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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친정아빠 생신상 차리면서 효도하기

| 조회수 : 3,849 | 추천수 : 11
작성일 : 2003-09-01 15:34:45
어제가 저희 친정아빠 생신이었답니다.
외식하고 싶었지만 저희 큰댁에서 모두 오신다고 하기에 집에서 생신상을 차리기고 하셨다며
친정엄마가 저한테 도와달라고 하셨어요.

엄마랑 메뉴구성을 짰는데요.
처음으로 시도하는 자스민님표 양장피를 메인메뉴로 하고
불고기와 잡채, 샐러드, 더덕무침, 오이절여서 소고기 갈은것과 같이 볶고, 오징어채, 가지무침,
미역국으로 했답니다.

평일에는 직장다니느라 엄마 만날시간이 없어 토요일에 만나서 장보고 같이 준비하기로 했어요.
엄마가 허리가 안좋아 매주 토요일이면 을지로에 있는 사우나에 가는걸 너무 좋아해 울 신랑이랑
아이와 같이 을지로까지 가서 엄마랑 사우나 했답니다.
착한 울 신랑은 30분만에 목욕 끝내고 밖에서 1시간을 넘게 기다렸다가 신촌 현대백화점으로
다시 운전하고 가서 짐꾼노릇 했답니다. (헤헤.. 자랑...)

원래 백화점내 슈퍼는 비싸서 잘 안가는데, 현대백화점 고기가 좋다고 울 엄마와 이모들이 극찬을
하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갔어요.
한우고기 코너에 갔더니 세상에... 너무 비싸서 고기 한근 사려면 거의 3만원이더라구요.
그냥 깨갱하고 있다가 수입코너에 갔어요.
불고기를 양념까지 해서 주는곳에서 2근을 사니 23,000원 정도인데,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정말 맛있어요.
냄새도 안나고 고기도 참 연하고, 불고기 양념이 하나도 안짜고 맛있더군요.

야채코너에서 이것 저것 고르는데 백화점내 야채코너는 정말 비싸더군요.
피망이 세상에나... 조그만거 1개가 1,500원 인거 있죠?
살까 말까 몇번을 망설이며 커트에 담고서 왔다갔다 하다가 너무 아까워서 홍피망만 한개 사고
다시 제자리에 뒀어요.
무순도 별로 싱싱해 보이지가 않는데 1팩에 천원하고... 근데 일요일 아침에 엄마가 부리나케
동네 시장에 다녀오셨는데 크고 싱싱한 피망 3개에 2천원이고 무순도 싱싱한게 1팩에 500원
하더랍니다.
역시 야채는 시장이 제일이네요.

백화점에서 물건사고 집에 도착하니 밤 9시더군요.
그때부터 정말 일사천리로 움직였어요.
전날 자스민님께서 올려놓으신 레시피를 프린트해서 가방에 넣었는데, 그걸 깜박하고 안가져와
다시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글로 적는데 진땀나더군요.

야채와 해물종류를 모두 손질하고 양장피 재료먼저 준비했답니다.
오이와 당근은 돌려깍기하는데, 무지 어려웠답니다.
첨에 오이를 돌려깍기 하는데 뚝뚝 끊어지고 두꺼웠는지 채썰면 너무 굵고.. 몇번의 실패후
쪼매 봐줄만큼의 솜씨가 나왔답니다.
양파, 달걀지단, 맛살(크레미)를 채썰고, 새우 데쳐놓고, 오징어 칼집넣어서 데쳐서 썰으니
모양이 예쁘더라구요.
고기는 잡채에도 넣으려고 소고기를 샀는데 덩어리 고기라 집에서 얇게 채썰어 밑간해 놓고
호부추도 손질해 뒀답니다.

그담에 잡채 준비로 당근과 양파, 표고버섯 채썰어서 볶아놓고 소고기도 양념해 놓고, 피망과
호부추도 손질해 두고요.

제일 하기 싫었던 더덕 손질이요... 이게 두드리는데 엄청 짜증나더라구요.
좀 쎄게 하면 으스러지고, 살살하면 한없이 두드려야하고.. 암튼 더덕도 손질해서 무치고,
오징어채도 더덕무친 양념과 비슷하게 무쳤어요.

제가 손이좀 느린 편이라 이것 저것 하면서 설겆이며 정리도 하는데 옆에서 지켜본 엄마는
계속 미안하신지 제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몇번을 말씀하시더군요.

대충 마무리 해도 새벽 2시가 넘었네요.
울 아들내미는 그때까지 잠도 안자고 어찌나 잘노는지... 에너자이저가 따로 없어요.

아침에 일어나니 9시 30분 그새 울 친정엄마는 일어나셔서 샐러드에 필요한 감자와 달걀 삶아
놓으시고, 오이절인거 짜놓으시고 시장까지 갔다오신거 있죠?
몸도 안좋으신데 엄청 부지런하세요..

