것이 저의 제1호 보물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저에게 남아 있지 않는...
드립커피로 전향하고는 계속 부엌 장식품으로 먼지만 쌓이던 녀석을
좁아지는 부엌에 도저히 끌어 안고 살지 못해서
몇번의 이사를 거치면서 버려졌습니다.
어딘가에서 다시 커피메이커의 커피맛을 보게 되면
나의 소중한 보물 1호였던 녀석이 더 많이 그리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후로 가까운 백화점 지하 마트에 봉다리 원두를 사러 들리는 일이 늘어갔고
원두를 커피를 내리기 전에 바로 갈아 마시면 더 맛있고 향이 짙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결국 세일 중이던 커피 코너에서 전동커피분쇄기를 사들고 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10년째 사용 중이군요.

크게 비싼 가격은 아니었고, 세일이라 많이 저렴했지만
그 당시 남편과 저는 아르바이트 수준으로 돈을 벌고 있을 때라
2-3번 걸음을 하며 엄청 망설이다가 사들고 왔었지요.

요즘은 모카포트로 커피를 주로 마시다 보니
꺼내서 쓰는 일도 거의 없어졌지만
갓 볶아서 집으로 보내온 커피를 바로 갈때의 그 향기는
수동으로 드르륵 거리며 가는 것 보다야 못하겠지만
아주 오래도록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중 하나입니다.

요 전동커피분쇄기가 저의 커피 살림 2호 였습니다.


그렇게 커피메이커와 분쇄기로 매일 행복한 커피타임을 즐기며 지내다
첫 아이 임신과 출산.. 그리고 길고 긴 수유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임신하면서 부터 조바심 내며 마시는 커피는 싫어서 딱! 끊고 지냈었지요.
수유기간에도 그렇고...


그렇게 큰 아이 낳고 돌을 넘기고 나서 결혼 3주년이 되던 날.
무뚝뚝하고 살뜰하게 챙겨주는 면이 없는 갱상도컨츄리보이 남편이
내심 가장 반가운 백화점 상품권을 턱 하고 내밀었습니다.
그거 받고 바로 백화점으로 튀어 갔었지요.
계속 눈도장 찍어 두고 있던 사이폰 을 안아 오기 위해서 였습니다.






대학시절 방학 때나 가끔 들릴 수 있던 까페에서
800원짜리 원두커피를 시키면 내오던 사이폰에 동경을 늘 꿈 꾸고 있다가
결국엔 저지르고야 말았던 것이지요.

사실 다른 살림살이나 필요한 것들도 있었을텐데,
그 백화점 상품권도 쪼달리는 살림살이의 한쪼가리였을텐데,
그것을 공돈이 생긴 것 처럼 온통 저만을 위해 덥썩 사이폰을 샀던
무지막지 철 없던 새댁... ^^;;





하지만 지금껏 그때 저 사이폰을 샀던 걸 후회해 본 적은 없습니다.

제가 결혼생활의 구비구비를 넘을 때,
맥주 한캔 살 돈이 없이 멍하니 밤을 지새울 때 마다
냉동실 구석에 금붙이 마냥 꽁꽁 숨겨둔 원두를 갈아
이 사이폰에 불을 지피며 기도하듯 그렇게 커피를 만들었습니다.
그 앞에서 물이 끓을 때 까지 펑펑 눈물 쏟다가도
물이 끓으면 바짝 긴장해서 커피를 올리고 시간 맞춰 알콜램프를 끄고.
언제 울었느냐는 듯, 그렇게 만든 커피는 홀짝이며 다시 기운을 내곤 했었습니다.
그 힘으로 이렇게 10년이란 세월을 무사히 지켜왔습니다.





지금은 더 세련되고 좋은 사이폰도 많지만
슬금슬금 녹도 생기고 필터도 낡아서 커피 가루도 엄청 내려오는
나의 낡은 구닥다리 사이폰을 사랑합니다.
나의 가장 아픈 상처를 보듬어 주었던 비밀 친구 같은 녀석.


