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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의 낡고 낡은 책장이...

| 조회수 : 8,932 | 추천수 : 7
작성일 : 2006-06-05 02:15:12
8년전 제가 처음 결혼했을 때, 시댁 지하실 보일러 옆에는 낡은 회색 책장이 있었습니다.
감자와 무우 상자 옆에 얌전히 서 있던 그 책장은,
남편이 중학생때 구입한 것이라는데
1년후 우리가 분가할 때 새 아파트 책방 베란다에 서서 헌책들을 품어주었고
(비록 오랜 지하실 생활동안 책꽂이 한 칸을 잃어 합판을 얻어다 잘라서 넣어주긴 했지만)
다시 1년후 우리가 서울로 이사갈 때도 따라와
옷방 겸 책방에서 제일 큰 책들을 가득 이고 지고 해주었고
(이때는 나무목 시트지로 한 번 발라주어서 깔끔한 외관을 자랑)
다시 3년후  이곳으로 이사와서는
앞베란다 구석에서 낡은 책들과 안 쓰는 물건들이 잔뜩 고인채
동향집의 강한 아침 햇빛에 색이 바래고 있었습니다.

아기가 태어나고 기어 다니고 걷고 손닿는 높이가 높아지면서
거실에 아기 책이랑 자잘한 물건들을 수납할 가구가 절실해지더군요.
맘에 드는 가구는 분수에 안 맞게 비싸고,
벽지와 바닥재만 보면 한숨 나오는 낡은  아파트와도 당연히 안 어울렸죠.
여기 드나들면서 눈만 높아져서리^^.
책장의 책들을 목록 작성해서 인터넷 헌책방에 팔아버리고, 82장터에도 한 번 풀고 나머지는 재활용으로 버리고 앞베란다 창고 정리까지 하고 나서야 시댁 지하실의 낡고 낡은 책장은 거실에 입성했습니다.
빛바랜 모습이 안쓰럽죠?



너무나 심하게 바래서 도저히 그냥 볼 수가 없을 정도.  
두 종류의 시트지와 데코타일을 붙여서 눈속임 리폼에 돌입했습니다.
아들녀석 등쌀에 낮에는 도저히 불가능.
녀석을 재워놓고 서너시간씩 이틀 밤에 걸쳐 했는데, 그냥 했어도 하루 종일 걸렸을 것 같아요.
나중엔 졸립고 하기 싫은데 다음날 또 벌려놓기 싫어서 대충했어요.



조명에 따라서 색이 많이 차이나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꼬질해진 소파와 잘 어울리는 색이에요.



접착식 데코타일은 가까이에서 봐도 상당히 나무와 흡사한 재질이에요. 바닥에 붙이는 거라서 어떨까 했는데 목공용 본드까지 써가며 붙였더니 떨어지지 않고 잘 붙어있을 거 같아요.







마지막 귀찮음을 견디지 못하고 엉성하게 잘라서 삐뚤어진 앞면.
그래도 다이소에서 서랍들 주문해서 대충 자잘한 것들 넣어놓고 아기 책 넣고 하니까 뿌듯했습니다.
재활용의 특성상 예산이 너무 많이 들면 안되니까 바탕 시트지를 좀 더 고급스러운 걸로 하지 못한 점, 타일과 시트지 색상이 안 맞는 점이 아쉽지만 보람있어요.
20년된 책장치고는 회춘한 셈이죠.
그닥 깔끔하지 못한 성격상 이런 식으로 대충 대충 정리하고 아기가 또 늘어놓는다고 핑계댈 수 있는 이런 상황도 좋고.
참, 시트지랑 데코타일, 접착제랑 배송료까지 29000원쯤 들었네요. 적어도 3년은 더 쓸 수 있겠죠.

