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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너무나도 끔찍했던 그 집..
평생 여유롭게 살아보지 못한거 같아요.
제 나이 올해 29이고 가난이나 배고픔은 별로 모르는 세대같지만..전 정말 뼈저리게 느꼈어요.
성실하지도 못했고 또 매일 이 여자 저 여자 기웃거리는 아빠덕분에.....
어릴때부터 이집 저집 이사가는건 기본이고 간간히 터져주는 아빠의 도박 문제, 빚 문제, 여자 문제로
항상 엄마 아빠는 싸우셨어요.
저 연탄보일러를 졸업(?)한지 10년밖에 되지 않았어요.
제 나이 18살때까지 연탄 떼는 집에서 살았어요.
근데 그 집에서 살고 지낸 트라우마가..너무 큰거 같아요.
문득 성인이 되서 결혼하고 아기를 낳은 지금과 비교해보면...어릴적 그 집에 대한 혐오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그때 엄마 아빠는 재개발을 노리고 아주 허름한 집을 사서 들어갔어요.
제가 초등학교 3학년때쯤 이사가서 18살때 이사했으니 거의 8년을 그집에서 산거죠..
그 집은..정말이지 너무 낡았고 바퀴벌레, 쥐가 들끓었어요.
집의 방문은 창호지를 바른 문이었는데...매번 구멍이 뽕뽕 뚫렸었구요.
가장 끔찍했던건..그 집 화장실이에요.
푸세식 화장실인데 안에 불도 안 들어와서 촛불을 키고 볼일을 봐야 됐구요.
지저분한건 정말 말로 다 못 했어요...너무 더러워서 얘기도 차마 다 못하겠군요..ㅠㅠ
게다가 연탄보일러...연탄도 너무 짠순이인 엄마 덕분에 제대로 떼지도 못했어요.
한겨울이면 매일 뽀얀 입김...너무 추워서 새빨개진 코...두꺼운 이불을 둘둘 덮고 누워서는
너무 춥다..너무 춥다...그러고는 일어나지도 못했어요.
제 나이 18살때까지 집에 친구를 데리고 오지 못 했어요. 너무 부끄러워서요........
고기 구경도 거의 못 했습니다. 고기라곤 한달에 한번 정도 먹으러갔던 1인분에 1500원짜리 싸구려돼지고기..
그것도 너무 맛있고 먹고 싶었는데 엄마 아빠가 많이 안 시켜주셨어요.
매일 배고팠었고 곯았었고 또 말랐었네요.
친구들은 그때 항상 날씬한..아니 말라서 비쩍 곯은 절 많이 부러워했어요.
못 먹어서 그런건지는 모르고......중1때 키가 158에 몸무게가 38kg 그렇게 나갔었어요.
부모님은 그 집이 재개발 될때까지 기다릴꺼라 하셨고..결국 재개발은 안되었어요.
다른집으로 이사를 가긴 했지만..그 집에 대한 끔찍한 기억이..10년이 지난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있어요.
꿈에 계속 나타나는거에요..그 무서웠던 집이..한번은 그 집을 다시 찾아가봤는데 완전 헐리고
새건물들이 다 들어섰더군요. 골목도 못 알아볼뻔 했어요.
그 후로는 꿈에 자주 안 나타나긴 하지만...그 집이 지금의 제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미친거 같아요.
절대! 낡고 험한 집은..싫어요. 그래서 좀 무리를 하더라도 이번에 크고 깨끗한 집으로 가기로 했어요.
남편은 잘 이해를 못 하더라구요. 제가 허영을 부린다고 생각하겠죠.
근데 어릴때 그 영향 때문인지..집에 대한 욕심은 자꾸 커져만 가요...
다행히 남편은 돈을 잘 벌고 성실한 사람입니다. 우리 딸만큼은 절대 저처럼 안 키우고 싶어요...
그냥 어릴적 그 집이 생각나서 문득 푸념이네요......
솔직히 어릴때 우리 엄마 아빠가..조금만 욕심을 줄이고 또 자라나는 아이들(오빠와 나)을 위해
좀 더 넓고 좋은집에서 살았더라면..하는 원망도 많이 합니다.
결국 나아진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 오랜 시간 그 험한 집에서 고생하고 살았건만, 돌아온건 재개발도, 무엇도 아니에요........
그래서 너무 억울해요.
1. 님,,충분히
'09.9.18 8:38 PM (59.21.xxx.25)님의 심정이 전달됩니다
그래도 님은 행복한 분이네요
좋은 남편 분과 만나셨으니..
내 기억 속에서 떠나지 않으려는 과거의 기억들 은
빨리 떠나 보내세요
오래 간직할 수록 님께 도움 되는 건 단, 하나도 없습니다
님, 참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인 것 같습니다
지금의 님 처럼 밝고 사랑스러운 님으로 앞으로도 계속 사셨으면 좋겠어요
구질 구질한 과거의 기억을
소중한 추억인 줄 착각하며 떠 올리는 건
참으로..어리석은 행위입니다
죽은 사람을 미치도록 떠나 보내기 싫지만..
