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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다음미*넷-명절 시댁에서 똑소리나는 딸 이야기 공감가서요
공감 조회수 : 811
작성일 : 2010-09-29 19:46:01
미*넷 - 구아바구아바 -
여느 시댁과 마찬가지로 저희 시댁도 명절은 참으로 며느리들을 힘들게 합니다.
키가 180이 넘는 세 아들들은 모두 소파에, 방에 누워서 하품하며 TV만 열심히 보고~
눈치눈치 주면서 상 한번 들어달라고 사인 보내면, 어느새 어머니께서는 아들 힘든거 시킨다며 야단이십니다.
차려놓은 상에, 수저도 꼭 자기 앞에 있어야만 밥을 먹네요.
집에선 안 그러면서, 자기 엄마 앞이라 어리광이 생기는걸까요? 나이 40에...
또, 평소와 변함없는 그런 명절을 보내는데...
갑자기 저희 딸이 외가에 빨리 가고 싶다고 합니다.
할아버지가 왜? 하고 묻습니다.
9살 딸이 말하길 "외갓집에 가면 아빠도 놀고, 엄마도 놀고, 우리도 노는데, 여기서는 아빠는 하루종일 놀지만, 엄마는 계속 일만 하잖아요. 엄마도 놀게 빨리 외갓집에 갈래요."
순간, 모든 사람들이 일시정지. 얼어 붙어 버렸죠.
그러자, 12세 아들이 한마디 하더군요. "야, 그럼, 엄마가 해야지, 나이 많은 할머니가 하냐?"
할아버지, 할머니를 포함한 시댁식구들은 저희 아들을 매우 대견하게 보더군요. 제가 아들 잘못 키운거 맞죠? ㅠ.ㅠ
그런데, 이에 딸이 물러서지 않고 오빠에게 대듭니다. "누가 할머니한테 일하래? 아빠랑 큰아빠가 좀 도와주면 안돼? 엄마보다 힘도 쎄잖아~"
조금 전 보다 식구들이 더 얼어붙어서 아무 말들도 못하네요. 엄마 힘든거 알아주는 건, 정말 딸 밖에 없나보네요.
할아버지, 큰아빠가 저희 딸을 보며 "저거 커서 뭐가 될라고 저러노...." 하시자, 당당하게 말하네요. "네, 저는 커서 시어머니가 되어 며느리 막 일 시키고, 스트레스 좀 풀래요~"
조금은 민망했지만, 자꾸 피식 웃음이 납니다.
9살아이 눈에도 이렇게 불합리적으로 보이는것을, 왜 매년 아무 말도 못하고 가슴에 불만만 채웠을까요?
그나저나, 아들 교육은 대체 어떻게 시켜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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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돌한 9살 딸이야기 뒷이야기입니다.
사실, 인터넷에 처음 글을 올려봤습니다. 속상한 일 많은 며느님들, 울딸 얘기에 한번 웃으시라고... 저희 시어른들도 황당해하시면서도 그냥 웃으셨거든요.
댓글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그냥 한번 웃으시라고 한 얘기에 저는 물론이고, 아들, 딸까지 쓴소리를 들으니, 많이 당황했습니다. 제 뜻을 알아주시고 같이 웃어주신분들 감사하구요~
먼저, 저희 시댁은 경남쪽입니다. 결혼 전에는 그런 지역이, 그런 가문이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아직도 엄청 양반양반하시는 집안입니다. 또한 시어머님은 아들 셋을 낳으신것이 일생일대의 자랑이신 분이십니다. 아마도 시댁이 양반타령을 하시는 집이시면 그 집안 분위기가 어떨지는 설명 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듯합니다. 저, 시댁가서 정말 가족끼리 도란도란 일상얘기 한번 한적 없습니다. 매번 아버님 앞으로 무릎 꿇고 앉아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선조 얘기와 집안 대소사 얘기, 부모님을 어떻게 공경해야하는지에 대한 설교만 듣습니다. 그런 집안이니, 남자가 부엌일은 커녕 상도 한번 들어주지도 않습니다. 시부모님들이 엄청 싫어하십니다.
