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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성의 시 '가을산'

프리댄서 조회수 : 677
작성일 : 2009-09-25 01:43:04
밀가루로 만든 건 국수고,
밀가리로 만든 건 국시라죠? (사투리 버전)
갑자기 문득 엄마가 만들어주는 국시가 먹고 싶네요.ㅠㅠ
내가 기름부위를 안 먹으니까 돼지 살코기로만 국물 맛을 내고 참기름이랑 깨소금이랑 이렇게이렇게 뿌리고 쪽파 얹은 그 국시가 얼마나 맛있는데....

날이 많이 선선해졌죠? 오늘 낮에는 살짝 덥기도 했지만.--;
참 오랜만에 박진성이라는 시인의 시 ‘가을산’을 읽었어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국일보에 <시로 여는 아침>이라는 코너가 연재되고 있는데,  최근에 연재를 맡은 사람이 허수경 시인인가 봐요. (여러 시인들이 돌아가면서 집필하는 듯...)

우연히 포털을 통해 그 코너에 올라와있는 릴케의 ‘장미의 내부’를 읽었답니다. 좋더군요.^^ 시도, 허수경 시인의 해설도. 내친 김에 몇 개 더 읽어봤어요. 그러다 박진성의 ‘가을산’을 읽게 된 거죠. (‘가을산’ 해설은 그다지...^^;)

2005년 늦봄 무렵이었던가, 박진성 시인의 첫 시집 <목숨>을 접한 적이 있어요. 78년생의 젊은 시인. 그러니 시집을 펴낼 당시는 이십대였던 시인. 그런데도 (아니 그래서일까) 공황발작, 자살충동, 상습적인 수면장애 등의 ‘병’을 앓고 있다는 시인. 그래서 겨울에 내리는 눈을 보며 ‘빻아놓은 신경안정제 가루’ 같다고 상상하는 시인.

에고, 엄마가 끓여주시는 국시 한 그릇 먹으면 기운내서 좀 더 얘기해보련만.... 암튼 이 가을에 시 한 편 읽고 싶은 분들은 한 번 읽어보세요. 제가 보기엔 시를 꽤 쓸 줄 아는 시인입니다. <목숨> 이후에는 어떻게 진화했는지 모르겠지만. 근데 좀 야하다고 뭐라 하시는 분들이 계시려나?^^;;;
IP : 218.235.xxx.134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프리댄서
    '09.9.25 1:43 AM (218.235.xxx.134)

    박진성의 ‘가을산’
    http://issue.media.daum.net/culture/1007_MorningwithPoem/view.html?issueid=36...


    내친 김에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장미의 내부’도....
    http://issue.media.daum.net/culture/1007_MorningwithPoem/view.html?issueid=36...

  • 2. 제가요
    '09.9.25 2:41 AM (59.3.xxx.222)

    프리댄서님께 국시 한 그릇 말아드리고 시 이야기를 더 듣고 싶네요.
    잠 와서 눈이 스르르 감기다가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월광 소나타가 듣고 싶은 밤...
    이 시는 어떤가요?

    분꽃

    조용히 꽃잎 오므렸다 펴면
    초저녁같은 향이 난다.
    화장대 맨 아랫서랍에 숨겨놓은
    엄마 향

  • 3. 프리댄서
    '09.9.25 8:30 AM (218.235.xxx.134)

    윗님. 크...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제가 국수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어제는 걍 엄마가 끓여주시던 그 국수 생각이 나더라구요. 날이 선선해져서인지. 근데 지금 보니 살짝 민망시럽네요.^^

    소개해주신 시도 참 좋네요. 초저녁 같은 향... 화장대 맨 아랫서랍에 숨겨놓은 엄마 향...
    근데 누가 쓴 건가요? 검색해도 안 나오네요.--;
    분꽃은 제가 어렸을 때 동네 아이들이랑 귀고리라며 귀에 꽂고 놀던 꽃이에요.
    분꽃을 '귓구멍'-_- 안으로 밀어넣으면 대충 귀고리가 되었더랬죠.
    소꿉장난을 할 때 그 꽃잎을 찧어서 무슨 반찬 만드는 흉내를 내며 놀았던 생각도 나네요.^^

  • 4. 제가요
    '09.9.25 8:41 AM (59.3.xxx.222)

    제 시입니다 ㅋ~

    박진성님의 시 저도 많이 좋아합니다.

