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외국에 있다가 거기 눌러 앉을 수도 있었는데 그래도 내 나라 하는 맘으로
들어 왔더니 첨에 일거리가 있나요. 그래서 놀면서 최소한의 수입만으로 살다보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중 제일 와 닿는게 정규직 없으면 알바하고 이러면 보통 시급 4,000원 이던데
이걸로는 하루 열 시간씩 안 아프고 한달 내내 일해야 겨우 120만원 되니 이걸로 무슨
꿈이 있고 미래를 있고 여유가 있는 인생을 살겠나 싶어요.
대학 다닐 때나 대학원 다닐 때 좋은 학벌 덕에 일주일에 2 번 가는 알바 2 개 하면 그 당시에도
하나당 30만원 정도 받았고 그 돈으로 내가 학비 낼 일도 없고 지방에서 올라오긴 했지만
부모님이 사준 아파트에서
혼자 살면서 내가 쓰는 돈만 벌면 되니까 여유가 있어서 심지어 무명이긴 하지만 괜찮아 보이는 작가
그림까지 사고 살았거든요. 그래서 어렵다는 게 어떤 건지 잘 몰랐어요. 그러다 결혼하고 부모님 돈으로
유학 갔다가 이제 와서 보니 우리 나라 진짜 소수를 제외하곤 대도시서 사는 보통 사람의
경우엔 삶이 너무나 여유없고 팍팍하게 느껴져요.
평생 집마련의 짐 어깨에 짊어지고 애교육비에 쏟아붇고서 언제 잘릴지 모르는 회사 아니면
일찍 부터 늦게 까지 일해야 하는 자영업으로 살아야 하니 여유가 너무 없어요.
분명 조선시대 사람들이 무덤에서 깨나서 와서 보면 눈이 휘둥그레 질 정도로 다 잘 먹고 잘 입고
있기는 한데 정신은 어디다 팔려 있거나 무언가의 노예가 되어서 사는 사람들 같을 것 같아요.
잠시 연애할 때 좋지 그 시절 끝나면 금방 부모로서 돈이 아이의 재능과 능력도 결정해 주는 걸
보면서 행복감 보다는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면서 살아가죠. 남자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도 짜 내는 회사에
안 짤리고 충성하느라 늦게까지 집에 못 들어오고 여자는 여자대로 불만이 쌓이는 사회 구조니
거기에 무슨 건강한 가정이 들어설 여지가 있고 가족끼리 부부끼리 부모 자식끼리 하하호호 하며
시간을 같이 보낼 여유가 있나요?
저는 우리 나라에 만연한 불륜의 원인 중 하나가 사람들 특히 남자들이 스트레스를 풀 방법으로
일탈로 그걸 한다고 생각해요. 그 순간 만큼은 짜릿하고 아무도 통제하지 않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기가 맘대로 할 수 있고 자기가 주인이 되는 행위라고나 할까요?
사람을 누르면 누를수록 성인들이니 겉으로는 거기에 맞춰서 사는 것 같지만 그 반동이 건전한 방향이 아니라
스릴있고 남 모르는 일탈을 일 삼는 거죠.
어쨋든 우리 나라 참 숨 막히게 느껴지네요. 어느곳 하나도 청량한 곳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교수가 학생이랑 바람이 나질 않나, 다들 경쟁에 자기를 내세우지 않으면 일단 쉽게 보고요
배운 사람들도 덜 하진 않더군요.
저더러도 한국에서 살려면 학문하는 사람도 돈 버는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던데
그래서 한번 인지도 생기고 돈 많이 벌면 좋은 거겠죠?
가만히 옆에서 보니까 일이 몰리는 사람한테는 계속 몰리더군요.
종교도 좀 힘들게 느껴져요. 오히려 거기가 더 맘몬신에 정신 팔려서 숭배하고 사는
사람들의 집합소 같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우리 나라 시원한 한 줄기 바람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싶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애 낳으면 미래의 머슴이자 노에를 낳는 꼴 밖에
안 된다는 그자괴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회 구조가 너무나 갑갑한 거죠.
어디나 양극화가 너무 심해서 많이 벌고 수입이 많은 사람들은 너무 많이 벌고 그 외는 아무리 해봤자
평생 개미처럼 일만 해야지 잘하면 현상유지하는 정도를 딱 못 벌어 날 정도로 사는 구조니 그래서 다들
애를 안 낳겠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잠깐 아이 어릴 때 재롱 보는 시기 지나고 나면
늘 다른 아이들과의 비교와 경쟁으로 동동 거릴 시간만 남았으니 참 한국 살이 피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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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람
2 조회수 : 249
작성일 : 2009-07-28 20:45:41
IP : 61.73.xxx.118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저도
'09.7.29 8:56 AM (68.122.xxx.54)외국에 살고 있는데
한국이 그립다가도 여유없이 경쟁속에서 시달리는 얘기를 들으면 돌아가기가 겁이 납니다
좋은 글인데 제목탓인가? 조회수가 적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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