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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꽃과 굴김치

| 조회수 : 4,720 | 추천수 : 27
작성일 : 2009-03-12 01:18:18
아버님은 전형적인 시골의 어르신이다.
몇 년전까지는 향교에 가실때 갓을 쓰시고 지금도 논어 맹자를 따지신다.
아니 팔순을 넘기신 어르신들이 그렇듯이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남자다.

남자는 하늘..여자는 땅.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큰일이나고.
아녀자에게 순하게 대하는것도 안되고
그저 남자는" 어험" 하면 모든것이 준비되는..
어머님은 그러한 아버님과 평생을 사셨으니..

어느날.. 그러셨다.
<내가 콧구멍이 두 개여서 살았지..하나였으면 아마 벌써 숨 막혀 죽었다고..>

그런데  시골 구석구석 꽃이 피어있는 작년 가을 아낙네에 천지가개벽할 일이 일어났다.

그날은 시골 5일장..
시골 어르신들이 유일하게 빠지않고 치장하고 나들이가는 5일장.
그날도 어머님과 아버님은 장날 행차를 하시고
우리 부부는 들로 나갔을 때..

점심을 먹으려 집으로 들어와 한참 점심 준비하고 있는데
(아버님은 절대 밖에서 점심을 드시지않는다)

무겁게 양손에 시장을 봐 오신 아버님..
아버님은 시장을 잘 봐오시지 않으신데 뭘까하고 있는데..
굳이 꼽자면 당신 드실 담배와 커피정도인데..

거실 문이 열리고 까만 봉지에 담긴 뭉텅이를 내려 놓으신다.

<아버님 이게 무엇입니까>

(어,,그거 젊은가(경북은 며느리를 이렇게 부른다)좋아하는 꽃이다.)

<꽃?예..웬 꽃을 ...>무슨 날도 아니고..무슨 날이라고 꽃 사오실 분도 아니신데..

(니가 꽃을 좋아하여 거실에 사모으길래 생각이 나서 함 사 보았다)
(아직 꽃은 피지않았지만 이쁠란가 모르것다)

사실 시골에서는 굳이 꽃을 사지않아도 사방에 꽃인데 아낙은 이쁜꽃이 있으면
거실에 두고 싶어 하나 둘 모으다보니 아버님은 그러한 며느리를 눈여겨 보신것같다.

아직까지 우리 아버님 평생동안 가족들을 위하여 꽃을 사 보신적이 없다.
평생을 같이 산 어머님께도 시누이들에게도 아들에게도..
그런데 여우같지도않고 곰같은 며느리에게 꽃을 사 오신것이다.
어찌 천지가 개벽할 일이 아니냐..

우리 어머님은 또 뭐라고 하실까?
이걸 아버님이 사 오셨다고 하여야하나,,,
(그래도 당신이 아닌 며느리를 위하여 사 온
꽃을보고 어머님도 여자시니 어찌 샘이 나지 않으실까하는 걱정과..)

막상 어머님이 오셔서 아버님께서 꽃을 사오셨다고하니..
<사람이 맴(마음)이 바뀌면 죽는디...)이러신다.

봉지를 열어보니 꽃이라기보다 무슨 뿌리만 커다란게 두 개 있었다.
화분을 찾아 흙을 담고 물을 주어 심어 두었다.
지금까지 그냥 저냥 자라주길래 물만 가끔 주면서 무슨 꽃일까하고만 있던 차에..



그렇게 아버님이 팔십평생에 처음 사 오신 그 큰 뿌리가 오늘 이쁜 꽃을 피어냈다.
봉오리가 조금씩 올라올 때는 무슨 큰 새 주둥이 같더니만
오늘은 꽃잎을 벌리고는 나보란듯이  거실을 밝히고 있다.
모두 피고보니 큰 나팔같기도 하다.