  • 5. ^^
    '09.9.25 8:56 AM (221.159.xxx.93)

    함민복 시인의 해맑게 웃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그리운 바다 성산포도 떠오르구요
    사랑하는 사람아 이미 준 사랑 다 잊고 못다준 사랑만 기억하리...
    그가 내이름을 불러 주었을때 난 그에게 의미가 되었다던 시..
    가야할 때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낙화죠
    제대로 외울줄 아는 시가 하나도 없네요 ㅎㅎㅎ

  • 6. 프리댄서
    '09.9.25 4:26 PM (218.235.xxx.134)

    박진성을 언급한 김에 그의 시 한 편 더 올려보죠. 더 좋은 시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떠오르는 건 '안녕'이라는 시네요. 박진성 좋아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있나 봐요. 포털에서 '박진성 안녕'을 쳤더니 꽤 뜨네요.^^

    주치의 춘천으로 발령나서
     새 병원 찾아가는 길
     잘못 나온 꽃잎 몇 개
     안녕,
     대기실 의자에 앉아
     아까 본 목련 꽃잎을 자꾸만 바라보는데
     간호사 하나가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거라
     허만하 시집 갈피 사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모래알.
     안녕, 이라고 애써 고개 파묻고 있었는데
     박진성님…… 카운터로 걸어가는데
     뒷목덜미를 꽃이 잡아끌었는데
     저기, 진성이 아니니…… 간호사가, 안녕,
     고등학교 동창 선경이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표정으로
     안녕,
     미래 신경정신과 수간호사가 되어 있는 거라
     상습 불면, 자살충동, 공황발작,
     차트를 오래오래 쳐다보는 거라
     조제실에서 알프라졸람과 바리움을 봉지에 넣고 있는
     스물일곱의 네 손가락은
     기다란 의자에 앉아 약을 기다리는 스물일곱의 내 엉덩이에
     근육이완제를 주사하겠지
     엉덩이를 까고 창문을 바라보는데
     바람을 못 이긴 목련이 툭, 떨어지는거라
     자주 보겠네, 그 말 한 마디가
     입 안에서 궁글고 있는 알약처럼 서걱거리는 거라
     안녕, 안녕,
     병원 문 열고 나오는데
     목숨 끊고 거리를 자유 비행하는 목련 한 꽃잎
     안녕,

  • 7.
    '09.9.25 5:54 PM (203.229.xxx.234)

    박진성 안녕, 이 시 참 좋네요.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시가, 심장을 박박 긁는 느낌을 줍니다.

  • 8. 프리댄서
    '09.9.26 8:09 AM (218.235.xxx.134)

    '제가요'님. 저 시, 님께서 쓰신 건가요?@.@
    어머나. 시인이시네요!^^

    그리고 윗님. <끝과 시작>에 한 이태 전쯤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항 작가의 시집이로군요.
    (알라딘에서 검색해봤답니다^^) 혹시 전에 <페르귄트> 권해주신 분이신가요?
    어쨌든 '맨날' 추천해주시는 거 좋아요. 앞으로도 해주세요.
    근데 글을 올리시면 제가 어떻게 님을 알아볼까요?? 텔레파시가 파박~하고 오려나?^^
    그리고 예, 저 춤 좋아합니다. 아주 많이.
    지난 번 어느 댓글에서 제가 동영상 하나를 링크한 적이 있는데, 어쩌면 거기 나온 사람처럼 공연할지도 몰라요.^^

    다들 좋은 가을날 되세요....

  • 9. 프리댄서
    '09.9.26 8:12 AM (218.235.xxx.134)

    아, 전님.
    저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목숨>이라는 시집 자체가 '투병시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사실 읽는 느낌이 편하진 않았어요.
    글쎄 '젊은 애'가 뚜렷한 원인도 없이 그렇게 병에 걸렸다고 하는 게 이해가 되면서도 좀 의식과잉의 느낌이 났달까?
    근데 몇몇 시는 말씀하신 대로 심장을 긁는 느낌을 주더군요.^^

  • 10. 不자유
    '09.9.28 1:15 PM (110.47.xxx.84)

    우려하신대로, 야한..ㅎㅎ 관능미가 돋보이네요. 시 잘 읽었습니다.
    저는 지인께서 선물로 주신 시집을 요새 읽고 있습니다.
    여고 국어 교사가 쓰신 시집인데...

    시집의 표지에서, 한 문학평론가는 그리 평했군요.
    생의 비애 아래 있는 자이되,
    이 비극성을 다른 존재를 향한 관심과 연민으로 전환하는
    '따뜻한 비관주의자'라고...
    40 앞둔 나이여서인가, 유난히 슬픈 한해여서 그런가,
    성향상, 비애감을 세 끼 밥처럼 달고 사는 사람이어서인가...
    세련미보다는 다소 투박한 시어들 속에서
    시인의 진중함을 읽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가을에는 시를 많이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시집 있으면 많이 권해주세요.
    프리댄서님 안목으로 권해주시는 책이라면,
    망설이지 않고 사게 될 것 같군요.

