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굴리는 건 이웃 꿈 빼앗는 것”
글·사진 김종목기자 jomo@kyunghyang.com
ㆍ‘희년실천’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
ㆍ“기독교인의 삶이 평화의 가치로 구현되지 않는다면 믿음·구원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지난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동 3가 청파교회. 김기석 담임목사(52·사진)의 집무실은 창가를 제외한 3개면의 벽이 책으로 가득했다. 교수 연구실 같은 분위기로 인문·사회과학 서적이 주종이었다. 4000권 정도 될까. 집에 있는 책을 더하면 9000권가량 된다고 한다.
김 목사의 집무실은 예배당 바로 옆 비좁은 복도 구석에 있다. 성가 소리가 집무실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방음이 거의 되지 않는 듯했다. 1979년에 지어진 예배당 신도석도 요즘 어른 체형에 맞지 않을 정도로 작다. 김 목사는 “건물이 촌스럽다며 교회에 대리석을 붙이자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교인들께서 건물을 치장해선 안된다고 하셨죠. 교회 재산 증식을 위한 부동산 사고팔기에도 엄격하다”고 말했다.
101년 전 설립된 청파교회는 ‘희년실천주일 참여교회’ 중 하나다. 최근 23개 교회는 “부동산 과다 소유, 집값 짬짜미 등 투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세상의 풍조를 따르지 않고, 토지 임대료 수익은 ‘노력소득’보다 우선해 지역사회의 가난한 이웃과 나누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목사는 “부동산으로 재산 굴리는 걸 지혜로운 재테크로 여기고, 집에 집을 더하는 일이 도처에서 벌어지는 게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며 “내 재산 가치가 오르는 것은 곧 가난한 사람들의 꿈을 빼앗는 일로 하나님을 믿는다는 사람들이 이런 세상에 침묵하면 안된다는 뜻에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종교의 사회적 소명을 중시하는 실천적 목회자로 알려져 있다. 용산참사 현장에서 매주 예배를 드리는 ‘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 집행위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 주요 현안 때마다 사회적 발언을 해왔다. “평화가 깨진 현장, 고통받는 사람들의 현장에 가서 그들과 함께하고, 그들의 고통을 요하는 그릇된 정책과 가치관에 반대하는 게 정치적 입장처럼 보이지만, 그것이야말로 복음적 입장”이라며 “기독교인의 삶이 평화라는 가치로 구현되지 않는다면 믿고 구원받는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했다.
청파교회의 2009년 표어는 ‘평화세상을 여는 녹색교회’다. 김 목사의 ‘진정한 복음’은 평화와 환경·생태의 가치와도 직결돼 있다. 청파교회는 2년 전 ‘햇빛 발전소’를 만들었다. 여기서 만든 전기를 한국전력에 판다. 수익 전액은 전기료를 못내는 ‘에너지 빈곤층’에 기부한다. 김 목사는 “환경 문제가 기독교적 신앙과 무관하다고 보는 시각은 그릇된 것”이라며 “기독교인들이 생태학적으로 개종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자동차가 없다. 집(마포구 도화동)에서 걸어서 교회에 온다.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는 자전거를 탄다. “진정한 복음은 생명이 상호의존되었다는 걸 일깨워주는 것입니다. 특히 산업사회 이후 생태계가 현저히 파괴되고 있는데, 생태계를 살리는 일이 이 시대 기독교인들에게 요구되는 최고의 덕목입니다.”
청파교회는 매년 1억원가량을 기부한다. 김 목사는 “연말에 돈이 남으면, 교인들이 ‘이 돈 쌓아두지 말고 어딘가에 빨리 보냅시다’라고 한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우물 파기, 케냐에 쓰레기 줍는 아이들 교육 지원, 몽골 사막화 방지를 위한 ‘은총의 숲 조성’에 주로 기부한다. “그 사람들이 예수를 믿도록 하는 게 목표가 아니다”라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의 실천적 목회는 ‘신앙관’에 기반한 것이다. “신앙 생활을 하나님께 고백하는 내용을 삶으로 번역하는 과정입니다. 그 고백의 내용이 내 삶으로 구현되는 게 아니라면 신앙이 아니죠. 말장난 같지만, ‘기도(祈禱)’는 시도하고, 도모하는 뜻의 ‘기도(企圖)’이기도 합니다. 하나님께 바치는 기도가 나의 실행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무의미할 뿐입니다.”
■ 희년실천주일
2007년8월27일 토지정의실천운동(약칭 희년운동)에서 제안한 주일. 우리나라는 지난 9월27일 세 번째 희년실천주일을 맞았다. 원래 구약에서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땅에 들어간 해부터 일곱번째의 안식년이 끝나는 다음해인 50년째를 희년(禧年)으로 셈하는데, 가난해서 팔 수밖에 없었던 땅을 되사고 빚의 탕감과 노예가 자유를 되찾는 시기다.
<글·사진 김종목기자 jomo@kyunghyang.co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부동산 굴리는 건 이웃 꿈 빼앗는 것”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 조회수 : 492
작성일 : 2009-10-15 14:30:44
IP : 119.196.xxx.239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9.10.15 4:03 PM (121.161.xxx.175)매주일 이 교회 싸이트 들어가서 목사님 설교를 듣고 있습니다.
개독교이라고 아무리 욕을 해도 곳곳에 정말 좋은 교회 목사님 숨어 있더군요...2. 민
'09.10.15 5:43 PM (58.74.xxx.3)흠...
좋은 목사님이라는글에는 댓글이 하나밖에 안달렸네요...3. ..
'09.10.15 6:26 PM (221.146.xxx.170)나쁜 교회라면 마구마구 댓글이 넘쳐나는데 좋은 이야기에는 댓글이 넘 비싸네요.ㅠ_ㅠ
4. 은석형맘
'09.10.15 11:42 PM (210.97.xxx.82)제가 너무나 존경하는 목사님...
김기석목사님께 세례를 받았습니다.
항상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수업을 하셨고
제가 기독교인으로 태어나게 해 주신 분이세요.
고맙습니다.목사님5. 제가
'09.10.16 10:56 AM (220.120.xxx.194)어렸을 때 유년부 다녔던 교회네요.
그립습니다.6. 이런
'09.10.21 6:13 PM (124.49.xxx.185)교회도 있군요..
저런 목사님이라면, 한번 다녀볼만 하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