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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흣하거나 엽기적인 내 아들의 일제고사 거부 체험기

개념만땅 조회수 : 1,100
작성일 : 2009-10-16 15:59:07
므흣하거나 엽기적인 내 아들의 일제고사 거부 체험기
(서프라이즈 / 머찐아들엄마 / 2009-10-16)



어쩌다보니 딸, 아들 이야기를 쓰는데 꼭 씨리즈인 것처럼 제목이 차악~ 들어맞아주신다. (뭐, 천상 엽기발랄한 남매인가보다. ^^;;)

그제와 어제는 전국의 초등6, 중3, 고1이 일률적으로다가 일제고사란 걸 치뤘다.

중3인 내 아들, 일제고사를 거부하겠단다. 그러랬다.

작년에도 거부하려고 굳은 결심을 했었는데, 날짜를 헷갈렸단다. 해서 아무 생각없이 학교에 갔기에 시험을 억지로 봐야했는데...

기발하기 짝이 없는 내 아들, 전 과목을 단 한 개도 정답을 맞추지 않고 0점을 받았다.

내가 “정답을 피해서 답안지를 작성했단 말이쥐? 피곤하게 왜 그랬니? 그냥 백지로 내지...” 라 했더니,

“심심하잖아. 그리고 답 안 적고 있으면 선생님이 주목할 거고...해서 열심히 답 피해다녔어. 정답 표기하는 것보다 정답 피해가는 게 더 재밌는 거 있지?” 란다.

우연히라도, 답을 피하다가 정답을 맞출 수도 있는데 어찌 전 과목이 0점일 수 있을까...라고 열분들은 생각할 지 모른다.

하지만 그 우연히...가 적용될 수 없을만큼 내 아들은 공부를 썩~ 잘 한다. ^^;;

시험결과 나오고, 학교 교장부터 교감, 교무, 담임까지 내 아들을 불러서 의도적으로 0점을 받은 경위, 사유를 꼬치꼬치 캐물었나부다.

내 아들, 평소에 늘 나랑 주고 받던 대화를 상기하며 그 선생님들과 논쟁을 벌였다한다.

“전국의 학생들을 지역이나 개인의 특성따위 다 무시하고 오로지 영수국사과 시험 결과만 가지고 일렬종대로 줄 세워서 평가하는건 너무 무식한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시골마을에서 서울에서는 보이지 않는 별을 날이면 날마다 관찰하는 학생이 영수국 좀 못해도 나중에 천체물리학자가 되지 못하리란 법이 없잖아요.”

“일제고사 결과가 공표되어 우리 학교가 서울에서 꼴지를 먹었다고 쳐요. 그래서 ‘아...이 학교는 매우 열악하니 교육경비보조금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야겠구나...’해서 정부에서 1억을 내려보낸다쳐요. 그러면 학부모들이 감읍할까요? 글쎄요...아마 땡빚을 내서라도 이 지역 떠나서 학군 좋은 곳으로 이사가려고 난리 칠걸요. 그럼, 이 지역은 학생들이 없는 사람들만 사는 동네가 될 거고...”

뭐...이런 논리로 선생님들을 제압했다한다.

선생님들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논리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없어서 내게 전화를 하더라.

“혹시 어머님 아들이 이런 짓을 한 걸 알고 계십니까?”란다.

“너무 너무 잘 압니다. 잘 했다고 겁나게 격려, 옹호 했습니다”라고 응수해줬다.

학생주임은 내 아들보고 건방지다고, 전교에서 내노라하게 공부 잘 하는 아이가 시험의 정답을 피해가며 조작해서 선생들을 놀린다...이래가며 내 아들 엉덩이에 매운 몽둥이질을 했고...

내 아들 엉덩이에 선명하게 나 있는 멍을 확인하고, 다음날 찾아가서 학교를 발칵 뒤집어놨었다.

물론, 생긴 것부터 말투까지 졸라게 개무식하기 짝이 없는 그 학주는 나와 내 아들에게 엄중하게 사과했고...

작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올해는 내 아들이 시험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학교에 가지 않고 죽음으로 꼬셔서 함께 일제고사 거부하기로 한 베프와 울집에서 놀기로 했단다.

그러라고 했다.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교무주임의 전화가 왔다.

“xx학생 어머님이시죠? xx가 오늘 학교에 안 왔는데 오늘 일제고사 시험 보는거 어머님 알고 계세요?” 라신다.