저는 맞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남편은 다른 가정의 남편들 보다는 조금 집안일을 하는 편입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아침은 남편 담당이구요, 아들도 자기방 청소는 물론이고, 음식물 쓰레기와 현관 신발정리 담당입니다. 시키지 않았는데도 딸은 오빠와 같이 합니다. 재활용분리수거도 저와 같이 합니다.
저희 집에서는 이렇게 다들 각자가 할수 있는 만큼, 저를 도와줍니다.
하지만 시댁에 가면 바뀌는 아빠와 오빠의 태도를 딸이 이해를 할수 없었나봅니다.
아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동생은 엄마가 일하는게 힘들어 보이는것 같은데, 너는 아무렇지도 않았니?" 멋젆게 웃으며 아들 대답하네요. "에이, 엄마 알잖아요~" ㅠ.ㅠ 잘 모르겠는데....더 이상 묻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희 친정은 딸만 있어요. 친정가서 논다고 뭐라고 하시는분들도 많으시던데요, 생각해보니, 저희 정말 잘 놀아요. 친정아빠가 손주들이랑 노는걸 워낙 좋아하셔서, 콘도에서 만나 논적도 있고, 또 이번에 동물원도 다녀왔어요. 명절이 짧으면 같이 영화라도 봐요. 아이들과 윷놀이한적도 있고, 보물찾기 한 적도 있네요. 집에서보다 아이들이 외가집에서 아빠랑 할아버지랑 더 재밌게 놀아요. 아이들을 잠들면 저희 고스톱도 치구요.
저흰, 이렇게 시댁과 친정이 완전 달라요. 남편과, 아들, 저는 이 다름을 인정하고 적응하는데, 아직 딸은 이 다름이 이상한가 봅니다. 그래서 그런 얘기를 한것 같구요.
저는 시댁에 가면 많이 아주 많이 불편하고 힘듭니다. 하지만 내색하진 않습니다. 시댁이 가까워 자주 간다면 어머니, 아버님께 말씀드리겠지만, 1년에 몇번 찾아뵙지도 못하니, 그냥 있을때라도 마음 편히 해드리는게 낫겠다싶더라구요.
그런데, 생전 따뜻한 말씀 한마디 없으시던, 저희 시어머니께서 전화로 " 명절에 고생 많이 했다. 다음부터 무거운거는 아들시켜야겠다.(과일과 술을 박스로 사야하는데, 자는 아들 깨운다고 야단하셨거든요.) 너는 딸이 있어 참 좋겠다. 나도 딸이 있었으면, 나 힘들었던거 알아줬을까..." 하고 흐느끼시더라구요. 그리고, 당신도 당신엄마한테 그렇게 못해서 가슴이 아프다고 하시며, 친정엄마한테 잘 해라고 하시고 전화 끊으셨어요. 가슴이 참으로 아렸습니다.
그리고, 저희 딸 시어머니 되어서 며느리 일 시키겠단말, 드라마 보고 그랬다네요. 그게 다일까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딸아이 때문에 평생 잊지 못할 추석을 보냈습니다.
IP : 218.233.xxx.19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공감
'10.9.29 7:47 PM (218.233.xxx.194)마지막 시어머니 전화가 반전이네요.. 딸 이야기에 너무 대견하다가
시어머니 이야기에 또 눈물이~2. 저두
'10.9.29 9:02 PM (211.33.xxx.91)아들 셋인 보수적인 집안의 둘째 며느리 입니다.
시댁 경남 입니다.
전 딸만 둘입니다.
우리 큰 딸 가끔 할아버지 한테 섭섭해 하지요.
전 도 닦습니다.
따님이 너무 똘똘하고 귀엽네요
현명한 어린이 입니다.3. 정미맘
'10.9.29 10:44 PM (183.106.xxx.226)맞아요 시어머니 마지막에 흐느끼셧다니 저도 괜히 눈물나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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