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버지의 직업은 전공, 그러니까 한전 전기기능공이셨습니다.
이게 뭐냐면 전신주에 올라가서 전기 고치는 일이죠.
당연히 푸른색 작업복에 워커를 신고 옆구리에 공구를 주렁주렁 달고는 그 위험한 고압전류가 흐르는 전신주에 매달려서 밥벌이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피땀이 묻은 돈으로 저는 밥을 먹고 옷을 입고 학교를 다녔죠.
아버지의 그 노고와 감수하는 위험에 비해 박봉이고 사회적 지위가 낮은 것에 가슴이 아팠지만 부끄럽다고 느낀 적은 없습니다.
그 누구 못지않게 진한 땀을 흘리며 정직하게 번 돈으로 저를 키우셨으니까요.
제가 좀 명문고랄까 암튼 상당히 부유한 친구들이 많은 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고3때 저녁자율학습을 앞두고 저녁 먹으러 학교 앞에 나왔다가 마침 학교 앞 전신주에 올라가 일 하고 계신 아버지와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함께 나온 친구들에게 제가 부끄러울까 염려하신 아버지는 일부러 고개를 돌리고 못 본 척을 하시더군요.
저는 그런 아버지 마음을 알면서도 일부러 다가가서 말을 걸었습니다.
"아부지, 일 오래 걸려요?"
"오래 안 걸리면 기다릴게 내려와서 음료수 한 잔 잡수세요, 내가 사드릴게요."..라고 말입니다.
나중에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아버지께서 그날 아버지를 외면하지 않은 제게 참 고마웠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내가 우리 장녀는 아주 잘 키웠어." 이러시면서.
그래서 저는
"당연하지. 내가 아부지 딸인데 ㅋㅋ."이랬던 적이 있습니다.
님들 부모님의 직업은, 혹은 님들의 직업은 무엇이었습니까?
사실 저는 그게 그렇게 궁금하지 않습니다.
그저 세상의 모든 월급봉투에는 단지 노동, 그리고 그 노동이 창출한 이익만큼의 금액만 담겨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월급을 받기 위해 지불한 다종다양한 굴욕의 값도 함께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노동과 굴욕을 지불하고 벌어들인 수입으로 가족을 부양하는 세상의 모든 가장은 다 위대합니다.
비록 그 가장의 직업이 지하철에서 억지웃음을 지으며 천원짜리 물건을 팔아서 살아가는 것일지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목숨 걸고 돈을 벌어 저를 키워주신 아버지와 그 박봉으로 그래도 남부끄럽지 않게 먹이고 입히며 공부시켜 주시느라 긴 세월 수도없이 꿰맨 양말을 신고 사셨던 어머니께도 큰 고마움을 엎드려 전합니다.
...............................................................................................................................................
제가 다니는....게시판 중 한 곳에서...읽었었던...어느 회원의 글입니다.
이번 최철원 회장의 (회장이란 말을 붙이기도 뭣하군요.) 탱크로리 기사...노동자 폭행 사건을 보면서,
언젠가 읽었던...이 글이 떠오르더군요.
그렇죠. 전진만 있고, 내 주머니의 이익만 관심있는...세습부자아들놈은,
꼬장꼬장하고, 성실하고, 바른 말하는...고분고분하지 않은..이 노동자가 같잖을 수도 있었겠지요.
그리고 그를 혼내주는 방법은...정말 여러가지가 있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그 회장이란 티오피색휘는....그 어느 집의 건실한 가장의 입에 휴지뭉치를 가득 넣어 물게하고,
한 대에 100만원이라...하고 때립니다.
여러분. 여기 다...엄마들 이잖습니까. 우리 아이들..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을 들으며..키웁니다.
그 가장이 느꼈을 그 모멸감과...무너져 내렸을 인간의 존엄성에...치가 떨립니다.
아.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우리...정말 이 정도밖에 안됩니까?
어느 가을 날....무심히 읽은 어느 회원의 아버지에 대한 단상이,
오늘 자 최씨 관련 신문 기사 위로 오버랩되는데,
우리시대의....가장들이.....다 얻어터진 기분을....지울수가 없습니다.
야만시대입니다.
2000만원어치 다 안 맞았다는데....돈....돈....확...돈....야만시대에 사는 것 같아 무섭습니다.
ㅠㅠ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가장은 위대합니다.....ㅠㅠ
최철원......? 조회수 : 476
작성일 : 2010-11-30 16:38:49
IP : 175.117.xxx.20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공감
'10.11.30 5:45 PM (112.151.xxx.72)심하게 공감합니다...
'가장의 자리'..... 식솔을 거느린 아버지의 책임감..
그 가장이 느꼈을 그 모멸감과...무너져 내렸을 인간의 존엄성에...치가 떨립니다.222222222222
억장이 무너집니다....
너무너무 가슴이 아픕니다....ㅠㅠ2. 공감2
'10.11.30 8:26 PM (175.205.xxx.114)공감 합니다. 저도 가장이기에...
그가장이 느꼈을 모멸감에 치가 떨립니다...3. 사월의눈동자
'10.11.30 8:28 PM (118.235.xxx.164)그 돈도 미리 손해배상 청구한 금액이라네요.
물론 최철원 지가 정해서 청구하고, 지가 금액 말하며 폭행한 거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