떠나 보내야 만 하듯이
죽은 기억 들도 떠나 보내야 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를 바랍니다 ^^*2. ..
'09.9.18 8:40 PM (112.144.xxx.59)아이구........
빨리 잊으셔야겠네요 허기야 우리 남편은 나이가 40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쥐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더군요 이유는 어릴때 시골에서 불에 타죽는 쥐를 봐서....
그런가봐요 어릴때 기억이 어쩜 평생일수도 있나봐요
어쨌든 어여 잊으세요 좋은 기억도 아니구먼.....3. ..
'09.9.18 8:41 PM (125.176.xxx.4)님이 행복해지길 기도해요.
4. 에고
'09.9.18 8:41 PM (121.136.xxx.184)젊으신 분인데 정말 고생 많이 하셨네요.
저야 40대니 그런 정도의 삶은 크게 유별난 것도 아니었지요.
가난해서 공부도 못하는 친구들도 많았거든요.
그런데요. 원글님...과거에 집착을 버리지 못하면 현재의 행복을 못보게 돼요.
큰집에 가면 더 큰집을 원하게 될 지도 모르구요.
아버지는 나빴지만...엄마는 그 당시에 나름 최선을 다한 건지도 모르구요.
고생을 해도 부모님이 훨씬 더 많이 했겠지요.
그 인생들을 측은히 여기고 이제 맘으로 용서해 드리세요.5. 쐬주반병
'09.9.18 9:36 PM (221.144.xxx.89)어릴적의 상처가 상당히 크셨네요.
그 영향이, 나는 아니다..하면서도 실 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지금도 이어질수 있을것 같은데, 잘 이겨내고 계시네요.
지난 어릴적의 깊은 트라우마를 겪으신 분들이,
실 생활에서 연계되면서, 성인이 된 후에도, 이겨내는 것이, 힘든 부분이 많은데,
원글님은 이겨 내고 계시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될 수 있는 한, 지난 상처들은 생각지 마시고, 건전하고 즐거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사시면, 상처는 충분히 치유될 수 있답니다.6. 곰맘
'09.9.19 4:42 AM (201.231.xxx.7)세상에 나랑 똑같은 분이 또 있었구나. 저는 시골이었는데 저희 집 바로 옆에 무덤이 있었어요. 아니 앞에도 있었고 뒤에도 있었죠. 이제는 풀에 덮인 무덤을 봐도 그저 그래요. 그냥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생각요. 또 화장실도 그래요. 퍼세식 화장실인데 저 아직까지 그 꿈 꿔요. 지금 제 나이 마흔이고 그곳을 떠난지 이십년이 다 지났지만 아직도 제가 그 퍼세식 화장실 옆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쩔쩔매는 그런 꿈을 꾼답니다. 저 같은 사람만나서 참 반갑네요(?) 저만 그런 줄 알았답니다. 그 집이 헐리고 새 주택이 번듯이 들어섰는데도 여전히 그래요. 님 마음 이해해요. 저도 아주 깨끗하고 좋은 집에 대한 소망이 남들보다 커요.
7. 원글이
'09.9.19 9:02 AM (114.129.xxx.42)모두들 감사합니다. 저도 아직 완전 극복하지는 못한거 같아요.
지금까지 진행형이라고나 할까......근데 참 바보같죠. 그집 떠난지 정확히 11년이 되었는데..
아직까지 과거와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어요.
가끔은 그 집이 내가 돌아가야할 그런 곳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또 가끔은 그 집이 너무 괴물처럼 느껴져서 깨부수고 죽이고 싶기도 해요.
무섭기도 하면서 증오하는 대상이랄까..그게 아마 제 어릴적 상처, 가난등이 다 투사가 되어
그런거 같아요. 이런거 다 알면서도 문제는 끊지 못하는 제 자신이랍니다.
매일 매일 과거를 붙들어매고 있으면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하고 되뇌이지만..
참 쉽지 않아요. 내 머릿속에 너무나도 깊이 박혀버린거 같아요.
곰맘님도 저처럼 한 집에 대한 공포가 있으신가 봐요. 전 그때 상황이 너무나 안 좋아서..
그 집에 대한 증오와 미움이 더 큰거 같아요...아무쪼록 곰맘님도 극복 잘 하시길 바래요.
저도 이걸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는..나만 가지고 있다는걸 알면서도..점점 희미해지긴 해요.
그 집에 대한 기억과 미움이.....8. 님 글보니
'09.9.19 1:20 PM (58.224.xxx.7)저희 가난하고 실직상태라도 32평 남향 아파트 월세로 살고 있는데...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결혼 2년때에 허름한 단칸 방에 살았던 1년도 끔찍했어요
매일 왕바퀴 출현에 쥐까지 부엌에 들어오고..저도 그 시절 생각나서
집 보러 다니면 바퀴 나오는 거 제일 먼저 확인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