그 후로 어느날, 컴퓨터 속 세상을 거닐다 알게 된 갓 뽁은 커피와 드립의 세계.
봉다리 원두만 마시던 저에게
싱싱하게 살아 있는 것 같은 갓 뽁은 원두가 전해주던 그 커피 향과 맛이란!!!
저는 거의 뽕~ 에 취한 사람 처럼 빠져 들기 시작했습니다.





무리하게 스뎅 포트까지 구입하고 웹사이트 마다 돌아다니며
드립 방법에 대해 공부도 해가면서...
그리고 원산지별 커피는 죄다 섭렵하며 입맛을 쩝쩝거려 보았었지요.
뭐 나름대로는 제 입맛에 맞는 커피 찾아 삼만리하는 실험정신으로. ^^
결국 코스타리카 타라주 커피가 제 입맛에 가장 맞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아직까지도 꾸준히 코스타리카만 마십니다. 드립커피로는.

아이들이 모두 잠들기를 기다렸다 물을 끓이고 한포트 가득 커피를 내릴 때에는
정말 저만을 위한 의식이라도 치루듯 그런 심정으로 드립을 했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드립포트를 들면 손이 달달달... 떨린다지요.






그것 조차 여유롭게 즐기지 못한 시간도 간간히 생기고
또 다시 구비구비, 철없는 남편이 속을 썩이고 넘어 가던 어느 날.
제가 웹을 통해 알고 지내던 분께서 모카포트를 권해 주셨습니다.
드립커피 보다 모카커피 만들어 물 타서 마시는 것이 훨씬 카페인 함량이 적을 거라면서요.
(커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저의 건강을 걱정해 주셨던 것이지요. ㅜ.ㅜ)


솔직히 지금도 그렇지만, 별다방 같은 곳도 지금껏 3-4번 가본 것이 전부이고
집 밖에서 자판기 커피 말고 마셔본 적도 거의 없습니다.
3년전이었으니, 그땐 더 그랬었죠.
에스프레소 커피가 어떤 맛이나 농도를 지니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아줌마가
단지 드립 보다 훨씬 간편할 것 같은 생각에 용감무쌍하게도
저의 35번째 생일을 혼자 기념하며 모카포트를 장만하게 되었습니다.





비알레띠 브리카 4인용 포트.
바로 전에 그냥 모카포트 3인용을 한달쯤 썼던 저에게 이 포트는 어찌나 듬직하던지.
3년 동안 아무 탈 없이 거칠지만 믿음직스런 크레마를 만들어주는 녀석.

첨엔 이걸로 하루 2-3번씩 커피를 만들어 마셨습니다.
첫 모금의 그 찡- 하고 짜릿한 맛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그랬는지
그만큼 사는 것이 복잡하고 힘들어서였는지
매일처럼 모카커피를 입에 달고 살았었지요.
그 무렵엔 그냥 숨을 쉬어도 그게 한숨이었을 때였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제가 정신을 놓거나 마음이 흔들리면 안되기에
아마 그렇게 커피의 힘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동안 마셨던 모카커피 깡통도 무지하게 모였었는데
이래저래 남편 재떨이로 사용되거나
아이들 수채화 그릴 때 물통으로 재활용 되었습니다.

그래도 하나씩쯤은 기념으로 모아 놓으려고 하는데
깡통이 부피가 제법 커서 그게 잘 안되네요.
그나마 "깡통" 때문에 사서 마셨던 일리 커피 같은 경우엔
아까워서 버릴 일은 없겠지만요. ^^





3년째 브리카를 쓰면서 그 진하고 묵직한 맛이 너무 맘에 들면서도
자꾸 환경호르몬이나 알루미늄 성분 때문에 찜찜함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솔직히 바로바로 씻어 놓지 않으면 부식 되는 위험 때문에
급한 성질상 진득하게 커피 맛에만 취하지 못합니다.
오락가락 하며 포트가 대충 식으면 씻어 놓아야 하기에
그게 귀찮아서라도 스뎅포트가 자꾸 눈에 밟혔었지요.





