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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나, 냄새는 기억에 오래남는다고 하는데
갑자기 외로움이 와락 엄습해와요.
아빠 8살때 돌아가시고
학교끝나고 집에와보면 엄마는 안계시고 텅빈집에서
하루종일 밖에서 때꾸정물 흘려가며 뛰어놀다가 해질녘 이만때쯤 되면
집집마다 굴뚝에선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구수한 된장찌게 냄새가 나면서 저랑 같이 놀던 아이들은
밥먹으라고 부르는 엄마 목소리에 하나둘 집으로 들어가버리고 나면
어디선가 개는 컹 컹 짖어대고,
혼자 동네에 덩그러니 앉아있다보면
저도 모르게 엄습해오던 외로움..
엄마를 기다리다 지칠때쯤 어둠속 저끝에서
오늘도 여전히 술에 취해 이리비틀 저리 비틀 하며 올라오던 엄마의 모습...
아.....................
벌써 30년이 지났는데도
지금 어디선가 컹컹 하고 개짖는 소리가 울려오는데,
갑자기 외로움이 밀려오네요..
1. 토닥토닥
'09.8.8 6:41 PM (59.3.xxx.222)너무 슬프네요.
아빠가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는 직장인
무남독녀입니다.
외갓집에서 자랐는데
어스름 저녁이 되면 **야 밥먹어라~ 부르는소리에
골목에서 삔치기 공기놀이 하던 아이들이 하나 둘 빠져 나가 버린
텅빈 골목에서 외로웠던 기억들이 님의 글을 보니
한걸음에 달려와 아프게 합니다.ㅠㅠ
기운 내자구요~~
그 슬픈 기억을 딛고 잘 살고 있습니다.2. 저도
'09.8.8 6:55 PM (116.123.xxx.72)어렸을때 냄새들이 기억이 잘 나요.
동네에서 애들과 놀던 저녁무렵
밥 짓는 연기가 오를때의 냄새. 엄마가 부르면 달려갈때 나던 바람 냄새.
어렸을때 경험했던 기억과 그때의 냄새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거 같아요3. 시심
'09.8.8 6:57 PM (114.72.xxx.33)눈물이 핑 돌게 서글프네요.
저도 아빠 일찍 돌아가셨고...
형제들이 많아 그런 외로움은 적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씩 가슴에 찾아드는 텅 빈 슬픔이 있었지요.
마음으로나마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샤워하고 맥주라도 한 잔 하시면서... 슬픔도 아름다움이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
내가 살아 있는 인간으로 이렇게 있구나... 생각해 주세요... ... .
원글님께 기형도의 시 한 편 읽어 드리고 싶습니다.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엄마 걱정> - 기형도
어린 시절, 집에 형제들 있고 안방에 엄마 아빠 다 계셨어도
자다 그런 꿈을 꿀 때가 있었어요.
길을 가다 돌아보니 옆에 있던 가족들이 하나도 없고
나 혼자 아무도 없는, 낯선 길에 혼자 남아 있는 꿈.
그런 꿈에서 배경은 거의 해 저물녘이었던 것 같네요.
쓸쓸하고, 황망하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서럽고.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고.
그러고 흑흑 울다 깨어나면
왜? 왜? 하시면서 달려와 눈물을 닦아 주시는 아빠가 계셨죠.
돌아가신 후에는 그렇게 해 주지 못하셨고... ... .
우리 마음 속에는 그 때의... 자라지 않는 어린 아이가 있어
어른이 되어 버린 지금도
가끔 우리를 슬프게 한다, 고 저는 생각합니다.
원글님 마음 속의 어린 아이
손을 꼭 잡아 주고 싶어요.
잘 자라고.
울지 말고.
...그러니 외로워 마세요. ^^4. 토닥토닥2
'09.8.8 6:57 PM (96.49.xxx.112)저도 어릴 때 동네 골목에서 나던 밥냄새, 반찬냄새..
이런게 아직도 생각이 나네요.
토닥토닥해드릴께요.
더 이상 외롭지 않으시길 바라며.
근데요, 전 기억에 남는 냄새가 있는데 이게 가끔 생각이 나거든요
그런데 도저히 어디서 맡았던 냄새인지 모르겠어요.
