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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모가지가 땡겨 슬픈 머슴 이야기

| 조회수 : 9,206 | 추천수 : 8
작성일 : 2013-05-21 01:15:31


농부에게 봄이란

가슴설레이며 씨앗을 심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길어진 해그늘만큼

몸뚱이 성할날 없는 인고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마음을 비우고 살아가고 싶지만

때로는 저 텅~ 빈 접시의 계란노른자 흔적처럼

마음 한켠에

무언가 앙금이 남기도 합니다.

 

그 앙금의 원인은 고등어구이~

 

투박한 손모가지로 공연히 프라이팬수납칸을 만든것도 아닐진대

형편없는 요리실력에 해먹을 수 있는 것은

-특히나 한밤중이거나 새벽녘이거나 지가 코골이 삼매경에 빠졌을 때에-

오로지 계란후라이거나 라면이

내 허기를 채울 전부인 것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태연하게 고등어 구운 후라이팬을 닦지도 않은채

슬그머니 계란후라이팬자리에 밀어넣은 덕에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기아에 허덕이며

한밤중 고등어 비린내가 진동하는 계란후라이를 먹어야 하는 이 설움이랄까~

 

 

 


너네 엄마도 그러니?

너한테 달콤한 먹이라고 하면서 슬그머니

다리에 백설탕 잔뜩 묻힌 꿀벌을 잡아다 주지는 않디~?

 

(욘석들은 이번에 농장 천막한켠에서 부화한 박새 다섯마리......)

 

 

 


때로는 가난한 농부의 식탁에 걸맞지 않는

그런 배부른 밥상이 그리워지기도 하지만

어쩌면 모자란듯 텅빈 그릇처럼

그렇게 텅빈 마음이었으면

그렇게 텅빈 식탁이었으면 싶기도 합니다.

 

어떤 믿을만한 통계에 의하면

우리가 식료품의 구매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의료비의 지출과  매우 정비례적이라고 합니다.

실은 의료비의 지출비율이 점점 더 높아지지만......

 

한편 경제성장률이 우리의 식탁의 질을 높이지 못하는 것처럼

혹은 무한경쟁이니 하는 정신 낫자루빠진 짓거리들이

우리모두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시선이 엉뚱한 곳에 쏠려 있는 사이에

몸은 아니면 정신은 다른 곳으로 흐르는 것은 아닌지......

 

우리의 식탁도

아니면 우리의 마음도   우리 사회도

 

처음부터 다시 텅빈 밥그릇에서부터 시작해서

보다 충실하게 올바른 것들을 채워감이 옳지 않을까

그래서 채우지 못한 옳은 것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또 그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채우도록 함이 옳지 않을까~

 

에이~  시원하게 열무물김치 국물이나 들이켜야 겠습니다.

농부의 봄은 참으로 멀기만 하네요.

 

 

 

 

 

2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디자이노이드
    '13.5.21 12:08 PM

    백새 귀엽습니다
    진수성찬에 일병도요^^

  • 디자이노이드
    '13.5.21 1:05 PM

    박새;;;ㅎㅎ

  • 게으른농부
    '13.5.23 7:57 PM

    ㅎㅎㅎ 저녀석들은 당시 무서워서 부들부들 떨던 상황이라...... ^ ^

  • 2. 칠리감자
    '13.5.21 1:03 PM

    농부님의 소박(?)한 밥상을 보면
    왜 마음이 푸짐~~해 질까요?
    당당하게 서있는 소줏병의 투명한 몸짓에 자꾸 눈길이 기웃기웃하네요^^

  • 게으른농부
    '13.5.23 7:57 PM

    힘든 하루일을 마감하고 한잔 하는 것도 즐거움중의 하나입니다. ^ ^

  • 3. 고독은 나의 힘
    '13.5.21 7:52 PM

    벌써 미역냉국을 해드셨네요.. 요즘 주변에 밭을 보면 어디나 할것없이 모두들 나와서 일하고 계시던데..
    농부님도 그런 분들 중에 한분이시겟죠.. 가끔씩 허리 펴고 하셔요..

