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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둘에.. 가출했네요..

휴우 조회수 : 1,493
작성일 : 2010-12-01 17:45:25
그냥 좀 허탈하기도 하고, 눈물이랑 웃음이 같이 나는..
82 언니들 보시면, 이노무 철딱써니!! 하고 야단치실지도 모르지만... ㅎㅎ

아버지하고, 밤새 좀 크게 다투고,
밤새 앉아 있다가 아침 출근 길에 짐 챙겨서 나왔어요.
어젯 밤에 달려 나오려다가, 이성적으로 좀 생각하자..하고
방문 걸어잠그고 울기만 하면서, 밤을 새웠네요.

밤 사이 술이 깨신 아버지는 미안하다시는데,
전 외려 이제 담담해져서... 화도 안나고 아무런 감정도 안드네요.

남들이보면 (울 아버지 자주하신 표현대로) 복에 겨워 그렇다고 하겠죠.
아버지가 폭력은 커녕 뭐 그닥 폭언.. 도 없으셨고,
한 달에 한번 정도 그렇게 술에 취해 들어오시는 것 뿐인데.
평소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아버지인데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근데.. 전 참 그 주사... 가 안 받아들여져요.
제가 술을 절대 안 마시는 이유가.. 어쩌면 아버지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렸을 땐, 술을 마신 아버지가 이상했고, 무서웠고..
사춘기에는.. 싫었고 짜증스러웠고,
나이 먹어서는.. 이해하려고 노력도 해봤는데..

나이가 더 먹을수록, '나도 어른이 되면 이해가 되겠지' 라는 생각이 아니라,
점점 더 격하게 싫어지네요..

그렇다고 아버지가 알콜중독 수준.. 그런 건 근처도 못가요.
안타까운 건,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오면, 아무도 그걸 이해 하려고 안하구요
(못하는거죠.. 아버지 제외한 온 식구가 알콜에 거의 알러지 수준이니까)
그나마 아주 조금이라도 받아주던 오빠는 결혼해서 분가했으니..

그냥, 술에 취하면 늘, 항상.. 말 그대로 생짜..를 부리시네요.
어제도, 아파서 누워있는 엄마에게, 술 드시고 오셔서.. 그런 표정(어땠는지 모르지만)
지었다고 신경질을 부리시길래, 몇 마디 하다가 결국엔 이 모냥까지 왔네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것도 진저리치게 싫지만,
술에 취해 늘 시비를 거시는 건 정말 미칠 지경이고...

전에도 수도 없이, 다시 술드시면 난 나간다고 했고,
다시는 안그러마.. 도 수십 번이나 하셨지만.. 소용이 없네요.

술에 취하시고, 생짜를 부리시고, 아주 사소한 일에 언성이 높아지고,
며칠 씩 집안 분위기 싸하면... 정말 보기 안쓰러울만큼 (그래서 결국 덮어버릴만큼)
주눅들어 지내시고... 그러다가 잊을만하면 또 반복..

담담하게 가출을 결심한 건, 아버지의 주사 때문이 아니라,
아주 오랫동안 평생 담아두신, 당신의 비틀린 열등감과 자격지심.. 때문에
어느 새 제가 멍이 들어 있는 것 같더라구요.

무학이신 아버지는, 늘 대학 나온 딸 자식이 당신을 무시하신다고 생각하시죠.
더 서글픈건 ... 맨 정신일 때는, 대학 한번에 척 붙고, 입사 한번에 척 해서
지금 대기업 잘 댕기는 참 자랑스러운 딸... 인데,
술에 취하시면 그 딸이 '애비 무시하는 x' 이 되더라구요.


안타까운 건.. 아버지가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는 헌신적인 분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네요.

그게 너무 강하다보니, 늘 위축되어있고,
오랜 시간 쌓이고 쌓어서.. 뒤틀린 의무감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집에선 그저 출근 한 듯 나와서, 집을 나왔다는 건 아무도 몰라요.
며칠 입을 옷가지 몇 개만 챙겨 나왔으니까..

