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아빠는 항상 회사에....

힘들어서 조회수 : 478
작성일 : 2010-01-28 00:35:28

기억하세요?
한전 복지에 관해, 공기업 구조조정에 자게에서 설전이 오갔을 때,
한전 다니시는 남편 두신 아내분이 "우리 남편 밤 8시 되어야 온다"고 하소연했을 때, 많은 분들이 '그걸 지금 늦다고 그러느냐' 거품 물었죠.
대기업에 다니는 가장을 둔 가정은 아실 겁니다.
돈 조금 더 준다는 명목 아래, 얼마나 인간답지 못한 노동력을 요구하는지를요.


주중에는 항상 밤 12시를 넘고, 주말에도 하루는 출근하고,... 남은 하루는 피곤해 자기 일쑤입니다.
그렇다고 미래가 보장되나요? 아니죠.. 과학기술이라는 게(남편은 연구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은따당한지 오래고요. 회사에서도 당장 돈되는 기술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고... 이번에 스스로 목숨 끊으신 삼성전자 부사장처럼 팽 되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지요.

며칠 전, 중학교 2학년 NIE수업을 하는데 130가지의 직업이 나열되었는데.. 엔지니어는 끝까지 안나오더군요.
놀랬습니다.. 엔지니어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이 결국 이 정도더군요.

안되었습니다.
하지만 들어엎을 방도도 없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렇게 고생고생하여 갈때까지 가겠다는 의지가 이미 섰습니다.
남편의 자존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남은 가족들도 못지않게 안되었습니다.
평일에 저녁식사를 온 가족이 한다는 건... 참 꿈꾸기 어렵습니다.
저녁식사 후 아이들 공부를 나누어 맡는다는 건.. 아마 실현되기 힘들 겁니다.
애들 공부 봐주고, 소리지르고, 책읽고, 챙기고, 재우고, 그다음 내 일을 합니다.
나도 돈을 벌어야 이 삶의 불안을 조금이나마 메우겠지요. 그런데 벌써 파김치가 된 상태입니다.  
    
초2인 아들은 의사가 되겠다고 합니다.
이유는? 동네병원 의사들, 6시~7시면 퇴근하니까요.
아이 장래희망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잣대는 '집에 일찍 들어오는가'가 되어버렸습니다.

문제는..그러고 싶지 않은데 나도 아이들에게 극단적인 말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아빠는 너희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신다. 아빠처럼 훌륭한 사람은 없다. (여기까지만 하면 좋은데 제 마음이 그렇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빠는 최고의 대학을 나왔음에도 저렇게 힘들게 밤새워 일한다. 즉 선택은 중요하다. 어떤 직업이 자기 몸도 편하고 가족을 편하게 해주는지 잘 생각해야 한다. 그러려면 일단! 공부는 열심히 해야 한다."

이렇게 편협한 말을 하고 있는 제가 한심합니다.
그러나 말은 의사가 되겠다고 하지만, 성정과 취미는 지 아빠랑 비슷한 아들은.. 남편과 비슷한 길을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괜히 앞섭니다.


오늘도 남편은 늦습니다.
CEO 보고를 하려면 원장 보고를 먼저 해야 하고, 그러면 소장 보고를 먼저 해야 하고.. 그 줄줄이 사탕 때문에 연구 보고자료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요.
이제는 건강하게, 스트레스 조금 덜 받고, 오래오래 버틸 수 있도록 바랄 수밖에요.          



      


    
IP : 125.177.xxx.103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우...
    '10.1.28 10:27 AM (210.102.xxx.9)

    완전 200% 동감입니다.
    아침부터 눈물 맺히네요.

