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명왕성의 산간지방은 갑자기 추워져서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어요.
하지만 닭고기 요리를 위해서 추위를 뚫고 장을 봐왔어요.
최대한 내 손은 적게 가는 손쉬운 요리를 택한 것은, 제가 게을러서라기 보다는, 82쿡의 문턱을 낮추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험험...
보시다시피 닭가슴살 바베큐의 재료로는 닭가슴살 한 팩과 바베큐 소스, 이탤리안 드레싱, 우스터샤이어 소스, 그리고 흑설탕이 전부입니다.
사실, 이 요리를 제대로 하려면 바베큐 소스부터 육수를 내어 월계수 잎을 넣고 기타등등 기타등등을 넣어 정성껏 몇 시간 걸려 만들어야 하고, 또 고기도 군고구마통 같이 생긴 바베큐 그릴에 몇 시간을 촉촉하게 구워야 합니다.
그렇게 정성껏 만든 음식에 깊이 감사하며 먹는 것은 할 수 있지만, 두 아이 키우면서 맞벌이 하는 바쁜 아줌마는 이런 야매 방식으로 해먹고 삽니다.
그 어느 쪽이 더 낫다 못하다 하는 평가는 부질없다고 생각해요.
다들 살아가는 형편에 따라, 더 중요하다고 믿는 가치관에 따라 조리법 또한 달라지는 거니까요.
슬로우쿠커에 닭가슴살을 깔고, 위의 모든 다른 재료들을 그릇에 잘 섞어줍니다.
분량은 먹는 이의 입맛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대략 닭가슴살 이만큼에 (600-800그램 쯤 되었던 것 같네요) 바베큐 소스 반 컵, 이탤리안 드레싱 4분의 1컵, 우스터샤이어 소스 두 큰 술, 흑설탕 두 큰술 들어갔습니다.
바베큐 소스가 주류를 이루고, 이탤리안 드레싱은 그 절반, 나머지는 또 그 절반 정도의 비율이면 좋겠습니다.
잘 혼합한 소스를 고기 위에 골고루 부어주고 슬로우 쿠커를 네 시간 타이머에 맞춰놓으면 끝입니다.
이탤리안 드레싱에 마늘과 고춧가루 등 갖가지 향신료가 들어가 있어서 바베큐 소스만 붓고 만드는 것보다 맛이 깊은 것 같아요.
네 시간이 지난 후의 모습입니다.
아주 촉촉하게 익어서 닭가슴살 특유의 퍽퍽함이 전혀 없는 요리가 되었어요.
이걸 반찬삼아 밥과 함께 먹어도 맛있고, 미국사람들처럼 빵 사이에 넣고 샌드위치를 해먹어도 좋아요.
시판 햄버거 빵 사이에 고기를 듬뿍 넣고 샌드위치를 만들었더니 코난군은 두 개나 먹었어요.
다음은 영혼을 위한 치킨숩!
예전에 (제가 대학다닐 때이니 그게 벌써 수십년 전인가요? 갑자기 제 나이가 팍팍 실감이 듭니다 :-)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101가지 이야기? 뭐 그런 제목의 책이 씨리즈로 나와서 유행한 적이 있죠?
그 책이 알고보니 원제목이 영혼을 위한 치킨숩 이더군요.
영혼이 밥을 먹는 것도 아닌데 웬 국물이람? 하고 궁금했는데, 또 더 나중에 알고보니 미국인들에게 치킨숩이라는 음식은 엄마가 끓여주신 된장국? 혹은 얼큰한 김치콩나물국? 그런 음식과 동급이라는 것을 배웠어요.
별다를것 없는 재료로 별다를것 없는 방법으로 만든 비싸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은 소박한 음식이지만, 감기기운이 으실으실 들 때, 직장 상사에게 한바탕 혼나고난 날, 멀리 있는 엄마가 보고싶을 때, 등등 영혼이 허기질 때 한 그릇 뜨끈~하게 먹고나면 기운이 나는 그런 음식이죠.
재료는 아래와 같습니다:
닭고기 육수 (저는 시판 육수를 구입했습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닭뼈를 푹 끓여서 직접 육수를 만들면 더욱 좋겠죠?), 마늘가루, 후추, 식용유 (저는 올리브유), 에그누들 (혹은 그 어떤 종류라도 상관없는 파스타), 당근과 샐러리, 그리고 약간의 닭고기.
조리방법도 무척이나 간단합니다.
샐러리와 당근은 한 컵 정도 분량이 되게 썰어줍니다.
크기는 몇 센티미터... 뭐 이런 단위보다도, 숩을 한숟갈 떴을 때 숟가락 안에 고기와 야채가 골고루 담길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생각하며 썰면 마음이 조금 더 훈훈해질 겁니다 :-)
샐러리와 당근에 후추를 원하는 만큼 뿌리고 닭육수를 부어 끓입니다.
그리고 옆에 불 위에다가는 작은 후라이팬을 놓고 잘게 썬 닭가슴살을 소테~ 합니다.
원래 제가 찾아낸 레서피에는 생강편을 썰어서 기름과 함께 볶으라고 되어있지만 마트에 생강이 없어서 마늘가루를 대신 뿌렸습니다.
만약에 옥수동 모 요리 선생님이나 그로부터 배운 제자라면 이럴 때 향신장 같은 걸 사용했겠죠?
저는 그냥 마늘가루로 만족합니다 :-)
소테~ 하는 방식은 기름을 통해 고기에 양념이 스며들게 한다 하는 마음가짐으로 (으읭?) 너무 달달 볶지 말고 앞뒤로 잘 지져주는 것입니다.
고기의 겉면이 노릇하게 익으면서 기름과 마늘가루 (혹은 생강편이나 마늘편이나 기타 향신장)의 향이 잘 스며들었다 싶으면 옆에서 끓이고 있던 닭육수와 야채에 넣어줍니다.
닭고기의 분량도 야채와 동량으로 넣었는데, 육수 2리터 정도에 당근 한 컵, 샐러리 한 컵, 닭고기 한 컵, 그리고 에그누들도 한 컵 넣고 중간보다 약한 불에 15분간 뭉근하게 끓입니다.
다 끓이면 파스타나 에그누들의 부피가 늘어나고 국물을 상대적으로 졸아듭니다.
제가 구입한 닭육수에는 이미 약간의 간이 되어 있어서 따로 간을 더하지는 않았습니다.
입맛에 따라 소금이나 후추를 더해서 드시면 좋겠어요.
맵지 않고 순한 맛이라 어린 아이들도 후루룩 후루룩 국물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게 사실, 한 그릇 뜨끈하게 먹고나면 푸근한 느낌이 들 정도로 포만감이 있지만, 칼로리는 별로 높지 않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됩니다.
제 지인 중에 끼니마다 숩을 한 그릇 먼저 먹고 본 식사를 하는 방법으로 체중을 많이 줄인 사람이 있어요 :-)
원푸드 다이어트에 비하면 영양적으로 고른 섭취를 하면서도 전반적인 열량 섭취를 낮출 수 있어서 효과적이더군요.
(근데 난 왜 맨날 이모냥이냐구... 흑흑...)
그래도 울지 않고 열심히 살았더니 산타할아버지가 이런 선물을 주셨네요 :-)
한국에서 비행기 타고 날아온 여러 가지 김치입니다.
산타, 자기 멋쟁이! 우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