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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탕수육 잡설

| 조회수 : 9,929 | 추천수 : 4
작성일 : 2018-11-27 14:01:58

탕수육이 유난히 먹고싶은 날이 있습니다.

평소 좋아하지도 않아요.

입덧은 육신과 환경이 허락하지 않고 ㅎ


미니탕수육에 소주를 곁들이며 곰곰히 왜 나는 탕수육이 먹고 싶었나?

생각나는 건 졸업식과 이삿날은 짬짜탕이 세트로 먹은 날, 횡재한 날

국민학생 시대입니다. 가정방문 마치면 다음 반친구 집을 선생님께

인간네비가 되어 이어줘야 했습니다.


그때 좀 살았는지라 탕수육을 시켜드렸습니다.

절반 넘게 남은 탕수육를 눈으로 침 뱉어놓고

다음 집 연결, 내 발걸음이 무지 빨랐으나

선생님 속도를 따를 수밖에요.

인수인계 마치고 열라 달렸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탕수육 껀데기는 간데없고(형제가 셋 더 있습니다^^)

질척한 국물만 그것도 아주 조금.

저 줄려고 설마 남기진 않았을 거라

그 자리에 앉아 통곡을 했습니다.

엄마가 시켜준 짜장면을 눈물범벅과 함께.


그렇게 탕수육에 한이 맺혔습니다.ㅎ

유달리 요즘 먹는 것에 집착하는 거 보니(살도 2키로 찌고)

퇴행하고 있나? 마음이 허기지는 걸 먹는 것으로 때우나?

먹을 수 있을 때 묵자 마~~^^


미니탕수육은 미니라 해도 혼자 절반도 못 먹었습니다.

식당에서 먹다 싸 온 음식은 99% 음식쓰레기로 갑니다.

집에 가서 먹어야지해놓고는 식은데다 스티로폼이나 비닐봉다리에 처량하게 있는 거보면

입맛이 싹 가십니다. ㅎ


그래도 아까워 나름 리폼을 했습니다.





어디서 본 것은 있어갖고 ㅎ

청경채 대신 단배추 살짝 데치고

마늘 올리브유에 볶고

탕수육 렌지에 데워 같이 볶았습니다.

그래봤자 한낮의 탕수육 맛은 안 나옵니다.


참 저는 탕수육 찍먹파입니다. ㅎ





경상도식 뭇국이 여기저기 보여

무우 사고 양지 사고

파 반단 넣고

문제는 집에 고추가루가 없었습니다. ㅎ

되는대로 해먹습니다. ㅎ





남천열매를 얻어 혼자 연말분위기 잡아 봅니다.


솔방울 좀 많이 줏어와 씻어 두면

습도도 맞춰주고 마르면 솔방울이 피어나는 게 재밋습니다.


11월이 이번 주에 끝나고

수능만 없으면 11월은 세상 고요한 달입니다.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프리스카
    '18.11.27 2:45 PM

    좀 사셨네요~

    옛날 가정방문 생각나네요.
    우리집은 아버지께서 동업자에게 돈을 다 날려서
    누추해서 정말 그런 게 싫었어요.

    선생님도 가정방문 싫으면
    집에 냉장고 있는 사람?
    집에 뭐 있는 사람?
    그것도 정말 싫었어요.

    탕수육 가끔 먹으면 맛있죠~

  • 고고
    '18.11.27 9:00 PM

    그때 왜 그랬을까요?
    저는 전기밥솥 선풍기도 적었습니다.
    전기다리미도 적을 껄 ㅎㅎㅎ

  • 2. 콩새
    '18.11.27 10:24 PM

    글 읽는 내내 미소가 지어져요 탕수육 먹고싶어 숨가쁘게 뛰어가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고고님 너무 귀여우셔요^^
    탕수육 리폼(?)도 제법 그럴듯해보여요ㅎㅎ저는 국민학교땐 탕수육은 먹어보지도못했고 중학생 되고나서 먹었었는뎅 그땐 왜 그리 먹고싶은것도 많고 그랬는지.이제는 기름에 튀긴 것들은 먹어도 소화가 더뎌지는 나이가 되어서 즐겨 먹진 못하긴하지만 이상하게 탕수육은 저한테도 듣기만 해도 설레는 이름이에요^^

