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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선택한 죽음이 너무 다른 관점으로 보여 힘들어요.

친한 벗을 만나고와서 조회수 : 1,648
작성일 : 2009-07-28 20:07:56
오랜 벗과 간만에 만나 사는 얘기 나누다가 참으로 먹먹했어요.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 네 생각나더라.... 이렇게 대화가 시작됐지요.
평소에 정치 쪽 대화는 핀트가 그리 잘 맞지 않는 친구들이었기에 미리 부드럽게 대화하려고 마음먹고 있었어요. 일단 얘기를 들어주자!

넌 봉화마을은 갔겠구나.. 거기 다녀오는 사람들 있나봐..
그런데말야.. 남아 있는 가족은 뭐냐. 권여사는 하루아침에 남편잃고 자식들도 아버지를 잃고, 너무 무책임한거 아니냐... 돈은 받은거잖아...

지금 우리가 그렇게 얘기해야 할 시점일까? 그 분을 그렇게 봐야할까? 그 분은 한 가정의 남편이고 아비이기 이전에 일국의 대통령이었어. 그런 분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거야.

대통령은 남편이고 아버지는 아니니? 본인만의 생각으로 그런 결정을 하고서 남아있는 가족들 생각은 안하냐고.

지금 우리가 분개하고 대화할 부분은, 한 가정의 아버지가 아니라, 누가 그분을 죽음으로 몰아 갔는지, 죄를 만든 검찰과 언론 그리고 잃어버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얘기해야하지 않나싶어. 그 분은 알다시피 차용증 받고 돈을 받았고, 계좌이체해서 통장으로 받았어. 뇌물을 그렇게 받는 사람도 있다니? 그리고 그 분의 죽음을 그런 관점으로 말한 사람을 아직까지 못 봤다.

나같은 관점으로 말한 사람을 처음본다고? 내 주변은 그렇지 않아. 너가 한쪽으로만 보는것은 아니니?
그리고 세계각지의 언론사가 와 있고 주목하고 있는 영결식장에서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자국의 대통령에게 그런 행동을 하다니, 이게 말이되냐? 이런 경우가 어딨니?

왜 안돼? 이렇게 큰 일을 당했는데, 누구하나 나서서 외치는 사람이 없다면 그게 국가 맞어? 그리고.. 세계언론사가 와 있는 현장에 부시에게 신발을 던진 기자도 있어. 부시 때문에 자기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죽어나갔는데 신발하나 던지는 자국민이 없다면 그게 국가냐? 미국대통령에게도 그렇게 하는데 자국대통령에게 말한마디 못한다고?

... ..

벌써 몇 일이 지났어요. 그 친구가... 임산부인 저에게 좀 더 배려 못해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내왔는데 아직도 답문을 못 줬어요.
좋게 만나고 아쉽게 헤어져 돌아 왔지만 내내 마음이 편치 않네요.
대한민국 사람들의 정치의식이 더 양극화 되어가는구나... 확실히 실감했서죠. 우리 역사에 너무도 치명적으로 남을 큰 일을 2009년 치르고 있는데, 같은 나이의 사람들조차 이렇게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그게 참으로 절망적이었어요.
다른 얘기는 다 통해요. 맘도 잘 맞아요. 그 친구를 신뢰해요. 죽마고우예요.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들의 정치에 관한 관점은 더 양극화 되어갑니다.
왜 그런걸까요?

저도 첨에는 이러지 않았어요.
선거권이 생기니 아무생각없이 부모님 좋아하시는 후보를 찍었고, 더 나이가 드니 부모님과 의견이 달랐지만 결국 부모님 의견에 따랐다가... 더 나이가 드니 내 주장을 더 드러내게 되고 내 의지로 투표권을 행사하였고, 더 나이가 드니 어떤놈이 좋은 놈인지가 조금씩 보일락말락하게 됐어요.
더 나이가 드니... 더 이상 조중동은 결코 ‘신문’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게 되어 버렸어요.