저도 대충 씻고 청소한후 오이절인거 소기기 갈은것하고 볶아내고
가지찐거 무치고, 아침먹을 준비를 했답니다.
원래 마끼를 하려고 날치알을 샀는데, 마끼 재료와 양장피 재료가 비슷한것 같아
아침에 알밥을 먹기로 했답니다.
4공기 분량을 뚝배기에 참기름발라 얹어놓고 야채 다져서 볶은후 어느정도 익었을때
넣고 날치알도 오렌지 쥬스가 없어서 망고쥬스에 흔들어 물기 빼고 뚝배기에 넣은후
후리가끼도 좀 넣고 불끄고 뚜껑 덮은후 조금있다가 먹었는데 넘 맛있더군요.
날치알 한팩을 다 넣었더니 일식집에서 파는 몇배의 알이 있다고 다들 잘먹었답니다.

점심시간에 오신다고 해서 잡채 삶고 양장피 삶은후 잡채는 기름에 볶아서 내놓고
양장피는 먹기좋게 찢어서 밑간 해놓고, 본격적으로 만들었어요.
잡채에 홍피망과 청피망을 첨으로 볶아서 넣었는데 홍피망 색깔이 넘 예쁘고 정말 맛나게
보이는거 있죠?

그리고 양장피는 큰 접시에 준비해 놓은 야채와 해물을 골고루 섞어가면서 돌려놓고
가운데 양장피 얹고 마지막에 고기볶은후 부추와 굴소스 조금 넣은후 가운데 얹었더니
정말 훌륭하더군요.

엄마가 양장피 소스를 준비했는데, 첨에 일본 연겨자를 샀는데 요리에 달인인 큰이모가
약하다고 가루겨자로 하라고 해서 엄마가 겨자가루를 개어서 사이다, 쥬스, 설탕, 식초등을
넣었는데 어찌나 맵던지...
첨에 멋모르고 소스를 뿌렸다가 너무 매워서 야채와 해물을 좀 더 넣고 먹었답니다.
그래도 모두 맛나게 먹었어요.

샐러드는 파인애플 통조림을 마요네스와 같이 갈아서 사과, 샐러리, 감자, 계란을 넣었는데
느끼하지 않고 아주 깔끔했어요.

모두들 맛나게 먹고, 특히 큰집의 새언니 둘은 제가 요리한거에 너무 신기하듯 이것저것
물어보시는 통에 쪼금 우쭐하고 , 울엄마는 때는 이때다 하고 절 너무도 칭찬하는 통에
민망했답니다.

어제 차린 음식 몇가지 안되지만 다 차려놓고 보니 외관상으로 봐도 참 멋지고, 아주 저렴하게
상차려서 울 엄마 무지 좋아했답니다.
제가 따져보니 한 15만원정도?
정말 저렴하죠? (물론 한우고기로 했다면 배는 더 들어갔겠지만...)
남은 음식은 저녁도 먹고, 집에 가지고 가라고 반이상 덜어주시니 진짜 남는 장사했죠?

엄마가 이모들한테 전화해서 자랑하시니 울 이모들도 부러워 하더래요.(으쓱으쓱)
새벽까지 계속 서서 일하고 일요일에도 엄마 힘들까봐 설겆이도 제가 다 해서 몸이 무지 많이
힘들었지만 한번도 안해본 요리들 성공적으로 끝났고, 엄마 도와주니 참 기분이 좋더군요.

제가 친정에만 열심히 일하면 남편 삐질가봐 조만간 시엄니도 맛나게 한번 차려드려야겠어요.

밤에 남편한테 어깨 주물러 달라고 하니 귀찮다고 하는데, 갑자기 19개월 아들이 아빠한테
엄마 안마해 주라고 남편손을 잡아 끄는거 보니 우와.. 행복한거 있죠?

어제의 피로가 아직 풀리지 않았지만 너무 좋아서 몇자 적는다는것이 장문이 되었네요...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혜경
    '03.9.1 3:48 PM

    너무너무 흐뭇한 광경이 눈앞에 그려지네요. 잘 하셨어요. 짝짝짝

  • 2. 로로빈
    '03.9.1 6:47 PM

    김 선영 씨, 돌려깎기 하는 것 쉬워요. 일제 채칼 제일 작은 칸에 오이를 한 10센티 정도로
    자른 후 길이로 채썰기 하세요. 씨 부분을 빼고 돌려가면서 채치시면 단단한 부분만
    기가 막히게 썰어져요. 가지런하기도 하고 바삭바삭하고요.
    손으로 썬 것과는 비교도 안 되죠.
    손님 오셨을 때 이렇게 썬 오이채가 재료로 나오면 사람들 다 제가 돌려깎기 한 줄
    알지만... 실상은 이랬답니다.

    절대로 독일제 매직 슬라이서는 사용하지 마세요.
    손 다 빕니다.
    오이 채 이렇게 썰 때는 일제 4개짜리 세트로 된 채칼, 아니면 차라리 다른 국산을 쓰세요.
    손 벨 염려 없답니다.

    (참고로, 일제 채칼, 케이스에 든 것, 숭례문 지하에서 2만 4천원에 샀음.)

  • 3. 마마
    '03.9.1 9:44 PM

    로로빈님.
    오늘도 하나 건지네요.채칼로 오이 채썰기.
    쿨.

  • 4. 바바라 영
    '03.9.3 2:21 PM

    제일 하기 싫었다던 더덕 손질이요...
    .
    .
    옅은 소금물에 10분쯤 담가 두면..아린 맛도 제거되고, 질겨져서 손질이 편해진답니다.
    (이 과정을 생략하고 손질하면 자칫..다 부서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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