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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에 빠졌어요...(재택근무자의 하소연이에요.)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어느 선에서 자를 수가 없어서 고민하다가 글을 올려요.
재택근무, 프리랜서.. 하면 말이 좋아서 그렇지 사실은 거의 노가다거든요.
제가 하는 일은요.(번역합니다.)
전 이 일을 한지 조금 오래 되어, 일이 없는 경우는 없는데요-
갑자기 일이 몰리는 바람에, 눈만 뜨면 컴퓨터 앞에 있고, 잠도 몇 시간 간신히 새우잠 자고, 주말도 없이 계속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역시.. 남편과 아이들 때문이에요.
아이들이 아직 어린 데요(8살, 6살),
학교/유치원 보내놓고 일하는 건 괜찮은데, 다녀와서 많이 심심해하더라고요.
문제는 저희 집이 빌라.. 주택만 있는 동네라서 가까이 학원이 없습니다.
학원 차량도.. 보내고 싶은 학원은 차가 안 다닌다고 하고요.
놀이터도 걸어서 10분은 가야 나오니.. 집에서 아이들 둘이 그냥 놀아요.
장난감 갖고도 잘 놀고, 책 읽는 것도 좋아해서 크게 문제 삼지 않았는데요
(미안함이야 당연히 있죠..ㅠ ㅠ)
어제 유치원 학부모 면담 갔다가, 생각지 못한 지적을 받았습니다.
아이가 에너지가 넘치는데 그게 다 발산이 안 되는 것 같다고,
스포츠 같은 걸 가르쳐서 에너지를 한껏 발산시키는 게 좋겠다고 하더군요.
예... 저도 생각은 그렇게 했었습니다.
사내아이 둘인데요.. 아이들이 활달한 편이에요.
하지만 층간소음 문제도 있고 해서 집에서 절대 못 뛰게 하거든요.
심지어 장난감도 침대 위에서만 갖고 놀게 해요.
그런데 자주 데리고 나가 놀아주지를 않으니, 아이가 스트레스가 쌓였었나 봐요.
그렇다고 유치원에서 크게 문제 되는 행동을 했다는 건 아닌데요,
선생님이 판단하기에는 아이가 충분히 놀고 있지 못하다는- 그런 얘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얘기를 남편에게 했더니 남편이 당장 일을 줄이라고 하네요.
그만두라고는 못합니다. 남편 벌이로는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거든요.
집도 없고, 전세대출까지 끼고 있고, 차도 바꾸어야 할 때가 됐고(남편이 영업사원이라 차가 필수예요),
아이들은 이제 초등/유치원... 이제부터 돈이 들어가는 시기고..
그런데 참 그 얘기가 서운하네요.
저 정말 미친 x처럼 일하거든요.
아침에 애들 먹이고 학교/유치원 등원시키고는 미친 듯이 집안일 해치우고(설거지, 청소, 빨래)
아이들 오기 전에 미친 듯이 컴퓨터 앞에서 일하고,
아이들 데리고 온 다음에는 숙제 봐주고,
저녁 먹이고 치우고 씻기고 재우고,
다시 일어나서 밤새 일하고-
기껏 자봐야 서너 시간 자고 아이 둘 키우는데............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현명한 건지.
남편은 집안일이며 육아며.. 많이 도와주는 편입니다.
집에 일찍 들어오면 저녁도 남편이 해주고, 설거지도 해줍니다.
아이들도 자주 씻겨주고, 숙제도 챙겨주고, 잘 놀아주는 편이에요.
주말에는 3끼 식사 남편이 다 챙겨주고요.
(요리를 잘하는 편이에요. 즐기기도 하고요.)
아침에 1시간이라도 더 자라고 아침 차려주는 남편이 고맙기는 한데...
솔직히 일을 줄일 수는 없거든요.
이쪽 일이 들어올 때 확 들어오고.. 그러는 편이라, 그냥 감수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남편은 그걸 이해하지 못해요.
사실 저는 직장을 계속 다니고 싶었은데,
남편이 제가 집에 있는 걸 바라는 사람이라 재택근무를 하게 된 거거든요.