  • 고고
    '18.11.27 11:50 PM

    글쵸
    탕수육
    돈까스
    함박스테이크
    설레이는 단어지만
    막상 먹으면 부대끼는 지금이어요. ㅎ

  • 3. 동고비
    '18.11.27 10:48 PM

    국민학교 졸업생입니다, 졸업식때 눈코눈물 흘리다 부모님이랑갔던 중국집에서 짜장면 먹으먼서 이별의 아픔이 사르르 녹던 기억 나네요.그부모님들 일찍 돌아가시고 그때 먹었던 짜장면 맛 만 기억에 남았넹ᆢㄷ

  • 고고
    '18.11.27 11:52 PM

    중국집에서 수세식 줄 땡기는 거
    첨 봤어요. 집에 와 그 중국집 화장실 물이
    흘러넘쳐 홍수난 거 아닐까 불안했던 70년대 추억입니다.^^

  • 4. 시간여행
    '18.11.28 6:36 PM

    고고님의 글은 단편소설같아요~
    늘 추억돋게 만드는 음식과 풍경이 눈에 저절로 그려집니다~^^

  • 고고
    '18.11.30 10:50 AM

    소설이 일상이고 일상이 소설같은 우리 삶
    고맙습니다.

  • 5. Harmony
    '18.11.28 9:35 PM

    탕수육 맛의 기억을 떠올려지게 하는
    옛추억의 글이네요.
    동화같은 글 감사해요.
    탕수육은 생각만해도 늘 미소 지어지는 것 같아요. 저도 찍먹 입니다.^^
    집근처에 탕수육 맛있는 집 생겼는데
    이름하야 목화송이 탕수육이라네요.
    말 나온 김에 내일
    목화송이 같은 탕수육은 어떤 맛 일런지 먹으러 가봐야겠어요.

  • 고고
    '18.11.30 10:48 AM

    목화송이 오호 이름 예뻐요.
    찹쌀넣어 만든 탕수육 옷이 좀 하예요.
    즐 탕수육 하셨을 길~~^^

  • 6. 뮤뮤
    '18.11.29 10:28 AM

    국민학교 찌찌뽕. ㅎㅎㅎ
    4학년이던가 5학년이던가, 엄마 아빠가 어디 가셨어요.
    큰언니인 저한테 애들 데리고 짜장면 사먹으라고 돈을 주셨어요.
    그 당시 아파트 상가에 짜장면집이 둘이 있었는데
    한군데는 짜장면이 500원 다른 한군데는 550원이었습니다.
    동생들 데리고 가면서 여기가 50원 싸니까 여기서 먹자 하는데
    왠지 내가 막 어른이 된거 같고, 싼것도 찾을 줄 아니까 책임감도 있는거 같고
    엄청 자랑스러웠던 기억이 나요.
    회사에서 몰래 82 보았보았는데 얼른 점심시간 돼서 짜장면 먹으러 가고 싶네요.
    고고님 글 넘 잘 읽었어요.

  • 고고
    '18.11.30 10:47 AM

    저희 집 큰언니는 라면땅 가방에 숨겨두고 혼자 먹었시요. ㅎㅎㅎ
    고맙습니다.

  • 7. 오디헵뽕
    '18.11.29 4:20 PM

    어, 그새끼들 사진 왜 없어요?

  • 오디헵뽕
    '18.11.30 12:10 AM

    제 댓글에 제가 또 댓을....
    아까 읽다가 맨날 쓰시던 '애새끼들' 이야기가 안 나와서 섭섭해서 단 댓글인데
    지금 들어와 다시 읽으니 매우 불손해 보이네요.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전 그 새끼들 팬이어요^^

  • 고고
    '18.11.30 10:46 AM

    아하 괜찮습니다.
    제 집 아새끼들 지칭하는 줄 알았어유^^
    아침 산책 다녀와 도깨비풀 제거하느라 진이 다 빠졌습네다. ㅎ

  • 8. 소년공원
    '18.11.30 4:46 AM

    저도 국민학교 졸업한 세대...
    ^__^

    하지만 탕수육은 부먹!
    커다란 쟁반에 소스가 넘치도록 촤르르~륵 부어서 남김없이 한 방에 다 먹어줘야 대인의 풍모...
    ㅋㅋㅋ

  • 고고
    '18.11.30 10:44 AM

    아니 소년공원님이 국민학교 세대라 말입니까?
    끅~~^^
    대인 인정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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