  • 게으른농부
    '13.5.23 7:58 PM

    넵~ 가끔은 맨손체조도 해야겠다 생각되는데
    일하다보면 그것마저도 잊게 되네요. ^ ^

  • 4. 초록하늘
    '13.5.21 8:07 PM

    박새에게
    너희 엄마도 그러냐고 묻는 글에 빵! 터집니다.

    농부님네 밥상 후덜덜하네요.

  • 게으른농부
    '13.5.23 7:59 PM

    저날은 아내가 자기 생일날인줄 착각했었나봐요~ ^ ^

  • 5. 인피니트
    '13.5.21 11:58 PM

    밥상 정말 대박입니다~~` ㅎㅎㅎ
    반주~~캬~

  • 게으른농부
    '13.5.23 8:03 PM

    저날은 어쩌다가 저리 되었습니다. ^ ^

  • 6. 마요
    '13.5.22 12:50 AM

    크크크큭
    야심한 시간에 농부님 글 읽고 재미있어서요.
    차려진 음식,글
    막상막하!
    맛있습니다.^^

  • 게으른농부
    '13.5.23 8:03 PM

    ㅎㅎㅎ 감사합니다. ^ ^

  • 7. 작은언덕길
    '13.5.22 1:36 AM - 삭제된댓글

    밥상이 너무 훌륭합니다.
    맛난 달걀에 밴 고등어 구이의 비린내..일거양득 아니올런지..ㅎㅎ

    아가 박새 넘 이뽀요~
    그나저나 박새에게 물어본 농부님의 비유법 넘 웃겨서 혼자 ㅋㅋ.^^

  • 게으른농부
    '13.5.23 8:05 PM

    ㅎㅎㅎ 근데 정말 믿고 먹을만한 것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 때론 슬프기도 합니다. ^ ^

  • 8. 맑음
    '13.5.22 8:05 AM

    빈그릇부터 보여주시는 센스~ 캬~

  • 게으른농부
    '13.5.23 8:06 PM

    에휴~ 센스라뇨~
    저희 마님은 제가 둔하다고 항상 타박이신데..... ^ ^

  • 9. 온순이
    '13.5.22 10:07 AM

    농부님, 아무리 봐도 그냥 농부가 아니야요. 북에서 특별공작 교육받은 인텔리 공작원이 대한민국 농촌 에 스며들어 주부들 마음 흔들어 놓는 업무 중이신 듯. 빵터지는 웃음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싸랑해요 농부님~

  • 게으른농부
    '13.5.23 8:06 PM

    ㅎㅎㅎ 감사합니다.
    근디 이러다가 졸지에 종북이나 심지어 간첩으로 몰리지 않을라나 모르겠어요. ^ ^

  • 10. 열무김치
    '13.5.23 4:52 PM

    저 어릴 때 동태국 담겨져 있던 냄비 안 씻고 라면 끓였다가 죽는지 알았어요 ㅋㅋㅋㅋㅋㅋ
    너무 이해가 잘 갑니다... 고등어 비린내를 품은 달걀 후라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게으른농부
    '13.5.23 8:07 PM

    ㅎㅎㅎ 동병상련의 아픔이 있으시군요. 정말 억지로 밀어 넣어야 하는...... ^ ^

  • 11. 우화
    '13.5.24 2:00 AM

    농부님 제가 요즘 동네서 달걀을 사먹는데요.
    이것이 자연방사에 야채를먹여 키운 닭에서 나온 유기농달걀 이거든요?
    노른자의 색이 아주 연해요, 전에 먹던 달걀-오메가3 어쩌고 저쩌고-은 노른자가 주황색처럼 진했는데..
    어찌 생각하면 자연방사 계란의 색이 연한게 당연한것 같기도 하구요.
    농부님네 달걀도 그런가요?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싶어서요.ㅎㅎ

    값도 비싸서 저처럼 달걀소비가 많은 사람은 진짜....
    닭이라도 키우고 싶은데 주변에서 민원 들어갈까봐 ㅜㅜ 어여 시골로 이사를 가야하는데.