(약간 의처증... 비슷한 경향이 있습니다.
결혼전에 제가 회식을 하면 제가 회식 끝날 때까지 밖에서 기다렸을 정도.....
출장과 회식이 잦은 부서에서 일했거든요.)
제발 주말에는 일 좀 하지 말라고,
제발 밤에는 같이 침대에 좀 눕자고....
그런 남편의 요구가 맞다고는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니... 어디까지 이해를 구하고 선을 그으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남편의 요구에는 거절하지 않는 편이에요.
다시 일어나서 일해요...- -;;;)
심심풀이 정도로만 일하면야 참 좋죠.
아이들이랑도 마음껏 놀아주고, 주말에는 어디 놀러도 다니고,
밤에는 남편과 알콩달콩 시간 보내고.
하지만 제 일 성격상 제가 50대 넘어서까지 일을 하기는 좀 어렵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지금 미친 듯이 일을 하고 있기도 해요. 이름을 알리고 싶어서요.)
또 집안 형편 상, 제 벌이가 절실한 상황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아이들 어릴 때 아니면 또 언제 놀아줄까 싶기도 하고..
기본적인 생활습관 면은 지금 잘 잡지 않으면 안 되는데.. 싶기도 하고..
또 남편과도 나이 들어 정 붙이고 살려면, 지금부터 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도 같고...
남편이 상대적으로 시간이 여유로운 편이라,
남편이 집안일 도와주고, 아이들과 놀아주고...
그렇게 잘 보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하나 둘 문제가 불거져 나오니 괴롭습니다.
...적다 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어떻게 해야 현명할까요?
조언.. 부탁드릴게요.. ㅠ ㅠ
1. 음..
'10.4.21 10:33 AM (218.38.xxx.130)당장 닥친 문제는 어린 사내아이들이 심심해 한다 이네요.
남편의 의처증 일을 이해 못함..이런 건 제외하고요.
아이들을 동네 태권도장이나 검도 합기도 같은 걸 보내면 어때요?
딱 배우는 시간만 하는 건 아니고, 관장님하고 하루종일 놀기도 하고, 수련회도 가고 그러더군요.
형제가 같이 가면 더 좋을 거구요. 동네 친구도 생겨서 놀기 좋을 거예요.
혹은 알아보시면 농구 스터디나..그런 게 있더라고요. 저희동네는.
대학생 형이 초중딩 아이들 모아서 농구 가르치고 게임도 하구요.
어떻게 알아봐야 할진 모르겠는데.. 남자아이들은 운동으로 충분히 발산해야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게 사실인 거 같아요. 그쪽으로 좀 동네아줌마들 통해 알아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일거리가 들어오는 대로 최대한 일하는 건
저라도 그럴 것 같아요.. 쉽게 놓칠 수 없겠지요. 움..
남편에게 이야기해보세요.. 당신이 싫어해서 회사 생활 대신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또 나에게 일거리를 줄이라는 건 사회생활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이 번역계의 특성상 일 고르는 사람에겐 좋은 일이 가지 않는다... 등등
(재택근무를 원한다고 번역하실 수 있는 능력도 대단하세요^^)
현명한 가정 생활..균형 잘 잡으실 수 있을 거예요.2. ^^
'10.4.21 10:34 AM (203.232.xxx.3)고생이 많으시네요.
결정은 본인이 내리시는 것인데요.
제 입장에서는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어요.
저 역시 비슷한 직업인데요.
그렇게 사시다보면 언젠가 몸에 무리가 반드시 옵니다.
번역하는 게 정말 힘든 중노동이고 허리에 치명적이에요.
최소 6시간 이상 잠자는 시간만큼은 확보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문제는요
유치원 하원 후 태권도를 보내주시면 어떨까요. 남자아이들 무지 좋아합니다.
태권도 차가 집근처까지 올 거예요. 형제라고 하시니 둘이 손잡고 다녀오게 하세요.
요즘에는 유치원으로 태권도 차가 오기도 합니다.
