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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못하는 일을 끊임없이 해야만 하는 괴로움...불량주부의 고통

괴로워요 조회수 : 1,067
작성일 : 2009-11-23 11:13:55
대학 졸업 전부터 직장 다니기 시작해 전문직으로 큰 아이 낳기 직전까지 5년간 직장 다녔구요
큰 애 낳고 나서 어디 맡기기가 어렵고 제 손으로 키울 생각에  둘째 낳고...전업주부 5년차에요.

직장 다닐 때는 빠릿빠릿 일 확실히 하고 주변 정돈도 깔끔히 하고, 일을 찾아서 하는 스타일이라 직장 쉬는 동안도 다시 나와서 일해달라고 자주 연락 받았었어요.
그 런 데
5년차 주부이면 이제 익숙해질 만도 한데,
특히 요즘 들어 정말로 불량 주부가 돼가네요.

아이들이 어리니 자주 빨래하고 청소하는거는 가끔 꾀는 나도 싫어서 못견디겠다 이런 건 없어요. 아마도 기계의 도움을 받아서 그런지도 모르죠.
하지만 요리는...
산후조리 할때 외엔 누구에게 맡기지 않고 해왔는데도 익숙해지지도, 즐거워지지도 않아요.
요리 솜씨 좋은 편은 아니었던 친정 엄마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신 스스로 장도 담그고 김치도 담고, 저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잘 하려고 많이 노력해오셨구나 싶어요. 항상 간식도 서투나마 손수 만들어 주셨었죠.

인터넷도 발달해서 컴퓨터만 켜면 요리 정보가 쏟아져 나오잖아요. 한동안은 열심히 적고 프린트 해서 따라하고 노력도 했는데 이젠 그것도 시들해요.
전처럼 간단한 국이나 감자 볶음 할때도 레시피 적은 그대로 따라해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즐겁지도 않고...무엇보다, 뭘 해먹어야 겠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안 떠오르고
매 끼니때가 다가오는 생각만 해도 숨이 턱턱 막혀요.
외식비가 워낙에 비싸기도 하지만, 우리 애들은 뭐 사주면 또 잘 안먹어요. 사먹는 반찬도 그렇구요, 애들이 좋아한다는 배달 돈가스나 햄버거, 짜장, 피자도 잘 안 먹어요. 좀 엉성해도 제가 해준 밥을 더 잘 먹어줘서 고맙긴 한데 요즘은 이것조차 족쇄처럼 느껴져요.
골고루,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을 해줘야 한다는 책임감만 가득하고, 몸은 안 따라 주고...요리할 생각만 하면 짜증만 차오르고.
저는 요리 자신 없어서 집에 손님 초대하는 것도 싫어해요. 친정 부모님 주무시고 간다고만 해도 부담이 가득해요.

제가 제일 부러워하고 존경하는 사람 중의 하나가
요리를 잘 하는 사람
잘 하지 못해도 즐겨하는 사람
손님 접대 솜씨 좋은 사람이에요.

왜 그런 거 있죠.
내가 잘 하지도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매일매일, 하루 세 번씩
끊임없이 해야 하는 괴로움...
거대한 맷돌에 끊임없이 쫒기는 듯한 기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요?
어쩌다 한 번 참고 하면 되는 일이라면 이렇게까지 괴로울 것 같진 않네요.ㅜㅠ

IP : 125.187.xxx.175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랑
    '09.11.23 11:27 AM (125.178.xxx.192)

    같으시네요.
    전 재택근무자구요.

    극복요.. 뭐 방법이 있나요.

    사랑하는 아이를 위한 먹거리인데 하기싫어도 해야지요.
    매일매일은 못하지만..

    머릿속에 항상 맴도는 화두네요.
    잘 해먹이자. 잘 해먹이자..

    요즘은 만들 수 있는 식단표를 몇가지씩 적어서 냉장고에 붙여놓고
    그날 기분에 따라 해 줍니다.
    거창한것도 없이.. 그냥 반찬 종류. 국종료 몇가지요.

    암튼.. 저도 걱정입니다.
    이제 1학년.. 그 많은 세월 잘 할 수 있을까..

    어째 느는게 없어요. 부엌관련해서는요.

    청소는 위생상 자주 합니다.

  • 2. ㅎㅎ
    '09.11.23 11:59 AM (59.86.xxx.194)

    저는 잘~~~해오다가,
    어느순간 하나씩둘씩 손을 놓게 되더니, 이젠 쳐다보기도 싫으네요.
    우리집 주방은 늘 폭탄맞은 전쟁터랍니다..
    설거지도 귀찮아서 몰아서 하거든요

  • 3. 저는
    '09.11.23 12:06 PM (58.224.xxx.12)

    요리 잘 하는데...하기가 싫어요
    맘 먹고 하면 진짜 가족들 칭찬이 끊임없을 정도예요
    그런데 귀챠니즘이 중병이예요
    82탓도 있네요 82에서 노느라 오전 시간 다보내고...
    한 달 안에 손님초대 세 건이나 있는데...
    하긴 해야겠고... 추운데 꼼짝하기 싫고...
    맛난 김치가 잔뜩 있어서 그나마 다행~

  • 4. 저두요
    '09.11.23 12:17 PM (218.39.xxx.50)

    게다가 같이 사는 남편이 입맛이 까다로와서 뭘해도 맨날 불만이니 더 하기 싫어요..
    속으로야 니 먹고 싶은거 니가 해쳐먹어라 하고 있지만^^
    저도 끼니때마다 오늘은 또 뭐 해먹나 이 고민으로 하루를 다 보낸답니다..
    진짜 요리 잘하시는 분들은 아무 생각없이 이것저것 막 털어놔도 되는 거 같든데..
    저는 창작도 어렵고 맨날 하는 거만 하고 있으니 저도 지겨워죽겠어요...

  • 5. 아이가어리다면
    '09.11.23 12:31 PM (124.254.xxx.250)

    네이버에서 매*테이블 쳐보세요 (우리말로 마술탁자이죠 아시려나?..^^)
    거기서 저는 도움많이 받았네요. 관계자는 아니고요~

  • 6. ..
    '09.11.23 12:41 PM (121.165.xxx.175)

    저를 한 70% 정도 부러워하실지도 -_-; 저 요리를 무슨 달인 처럼 하는 건 아니지만 손님 집에 초대해서 밥 해먹이는 거 즐겨 합니다. 그.러.나. 신혼 때 집들이 3번정도 하고서 (거나한 것도 아니고 그냥 부페식으로 흔히들 얘기하는 웨스턴 스탈 ㅋㅋ) 질려서 그 담부터 울집에 놀러와 밥해줄께라는 말 안해요 ㅋㅋㅋ 너무 잘 하려고 생각 마시고, 몇가지 시험 삼아 해본다는 기분으로 해보셔요. 요리도 자꾸 하면 늘더라구요. tip을 알면 훨씬 맛있어져요. 먹고 싶은 것 부터 하나씩 한번 해보셔요 ^^ 블로그 같은 데 가면 맛있는 음식 조리법이야 쉽게 찾으실 수 있구요. 즐겨야 할 수 있는 게 요리인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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