  • 게으른농부
    '13.5.24 9:06 PM

    음~ 일단 저는 전문가는 아니고 그냥 닭치는 놈입니다. ^ ^

    그냥 방사된 닭들의 계란은 노른자 흰자 난각을 포함하여 전반적인 상태가 한마디로 개판~ 입니다.
    가끔은 썩은 것 같은 계란도 나오기도 합니다. 대개 천적으로 인해 놀랐을 경우......

    닭들도 개성이 아주 강해서 먹는 것들도 서로 차이가 많습니다.
    어떤 녀석들은 땅을 파서 지렁이나 벌레를 잡아먹는 것을 즐기기고 하지만
    어떤 녀석들은 날아가는 나방이나 이런것들을 쫒아다니며 사냥을 즐기는 놈들도 있습니다.

    노른자의 색이 진한것은 착색제를 섞어 먹이거나 아니면 풀이나 채소를 많이 먹이면 그렇습니다.
    채소나 야채 과일을 먹였을때도 서로 다르더라구요.
    오이같은 것을 많이 먹으면 노른자색이 연하고 망초나 쑥을 많이 먹이면 진하고
    또 망초를 많이 먹이면 노른자에서 단맛이 진하게 나기도 합니다.

    결론은 저도 몰라요~ 입니다. ^ ^

    제 짧은 판단으로는 닭마리수가 1,000수를 넘어가면 전통적인 방식으로 닭을 키울 수 없다는 것이고
    한가지 확실한 것은 2-3천마리 이상 키우는 곳들은 그냥 닭장안에서 큰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연방사를 하면서 공장사료를 먹이는 분들도 상당히 많다는 점도...... ㅠㅠ

  • 게으른농부
    '13.5.24 9:22 PM

    아참~ 그리고 드시는 계란이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하다면
    그건 진정한 의미의 자연방사계란이 아닐겁니다. ^ ^

  • 12. 박경선
    '13.5.24 6:11 AM

    댓글 달려고 로그인 했슴다!!

    농부가 되고픈 농부의 아내로서 항의 한마디~~!

    마나님 소크라테스 마누라 만들면 본인이 소크라테스 될 줄 아심까? 농부님 글 읽고 있으면 왜 이렇게 마음 한 켠이 불편한가 모르겠슴다. 농부님의 이처럼 험난한 포스팅을 묵묵히 참아넘길 줄 아는 마나님도 어지간은 넘은 맘보의 소유자이시니, 늘 감사한 맘으로 사시길~ 머나먼 합천에서 풀 잡느라고 사람잡고 있는 못난이 삼형제 맘이 허리펴는 동안 기도하겠습니다.

  • 게으른농부
    '13.5.24 9:10 PM

    항상 아내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우악스런 주먹질 발길질에 맞을때도 그렇게......

    소크라테스가 그랬다고 합니다.
    마누라가 악을 써대며 난리부르스를 치는 와중에도 태연해하자
    급기야는 주전자의 물을 소크라테스의 머리에 부었더니
    천둥번개가 친 다음에는 비가 오기 마련이라고......

    낼모레부터 3일간 비가 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항상 비맞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 ^

  • 게으른농부
    '13.5.24 9:21 PM

    합천은 제 삶의 새로운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벌써 십여년 전의 일이지만 두번의 자살시도가 미수에 그치면서 찾은 곳이 합천 해인사였습니다.
    평소 자주 가던 곳이라 습관적으로 찾았지만
    해인사보다 그 계곡에 흐르는 맑은 물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더군요.
    그렇게 맑게 깨끗하게 살아가자 다짐을 했었지만
    아직도 마음속 묵은 탐욕의 때는 벗겨지질 않네요.

    그 아름다운 합천에 사신다니 너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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