왕복 시간 포함 2시간 정도는 아이들이 소비하게 되니
그 후 집에서 씻고 숙제 좀 하고 책 읽다가 잠들게 습관을 잡아 주세요.3. echo
'10.4.21 10:49 AM (219.254.xxx.139)저와 같은 일을 하고 같은 고민을 하시고 계시네요^^
님의 말씀에 심히 동감합니다. 제 남편도 님 남편과 같은 말을 해요. 돈 좀 적게 벌더라도 일 좀 줄이라고. 이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 일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근데 번역이란게 일이 많을때 있고 없을때도 있고, 또 들어오는 일을 자꾸 거절하다보면 일거리를 주지 않기에 힘들더라도 가급적 다 해야 되잖아요. 일과 가정을 둘 다 돌볼 수 없는 것은 자택근무의 딜레마 같아요. 다행히 님 남편도 집안 일을 잘 도와주신다니 님의 선에서 적정하게 잘 조절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도 사정상 맞벌이를 해야 할 형편인데 애가 초등 입학하게 되면 하는 일을 좀 줄일 계획입니다. 애가 학교에 가는 낮시간만 일하고 애가 집에 온 후에는 오롯이 애와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할려구요. 그러면 혹시 일거리 떨어질 가능성도 있겠지만 감수해야겠죠.
지금은 시댁에서 애를 봐주시고 저는 남편과만 생활하는데 님처럼 눈만 뜨면 컴퓨터 앞에 앉아있으면서 죽을둥살둥 일하다가 어느날 불현듯 남편의 까맣게 탄 얼굴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일이 아무리 중요하고 돈이 아무리 중요한들 기껏해야 백년도 살기 힘든 인생에 몇십년을 이렇게 일에만 파묻혀 산다는건 나와 가족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생각요. 그후부터는 가끔 남편에게 시간을 내주고 남편의 휴일에는 여행도 다니고 그랬어요. 대신 납기를 미룰 수 있는 경우네는 내가 논 시간만큼 납기를 미뤘고, 그게 안되는 경우에는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어요. 제가 평소에 항상 팔이쿡이나 다른 사이트를 열어놓고 반쯤은 장난질하면서 일했거든요. 그리고 한꺼번에 일이 밀려 들어올 때에는 일거리 일부를 과감하게 거절하기도 했어요. 그런데도 님 말씀처럼 밤에는 남편 옆에서 자게 안되더라구요. 남편이 항상 제 걸상 뒤에서 홀로 외롭게 잡니다. 방에 들어가서 편안하게 자라고 해도 마누라 일하는 모습 보면서 자면 잠이 더 잘 온대요^^
요컨대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고, 무언가를 얻으려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요?4. ^^
'10.4.21 10:52 AM (210.101.xxx.125)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원글님께 화이팅합니다.
저는 인하우스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조절이 되는데,
그 외에 개인적으로 추가로 일을 할 때 원글님처럼 밤이나 주말 없이 일하게 됩니다.
얼마나 힘드실지 공감이 너무 되고요.
남편분께 일의 특성을 주지시키시면 좋을거 같아요.
되도록 일을 꾸준히 품질도 꾸준히 유지해서 고객 신뢰를 얻는게 중요한데
일을 막 줄이고 그럴 순 없죠. ㅠ
태권도 좋을 거 같고요.
놀이 시터, 학습 시터 이런 것들이 있던데, 저도 고용은 안해보고
현재 검토 중이라서 뭐라 말씀은 못드리겠지만, 이 분들 고용하면
아이들 데리고 놀이터 같은데 가서 놀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운동장 가보면 체육 코치 같은 분들이
아이들 그룹으로 데리고 와서 운동 시키는 프로그램도 보았는데
아마 어머니들께서 몇분 뜻을 모아서 개인 교습시키는 것 같았어요.
이런 것들도 활용 가능하다면 이용해보심 좋을거 같구요.5. ..