스뎅포트도 가격이 만만찮아서 아예 좀더 여유가 생길 때 까지 기다렸다가
머신으로 사버릴까 말까 가격에 맞춰서 사전조사와 공부만 빡시게 하고 있었답니다.
그러던 중, 하늘에서 갑자기 스뎅포트 하나가 뚝! 떨어졌습니다. ^^*

(모커피판매사이트 이사님께 선물 받았다는.. ^^v)


선물이 집으로 도착했던 날, 너무 반갑고 고마운 마음에
바로 커피 만들어 마신다며 부랴부랴 서둘러 없는 솜씨를 발휘해서
집에 있던 와이어 철사로 삼발이를 만들어 불에 올렸었답니다.
철물점에 석쇠 사러 가는 시간도 아까워서리. ^^;






베브 비가노 콘테사 2인용 포트인데, 크기도 정말 귀엽고
반짝거리는 스뎅의 느낌도 정말 단정합니다.
커피맛도 일부러 아주 진하게 드립한 커피의 농도 정도입니다.
바로 씻지 않아도 됩니다.
저에겐 양이 적지만 바로 씻어서 다시 만들어
뜨거운 커피로 마실 수 있습니다.
역시 스뎅~ 이었습니다. 흐흐...





그리하여 "브리카"군에 이어 "콘테사" 양이 올가을 저의 친구로 낙점 되었습니다.
물론 언제나 저에게 힘을 주는 커피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영원한 벗이고 말입니다.





어쩌면 저는 이렇게 비싼 커피 용품과 커피를
집에다 놓고 즐길 형편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커피마저 없었더라면,
지금 이렇게 쌓인 10년의 세월은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고맙게 생각합니다.

커피...
언제나 말없이 묵묵히 저의 속내를 들어주고, 토닥여준 친구.

"살림살이"로 이름 붙이기엔 너무 미안한 나의 보물들.


이제는 한숨과 함께 커피를 삼키지 않아도 될만큼이 되었지만
커피를 마실 때 마다 느껴지는 그 어떤 뭉클한 감정은
아직도 그대로 입니다.

언제나, 언제까지나,
커피는 나의 힘 일 것입니다.



아, 아주 가끔, 가을의 냄새가 짙은 날에는
홍차의 말간 빛과 향에 취하기도 하면서 말이지요. ^^





요녀석들도 지난해 늦은 가을,
집을 더 줄여서 이사한 후 쓸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저 스스로를 위안하며 선물한, 홍차 포트와 워머랍니다.

가끔은 나를 위한 선물로 일상에 점 하나씩이라도 찍으며
다시금 기운 내고 열심히 살아갈 수 있다면
작은 사치라도 용서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결혼 10년...
내 나이 서른일곱...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깊은 우울의 시간들을 바라보며
홀로 보낸 나의 길었던 茶 시간들...

고맙다며 서로를 토닥거리고 싶은
긴 터널을 함께 해 온 나의 벗들...




이제는 정겹고 평온한 나와 당신의 茶 시간을 위해
또 다른 준비를 시작하렵니다.







숲속.


*곳곳에 비치는 시커멓고 큼직한
거슬리는 곰아줌마의 그림자는
부디 기억에서 지워주시길...
스뎅 사진 찍기 정말 어렵더군요... ㅠ.ㅠ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blue
    '06.9.29 9:28 PM

    맞아요
    님처럼 아직 다양한 커피 즐기지 못했지만
    커피는 나의 힘이 되더라구요
    ^&^

  • 2. 프로방스
    '06.9.29 9:34 PM

    리플달려고 로그인했어요 ^^*
    정말 마음이 담긴 글과 사진들이 가을 저녁에 미소짓게 합니다.
    저는 커피를 마시다보면 이상하게 꼭 조금 남기게 되더라구요.
    너무 진하거나 마시다보면 식어서 맛이 변하거나... 님의 커피에 대한 사랑을 보니
    저도 좀 신경써서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3. 정이맘
    '06.9.29 9:38 PM

    대단하세요..저두 커피없인 못살정도로 커피맛에 첨엔 다방커피였는데 지금은 설탕넣은 블랙이 맛나더라구요..요즘엔 슬 여유부리며 (커피한잔이라도 정성껏 날위해 먹고싶은 ㅋㅋ)원두가 먹고싶어지네요..
    어떤커피가 가격이나 맛이나 문안한지 알려주세요 ㅋㅋ( 입맛은 다들 다르지만 그래두...원두커피 맛을 몰라서) 글고 일반 믹서기로 원두 갈면 안돼나요..칼날이 틀리긴 한다지만 ..처박아 둘것이 겁나서 ㅜㅜ
    만약 저렴한걸로 커피분쇄기 추천도 해주세요..*^^* 날씨 때문인지 더더욱 커피향이 좋아요..

