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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그 여자'가 사는법
그 여자가 쓴 <<소금꽃나무>>라는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 여자가 쓴 토막글을 인터넷에서 한번쯤 접해본 사람이라면...
그녀 역시 외딴방의 추운 기억을 떠올리며 소설을 써내려간 신경숙처럼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여자는 어용노조가 회사와 담합해서
오히려 '을'들을 더 궁지에 몰아넣는 것을 보며 작가 대신
'운명처럼' 민주노조 결성에 앞장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대가 바뀌고 민주정부가 들어서고...
많은 사람들이 "이만하면 되었다"고 했던 2003년에
그 여자는 너무도 아픈 상처를 겪었습니다.
한진중공업의 동지였던 노조위원장 김주익이 민주노조 탄압과 대량해고에 맞서
고공크레인 위에 올라가 129일 동안 농성을 하다가
크레인에서 목을 매어 먼길을 떠난 것이지요.
곽재규, 배달호, 박일수, 이용석, 이해남...
많은 노동자들이 그 뒤를 이어 사회적 타살을 당해야했습니다.
그 여자는 그 이름들에게 미안해 한겨울에도 보일러를 돌리지 못하고 있지요.
그리고 또다시 한진중공업에서 빼어든 대량해고에 맞서
2010년 초입에 그 여자는 단식농성을 시작했습니다.
기름때에 젖은 많은 남자들이 그 여자가 농성을 하는 천막 앞까지 왔다가
차마 그 여자를 보지 못하고 많은 발길을 돌려야했지요.
때로는 술에 취해서.. 술의 도움을 받아 그 여자를 방문하고는
"그만 굶으라. 이러다 죽으면 어떡하느냐..." 하면서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각자의 가정에서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나이든 사내들이 말입니다.
경영부실로 회사가 어려워졌다면
일차적인 책임은 경영을 담당한 사람들이 져야하는 것이 상식일 것입니다.
하지만 경영부실을 초래한 사람들은
오히려 1인당 17억원이 넘는 주식배당금을 '선물'로 받았지요.
그들의 연봉이 삭감되었다는 소식을 들어보지도 못했습니다.
경영부실의 책임은 '을'들에게만 돌아왓습니다.
작년 연말에 한진중공업이 또다시 희망퇴직자를 포함해서
400명 가까운 생산직 노동자를 해고한다는 방침을 발표했지요.
그 여자는 다시, 자신에게 너무나 쓰라린 상처이자
결코 잊을 수 없는 이름인 김주익을 이름을 가슴에 새기고
김주익 열사가 농성했던 고공 크레인 위로 올라갔습니다.
그 여자가 대량해고중단을 요구하며 크레인에 올라간지 20일이 넘었어요.
한진중공업은 20년 근속으로 월 105만원,
세금을 떼면 8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던 노동자 김주익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 전재산인 5000만원짜리 집한채마저 가압류한 수법 그대로
그 여자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는군요
법원에서는 그 여자에게 1억원이 넘는 돈을 한진중공업에 물어주라고 판결을 내렸구요.
매일 100만원씩 갚으라고 말입니다.
그것이 현재 국민소득 2만불에 들어섰다고 하는 대한민국의 노조'말살' 방법입니다.
노조를 만들어서 헌법에서 보장해준 노동자의 권리도 찾지 말고
회사에서 하라는 대로 정리해고를 당한뒤에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싶으면 일하던가..
그것이 싫다면 온갖 대출을 끌어모아 동네치킨집을 차리라는 것이겠지요.
대우차판매 역시 한진중공업과 똑같은 이유와 방법으로
대량 정리해고 방침을 발표했다구 합니다.
'을'들만 계속 경영부실의 책임을 지고 정리해고당한 뒤에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처럼 하청에 재하청, 재재하청 구조속의 파리목숨이 되어야 할까요?
그 여자, 김진숙에 대한 블로그 글이 있어서 연결합니다.
1. 봄바리
'11.1.26 5:31 PM (112.187.xxx.211)소금꽃노동자 김진숙의 빚과 꿈
http://blog.ohmynews.com/rufdml/1699892. 외딴방
'11.1.26 5:59 PM (59.3.xxx.222)눈물 흘리며 읽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성장한 과정에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피와 땀이 있었는데 저렇게 내몰리는군요.3. 깍뚜기
'11.1.26 7:00 PM (122.46.xxx.130)ㅠㅠ 고 김주익 씨, 아니 열사 03년을 잊지 못합니다
각자 투표의 결과를 책임지자고 좋게 좋게 격론을 마무리했었지요
밀어준 건 없어도 함께 기뻐했던 터라 배신감은 더 컸습니다
그 시간은 끝나지 않았고,
괴물은 더욱 힘이 세졌네요
지극히 종교적인 도상이지만
싸늘하고도 육중한 크레인의 가로와 세로 구조물이
비통한 십자가로 보일 때가 있어요
헌금을 앵버리하는 도시의 빨간 네온 사인을 환멸하는
제게는 참 당혹스러운 일이지요
김진숙씨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4. 깍뚜기
'11.1.26 7:15 PM (122.46.xxx.130)그나저나 오늘 봄언니가 저를 여러번 울리시네요
아....졸려요....5. 늘
'11.1.26 7:56 PM (59.21.xxx.90)봄비님 덕분에 저의 우매함을 깨우쳐갑니다
감사드려요...6. ..
'11.1.26 9:47 PM (183.107.xxx.227)소금꽃나무 꼭 읽어보세요.
김진숙씨 크레인에 올랐다는 한겨레21기사 보고 어찌나 먹먹하던지..7. 저도먹먹
'11.1.26 10:55 PM (68.36.xxx.211)김진숙씨 크레인에 오른 날, 그 기사를 읽고 뭐랄 수 없이 슬펐습니다.
그때, 이분 역시 이 겨울을 크레인에서 나시겠구나...어쩌나... 했습니다.
경영부실의 책임을 갑에게 물을 수는 없는건지.....
법적으로 물으려면 그런 법을 만들어야 되는 건지(모르는 게 너무 많습니다;;;)
늘 사회를 깨우쳐 주셔서 고맙습니다.8. faye
'11.1.26 11:55 PM (216.183.xxx.121)한진중공업의 대량해고는 필리핀 공장 들어설때 이미 예정된 일이죠.
한진중공업 노조가 필리핀 공장의 노조와 연대투쟁에 들어가야 좀 모양이 갖추어 지지 않나요?
필리핀 공장 노동자들은 한진 한국노동자들이 짤리면 쾌재를 부를텐데요...
진보그룹은 한진 노동자 지지하기 이전에 외노자 지지나 철폐하시길...
외노자 보호하면서, 해고노동자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두번 못박는 일이죠.....
해고노동자들에게 한번 직접 물어보시길... 그들의 마음이 어떤지...9. 봄바리
'11.1.27 12:46 AM (112.187.xxx.211)faye/해고노동자들의 머리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도 아닌데
그들의 마음을 함부로 각색하면서 욕보이지 맙시다.
여튼 불체자가 아닌 '외노자'라구 해서 그나마 다행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