아버님은 작년 가을에 당신이 큰 마음먹고 사 온 뿌리가 이쁜꽃을 피우니 연신 쳐다보신다.
(당신이 사 오셨기에 관심을 가지고 보시는것이다. 아직 이런 예가 없었으니)
그 모습을 뵈노라니 시아버지와 며느리사이지만 어른들의 자식을 향한 마음을
조금 또 알아가면서 저녁밥상에는 아버님 좋아하시는 굴김치 한 접시 담아 올려야겠다.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oegzzang
    '09.3.12 1:34 AM

    아낙님 좋으시겠어요 ^^
    구근의 이름은 아마릴리우스 입니다.

  • 2. momo
    '09.3.12 1:39 AM

    저도 친정엄니, 시어머니 시아버님 생걱이 나면서 마음이 찡~해집니다.
    두분 다(아낙님, 시아버지) 정겨운 마음씨를 가지신 분 들인 듯 하네요 ^^
    맛갈나는 글 솜씨에 또 맛나보이는 굴김치에 입맛 다시고 갑니다

  • 3. 시골아낙
    '09.3.12 1:55 AM

    오이지짱님..
    고맙습니다,
    그러잖아도 아버님 제게 오늘 꽃명을 물어오시는데
    우물쭈물..낼 아버님께 알려 드려야겠습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가 아닌.. 아마릴리우스..^^*

    모모님..
    아버님은 정말 법없이도 사실 분(어머님은 반기를 들겠지만)
    남들에게 단 한번의 오점도 남기지않으신 분입니다.
    (어머님께는 믿음직한 남편이 되지 못하신것 같아요)
    저 처음 여기 들어와 남의 과수원에서 우리밭으로 사과가 떨어져있길래(흠사과)
    주워 먹을려다가 혼났습니다.
    그때도 참외밭에서는 신발끈을 매지말고 ..로 시작하는 강의를 들었답니다,
    아무리 우리밭으로 들어와도 남의것을 먹으면 안되다시면서 <그걸 네가 먹다가 주인에게 들키면 주인이 우리밭으로 온걸 먹는다고 하겠냐 .나무에것 따서 먹는다고 여기지>다시 남의 과수원으로 던지신 분이시니..너무 꼿꼿하여 어머님이 고생을 많이 하셨지요.

  • 4. 프리댄서
    '09.3.12 3:10 AM

    정확하게는 ‘아마릴리스’인가 봅니다, 아낙님. 다음은 네이버 백과사전에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 (사전 기능만큼은 다음이 네이버에 뒤진다는ㅠㅠ)

    아마릴리스 [amaryllis]
    : 외떡잎식물 백합목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
    원래의 아마릴리스는 벨라도나 릴리(belladonna lily)라고 하며, 학명은 아마릴리스 벨라도나(Amaryllis belladonna)로서 남아프리카 원산이며, 7∼8월에 꽃이 피고 꽃줄기는 속이 차 있다. (....) 원예종에서는 히페아스트룸 하이브리둠(Hippeastrum hybridum)을 말하는데, 남아메리카 원산으로서 여러 종을 교배하여 만들어낸 것이다. 진주화라고도 한다.

    벨라도나. 즉 뷰리풀 레이디, 아름다운 여인네라는 뜻이겠죠? 아마릴리스도 ‘사랑스러운 백합’ ‘요염한 백합’쯤이 되려나요? 이름에 딱 어울리는 모양이네요. 아낙님께서 집안의 ‘아름다운 백합’이신가 봅니다.^^ - 이상은 아낙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혜경궁 홍씨가 연상되는 아낙님 팬이었습니다. (아놔, 근데 저 김치 너무너무너무 먹고 싶다는ㅠㅠ)

  • 5. 따뿌(따뜻한 뿌리)
    '09.3.12 8:50 AM

    아낙님 잘 계시지요..
    아낙님이 진심으로 어른들 모시니 아버님도 맘이 봄꽃처럼 피어나시나봐요^^
    돌아가신 우리 시아버님 생각이 나네요... 우리 마을 장에도 아마릴리스 구근을 파는 아저씨가 장날 마다 오시는데 꽃 핀걸 보니 반가워요~ 저 구근이 색색깔로 나와 골구루 심어놓으면 재미있어요.