  • 4. Laputa
    '06.9.29 9:53 PM

    답글 달려고 로긴했어요..
    사진 보면서..로고는 보지도 않고..음..사진이 예사롭지 않아..
    익숙한 향기가 나는데..하면서 자세히 살펴보니
    내가 아는 그 숲속님..ㅎㅎ

    저 누구게요? 저도 커피 좋아하는데...^-^

  • 5. Laputa
    '06.9.29 9:54 PM

    ㅋㅋㅋ
    쓰고나서 보니 아이디가 드러나네요..민망..;;

  • 6. 영은맘
    '06.9.29 9:59 PM

    아주 정성스런 커피 사랑에
    저도 원두커피 한잔 마시고 싶어지네요

  • 7. 내사랑 못난이
    '06.9.29 11:15 PM

    저두 커피 디게 디게 좋아하는데... 다방을 먹는데
    저두 멋진 커피한잔먹고 싶어요...

  • 8. 마뇨옹
    '06.9.30 12:07 AM

    보면 볼수록 탐나는 녀석들이군요.
    ^^ 사먹는 커피맛이 왠지 모르게 아쉬워 요즘들어
    모카포트 구입을 위해 뒤지고 있습니다...

    글 참 잘 읽었습니다...멋진 소장품들도..

  • 9. 딸맘
    '06.9.30 12:52 AM

    짝짝짝!
    넘 멋져요 님~
    나를 위해 작은사치를 한다는게 정말 마음처럼 쉽지 않네요..휴~~~

  • 10. 슈돌이네
    '06.9.30 1:27 AM

    인생의 구비 구비를 커피를 벗 삼아 넘었다는 님의 말씀에
    심하게 동감합니다.
    좋은 날들이 님 앞에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 11. stradi
    '06.9.30 1:40 AM

    숲속님, 글과 사진 너무 잘 보았습니다.
    이참에 간단하게 커피를 우리는 방법에 대한 짤막한 강의를 82에 올려주심 어떨까요?
    말씀하신 드립식 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구, 모카포트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건지도 궁금해요.
    저는, 설탕 프림 커피 넣은 커피는 잘 못마시고, 맑은 차처럼 우려낸 커피만 마셔서,
    원래는 걍 커피메이커 썼는데,
    지금 프렌치 프레스 하나 사서, 마실려고 하거든요.
    프렌치 프레스는, 커피 콩을 굵게 갈아서, 완전 끓는 물보다는 좀 물온도를 낮춘 물에 넣고, 몇분 우려서 마시는데, 그렇기 땜에, 보통 차를 우리는 방법과 비슷해서 제가 좋아해요.
    커피의 쓴맛이 훨씬 없고, 향이나 맛이 더 rich한 것 같거든요.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커피를 우리는 방법들이 많이 궁금합니다
    걔네들은 또 어떤 차이가 있을지...

  • 12. 올리부
    '06.9.30 9:34 AM

    10년도 훨씬 전 근사해보이던 싸이폰
    그땐 너무 비싸 감히 마시질 못했는데
    이제사 갖고 싶은건 먼일인지...
    근데 것도 유행인지 지금은 별로 없더라구요
    ...
    요즘은 근사한 커피메이커 하나 장만하는게
    저의 소망이랍니다.....^^*

  • 13. 맛내기
    '06.9.30 10:24 AM

    꼭지가 긴 스뎅 포트가 위풍 당당합니다.
    제가 아는 분께서 내려주는 커피는 정말 향부터가 다른데, 십여 분 이상을 투자합니다.
    물 온도 맞춘다고 일이 분, 커피에 뜸을 들인다고 이삼 십 초, 거르는 데 몇 분.
    커피 가루 주위에 거품이 생기는 게 부러워서 배워보려다가 팔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포트를 쳐들고 일정한 물줄기로 물을 부어야 한다고 해서.....ㅜ.ㅜ
    숲속님의 감성과 향기가 가득한 글을 읽으니 그 분의 커피가 그리워집니다.

