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력과 4대강 ‘죽이기’
임석민|한신대 경상대학 교수
지록위마(指鹿爲馬)란 말이 있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우긴다는 뜻이다. 권력의 횡포를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지금의 4대강 죽이기와 경인운하가 지록위마의 전형이다. 권력자가 ‘죽이기’를 ‘살리기’라고 국민을 속이는 데도 맞장구를 치거나 입을 다무는 현실을 보면 권력이 무섭고 더럽고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권력과 거리가 먼 서생이라서 권력의 힘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오다가 최근 운하사업이 강행되는 과정을 보고 권력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운하에 콩깍지가 씌운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는 곡학아세가 참으로 목불인견이다. 궁색한 논리로 합리화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인간들의 모습이 측은하다.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려 발버둥치고 있다.
구차한 논리를 펴는 그들은 운하사업의 부당성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죽이기’인데도 ‘살리기’라고 우겨야 하는 신세가 처량하여 자괴감과 자조감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애써 구상해 놓은 설계도를 지우고 있는 심경이 참담하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말을 못하고 끙끙대는 사람들이 환경부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많은 독자를 가진 이른바 보수언론과 국민의 권익을 대변하겠다고 맹세했던 국회의원들이다. 우렁찬 목소리를 내야 할 이들이 입을 다물고 있으니 NGO, 종교인, 서생들은 모깃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은 4대강 및 경인운하 사업이 잘못임을 알면서도 권력자의 눈치를 보느라 입을 다물고 있다. 힘없는 젊은 기자들은 “돕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반대지만 회사가 요구하여 그렇게 쓸 수밖에 없다”고 고백하는 기자도 있다.
국토해양부의 한 관계자는 “지방공항에 수천억원이 들어갔지만 10년도 안 돼 뒤처리에 골몰하고 있다. 당시 선배들이 목을 내놓고라도 반대해야 했었는데 아쉽다”고 토로했다. 지금 추진하는 운하사업도 목을 내놓고 반대해야 할 사업인데도 모두들 입을 다물고 있다. 목소리를 내야 할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야 이 나라가 제대로 갈 수 있다.
당태종은 중국 제일의 명군으로 꼽힌다. 그에게 위징이라는 양신(良臣)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못 보는 것을 보는 위징은 끊임없이 간언을 했다. 위징을 ‘죽이겠다’고 씩씩대는 태종을 황후가 말린 적도 있다. 그랬던 태종이 위징에게 충간의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자 위징은 “폐하께서 들어주시니 간언을 하는 것이지, 듣지 않으면 간언을 하지 못합니다”라고 태종의 덕을 내세웠다.
자고로 주변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야 함에도 이 나라 권력자는 이 세상에 자기가 가장 잘났다는 과도한 자만에 빠져 귀를 막고 19세기적 운하에 빠져 금수강산을 뭉개고 혈세를 허공에 날려보내려 하고 있다. 국가적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누구 목을 내놓고 이 만행을 말릴 사람이 없을까? 어디선가 슈퍼맨이 날아와 이 권력자가 정신이 바짝 들게 했으면 좋겠다.
<임석민|한신대 경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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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권력과 4대강 ‘죽이기’
우국충정 조회수 : 240
작성일 : 2009-06-20 14: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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