“선생님, 새로 오셨나봐요. 기존에 계시던 선생님들은 다 아시는데... 네. 오늘 일제고사 보는거 알고 있고, 내 아들이 시험 거부하겠다고 했고, 부모 공히 인정했고 격려까지 했습니다. 아 참...작년에 울 아들이 시험 0점 맞았는데...그래서 학생주임선생한테 열라 맞았는데...올해는 그런 불상사는 없었으면 합니다. 그것도 하나의 의견 표현이라고 여겨주십시오....”

라고 최대한 공손하지만, 다시 한 번 내 아들한테 손대면 가만 안 있는다...라는 결기를 확실히 보여주며 통화를 끝냈다.

12시가 되자마자 맛난 점심 사주려고 난폭운전으로 휑하니 집으로 가서 근처에서 내려오라 불렀다.

뭐 했냐니...둘이서 열심히 만화책 읽고 있단다. 뭐 먹고 싶냐니...엉뚱하게도 곱창볶음을 먹고 싶단다. 초울트라하이퍼 미식가인 친구에게 전화해서 울집 근처에 곱창볶음 맛나게 하는 집을 물어서 데리고 가서 먹였다.

세 명이서 처음에 3인분 시켜서 먹고 나중에 2인분 추가해서 더 먹었다. 그것도 부족한 듯이 입맛을 다시는 애기들에게 집에 가서 냉장고 뒤져서 맘껏 더 먹으라 이르고 다시 난 직장으로 직행했다.

어제도 시험일, 그제와 비슷한 과정 반복. 점심 메뉴가 쭈꾸미야채볶음으로 바뀐 것 뿐...(볶음 되게 좋아한다, 내 아들...^^)

오늘 아침에 학교로 향하는 내 아들에게 일제고사 거부한 논리가 확고한지 확인하며, 혹시 모를 무식한 선생님들의 괴롭힘에 의연히 대응하라고 당부했다.

집에 당도하자마자 그것부터 확인했다. 내 아들, 매우 므흣하게 웃으면서 그런다.

“엄마, 울 학교에 이미 소문 다 났어.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개념 완전 빵빵한 선생님 둘이 내 어깨를 툭 치고 가면서 ‘잘 했다’라고 눈까지 찡긋거리면서 말해주던데...”

캬...작년과 비슷한 사태가 벌어질까봐, 내 아들의 엉덩이에 멍자욱이 선명히 남는...노심초사하던 내 근심이 완샷에 날아가고... 지금까지 두 시간 가까이 저녁 식사를 즐기면서 울 가족 즐겁게 놀고 있다.


