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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먹는 엄마가 싫었다.

학창시절 조회수 : 2,017
작성일 : 2010-07-29 20:16:45
며칠전이였나 학교에 우산 갖다주러 갔다가 엄마를 창피해하는 시선을 느낀 엄마가 글 올린걸 보면서
저는 학창시절 술먹는 엄마가 정말 너무 많이 창피했었어요.
왜 우리 엄마는 술을 먹을까..
지지리 가난해도 술만 안먹었음 좋겠는데..
학교에서 돌아오면 술에 취한 엄마 목소리만 들어도 짜증이 솟구쳤고(만취가 아니라도)
어디가서 엄마 술먹는다는 말을 하게될까봐 전전긍긍하고(누가 물어보지 않아도)
본인은 모르시는데 했던 소리 또하고 또하고
중학교때 진학 상담으로 부모님 학교에 와야 했을때도
그때도 소주를 드시고 그 냄새 풍기면서 담임 선생님을 만났던 엄마.
솔직히 그 엄마가 얼마나 부끄러웠던지.
술 좀 먹지 말라고 그렇게그렇게 악을 쓰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랬는데도 안되었고
혼자몸으로 자식들을 키우며 집에 찾아오는 손님들한테 술한병 팔고 돈남기고 그런거 알았는데도
너무너무 싫었어요.
나같으면 자식중 하나가 저리 싫어하면 안할법도 하건만 엄마는 이틀에 한번꼴로 늘상 저랬어요.
저 기억이 커다란 상처가 되지 않았던건 다행이 엄마가 술을 드시긴 했어도
우리들을 사랑한다는 것은 알았기 때문에 깊은 상처는 되지 않았지만
학창시절을 비롯하여 저의 젊은 시절 내내 술마시는 엄마는 부끄러웠어요.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중에 자녀들이 술먹는 엄마를 정말로 싫어하면
자녀들을 위해 술은 드시지 마셨음 좋겠어요.바로 저와 같은 마음일테니까요.
IP : 122.100.xxx.53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0.7.29 8:31 PM (121.141.xxx.174)

    전혀 딴세상 이야기같은 원글님이야기인데도
    왜 전 님의 어머니가 마음이 아플까요
    혼자 장사를 하신 듯 한데.. 얼마나 힘들고 고단하셨을지요
    자식한텐 아픈 상처같은 모습일지라도
    그래도 왠지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 2. 저도요
    '10.7.29 8:44 PM (123.215.xxx.129)

    그런 엄마 모습때문에 어린 마음에 고통을 겪었을 님도 이해되고...
    혼자 몸으로 아이들 키우면서 딸이 그렇게 싫어하는 술을 놓지 못할 정도로 삶이 고단했을 것 같은 님 어머님의 외로움도 이해가 되고... 그래요.

  • 3. 죄송하지만
    '10.7.29 8:57 PM (122.36.xxx.11)

    어머니께서는 아마도 알콜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지요?
    삶이 고단해서 그걸 위로하려고 마시는 정도라면
    자식들도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아요.
    원글님 반응을 보면 어머니는 고단한 삶을 위로하기 위해서
    시작되었는지는 몰라도 알콜의존 문제가 있었던 거 같아요
    가족들 특히 어린 자녀들에게는 그 모습이 큰 고통이 된답니다.
    혹 어머니를 미워했던게 마음에 걸리신다면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해 드리고 싶네요
    부모 누가 됐던지 술문제 있는 부모는 자식에게 고통을 주지요
    자식이 그런 부모를 미워했다는 거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린다면 이중고통이 되겠지요
    담임을 만나면서까지도 술냄새를 피우고 나가야했던 어머니라면
    그냥 알콜의존증이었을 겁니다.
    원글님은 죄 없어요.

  • 4. 원글
    '10.7.29 9:46 PM (122.100.xxx.53)

    ㅠㅠ ..죄송하지만님 말씀이 맞아요.
    제 기억에 가장 강하게 남아있는 것이 그나마 학교에서는 나름 우등생으로 선생님들의 시선을 받고 있던 저였는데 처음 담임 선생님을 만나러 오신 그날이 오후 였어요.그날 만나고 나오면서 저한테 술냄새 안났는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시는데 그 입에서 나던 지독한 소주 냄새..
    저는 어린맘에 선생님한테 저런 엄마의 딸인게 엄마한텐 죄송하지만 부끄러웠어요.
    제가 여기 이글을 쓴 이유는 우리 엄마를 원망하고자 하는 맘이 아니라
    (이미 엄마는 칠순이 넘으시고 엄마 술먹는 문제는 이제 내 문제가 아니다 엄마 문제다로 결론 지으니 마음이 얼마나 홀가분 하던지요.그리고 이젠 술도 거의 드시지 않구요.)
    혹시 지금 술을 좋아하시는 분이 계시면 정말 위에분들 말씀처럼 기분 좋아서 어떨때 한 잔 이라든가 정말 삶이 고단해서 일 끝내고 한 잔 하신다든가 그런 종류가 아닌
    굳이 안마셔도 되는 상황인데도 주거니받거니 해서 어린 자녀가 고통 받는 상황이라면
    그 마음을 꼭 헤아려 주라구요.그것뿐이예요.
    그리고 저는 그 부분만 빼고는 우리 엄마 좋아해요.

  • 5. 이해되는 모녀
    '10.7.30 7:51 AM (211.200.xxx.248)

    우선 원글님을 이해한다는 말을 전제로 하고.....
    우리들을 사랑한다는 것은 알았기 때문에 깊은 상처는 되지 않았지만.... 이걸 놓치지 마세요 !!
    쉽게 돈 잘 벌고 강하고 밝은 엄마였으면 좋았겠지만....

    불면의 밤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 무시와 색안경..... 엄청납니다 !!
    그 모욕감과 외로움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절절히 느낄 수 있어요 !!
    이해해 주세요~~ 주사가 심했던 것도 아닌데.....

  • 6. 저두
    '10.7.31 8:35 PM (112.161.xxx.34)

    매일 술을 마시고 우리들을 괴롭히는(?) 엄마가 싫었습니다.
    매일 술에 떡이 되서 누군가의 집에 널부러진 엄마가 싫었고요..
    아이들이 뒤에서 수근대는 소리도 싫었고, 동정어린 시선의 아줌마들의 시선도 싫었네요..

    지금은...
    올해 구순이 지난 엄마를 조금은 이해할것 같습니다.
    남편이 바람펴서 난 아이들 셋을... 식당 식모일까지 해대며 겨우겨우 키워왔던 엄마를..
    애 낳고,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겨우 이해하게 되었네요...

    조금만 더 엄마를 이해할수 있었더라면..
    제 삶도 조금은 풍요로와 질수 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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