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생각나는 것만 몇 개 올려보겠습니다...
1.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동일시하는 듯한 용어 선택
가령 권상우씨가 조폭 김태촌인가 뭐시긴가 한테 불바다 어쩌고 하는 협박에 시달리다 못해 경찰에 신고해서 크게 보도가 된 적이 있었죠. 그런 사건의 경우 권상우씨가 엄연히 피해자인데도 나중에 신문기사에는
"배우 권상우 악성 루머를 딛고 신작에 몰두..."
어쩌고 하는 기사가 뜨곤 합니다. 그런 용어선택은 피해자인 권상우가 마치 좀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듯한 뉘앙스를 독자들의 머릿속에 남기게 됩니다. 그 사건은 김태촌 입장에서 "악성"루머인지 몰라도 권상우 입장에서는 실질적 피해를 본 것인데 그게 왜 "악성루머"가 되나요?
최근에 전자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씨가 양아치 성폭행범이 운영하는 회사에 붙잡혀서 수년간 인권침해를 당하고 전국의 각종 듣보잡 행사장의 악사로 전락한 사건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언론에서 자꾸 축소 왜곡 보도를 해서 실상은 잘 알려지지 않는 것 같지만) 아직 사건이 제대로 수사도 안된 상황에서 연합찌라시에서는
"유진박 악성 루머 딛고 음악에 매진할 뜻 밝혀"
어쩌고 하면서 기사를 냈습니다. 유진박씨가 인권침해 당한 게 "악성루머"인가요? 누구 입장에서? 도대체 왜 피해자를 피해자로 인식을 못하는 건지...
2. 인종차별적인 용어 선택
흑인 스포츠 선수, 가수, 영화배우 등이 무슨 큰 업적을 이루거나 내한을 했다거나 할 때 다음과 같은 식으로 기사 제목을 뽑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테니스계의 흑진주 비너스 윌리암스 US Open 우승"
"흑진주 비욘세 다음 달 내한"
"모델계의 흑진주 나오미 캠밸 누구누구랑 연애"
흑인이면 흑진주고 백인이면 그냥 진주라는 건지... 백인이었음 그냥 무슨무슨 분야의 수퍼스타 정도로 쓰고 넘어 갔을 부분도 "흑진주" 따위의 저질 표현을 쓰면서 "굳이" 인종을 상기시키는지...그 기자들 눈에는 타인을 묘사하는 수만가지 특성 중에서 인종이라는 잣대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되었나 봅니다...
3. 여성차별적인 용어 선택
남자 작가들에게는 "남성작가"라고 하지 않으면서 여자 작가들한테는 "여성작가"라는 수식어를 쉽게 갖다 붙이는 걸 많이 봅니다. "여류문학" 이런 표현은 요즘 덜 쓰는 것 같긴 하지만..
"여성작가 4인방 누구누구 인터뷰"
"여성작가의 자존심 누구누구"
그리고 얼마 전에 어떤 여자 교수가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사건에 대한 신문 기사의 제목이 "XX도시에서 여교수 살해"였습니다.
살해 당한 사람이 여자라는 사실이 중요하면 "XX도시에서 중년 여성 살해"라고 제목을 쓰고 본문에 그 피해자의 직업이 교수였다는 걸 밝히면 될 일이고..
살해 당한 사람이 교수라는 사실이 중요하면 "XX도시에서 대학 교수 살해"라고 제목을 쓰고 본문에 그 사람 나이, 성별 등을 밝히면 될 일이지...
미디어에서 사용하는 표현들이 무의식중에 대중들의 사고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저런 표현들 볼 때마다 참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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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미디어에서 보이는 파시즘
ETC 조회수 : 430
작성일 : 2009-08-02 02:53:18
IP : 98.192.xxx.103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좋은
'09.8.2 6:34 AM (81.57.xxx.96)글입니다..
씁씁한 일이구요,,2. 잔잔
'09.8.2 9:54 AM (211.200.xxx.92)너무 일상화돼서 느끼지 못하는 것들도 많이 있죠.
범죄자가 아닌 피의자에게 카메라 들이미는 관행, 마지 범죄 확정인 양 대서특필하는 관행.
노사분규 같은 표현도 잘못된 시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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