  • 11. 프리댄서
    '09.9.29 12:10 AM (218.235.xxx.134)

    반가워요, 부자유님!
    바쁘신 가운데서도 어떻게 시간이 나신 모양이군요.^^
    저도 일들이 겹치는 바람에 좀 정신이 없네요.ㅠㅠ

    최근에 읽었던 시들 중 가장 좋았던 것은 황지우 시인이 쓴 DJ 추모시였습니다.
    제목이 '지나가던 자들이여, 잠시 멈추시라'.
    그거 읽으면서 역시 황지우는 시를 참 잘 쓴다, 라는 생각을 했었네요.^^
    시가 긴 까닭에 1연과 2연만 옮겨보면,

    I
    자공(子貢)이 물었다. 선생님, 한 생(生)이 다하도록 해야 할 게 있다면
    그게 뭘까요. 선생은 머뭇거리지도 않고 바로 말했다.
    그거? 용서하는 거야.

    II
    그분이 가셨다.
    2009년 8월18일 오후 1시43분,
    나는 성프란시스꼬 회관으로 걸어갔고
    정동 오래된 느티나무의 더 굵어진 빗방울이
    우산에 후두둑 마침표들을 찍었다.
    그때 세브란스 뒤편 백양나무숲도 진저리를 쳤으리라.
    한세상 우리와 함께 숨 쉬었던 공기 속에
    한분의 마지막 숨결이 닿았을 때
    소스라치며 빗물을 털어내는
    백양나무의 그 무수한 낱말들;
    그분이 가셨고, 그분이 가셨다고
    어디선가 문자 메시지들이 연달아 들어오고,
    광화문 광장, 꽉 막힌 차량들 사이로
    잠시 짜증을 멈추고
    사람들은 인왕산으로 몰려가는 먹구름을 보았다.
    지하철 계단을 바쁘게 뛰어오르던 자들도,
    담배 피우러 복도 난간에 나온 젊은 사원들도,
    기차역 대합실의 늦은 휴가객들도, 증권거래소와
    통신사 사람들도 뭔가, 순간 텅 비어버린 것 같은
    시간의 정지 속에 멈춰 있었다.
    그분이 가셨다.

    이미 읽으셨는지도 모르겠네요.^^
    암튼 부자유님을 게시판에서 뵙게 되니 정말 좋아요. 하하.
    빨리 수능이 정리(?)가 돼서 지난 겨울처럼 '꿈 같은 재택근무'에 들어가셔야 할 텐데.^^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또 자신의 일을 좋아하면서 최선을 다해 몰두하는 직장인으로...
    그렇게 살아가는 부자유님 모습에서 많은 걸 배웁니다.
    아우, 거듭 말하는 바 부자유님께 배우는 아이들은 복 받은 거예요.^^
    잘 지내시고 이곳에서 자주 뵙게 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더불어 지도하신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 12. 하늘을 날자
    '09.9.29 8:19 AM (121.65.xxx.25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댄서님 덕분에 박진성 시인을 처음 알게 되었네요.^^

    황지우 시인의 '지나가는 자들이여, 잠시 멈추시라'는 참 마음이 아련하네요... 아... 그런데, "머물지어다, 지나가는 이여. 어찌 그리 빨리 가느뇨."로 시작하는 셰익스피어의 비문이 잠깐 생각나기도 하는군요.

    좋은 시들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13. 프리댄서
    '09.9.29 11:57 AM (218.235.xxx.134)

    아 어쩌면. 셰익스피어 비문에서 제목을 따왔을까요?^^
    암튼 정치보복을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용서를 한 것만으로도) DJ는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음... 그런데 아까 이메일 체크하러 잠깐 다음에 들렀다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스위스에서 체포되어서 LA검찰청이 신병인도를 요구하고 있다는 뉴스를 읽었네요.--; 지금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여아 성폭행 사건과도 연결이 되구요.(자세히 읽지는 못했습니다만) 폴란스키 사건은 '강간'이 아니라 '미성년자와의 성관계'였고,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당시 13세 소녀였던 여성도 '서로 합의 하에 이루어진 성관계로, 폴란스키에 대한 사법처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는데. 그리고 와.. 그 일이 77년에 일어났던 일이니까 30년도 더 지난 일인데...

    음... <Roman Polanski : Wanted and Desired> 감상문을 써보고도 싶지만, 시간을 내기가...--;

    아무튼 추석들 잘 쇠시고, 좋은 시간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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