오빠가 엄마에게 들었는지, 전화해서 오빠네 집으로 오라고 그러는데,
새언니에게 이런 상황 알리기도 싫고, 만삭인 언니에게 민폐끼치기도 싫어서,
안 간다고 하고 말았네요.


떱.. 퇴근하고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중이에요.
차도 있고, 주머니 돈도 있는데.. 왠지 서글퍼서...
이거 쓰는데 눈물이 막 나네요.. .후후

IP : 210.94.xxx.89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가출은 무슨...
    '10.12.1 6:00 PM (218.232.xxx.13)

    그냥 바람 쐬러 나오셨구만요.
    기분 울쩍할 땐 바람 쐬고 기분 전환하는 것도 괮찮지요.
    그러고나면 기분도 풀리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게 될 겁니다.
    기분 풀리시면 아버지의 술취한 행동에 조금 너그러워지실 수 있으실 거구요.

    저도 가끔 아버지랑 말다툼을 벌이긴 합니다만 주무시는 거 뵈면 마음이 싸해집니다.
    기운 빠지신 아버지께 뭘 그리 바락바락 대들고 따졌나 싶어서요.

    자~
    바람 잘 쏘이시고 기분 푸세요.
    괜히 가출했다 부풀리지 마시고요.

  • 2. ..
    '10.12.1 6:04 PM (121.131.xxx.243)

    아버지께서 술드시고 오시면 님께서 밖으로 나와버리면 안될까요?

    글고 눈물뿌리지 마시고 집에 들어가세요^^

  • 3. ...
    '10.12.1 6:07 PM (183.98.xxx.10)

    저도 따로 나와 사시는거 추천이에요.
    경험상, 나이들어서 부모님과 같이 살면 진짜 많이 부딪히더라구요.
    나와 사니까 서로 그리워서인지 사이 좋아집니다.

  • 4. 휴우
    '10.12.1 6:12 PM (210.94.xxx.89)

    넹.. 안그래도 이제 독립 준비..를 하고 있었거든요.
    지금 모은 돈 절반 정도는, 부모님 집 사시라고 보태드리고,
    내년 3월에 적금타면 이사 나오려고 계획했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아무 말도 내색도 안하고 나왔는데, 집에 안 들어갈 것 같았는지 오빠는 계속 전화해대서 들어가라고 하고, 뭐 그러네요..

    말씀하신대로 며칠 바람쐬다 들어가게 될런지도.... 모르죠.. 뭐..
    내일 오피스텔 몇 개 보러 가기로 했으니, 후딱 계약 안되면, 추운 날
    모텔 떠돌기도 너무 오래하기도 뭐하고 그럴 것 같아요..

    그냥.. 기분이 참.. 이상하네요..

  • 5. 독립 할
    '10.12.1 6:17 PM (59.5.xxx.63)

    계획이 있으시면 오늘은 바람 쐬고 늦게라도 들어 가세요.
    3개월 동안 잘 지내시다가 좋은 마음으로 독립하세요.

  • 6. 휴우
    '10.12.1 6:22 PM (210.94.xxx.89)

    떱.. 이성적으로 그래야할텐데요.
    아직은 감정이 먼저인지, 일단은 지금은 들어가기가 참 싫으네요.
    엄마가 마음이 걸리긴 하지만..

  • 7. ..
    '10.12.2 8:50 AM (203.244.xxx.254)

    글쎄.. 제 생각엔 이 기회에 독립하시는게 어떠실지..대기업 다니심 이천정도는 금방 대출되실꺼에요.. 작은원룸얻으셔서 간단히 사시다.. 적금타심 괜찮은데로 옮기세요..32이면 독립하셔도 될거같은데요.. 지금 들어가심 또 우야무야 독립하기 힘들어질것 같기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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