'10.4.21 11:18 AM (118.45.xxx.61)재택...말이 좋긴해요...ㅠㅠ
경험안해본사람은...그상황...이해못할거에요
물론 배부른 소리라 할수있겠지만...ㅠㅠ
집안일 아이들일은 일대로해야하고 밤에 잠못자고 또 컴터보고 일해야하고
몸은 매일 천근만근...ㅠㅠ
제팔자지 어쩌겠어요...ㅠㅠ
우선 아이들 태권도보내보세요
저도 큰아이 여자아이인데도 좋아해요
분명 차운행 되는곳이 있어요
빌라 아니라 저 외딴주택도 다가요..
윗분들말씀처럼
정없으면 남자아이들이니 가까운곳까지 둘이 나가서 차타고 가게...그렇게라도 고려해보세요
유치원으로 가는 태권도 차량도 분명히 있을거구요
기운내세요...건강잘챙기시구요6. 남편
'10.4.21 1:16 PM (121.165.xxx.143)남편이 매일 늦게 퇴근하시나요?
저녁에 남편이 동네 공원에 아이들 데리고 나가서 많이 놀아주시면 될것 같거든요.
학교 운동장같은곳 가서 아빠랑 같이 신나게 뛰어놀면 좋을텐데요...
설거지는 식기세척기를 구입하세요.7. 원글
'10.4.21 1:27 PM (218.50.xxx.25)원글이에요.
많은 덧글들, 감사합니다 ㅠ ㅠ
포기해야 할 것, 지켜야 할 것-그 기준을 세우기가 참 쉽지 않네요.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니 더 피곤한 것 같고.. 그래요^ ^
아이들은 현재 태권도 학원과 검도 학원 알아보고 있어요.
남편이... 제게도 깐깐하지만 아이들에게도 깐깐(?)해서,
학원도 함부로 못 보내게 하거든요.
(전형적인 컨트롤형 아빠에요;;;)
저녁에 남편이 아이들과 공원... 이건 꿈입니다.
놀아줄 때는 잘 놀아주지만........ 참 희한하게도 그렇게 놀아주지는 않더라고요.
놀이터도 제가 데리고 가고, 주말에 야외에 놀러 나가도 제가 데리고 놀아요.
(가끔 엄마/아빠 역할이 바뀌었다 느껴질 때도 있어요;;;;;;;)
식기세척기는 침만 흘리고 있어요.
턱 턱 살 수 있으면 참 좋은데... ㅠ ㅠ
이번 번역료 들어오면........ 구입해볼까봐요. 흑.
제 몸 걱정부터 이것저것 충고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8. 요새는 태권도가
'10.4.21 3:47 PM (222.107.xxx.190)그냥 종합체육학원이예요.^^
우리 아파트 앞에는 태권도차가 기억하는 것만 4군데 오는데 그중 한군데에서 다녀요. 10살,6살이요.
태권도도 잘 배우는 것 같지만(시켜보면 허접한건 우리 애들이기 때문?) 피구도 했다고 하고, 줄넘기 특강도 시켜주고, 철따라 스키캠프니 딸기농장이니 데려가 주구요.(물론 가외로 돈은 내야죠.)
애들이 신체활동을 그렇게 하네요. 저는 집 근처여서 그냥 등록한 경우인데 지금은 매우 만족해요. 괜히 애들이랑 놀아줘야 하니 마니 고민 마시고 돈 좀 쓰셔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게^^ 해보세요. 힘내시구요.*^^*9. 재택
'10.4.21 11:53 PM (115.136.xxx.103)저도 재택하는데요, 문제는요, 남편이 여자가 집에서 노는 줄 압니다. 아무리 재택이라도 일은 일인데 집 청소 안해놓으면 짜증냅니다. 재택의 단점입니다.
그리고 번역일. 아이쿠 저도 해봤는데 사람이 폐인이 되던데요. 납기일 맞추기 위해 제 생활을 포기하죠. 눈뜨면 일만 하고. 위의분 말씀 대로 납기일을 잘 맞추시고 하루 8시간 뭐 이런식으로 최대의 효율을 고려하며 일하심이 어떨지요?
아이들 아버님과 잘 상의하셔서 아이들과 많이 놀아달라고 하시고 학원도 꼭 보내시고~ 암튼 화이팅입니다. 건강챙기면서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