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몹시도 불고 난 다음 날
멀끔해 보이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여는 시간을 두시간 연기 한다는 기별이 왔습니다.
간밤의 모진 바람에
전기가 나가고, 길도 파손된 곳이 있다고 합니다.
다 준비시켜 놓은 아이들은
고대로 환호성을 부르며, 아이패드의 대면조사에 즉각 응하고,
일각이 여삼추인 엄마만
초초히 기다리다가, 시간되자마자 끌고 나갑니다.
세워둔 쓰레기통은 잘도 넘어지는데,
먼지 섞인 바람마저
장난으로만 느껴지는 세녀석들은 온갖 똥폼에 난리랍니다.
어찌저찌 보내고 나니,
이라믄 안되는데~
땡기는 건.. 언제나 라면
나름 웰빙컨셉으로다가
죄책감을 덜어 보며,
물을 끓입니다
아...
생각해 보니
어제 사다 먹다가 물린 이 놈이 있었네요.
어제 코스코에서 여덟마리 들은 박스를 사겠다는 남편을
겨우 진정시켜 네마리로 쇼부쳐서 데려온 놈입니다.
한국 요리프로에서 그리 맛있다며..
유명셰프가 난리를 쳤다고..
자긴 혼자 세네마리 먹을 수 있다고..
고래고래 고함을 치고,
식칼로 배를 딴다고 설치고,
버터에..갈은 마늘에.. 소금에..
냉장고를 수도없이 열고 닫드니만,
제 풀에 지쳐서
저리 오븐에 한마리 굴러 다닙니다.
내 살면서
해물탕보다 맛있는 해물스튜를 본 적없으며,
깻잎에 싼 회보다 더 신선한 생선요리를 묵어본 적이 없다지요.
그깐 서양 게 한마리가 값이나 비싸고,
겁데기나 억세지 말입니다.
재래시장 할머니좌판에 허연 배딱지 보이며 누워있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앙팡진 꽃게에 비할까.
먹어 치워야겠어서
살점을 한줌씩 뜯어서,라면물에 넣고 봅니다.
맛이야..
반찬으로 먹기로 결심하고 식탁위에 앉힙니다.
동네 언니 협찬인 깍두기도 열고...하니,
확실히 느끼해~
편견과 기우에 찬 인생을 사는 사람으로써
인연이 아니라고,
내가 라면을 끓여 먹는 그 중요한 순간에
전화질하는 사람들이지요.
왜? 아니, why~?
그토록 결정적 순간에
허벌나게 많은 모멘텀 다 보내고
...모해...하며 카톡질하거나,
일상 안부 심심 삼단콤보 보이스톡 때려서,
받자니, 라면 퍼지고
안받자니, 맘이 더이상 편치않아서
내 금같은 라면을 은이하로 강등시키냐고 말이냐 말입니다..
삼심제라..
한번은 봐주고요
두번은 경계하고요
세번째는 하늘이 베린 인연이라 생각하고.. 이후 모든 카톡무음처리합니다.
암튼, 라면 불은데도
저 풋고추 가져다 놓은 거..큰 힌트 되는거 아시잖음?
부디 먹방에 헐리우드액션 작작들 하셔요.
음식 맛 보는 출연진이야,
먹고 살라니 그런다고쳐도,
셰프는 좀 쉬크하면 안된는 거임?
또 어느 프로에 낚인 거니.
우리 남편한테 하는 말임.
그러나, 이 라면 먹으며 본 역적은 참으로 좋았었더라눈..
그것이 홍길동이라는 영웅적 인물에 대한 드라마가 아니라,
그 아비의 육아일기였고,
호부호형이나 허한 개뿔 소설속 길동아버지 그 냥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