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은 아이들 먼저 맞추는 것이 좋다고 호들갑을 떠는데 실제로 이번에 먼저 맞는 병원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백신부작용을 지켜본 이후에 맞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하네요
돼지독감 백신의 비극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사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사 1976년은 미국이 돼지인플루엔자로 한바탕 대소동을 치른 해이다. 시작은 이렇다. 그해 2월 미국 뉴저지에 주둔하고 있는 육군 부대 소속 한 병사가 감기 증세로 입원했다. 그는 얼마 후 고열로 사망했다. 진단은 돼지인플루엔자 감염이었다. 그 뒤 4명의 군인이 비슷한 증세로 입원 치료를 받았다. 그 지역에 돼지인플루엔자가 유행했던 것이다. 감염은 그것으로 끝나는가 했다. 하지만 2주 뒤 바이러스의 유전자형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사정은 확 달라졌다. 보건당국이 발견된 바이러스는 1918년 전 세계를 강타해 미국 내에서만 50만명의 희생자를 냈던 독감바이러스와 유사하다고 발표한 것이다.
미국 전체가 공포에 떨었다. 당시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돼지인플루엔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전 국민이 백신을 맞아야 재앙을 피할 수 있다면서 대대적인 캠페인이 시작됐다. 미 국회는 백신 예산을 즉시 승인했다. 그해 가을까지 2억1500만명이 접종받을 분이었다. 당시 돈으로 1억3500만달러였다. 포드 대통령은 모범적으로 백신 맞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TV 카메라 앞에서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러나 기다리던(?) 대규모 돼지인플루엔자 유행은 오지 않았다. 대신 백신 접종에 따른 면역반응의 부작용으로 500여명이 '길리안 바레 증후군'이라는 심각한 호흡장애를 앓았다. 바이러스가 척추 신경계를 침투해 호흡 운동 기능을 급속히 떨어뜨리는 병이다. 백신 속의 바이러스가 역효과를 낸 것이다. 그중 25명은 목숨을 잃었다(참고로 겨울철 독감백신은 그런 호흡장애 부작용을 일으키진 않는다). 결국 그해 돼지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보다 백신 부작용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더 많았다. 대유행 공포가 철저히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양산한 결과다.
이후 미국 생명과학자들은 이 사건을 잊고 싶은 기억으로 두고두고 새기고 있다. 이 일은 보건학적으로 어떤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불확실성에서 비롯됐다. 국민 건강과 생명과 관련해 앞으로 어떻게 사태가 전개될지 모르는 사안을 두고 누가 자신 있게 "이건, 아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한테도 신종 플루 대유행의 징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타미플루·리렌자 등 항바이러스 약물을 대거 쏟아부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백신 생산량을 늘려 엄청난 양의 접종을 해야 할지 모른다. 백신도 부족하고 대비할 시간도 없으니, 신속 인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이번 신종 플루의 유전자적 족보는 돼지인플루엔자이다.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고 그것에 대항하기 위해 만드는 백신도 처음 맞아 보는 것이다. 백신 확보량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백신이 과연 얼마나 안전한지 철저히 검증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더 중요하다. 백신 임상 시험에 대한 평가가 매년 우리가 맞는 계절독감 백신보다 더 엄격해야 하며, 안전성 테스트 또한 꼼꼼해야 한다. 지금 백신만 맞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인데 실제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전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인플루엔자의 대유행에 맞서는 것은 전쟁을 치르는 것과 같다. 눈앞에 다가오는 적들을 두고 '돌격 앞으로~'를 외쳐야 하는 상황이다. 그럴 때일수록 과학자와 의학자는 냉철한 판단력으로 따질 건 따져야 한다. 현재 미국은 신종 플루 백신을 만드는 과정에서 과학적 검증이나 안전성 문제에 대해 굉장히 고민하면서 차분히 접근하고 있다. 우리 역시 대통령부터 초등학교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초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좋지만, 누군가는 객관적으로 깨어 있어야 한다. 그게 '1976년 미국 백신'이 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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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돼지독감 백신의 비극
플루 조회수 : 753
작성일 : 2009-10-29 12:25:10
IP : 163.152.xxx.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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