미디어법 처리를 강행하면서,
야당의 최고대표가 의원직을 사표내는걸 보면서...
미디어법을 다루는 조선과 경향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서 오늘에서야, 오늘에서야...
더 이상 조선은 신문이 아닌, 잡지라는 걸 보고야 말았습니다.
나와 다른 의견이라도 그것도 존중하고 인정해주고 포용해 줘야 하지만,
이런 논조도 있고, 이런 사설도 있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어 한쪽만 바라보지 말고 두루두루 양쪽을 다 바라봐야 올바른게 맞는 것이지만... ..
이제 더 이상, 아니 결코!
조선일보는 더 이상 “신문”이라고 말 해 줄수 없게 되어버렸어요. 내 자신이 그렇게 변해버리고야 말았습니다.
내가... 내가 왜 이렇게 변한 걸까요? 난 절대 투사도 아니고 횟불을 들지도 못했으며, 화염병한번 들어보지도 못했고 어디가서 큰 소리로 내 주장 하나 내세워 보질 못했는데...
내가.. 내가 왜 이렇게 변한 걸까요?
착하디 착한 내 동무들은 여전히 착한 보통 아줌마요, 이웃집 훈훈한 아이 엄마인데..
얌전히 생긴 내가, 이런 내가... 왜 이렇게 변한 건까요?
내가 빨갱이가 된 건가요?

아무리 인정해주려해도 나는 도저히 그 분의 죽음을 무책임한 한 가정의 아버지로, 아비로 볼 수가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 분의 마지막 결정이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선물을 안겨주셨다고... 그래서 그 분을 내 마음의 영원한 대통령이라고밖에....  나는 그렇게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너무나 사랑하는 친구인데... 그 친구의 인격을 믿어 의심치 않는데...
나를 배려해 준 그 친구를 나도 배려 해 줘야 할 것 같은데...
내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는 친구인데..
뭐라고 답장을 써야할지
아직도 먹먹합니다..
IP : 222.239.xxx.142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쩌나
    '09.7.28 8:17 PM (211.172.xxx.145)

    전 그 대상이 남편이에요..
    지난번 그런그런일로 심하게 다투고 서로 그런 화제를 피하고있어요..
    다시는 그렇게(가슴이 조여오는 절망감을 느꼈어요) 싸우고싶지않거든요..
    어쨌든 살아야하니까요..

  • 2. ^^
    '09.7.28 8:19 PM (61.78.xxx.159)

    저도 사실 그런이야기 나오면 막 속이 부글부글 끓고 얼굴이 벌개지더라구요.
    근데 또 생각해보면, 여기가 민주주의 국가니까 여러가지 취향과 의견이 나올수있는거잖아요.
    우리같은 사람이 있는가하면 또 완전 다른 의견의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이 진실을 알수있도록, 만약 모른다해도 정말 아닌 사람들이 나라를 이끌지 않도록 만드는게 우리 몫인거같습니다!

  • 3. 음...
    '09.7.28 8:21 PM (112.148.xxx.223)

    저도 친한 친구때문에 괴로워요..
    마음이 무겁고 친구들을 만날 수가 없어요. 섬에 고립된 느낌이지요.
    평소 감정적인 편이 아니었는데 제친구가 제게 너무 극단적이고 예민한 게 아니냐더군요, 정당한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는 소통의 부재.
    방법은 두가지인데 하나는 꾸준히 조금씩 공부해서 그들을 설득하는 방법
    또 하나는 더이상 친하게 지내지 말고 거리를 두고 만나는 방법

    둘 다 쉽지 않습니다.ㅜ

  • 4. 전.
    '09.7.28 9:05 PM (222.99.xxx.13)

    바로 그분의 장례식날... 친한 맘들과 얼굴 붉혔답니다.
    3:1로요...물론 제가 1쪽이죠^^

    너무 한심하고 터무니 없는 얘기들을, 너무 시시덕 거리며 하는데 분노하지 않을수 없었지요.
    입에 담기도 싫은 유언비어들 있쟎아요...그인간 저인간해가며...

    그래서 싫어했든 좋아했든 죽은자에 대한 예의 지키자 했더니,
    그 분이 나라를 세계 망신 시켰다더군요
    그러면서 하는 말들이 더 충격이었어요
    '없이 산 인간이라 그렇다는......'

    지들은 좀 산다 여겼나봐요~ 지들은 좀 배웠다 이거겠죠?
    그 잘났다는 여인네들 교양머리가 딱 그정도인겁니다...