만약 아기가 자라 자기 책장을 사달라고 떼쓸 즈음에도 이 책장이 지금처럼 튼튼하다면, 더 예쁘게 리폼해서 부엌 한 켠에 놓고 그릇들을 정리해도 좋을까요.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평강공쥬
    '06.6.5 2:36 AM

    이글을 읽으니 왠지 예전에 읽었던 아낌없이주는 나무란 책이 떠오릅니다
    그 책장..참으로 아낌없이 헌신하는듯..ㅎ
    참~좋아보입니다..오래오래 간직하세요^^

  • 2. 오드리
    '06.6.5 6:21 AM

    와...좋은 아이디어 얻어 갑니다! 저 꽃무늬가 시트지라구여? 전 패브릭하신줄 알았어요. 저도 부엌에서 쓰는 찬장을 저런 식으로 바꿔야겠네요...넘 이쁘고 보기 좋아요!
    근데 밑에 있는 수납장에 손잡이를 떼어버리신거 같은데 불편하진 않나요?

  • 3. sia
    '06.6.5 8:15 AM

    참 잘하셨네요..수고하셨어요..

  • 4. 작은아씨
    '06.6.5 9:20 AM

    오래된 책꽂이가 정말 튼튼해보여요.
    판도 하나도 안 휘엇네요..
    삼년만 쓰실게 아니라 대대로 쓰셔도 될것 같아요~

    얼마전에 저것보다 훨씬 멀쩡한 책꽂이 하나 버렸는데.
    밀크티님네 책꽂이의 놀라운 변신을 보니. 그 책꽂이가 아쉽네요..

    책꽂이 넘 이뻐요~~

  • 5. 밀크티
    '06.6.5 9:39 AM

    칭찬으로 시작하는 기분좋은 아침이네요, 감사해요.
    평강공쥬님, 사람과 사람의 관계뿐 아니라 사물과 사람의 관계에도 인연이란게 있나 봐요. 그리고 더 정을 주고 아껴주고 하면 서로 잘 맞아간다고나 할까 그런 느낌이 있어요.
    곰돌이네님. 감사합니다. 정겨운 말씀이에요.
    오드리님, 수납장 손잡이 떼니까 그나마 아가가 좀 덜 여닫아서 나아요. 여는 건 위나 아래를 잡아당기면 되니까 전혀 안 불편해요. 만약 리폼하실 거면, 데코타일은 좀 바람 쏘여서 냄새 빼고 하시면 더 좋구요. 전 냄새 안나는 본드로 붙였더니 거실에서 쓰기도 괜찮아요.
    sia님, 일부러 로그인하셔서 수고했다는 말씀 남겨주신 거 감사합니다.
    작은아씨님, 위칸 책꽂이가 얻어다 끼운 거라서 좀 얇지만 원래 있던 건 정말 튼튼해요. 무겁고 사이즈 큰 책도 거뜬하고. 대대로까진 안되더라도 망가지기 전까지는 쓰려구 해요.

  • 6. 안드로메다
    '06.6.5 11:05 AM

    머찌네요 꼭 화이트가 아니길 하면서 은근히 기대했는데^^;;
    전 화이트 리폼은 (하지도 않았으면서--)솔직히 감당할 자신도 좋아하는 색상 아니여서 다른 색상의 리폼에 대해 늘 관심이 많았어요.
    나뭇결과 패브릭이 너무 귀엽고 이뻐여^^~

  • 7. 지원
    '06.6.5 11:19 AM

    문짝도 달아주시면 더욱 깔끔하니 좋겠네요^^

  • 8. zxcv
    '06.6.5 12:26 PM

    밀크티님, 반가워요.
    그때 장터에서 밀크티님 좋은 책들 많이 업어온 사람이예요.
    우리집에 와 있는 책들의 고향이 바로 저 책장이군요.
    그 책들 아직 몇권 못읽었지만 지금도 볼때마다 뿌듯합니다.
    책장 리폼 정말 멋지게 잘 하셨네요.