  • 14. may
    '06.9.30 12:19 PM

    저런 거의 모든 것들을 결혼 1년 반만에 장만한 저는...^^;
    결혼하고 나니 부모님의 그늘을 벗어나 저혼자만의 물건이 갖고 싶더군요.
    그리하여 장만하게된 커피용품들...
    저에게도 앞으로의 결혼생활에 힘을 주는 좋은 친구가 되리라 믿어봅니다.

  • 15. 김정희
    '06.9.30 1:33 PM

    추천 꾸욱 !!!!

  • 16. mongsil
    '06.9.30 3:14 PM

    사이폰보니 옛날 생각나네요....
    학교앞에 저 사이폰으로 커피를 내려주는 까페가 있었는데
    맛보다 구경하는게 더좋았었네요...
    지금 다시 보니 그립습니다..

  • 17. 레몬쥬스
    '06.9.30 7:38 PM

    잘 배우고 잘 느끼고 갑니다 . 좋은 글 감사해요

  • 18. 숲속
    '06.9.30 9:48 PM

    좋은 말씀 나눠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요즘 집 컴퓨터가 너무 엉망이라서 인사가 늦었네요.

    커피는 정말 가을에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죠? ^^

    커피 분쇄기 추천은 저도 요즘 것으로는 좀 고민 되네요.
    제것은 벌써 10년 된 것인데 새로 신상품이 나왔는지도 잘 모르거든요.
    저거 비슷한 것이라면 저렴하게 구입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그저 원두만 갈아서 그런가 고맙게도 고장 한번 안나고 쌩쌩하거든요.
    (수라야님 글 보고 엄청 웃었어요. 깨갈이...^^;;)

    제가 다시 분쇄기를 구입한다면 아마 작센에서 나오는
    고풍스런 수동 원목분쇄기를 구입할 것 같습니다.
    근데 요즘 작센 제품이 죄다 품절인 것 같더군요.
    그리고 가격도 제법 비싸서리;;;

    stradi님... 커피에 대한 이야기는 가끔 나눌 수는 있겠지만
    전문적인 지식이 거의 없이 혼자 내맘대로식 커피만 만들어 마셔서 말이지요.
    그래도 그게 10년어치 쌓인거라 저처럼 홀로 독학(?) 하시는 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는 나누고 싶어요.
    다른 커피동호회도 찾으면 많겠지만 역시 이곳이 제일 편안해서요. ^^
    그리고 저는 프렌치 프레스는 경험해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커피는 원두의 상태와 볶음의 정도,그리고 신선도, 물의 온도가 가장 중요한 것 같더라구요.
    절대 팔팔 끓는 물을 바로 붓지는 않는 것이 좋지요.
    드립커피 만들 때엔 물의 온도가 92도 쯤 식은 후에 첫 "불림"을 30초 정도 해주고 시작한답니다.

    맛내기님.. 전 처음 드립할 때 물 끓이는 것 까지 30분쯤 걸렸었습니다. ^^;
    뭐든 정성이 들어간 건 다 표가 나는 모양이에요.
    드립은 일정한 물줄기가 제일 중요하다던데 저도 아직 잘 안됩니다.
    능숙하게 드립 커피 만드시는 바리스타 분의 솜씨를 구경이라도 해봤음 좋겠어요.

    커피 좋아하시는 분 많은 것 같아 참 기분 좋은 밤이네요.
    이런 토요일 밤.. 그것도 긴 명절 연휴를 앞두고 심란한 대한민국 아줌마들은
    진한 커피 한잔 마시고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맘껏 쉬어 갈 수 있음 좋겠네요.
    저도 오늘밤은 아이들 재우고 예전처럼 드립커피 만드는 의식을 한번 치루어 볼까봐요.
    다들 편안한 휴일 되세요. 커피향 처럼 향기로운 가을입니다.

  • 19. 야간운전
    '06.9.30 10:33 PM

    저도 커피와 차를 좋아라 하는데
    아 정말 근사한 사진과 도구들에
    커피 냄새가 여기까지 나는 것 같은!!