    저 왕따를 각오하고 이 여자들과 각 세우고 있답니다^^
    속상해 마세요~~
    가까이 사시면, 맥주 한잔 사드리고 싶어요^^

  • 5. 저두
    '09.7.28 9:36 PM (222.236.xxx.108)

    그런답니다. 다른분댓글처럼 옆에있는사람이요.. 저두 웬만한 정치 얘기는안하려구요. 해봤자
    싸움시작같아서 제가 피하죠 모 그렇다고 현대통령을 따르는것도 아니고요..또mbc방송얘기나오면 제가 혈압올라요.. ㅎㅎ 사람은 좋은데. 정치코드는 좀그러네여

  • 6.
    '09.7.28 9:43 PM (121.161.xxx.161)

    친정아버지.. 가능한 정치얘기 안해야지 원... 그런데 우리집에 오셔서 신랑붙들고 정치이야기 너무 그쪽으로 강요하셔서리... 한동안 대운하 가지고 두분이 열띤토론...ㅎㅎㅎ 아휴 정말... 누구 한사람이 귀막고 입닫고 있어야 평화가 온답니다.

  • 7. ...
    '09.7.28 9:46 PM (121.138.xxx.197)

    저는 작년 내내 친정부모님과 얼굴 붉혔어요.
    요즘은 일부러 민감한 얘기는 안 합니다.
    친구들과도 그런일 있는데 학교때 운동하던 아이들이 배에 기름좀 끼었다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목소리 높이는 인간들 보면 상종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저도 얼마전에 친구랑 비슷한 일 겪고 며칠동안 잠을 설쳤어요.

    저는 친구만나는 것 보다 82에 들어오는 것이 더 좋습니다

  • 8. 저도
    '09.7.28 9:53 PM (121.167.xxx.59)

    신랑과 정치에 관해선 반대의견입니다.
    고로..신랑은 제 입에서 정치나 경제 얘기 나오면 귀 막아버려요.
    한동안 신랑 설득하려고 했으나 이젠...분위기 쏴 해지는거 싫어서 그냥 말 안해요.
    언젠가는 신랑도 알게 되겠죠..내가 왜 그랬는지...

  • 9. 마음의
    '09.7.28 10:18 PM (211.224.xxx.182)

    마음의 크기가 달라서 그럴겁니다.
    한 가정의 가장이기 이전에 일국의 대통령이었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입장에서
    자신때문에 참여정부의 업적이 희석되고..두고두고 민주세력이 매도될 처지에 있는 데(그분의 유언 그대로입니다)...앞으로도 더 힘들어질거라는..
    그분의 소신공양으로 시궁창에 처박혀질 민주세력들이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지요.

  • 10. 질긴놈
    '09.7.28 10:25 PM (125.128.xxx.158)

    오랜만에 만난 친구, 나보고 피곤해 보인다고 하길래, 미디어법 집회 갔다 와서 그렇다고 하더니 놀란 얼굴로 자긴 작년에 촛불안티 집회에 나갔었다고 하더라구요 .. 헉
    가스통할배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
    근데 김홍도급 목사가 있는 교회 다니고 조선만보는 사람들과는 정녕 대화가 안되더라구요.
    조중동편파보도 한다고 했더니 엠비씨가 더하다고 하고 ... 서로 열받을 뿐이죠.

    근데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어요. 천천히 보여주자고요.
    질긴 놈이 이긴다고 하잖아요 ..^^

  • 11. 동감입니다ㅜㅜ
    '09.7.28 10:37 PM (221.146.xxx.53)

    내가... 내가 왜 이렇게 변한 걸까요? 난 절대 투사도 아니고 횟불을 들지도 못했으며, 화염병한번 들어보지도 못했고 어디가서 큰 소리로 내 주장 하나 내세워 보질 못했는데...
    내가.. 내가 왜 이렇게 변한 걸까요?
    착하디 착한 내 동무들은 여전히 착한 보통 아줌마요, 이웃집 훈훈한 아이 엄마인데..
    얌전히 생긴 내가, 이런 내가... 왜 이렇게 변한 건까요?
    내가 빨갱이가 된 건가요?

    저는 빨갱이도 예수쟁이도 아닌데...아니 되지도 못하는데...
    그저 누가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인가를 아무리 되집어 보아도
    내가 본 게 옳으니 어쩔까나요...기다리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 네가 덜 옳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무심했던 혹은 피흘리던 누군가에게 상처를 더 주었던 저 같은 사람이
    저 처럼 하나씩 생각이 돌아오지 않겠나...기다리고 있습니다...

