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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할까요...

5 조회수 : 672
작성일 : 2010-05-07 20:06:41
부모님이 참 많이 싸우십니다.
어릴때 집안 사정이 안좋을때, 한방에서 가족이 모두 잘때는 늘 아침에 두분 싸우시는 소리에 깼는데... 그게 너무 무서워서 아침에 일어나는 게 무서웠어요. 시끄러운 소리에 일어나보면 두분이 몸싸움 하시거나 그러고...

뭐 많은 가정이 그렇다지만 명절은 늘 두분 싸우시는 날이라 명절이 제일 싫었어요. 휴가도 싫고.
그래서 사춘기엔 명절에 혼자 집에 있겠다고 우기기 일쑤였고 안갔구요... 이제 컸으니 부모님 싸움을 중재할 수 있는 나이라 가긴 가지만 스트레스 지수가 엄청나서 아직도 명절이 정말 싫어요. 휴가도 두분 싸우시는게 두려워서 머리크고는 슬슬 피했습니다.



저도 클만큼 컸지만(20대 중반), 그래서 두분 싸우시면 중재도 해보고 그러지만 변함이 없네요. 중학교때까지는 방에 숨어지내고 고등학교땐 독서실에 박혀 집에 아예 늦게 들어오고, 대학교때는 중재도 하고 부끄럽지 않으냐고 소리도 질러보고 설득도 해보고 그랬어요.
부모님도 나이가 드셔서 싸우시는 빈도는 줄었지만 아직도 아버지는 툭하면 소리지르시고 어머니를 때리려는 제스쳐를 취하시면 정말 집에 있는 게 힘듭니다.

아버지는 무조건 소리지르기형+ 폭력형이시고, 어머니는 신경질적이고 잔소리도 많으시고 중요한건 서로 상대의 말을 잘 안듣습니다. 늘 그 부분에 대하여 두분께 이야기 드리고 개선해 보시라 하지만 변함없네요.

어릴땐 모든남자가 아빠처럼 엄마를 때리고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실 연애도 건강하게 못했어요. 제가 늘 피하고 피해의식에 시달리고 언젠간 남자친구가 때리고 바람 피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절 힘들게 했었는데...


그 부분 빼면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았고 교육도 충분히 받았고 감사하게 생각해요. 두분 다 제가 그런 두분의 모습에 대해 입바른 소리 한다고 싫어하세요. 언니랑 차별도 좀 있고... 그치만 딱히 상관하지 않고... 또 나이가 드니까 그런 차별같은건, 의연하게 넘길 수 있고 또 상관 없고 그 정도도 덜해지기도 하구요...


오늘도 두분이 거실에서 싸우시길래 나가본 그 순간 아버지께서 때리려는 제스쳐를 취하시다가 저를 보고 멈추셨네요. 정말로 별것 아닌 걸로- 차분히 이야기할 소재인데도... 정말로 그냥 빨리 집을 나오고 싶고 도망치고 싶고, 사실은 별로 삶에 대한 의욕도 없고, 모든 삶이 저렇다면 살아 뭐하나 싶구요.

나이도 먹을만치 먹어서 이런얘기 하는거 부끄럽고 못난거 알지만 참 힘드네요. 그냥 노트북 들고 집 나와서 카페에 앉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부모님 마음에 상처가 되든말든 그냥 지금 남자친구와 결혼 해서 집 나와 살고싶은 마음 뿐이네요... 저좀 토닥여주세요.. 좀 못나보이지만..
IP : 119.207.xxx.25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래
    '10.5.7 8:10 PM (211.211.xxx.52)

    뭐 들리는 말로
    가정이 불화하면 자녀들이 일찍 결혼 한다는군요(도피지요)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것도 같고...

    어쨋든 지금남자친구와 결혼하는건 좀더 생각해 보시고요.
    꼭 남자와 결혼해야 독립할수 있는 세대는 아니지 않나요? 님 세대는요.

    혼자 독립한후(부모와 따로 사는거 필요해요. 나이들면) 결혼은 신중히 천천히 하세요.

    그런데 부부사이에 어느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서로서로 상대의 말 잘 안들어요. 대부분의 부부들이....불행하게도 현실 입니다.

  • 2. 토닥토닥
    '10.5.7 8:51 PM (221.146.xxx.56)

    마음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본인 잘못도 아닌데 뭐가 부끄러세요...
    그렇지만 그게 나에게 내 가슴속에 뿌리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는 할 겁니다
    인생관, 사랑, 철학, 가치관과 배우자 선택등 뿐만 아니라 내 모든 소소한 의사 결정이나 행동에까지요...

    우선 집에서 나오셔서 독립하시는 게 좋으실 듯 하구요
    어쩌면 그 분들도 그 분들 잘 못이라기 보다는 그 분들 부모나 환경에 의해
    그렇게 밖에 되시지 못한 탓이 아닐까 측은하게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나를 통해 또 내 자식에게나 주변에 더이상 전해지지 않게 해야할 겁니다...
    그렇게 하려면 먼저 원글님이 바로 서셔야 하는데
    남자 친구와의 결혼은 해결이 아닐 겁니다...

    심리상담 받아 보시거나(저도 못해봤습니다만...)
    관련 책을 읽어 보시면 어떨까요
    내 마음에서 어린 때 받았던 상처 억울함등
    스스로의 불화를 극복해야 할겁니다...

    힘내세요
    원글님 속에 어린 아이의 눈물을 닦아 드립니다...

  • 3. 저도
    '10.5.7 9:39 PM (222.235.xxx.45)

    가정불화때문에 도피처로 결혼을 선택했는데요...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굴에 들어간 격이었어요.
    차라리 독립을 하시고 결혼은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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