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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에게 보내는 40대 아저씨의 감사편지

보셨어요? 조회수 : 1,835
작성일 : 2011-01-19 09:41:28
아고라오 올라온 글이라네요.
ㅎㅎ
얼마나 위트있게 쓰셨는지...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

안녕하세요. 현빈 씨

저는 올해 41살 두 아이의 아빠 그리고 결혼 16년차 접어드는 평범한 아저씨입니다.

이렇게 현빈씨에게 감사의 인사드리게 될 줄 몇 주 전만 해도 정말 몰랐습니다. 요즘

현빈씨가 출연하는 드라마 잘 보고 있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드문드문 봅니다.

하지만, 그 드라마 너무너무 사랑하고 특히 현빈씨 정말 감사합니다.



몇 주 전으로 거슬러가서 주말 저녁만 되면 옆에 붙어서 외식을 하자~~아니면 영화를 보자~

아니면 집에서 와인이라도 한잔하자~~라며 붙잡고 늘어지는 저와 동갑내기 여자 좀비가

한 명 있었습니다. 좀비치고는 쫌~예쁘게 생겼으니까 쫌비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 쫌비가 드라마에 나오는 어떤 멋진 남자에게 빠져서 죽자 사자

달라붙던 저를 거들떠도 안 보는 겁니다. 광복절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 하는 해방감이었습니다.

급기야 저는 주말 밤 여느 때 같으면 쫌비의 웅얼거림에 지쳐 있어야 할 시간에 동네 형님과

당구를 쳤습니다. 족발을 시켜놓고 당구를 쳤습니다. 토요일 밤 시간에.....그게 뭐 대단한

일이냐고 하시겠지만, 저에게는 당구공처럼 둥근 마음과 다이처럼 넓은 생각, 큐대 같은 곧은 의지,

초크의 희생정신을 근 20년 만에 되새겨 보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맥주까지 한잔하고

늦게 들어왔더니 쫌비가 드라마 끝났는지 도끼눈을 하고 있기에 넌지시 한마디 물었습니다.

"오늘 내용이 뭐였어? 몸을 서로 돌아왔어?"

이 한마디에 쫌비는 도끼눈이 토끼눈이 되어서 1시간짜리 드라마 내용을 정확히 1시간 동안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물론 전 중간에 너무나 행복하게 잠든 거 같습니다. 결혼생활 15년 만에

이 아저씨에게 주말의 즐거움을 돌려주신 현빈씨에게 고개 숙여 감사합니다.



한 가지 더 감사할 일이 있습니다. 제가 요번에 연말도 겹치고 해서 지출이 많았습니다.

물론 뻔 한 결과로 카드 빵구 냈습니다. 하지만, 저 남자답게 아내에게 당당하게 빵구 났다고

말하고 막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제가 말한 시점이 현빈 당신이 의식불명인 길라임씨를

옆에 태우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빗속을 뚫고 들어가는 장면이었습니다. 눈물 콧물 범벅인

아내에게 카드 값 얘기할 시점은 아니란 거 알지만 어찌 됐건 전 분명히 미리 말했습니다.

물론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는 카드 명세서 나오면 알겠지만 그래도 전 분명히 미리 말한 겁니다.



지금 저에게 작은 바람이 있다면 지금 하시는 드라마 시즌2 꼭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군대 가신다는 소식은 접했습니다. 그것도 해병대 입대하신다죠...그럼 국방부에 건의

좀 하겠습니다. 시크릿 가든 시즌 2가 안되면 어떻게 연평도 가든이나 백령도 가든 정도로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시간대도 하는 김에 파격적으로 주말 오전 10시에 20분 방송 그리고

오후 2시 정도에 20분 방송 그리고 저녁 9시 정도에 20분 방송으로 편성해 주셔서 제 아내의

혼을 쏙 빼주셔서 주말 동안 저의 존재가 아내에게 말미잘 촉수 빨판만큼의 존재감도 없게

해주십사하는 작은 바람입니다~

끝으로 현빈씨가 드라마 속에 썼던 편지 인용해서 저도 아내에게 죄스런 마음 전합니다.



백똘추가 문쫌비에게



미리 밝혀두지만, 그쪽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써보는

카드 연체자 이 못난 남편의 편지를 받는 이 집안 유일한 경제권을 가진 사람이야

그러니 자부심을 가져도 좋아



바람이 나뭇가지를 못살게 흔드는 오후다.

당신이 이 편지를 볼 때쯤에는 카드청구서가 도착했을 거야

내가 긁었던 수많은 술집도 당신이 알 거고, 내가 갔던 주유소도

내가 들렸던 쇼핑몰도 이제 당신도 알 거야~ 당신이 다 안다면

그렇게라도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다면

그 정도면 우리 함께 있는 걸로 치자~~그 정도면 우리 다른 부부들처럼 행복한 거라고 치자



난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능력 없는 남편이야

내 정지 카드 원래대로 해주고..... 안 되면....교통 카드라도 충전 시켜줘..

그 정도면 우리 함께 갚는 걸로 치자

당신 털 달린 코트 산 거 알아~~구두도 새로 산 것도 알아~~

그거로 우리................................ 퉁~치자 ㅎㅎ
IP : 150.150.xxx.92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니까요
    '11.1.19 9:47 AM (218.52.xxx.131)

    현빈은 이미 벌써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었던 겁니다. 가정평화유지군인 셈이죠.
    굳이 따로 군대에 가서 나라의 평화를 지켜야 하나요.
    그냥 존재만으로도 가정과 나라의 평화가 유지된다니까요.

  • 2. 흐흐
    '11.1.19 9:47 AM (211.207.xxx.49)

    원글님도 뒷북 좋아 하시나봐요..ㅎㅎ

    저도 늘 뒷북이라..

  • 3. 원글
    '11.1.19 9:49 AM (150.150.xxx.92)

    아..진짜요?
    저 많이 뒷북이에요?
    못보신분은 이 글을 통해 보게될테니 그냥 둘께요.ㅎㅎㅎㅎ

  • 4. ^^
    '11.1.19 10:04 AM (59.14.xxx.33)

    뒷북이라도 너무 재밌네요..ㅎㅎ
    비록 카드가 빵구 난다한 들 요래 센스있고
    귀여운 남편이라면 얼마든지 용서가 될 거 같은디요?

  • 5. 정말이지..
    '11.1.19 10:07 AM (125.244.xxx.66)

    유머가 넘치시는 분이다..ㅋㅋㅋ 빵 터졌어요!!푸하하하하

  • 6. ...
    '11.1.19 10:34 AM (121.166.xxx.3)

    어 전 처음 보는데요.. 시크릿가든 보지도 않았지만 이거 너무 웃겨요 ㅎㅎㅎㅎㅎㅎㅎㅎ

  • 7. 셔니
    '11.1.19 10:52 AM (115.23.xxx.63)

    아...넘 웃겨요 쓰러질뻔 했어요
    연펑도가든..ㅋㅋㅋㅋ백령도 가등..어쩔

  • 8. d
    '11.1.19 11:13 AM (175.117.xxx.203)

    저도 처음 봤어요. 재밌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 9. ㅎㅎ
    '11.1.19 12:50 PM (121.168.xxx.108)

    ㅋㅋㅋㅋ 남편분 넘 웃기십니다. ㅎㅎㅎㅎㅎ

    저도 한참동안 남편보고 주말 저녁에 어디 나가자는 소리 안했던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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