  • 12. 좃폐간
    '09.7.28 10:37 PM (114.206.xxx.188)

    동네 아줌마 들 너무 꼴통에 좃쭝똥스러워 스스로 왕따하기로 맘먹고 지냄
    얘기해주고 책도사주고 했지만, 변화가 없고 저를 한심하게 생각해서
    혼자 인터넷과 책보며 지내고있슴, 그들만나고 나면 너무 열받음

  • 13. ,,
    '09.7.29 12:01 AM (115.140.xxx.18)

    동네 아줌마들하고 수다떨다가...
    내가 이 시국에 이런이야기하고 살아도 되는걸까...
    저 아줌마는 어떤 생각하며 살까..
    어쩌다가 조선보는 아줌마가 엉뚱한소리하게되어 성향을 알게되면..일부러 피해다닌답니다
    이건 다양성의 차이가 아니라..
    무식하고
    무책임하고
    나쁜겁니다

  • 14. 새로운 친구들을
    '09.7.29 12:03 AM (124.212.xxx.160)

    새로들 만나세요... 마음을 터놓을..
    저도 좀 그랬는데.. 깊에 생각해보니.. 인간관계라는 게 가고오고 하는건데..
    이건 배신하거나 무시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오래된 인연을 지킬려고 하는 습성이 있는 듯 해요

    새로운 사람과 사귀면서 마음이 더 자라는 것 같아요..
    또 노무현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과 만나면..
    수십년을 사귄 친구처럼 금방 되지 않나요..

    삶의 방식이나 가치도 많이 비슷하고요...

  • 15. 고기본능
    '09.7.29 12:41 AM (123.228.xxx.239)

    노대통령 49재 다음날 간염으로 입원을 했는데 같은 병실 쓰는 아주머니가
    주말이 되자 교인들을 병실로 불러 예배를 보더군요.
    열댓명 남짓 되는 분들이 그 좁은 병실에 들어와서 찬송부르고 기도하고 하는데,
    그 병원이 하필 세영병원이었어요. 노대통령이 투신직후 처음 들렀던 병원이요.

    그래도 동네사람이니 안그러겠지 했는데 왠걸, 아주 판을 까시더만요.
    진짜 거짓말 약간 보태서 17:1로 싸웠어요.

    전직 국가원수가 아니라 그냥 잘 모르는 동네 사람이 목숨을 던졌어도
    사람의 죽음 앞에서 그런식으로 악담하는건 정치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성의 문제고
    인명 자체에 대한 멸시인거죠.

    노무현대통령 싫어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예수님이 원수를 사랑하라 하셨는데
    원수도 사랑하는 마당에 왜 사람 목숨을 놓고 그따위로 밖에 말을 못하세요?
    당신들이 믿는 예수와 내가 아는 예수가 다른 사람입니까? 하고 다다다다 쏴줬네요.

  • 16. 고기본능
    '09.7.29 12:52 AM (123.228.xxx.239)

    원글님이 말씀하신 그 양극화라는게 정말 제 주변만봐도 실감이 돼요.

    노대통령 서거 이후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내고, 분노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쏘쿨, 난 정치에 관심없소, 나만 잘먹고 잘살면 된다는 사람들도 있고
    정말 극과 극으로 나뉘더라구요.

    쏘쿨하고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사람들은, 이제 아무리 오래된 친구고 절친한
    사람이라도 마음을 터놓지 않게 되고, 오랫동안 함께 갈 사람은 아니라고 여기게 돼요.
    정치성향이란게, 넓게 얘기하면 그 사람의 가치관,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잖아요.

    나와 가치관이 판이하게 다르고 사는 방식이 다른 사람이니
    앞으로 결혼하게 되면 결혼관도 다를테고 육아방식, 교육관도 많이 부딛칠테고
    인생에 큰 고비가 닥치면 서로 의지하고 끌어주는 관계가 되기도 힘들테니까요.

    넌 쏘쿨족이라 싫어, 절교야 하고 단박에 자르진 않지만
    언젠가 부터 그들과는 개인적인 이야기라 할지라도 깊은 대화는 안하게 되고
    속내를 털어놓지는 못하게 되네요.
    인간이 얼마나 정치적인 동물인지, 이 정권 들어 정말 실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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