(cL) 머찐아들엄마



~~~~   아  참으로 머찐 엄마와 아들이지 않는가 !!!    ^^^^^^^^^^^^^^^^
IP : 58.87.xxx.98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와..
    '09.10.16 4:06 PM (116.34.xxx.75)

    의도적으로 0점 맞기..이거 쉬운 일 아닌데요.

    그러고 보니 학교 다니면서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네요. ^^

  • 2. .
    '09.10.16 4:06 PM (211.104.xxx.37)

    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의 눈 밖에 나는 행동을 하는게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아는 사람으로서는 이 모자의 용기있는 행동에 그저 부끄러울 뿐입니다.
    구석 구석에 참으로 염치없고 기가막힌 불이익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악마가 입을 벌이고 있는 시대에 말이죠...

  • 3. ..
    '09.10.16 4:12 PM (211.57.xxx.106)

    일제고사 뭔 필요가 있겄습니까..
    저런 개념 가득찬 엄마와 아들이 있는데요..
    논리적인 반박에 말로 딸리니까 몽둥이 대는 꼬라지는 딱하기까지 하네요.

  • 4. 쟈크라깡
    '09.10.16 4:12 PM (119.192.xxx.218)

    용기 있네요. 엄마나 아들이나.

    0점 맞기도 쉬운게 아닌데....;;;

  • 5. mimi
    '09.10.16 4:14 PM (211.179.xxx.236)

    떡잎부터 알수있네요....잘키워주십시요....나중에 훌륭한 구케의원이나 훌륭한 인물이 될겁니다

  • 6. 음..
    '09.10.16 4:23 PM (58.226.xxx.30)

    ..........

  • 7. 이건 쫌..
    '09.10.16 4:32 PM (121.138.xxx.185)

    ..

  • 8. m
    '09.10.16 4:40 PM (211.179.xxx.5)

    무리에서 너무 튀게 행동하는 사람은 타인들로부터 견제받기 마련입니다.
    너무 잘난척 하는거 아니니? 라는 류이지요.

    하지만
    건전한 소신이라면 흔들리지 말고 더욱 굳건히 자라기를 소망합니다.

    저렇게 똑똑하면서 소신 있는 아이가 잘 자라야
    성공해서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는 것이겠지요.

    아무 생각 없이 공부만 하고 자란 아이가 커서 한나라당 고승x, 나x원 같은 사람이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똑똑한 머리로 제 이익만을 위해 꺼리낌 없이 재능을 펼쳐가는 사람들..

  • 9. 용기있네요
    '09.10.16 4:41 PM (116.46.xxx.30)

    특히 공부 잘하는 아이 입장이었다면, 학교에서 누리는 기득권이라는게 있어서, 포기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이대로만 크면, 뭘해도 멋진 녀석이 될 거 같습니다.

  • 10. .,
    '09.10.16 5:16 PM (125.247.xxx.2)

    멋지다. 이거 퍼온 글이지요?
    아들 훌륭하게 키워냈네요.
    조금 장난스럽게 써서 역반응이 있을 거 같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심각할 필요도 없잖아여?
    하지만 일제고사는 아들이 아는 것보다도 훨씬 큰 음모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물론 어머님은 다 아시고 계시는 것 같지만요..

    아닌 것을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아무나 가지지는 못하지요.

  • 11. 엄마와.
    '09.10.16 5:23 PM (59.17.xxx.247)

    아들이 용기가 대단하네요.^^ 맘은 있어도 넘 소심해서 실천이 망설여 지는맘이거든요. 왕!!!! 부럽^^

  • 12. 사랑이
    '09.10.16 5:52 PM (222.233.xxx.245)

    0점 맞으려면 정답을 다 알고 있어야 하는거죠??
    대단하네요

  • 13. 이건 쫌..
    '09.10.16 6:13 PM (122.38.xxx.196)

    한국에서 계속 자라면 개성이 말살되니
    빠른 시일 내에 유학가는게 개인의 역량을 더 살려줄 것 같습니다.

  • 14. 그래도
    '09.10.16 6:14 PM (210.116.xxx.86)

    내노라->내로라
    공부 잘하는 아들 두신 어머님이시니 맞춤법도 확실하게!

  • 15. ...
    '09.10.16 9:40 PM (211.206.xxx.142)

    진짜 이런 셤 아이들의 성적을 향상시키는게 아니라
    창의력을 말살시키고 있어요.
    학교마다 난리도 아니던데..
    학교 점수 올리려고 컨닝같은거도 은근히 눈감아주고..
    근데 학생들이 셤보는 긴장감이 없어요.
    셤취급도 안한다는..
    대부분 쿨쿨 자거나 대충 찍고 나가버리거나.
    공부 잘하는 아이나 못하는아이나 거의 그래요
    문제는 너무 쉬운데
    고등수학문제 보니 그야말로 기본적인 문제들만
    사고력과는 전혀 관계없는 단답형

    그러니 학생들이나 학부모들도 전혀 신경을 안쓰는거죠..

    오히려 내신 안들어가는 모의고사는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셤보는데
    최선을 다하는데..

  • 16. 저 일제고사
    '09.10.16 9:44 PM (211.206.xxx.142)

    치른다고 2학기 학사일정도 엉망이라네요.

    일제고사 본다고 중간고사 다 미뤄서 이제 시험치는데
    담주 월욜에 끝나요.
    꼬박 일주일을 시험만 보는거네요.

    11월에 모의고사 또 보는데..
    바로 또 기말고사 보고..

    2학기내내 시험만 보다 끝나요. 진도도 못마치고..수업시간 부족해서..

    중3은 지금 중간고사 보고 2주후에 바로 기말고사 본다네요.
    뭘가지고 시험을 볼건지..

    일제고사 치른다고 비용 엄청든다고 하던데

    무었때문에 이러는건가요?

  • 17. 근데
    '09.10.16 9:55 PM (211.206.xxx.142)

    저 위 댓글에 일제고사에 거대한 음모가 있다고 했는데
    무슨 음모인가요?

    난 아무리봐도 이딴 시험 치른다고 이틀씩이나 수업빼먹는거
    너무 아까워요.
    진짜 문제 보면 너무 어설퍼서 이런 문제로 전 학생을 평가할라 하는
    발상자체가 놀라울정도..

    무슨 음모래요?
    진짜 궁금해요

  • 18. 은석형맘
    '09.10.17 12:01 AM (210.97.xxx.82)

    왜 자꾸 결석시키게 만드는지...
    화납니다....울 애도 이틀 결석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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