  • 20. 루키야
    '06.10.1 11:45 PM

    와우~ 멋져요
    여러 종류의 포트와 커피들..
    생전 처음보는 것들도 많네요 ^^;;
    향긋한 커피 한잔과 함께 언제까지나 힘을 잃지않고 씩씩하게...화이팅~~~~^^

  • 21. 꼼히메
    '06.10.2 1:59 PM

    커피는 잘 모르지만..추천수가 많은 이유 알것 같아요..
    넘 멋진 글과 사진..무엇보다 10년의 세월과 함께한 숲속님만의 마음이 제게도 느껴지네요^^

  • 22. 잠비
    '06.10.2 8:51 PM

    숲속 님에게 주는 수필

    <블랙커피를 위하여>

    그것을 만난 것은 아주 오래 전의 일이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 혼자 놀기 심심하던 어느 날, 우연히 개켜 올려진 이불 틈새에서 수상한 병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무엇인지 몰라서 그냥 넣어 두었다. 며칠 후 궁금증에 견디지 못해 다시 꺼내서 뚜껑을 열고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았다. 아주 쓴 약이라는 생각과 함께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그 쓴 가루의 출현은 새로운 호기심이었다. 이따금 병을 찾아내어 맛을 보았는데, 갑자기 그 병이 없어졌다. 얼마나 섭섭했던지, 그리고 차츰 기억에서도 사라졌다.
    초등학교 때, 읍내에서 다방을 하던 친구집으로 가서 함께 숙제를 했다. 그 곳에서 우리 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문화의 흔적을 보았다. 집안 이곳저곳에 흔하게 굴러다니는, 빈 병이라던가 깡통 등에 쓰여진 영어는 강열한 호기심과 부러움이었다.
    어느 날 드디어 심부름 가는 그 애를 따라 다방에 갈 수 있었다. 다방 앞을 지나갈 때마다 저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궁금했는데, 아쉬운 대로 뒷문을 통해 들어간 주방에도 볼거리가 많았다. 실내와 연결된 조그만 창으로 전해오는 메모지를 보면서 주방장이 익숙한 솜씨로 각종 차를 만들어 내보내는 것을 구경했다.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모습은 작은 망에 담겨진 홍차 건더기를 뜨거운 물에 여러 번 우려서 맑고 투명한 액체를 만들어 내던 일이었다. 흡사 요술처럼 변화는 물의 색깔에 넋이 나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잊어버리고 있던 예의 그 병을 보았다. 너무 오래 전의 기억이라서 잠깐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라 너무 반가워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슨 병이냐고 수줍게 묻는 내게 그 애는 자기도 아는 것이 있다는 거만한 태도로 '커피'라고 간단히 대답했다. 아… 그것이 바로 커피였구나.
    서울로 올라와서 고모 댁에서 지냈다. 고모는 60년대의 문화적인 일을 나에게 담당시켰다. 아이들을 몰고 동대문 스케이트장에 가는 일, 아이스크림 파우더를 사와서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일, 명동입구 식품점에서 조금씩 덜어서 팔던 마요네즈를 사오는 일, 그리고 손님이 오면 인스턴트커피를 끓이는 일들이었다. 커피를 다루는 일에 능숙해 졌다. 가끔 시험공부를 핑계로 커피만 두세 스푼씩 끓인 물에 타서 마시곤 했다.
    짙은 암갈색의 블랙커피는 그때 경제적으로 어렵기만 했던 내 처지처럼 암담했다. 인생의 쓴맛을 먼저 배운 것이었다. 만약 설탕을 넣어 달게 했다면 사는 것이 어렵지만은 않고, 사탕 같은 달콤한 면도 있다는 것을 눈치 채었을 것이고, 프림의 녹록하고 끈적끈적한 맛을 알았다면 사물에 대한 시선이 자로 잰 듯 딱딱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적당히 타협하고 모른척하고, 대충 넘어가는 방법도 배웠을 터인데, 어쩌거나 단순함이 무지막지함에 가까운 성격대로 블랙커피만 선호했다.
    60년대에서 70년대에 명동을 들락거리던 사람으로 고전음악 다방 ‘설파’를 모르면 촌놈이었다. 음악을 듣기 위해서 자주 갔었지만 처음 그곳에서 커피를 마실 때는 번거로웠다. 찻잔을 나르는 아가씨가 습관적으로 슬쩍 부어주던 프림을 막으려고 재빨리 커피 잔 위에 손을 얹어야 했다.
    가끔 ‘블루마운틴'을 주문했다. 그 커피를 담아 마시는 잔은 크고 아름다웠다. 주전자에 따로 담아서 내주는 커피를 따르고 약간의 설탕을 넣어 천천히 저으면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새로운 문명에 목말라 방황하던 젊음이 누릴 수 있는 정신의 사치를 마음껏 누렸다.
    결혼해서는 각별히 친하던 커피와 작별을 하였다. 새 생명에게 그 검은 액체는 해롭다고 하니 커피에 대한 집착을 알던 주변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인내했다. 그 후부터는 커피에 대해서 덤덤해졌다. 마음대로 마실 수 있게 되어서도 까다롭게 기호를 따지지 않고 대접해 주는 대로, 상황에 따라 편한 대로 마셨다.
    그런데 블랙커피에 대한 기대치는 전혀 버려지지도, 사라지지도 않고 정신의 입맛 깊숙이 숨어 있었나 보았다. 수십 년의 세월이 그렇게 흘러갔지만 기호대로 마실 수 있는 필요한 환경이 조성되면 놀라울 만큼 생생하게 블랙커피에 대한 미감이 살아났다. 블랙커피는 언제나 블랙커피를 원하는 자리에 머물러 있었고, 다른 모든 커피는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서 임시로 존재했을 뿐이다.
    기회가 닿아 커피전문점으로 가서 성능이 좋은 분쇄기를 사왔다. 마침 미국에 다녀온 분이 원두커피를 선물해 주었던 것이다. 이제는 마음이 블랙커피에게로 향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가슴에 잔잔한 설렘이 일었다. 긴 기다림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던 어느 날, 하나의 의식처럼 천천히 커피알갱이를 갈았다.
    -------------------
    하마트면 내가 갖고 있는 유일한 사치품(?) 작센 원목분쇄기를 주겠다는 말을 할...뻔....했습니다.