  • 9. toto
    '06.6.5 12:32 PM

    그 책장
    주인 잘 만났네요.^^

  • 10. 밀크티
    '06.6.5 1:56 PM

    안드로메다님, 화이트 가구에 꽃무늬 패브릭은 감당못해요. 맨날 삼순이가 집에서 입던 딱 그 옷 입고 지내는 제가 그 풍경속에 있는 모습이 상상이 안가서. 그리고 페인팅은 복잡해보여서 아직 시도도 못해봤네요.
    지원님, 문짝까지는ㅡㅡ:;능력이 안되어요. 슬프네요.
    zxcv님, 정말 반갑네요. 네, 그 녀석들의 친정이에요. 헌책방 컴컴한 창고 아니고 zxcv님 댁에서 사랑받고 있군요. 기뻐요. 근데 장터에서 뭐 파는게 생각보다 힘들어서 이사오면서 또 헌책방에다 팔아버렸답니다. 안타까워라.
    toto님, 서로 좋은 인연인가 봐요. 감사합니다.^^

  • 11. 도은아~
    '06.6.5 3:15 PM

    간만에 인상깊은 리폼기를 보고가네요..
    어쩜 바닥재가 저리 변신을 할 수 있을꼬...
    멋지네요..

  • 12. 아침꽃
    '06.6.5 3:55 PM

    저도 일부러 로그인했네요..
    너무 멋져요..
    가구가 집안 분위기랑도 잘 어울리구요..편안하게 쓸수 있으면서도 감각이 뛰어나시네요..
    아이들이랑 살림하느라 어수선한데다가 화이트리폼한 물건은 손님 같아서 엄두를 못내고 있었는데..
    정말 잘하셨어요..

  • 13. jiyunnuna
    '06.6.5 4:01 PM

    너무 자연스럽고 예쁘네요.. 어쩜 그리 솜씨가 좋으세요..

  • 14. 여니워니
    '06.6.5 4:24 PM

    와~ 저도 화이트 인테리어 넘 질려하는 사람중 하난데요
    제가 좋아하는 스탈이네요 나무질감 나는 가구(데코타일이지만서두)와 컨츄리풍의 자잘한 꽃무늬
    ㅎㅎ 괜찮네요
    근데 그 데코타일은 어디서 사셨데요 좀 알려주세요~

  • 15. 밀크티
    '06.6.5 9:53 PM

    도은아~님, 아가 이름이 도은이일까요. 감사합니다.
    아침꽃님, 감각이 뛰어나다는 말씀은 태어나서 처음입니다. 왠지 간지럼타는 느낌인데요.
    jiyunnuna님, 실물의 엉성한 마무리를 보시면 솜씨가 좋다는 칭찬 취소하실 것 같은데요. 자연스러운 컨셉이었는데 성공했네요.^^
    여니워니님, 저도 화이트는 부담스럽네요.
    이거 여기저기 많이 파는데요.
    옥션이나 g마켓에서 6500원부터 8400원까지 몇 종류 팔아요. 데코타일 혹은 앤틱 우드타일 등등의 명칭입니다. 배송비 2500원이구요. 인컴코리아나 커즈미같은 리폼사이트에서도 다 팔구요. 1상자에 7장 들었는데 저는 약간 남았어요. (고백하자면 안 보이는 쪽 옆면은 아무것도 없다는...그래서 영원히 이쪽으로만 세워둬야 한답니다.)

  • 16. 유리
    '06.6.6 12:23 PM

    저두 지금 이사하면서 버릴 책장이 있는데요 11년 정도 사용했는데...
    님처럼 감쪽같이 하고싶어도 손과 눈의 딸림이 정녕 한심스럽군요 ㅠ.ㅠ

  • 17. 이딸리아
    '06.6.8 1:36 PM

    저는 낡은 책장, 옷장 다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요.
    볼때마다 제네들이 주인 잘 만났으면 다들 새옷 입었을텐데.. 하면서요.

  • 18. 채은맘
    '06.6.14 10:10 PM

    에쁘네요.. 오래된 책장이 멋지게 변했네요....
    저두 해보고 싶은데 항상 용기가 안나서....흑흑....

  • 19. 엽연민
    '06.6.22 12:10 AM

    이렇게도 변하는군요...^^*

  • 20. 제제
    '06.6.27 2:37 AM

    정말 좋은 아이디어 얻어갑니다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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