    남편 따라온 타향에서 임산부로 그리고 아이가 어린 동안 정말 미치겠더군요.
    아파트 베란다 뛰어내릴뻔 했습니다.
    그리고도 무슨 용기에서인지 둘째도 가졌고 그 둘째 가진 동안
    남편은 또 타지방 공장으로 1년을 가 있었어요.
    그래도 40대 이후는 또 장담 못하죠.
    얼마나 살아남아 있을지.
    얼마전 H중공업 정년퇴직자 9백 몇명 보도에
    남편도 저도 깜짝 놀라고 부러워했습니다.
    저런 회사도 있구나... 역시 회사엔 노조가 있어야 하는군요.
    때론 H회사의 노조가 비난을 받지만 그래도 직원들의 든든한 울타리는 되어주는구나 싶어요.

    아이들이 지금 자라고 있는 중요한 시기인데
    앞으로 아빠와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걱정입니다.
    아무리 관계에 있어 질이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느끼기에는 양도 중요하잖아요.
    거기다 월급도 딱 먹고 살 만큼이니 맞벌이도 해야하지요.
    사는게 참 어렵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11913 길에 "차 펴드립니다." 에서 차 펴보신분 ~ 6 차 찌그러졌.. 2008/09/12 1,390
411912 헤어 커디셔너 사용법 1 .. 2008/09/12 311
411911 쌍란에 대한 이야기 10 청아랑 2008/09/12 2,106
411910 갑자기 궁금해서요 1 궁금이 2008/09/12 190
411909 중3아들의 반항으로 가슴이 미어집니다 42 중학생엄마 2008/09/12 5,196
411908 고사리가 너무 질겨요. (부드럽게 하는 법 가르쳐줘요) 6 .. 2008/09/12 1,757
411907 갑자기 마음이급하네요 ㅠㅠ(명절준비) 도움요청.... 2008/09/12 289
411906 스님을 우연히 만났는네 9 ... 2008/09/12 1,710
411905 괜찮은 기업이네요 6 키친아트 2008/09/12 688
411904 30개월 아이...홈플러스 전시 냉장고에 깔려 ...사경 헤매고... 16 유리성 2008/09/12 1,247
411903 입금했습니다 7 건이엄마 2008/09/12 370
411902 라디오방송 2 라비타 2008/09/12 208
411901 명절...그딴거 사라져버려라... 10 명절따위.... 2008/09/12 981
411900 가슴이 답답하네요 11 며눌 2008/09/12 1,073
411899 저같은 경우는 시댁에 명절 용돈 얼마나 해야 할까요? 7 도와주세요 2008/09/12 981
411898 드디어 어제는 쌍란을 먹어보는 꿈을 ??? 2 쌍란사랑.... 2008/09/12 626
411897 김정일 위중설과 북한내부혼란은 2mb의 또 다른 폭탄인가? 2 독립만세™... 2008/09/12 241
411896 딸아이가 밤새 구토를 했어요.(도움좀..) 8 휴.. 2008/09/12 805
411895 이사때에 거울을 깻어요 6 ^^ 2008/09/12 685
411894 평소에 늘 거슬리던 맞춤법 24 문득 2008/09/12 1,427
411893 비치수영복사러 동대문 어디로 가야하나요? 2 수영복 2008/09/12 451
411892 [아고라]범혜스님입니다.종로 경찰서 많은 분들이 오셨읍니다 4 씁쓸 2008/09/12 402
411891 안면스팀시.사용하는 쑥 어디서구입해야하나요?? 2 궁금해 2008/09/12 311
411890 신이시여 8 이 아침.... 2008/09/12 638
411889 제게도 드디어 동서가 생겨요 12 유치한 나 2008/09/12 1,499
411888 ‘아름다운 연대’ 결실…성신여대 청소아줌마들 전원 고용승계 3 아름다운 여.. 2008/09/12 295
411887 추석 때 부모님 용돈 얼마가 적당할까요?? 6 그렘린 2008/09/12 922
411886 주부님들!수세미 한개로 다 쓰시나요? 42 한개의 수세.. 2008/09/12 2,403
411885 아이머리에 하얀각질 같은게 보이는데요. 3 초보맘 2008/09/12 547
411884 보청기끼신분도 영화보기 괜찮을까요? 1 보니 2008/09/12 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