  • 23. 숲속
    '06.10.3 10:14 AM

    아이구, 부끄럽게도 당첨 되었네요. 더 감동적이고 좋은 글도 많아서
    저는 그저 커피살림살이 정리한 것만으로도 기분 좋았었는데..
    좋은 말씀 나눠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

    그리고 잠비님..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 좋은 글, 저도 느껴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상황이나 생각에
    진심으로 동감하며 읽었습니다.
    혹시 잠비님의 글이 아닐까 하면서요.
    원목분쇄기를 저도 아주 잠깐 써보았었어요.
    장식품 처럼 나온 엉성한 분쇄기. 두어번 원두 갈고는 망가졌더랬지요. 흐흐..
    근데 그 두어번의 감동이 어찌나 생생한지.
    드르륵 거리며 갈리는 느낌, 그 손끝에 전해오는...
    그리고 서서히 번지는 향기... 아이들도 참 좋아했었는데. 아쉽게도. ^^;
    언제고 저도 작센을 구해서 다시 느끼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렇게 좋은 글로 먼 훗날에 제 커피 이야기를 정리할 수 있음 좋겠습니다.
    참, 원두 선물 받으시고 갈기 전까지 느끼셨던 그런 기분... 저도 정말 잘 알고 있습니다...
    전 필름 현상 보내 놓고나면(지방이라 우편이나 택배를 이용해야 하기에)
    그 필름이 현상되어 다시 제게 올 때 까지 내내 그렇답니다. ^^
    물론 새로운 원두가 도착하는 날이면 아침부터 커피 굶으며 내내 그것만 기다리며 설레이지요.
    그리고 주실뻔 하셨다던 작센... 두고두고 잠비님에게 더 향기로운 커피를 곱게 갈아주며
    잠비님의 시간을 향기롭게 만들어 주길 바라겠습니다.
    말씀만이라도 울컥할 만큼 감사했습니다.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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