  • 6. 소금별
    '09.3.12 10:04 AM

    아낙님의 아버님 이야기를 찬찬히 읽노라니,
    제 친정아버지가 생각나네요.
    갓을 쓰시진 않지만, 비슷하시구요.^^

  • 7. 작은겸손
    '09.3.12 10:23 AM

    그냥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

  • 8. 메이루오
    '09.3.12 11:06 AM - 삭제된댓글

    저희집도 몇 송이 피었어요. ^^
    이심전심.. 평소 아낙님께서 아버님께 잘 하시니 시아버님도 아낙님을 어여삐 여기시는거 아니겠어요....

  • 9. 아가다
    '09.3.12 1:06 PM

    아버님 잡수시기 좋으시라고 깍뚜기를 작게 썰은 정성이 돋보이네요
    이뿌고 착한 며느리라고 씌어있어요

  • 10. 멍멍이 이모
    '09.3.12 2:43 PM

    아버님 멋쟁이...착한 며느리...마음들이 아주 이뻐요...어르신한테 이쁘다고하면 혼내실테지만..^^

  • 11. Jennifer
    '09.3.12 11:56 PM

    아버님 정말 멋지세요... ^^ 아낙님 맘이 이쁘시니 시아버님도 멋진 분들 만나셨네요...

  • 12. 푸른하늘
    '09.3.13 8:21 AM

    아마릴리스...아름다운 여인네...
    시골아낙님께 꼭 어울리는 꽃말이네요.
    꽃 하나를 사셔도 어쩜 그리 딱 맞는걸 골라오셨는지..아버님 멋쟁이~^^

    아낙님 글을 읽으면 항상 입가에 살포시 미소가 그려져서 좋아요.

  • 13. 시골아낙
    '09.3.13 4:09 PM

    프리랜스님..
    시골아낙을 어여삐 여기시어 팬이시라니 고맙고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이쁜 이름이 있었네요.
    제가 이 굴김치를 드릴 수있으면 좋으련만 쉬우니 한 번 담아 드세요.
    무 한개를 깨끗하게 씻어 나박나박하니(사진처럼..)썰어 소금에 살짝 간하여 두세요.
    무 한개라면 소금 두 주먹정도..한 2-30분정도에 씻지말고 소금물만 따라 내고
    까나리액젓 조금 고추가루 마늘 설탕 조금 넣고 굴을 넣어 버무리시면 됩니다.
    아주 쉬워요. 그리고 너무 많이 하지 마세요.
    한개나 두 개가 딱입니다. 맛있게 드시기가..

    뿌리님도 잘 계시죠?
    이번 봄에 장날 가면 색색마다 한 번 심어야겠습니다.
    여기 장에 오시는 그 아저씨가 봉화 장날에 가시지않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소금별님..
    아마 지금 팔순을 넘기신 우리네의 아버지시라면 아마 우리 아버님처럼 모두 그러실것 같아요.

    작은겸손님..닉네임이 아낙은 더 정겹습니다.

    메이루오님..
    고맙습니다.
    어른들과함께하는 삶은 어떨땐 양이 되었다가도 어떨땐 곰도 됩니다.^^*

    아가다님..
    이 굴김치는 이렇게 나박나박하니 잘게 썰어 담아야 맛있습니다.
    그리고 어른들이 계시니 항상 작게 담아야하기도 합니다.

    멍멍이 이모님. jennifer님..아버님 장날 가실때 제일 좋은 봄잠바와 중절모..멋지시지요.

    푸른하늘님..
    진짜 제가 아마릴리스와 같은 꽃말처럼 그렇게 아름다운 여인이면 좋겠지만
    저 곰입니다.
    화나면 말 않는..고맙습니다. 제 글에 웃을 수 있음이..

  • 14. 복덩이엄마
    '09.3.14 2:05 PM

    굴김치 배우고 갑니다 ^^ㅎㅎ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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