나쁜 냄새는 아니고 일종의 향기인데,, 어떤 냄새인지 기억이 나지만
그 냄새의 근원은 모르겠다고 해야할까요?
답답할 때가 가끔 있네요.
암튼, 원글님 좋은 생각으로 전환, 뿅!5. 어릴적기억
'09.8.8 7:09 PM (210.106.xxx.19)원글이인데요..
저 댓글읽다가 울뻔했어요.
너무 감동이에요.
올려주신 시도 감동이고요, 위로해주신 말씀들도 모두 감동이에요.
전 어릴때 꿈이 "전업주부"였어요.
의사 대통령이런 대단한 포부들을 말하던 꼬마대신
그냥 집에 있는 엄마가 되고싶었어요.
집에서 아이들 살뜰히 보살펴주는 엄마를 둔 아이들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웠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ㅎㅎ
그 꿈을 이루었어요.
전업주부의 꿈을 이루어서 저만 바라보고 있는 두아이들 옆에
껌처럼 찰싹 달라붙어있어주는 엄마가 되었어요^^
애들에겐 제가 느꼈던 아픔을 주고싶지 않아서 더 그렇게 하는것 같아요
그리고 다행히 신앙을 갖게되면서 어릴적 상처도 많이 치유받아서
지금은 외로움없이 잘 살고있어요.
그러나 가끔 해질녂이 되면 나도 모르게 한번씩 그때의 아픈기억이 떠오르면
가슴이 쏴아해질때가 있더라구요^^
이젠 그때의 아픈기억도 소중한 추억이 될날이 오겠죠.ㅎㅎㅎ
댓글주신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항상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6. 그무렵
'09.8.8 7:12 PM (125.177.xxx.172)딱 해가 지는 그무렵이 제일 좋으면서도 맹~하게 슬퍼지는때에요.
저도 아빠 안계시고 혼자자라다시피해서 맨날 혼자 집보거나하는 외로운 기억이 대부분
이에요. 낼모레 사십인데 아직 자라지 않은 아이가 제속에도 있답니다.
저는 왕십리에서 컸는데, 저랑 같은동네 사셨던분도 계실까 궁금합니다.7. 그무렵
'09.8.8 7:12 PM (125.177.xxx.172)저도 전업합니다!! ㅋㅋㅋ
8. ...
'09.8.8 7:18 PM (203.206.xxx.6)원글님 글 읽으니.. 전인권씨 사랑한 후에.. 라는 노래가 떠오르네요.
가까운 이웃이면 만나서 술이나 한잔.. 했으면 좋았을텐데요. ^^ (그러고보니
결혼하고 친구랑 술 마신 적이 한번도 없네요. @_@)9. ...
'09.8.8 7:21 PM (203.206.xxx.6)전인권- 사랑한 후에..
긴 하루 지나고 언덕 저 편에
빨간 석양이 물들어 가면
놀던 아이들은 아무 걱정없이
집으로 하나 둘씩 돌아가는데
나는 왜 여기 서 있나
저 석양은 나를 깨우고
밤이 내 앞에 다시 다가오는데
이젠 잊어야만 하는 내 아픈 기억이
별이 되어 반짝이며 나를 흔드네
저기 철길 위를 달리는 기차의
커다란 울음으로도 달랠수 없어
나는 왜 여기 서 있나
오늘밤엔 수많은 별이 기억들이
내앞에 다시 춤을 추는데
어디서 왔는지 내 머리위로 작은새 한마리 날아가네
어느새 밝아온 새벽 하늘이 다른 하루를 재촉하는데
종소리는 맑게 퍼지고
저 불빛은 누굴 위한걸까
새벽이 내앞에 다시 설레이는데10. 원글이
'09.8.8 10:02 PM (210.106.xxx.19)전인권의 노래가사가 가슴에 와닿네요..
노래 가사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남은 시간도 좋은시간되세요^^11. 전
'09.8.9 2:31 AM (116.122.xxx.85)피존에서 나온 분홍색 섬유 유연제 냄새 맡으면 신혼때가 생각나요..
애들도 없을 때...매일 저녁 낯선 곳에서 항상 남편 오기만을 기다리던 그 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