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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되신 엄마 돌보는거...생각보다 힘이 드네요

휴우 조회수 : 1,691
작성일 : 2009-05-21 20:10:47
10년전에 아빠가 돌아가셨어요.
꿈많고 세상물정 모르고 가슴가득 욕심만 많을때였어요
엄마에게 번듯한 직업이 있어서 경제적으로 걱정하지 않고 살정도는 되었지만
왠지 아빠 대신 돈벌어서 생활하시는 엄마께 너무 죄송해서
용돈이며 잡비 받지 않았어요. 과외하고 호프집 커피숖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벌었습니다.
그때만해도 엄마가 젊으셨던건지 제가 뭘 몰랐던건지
그냥 각자의 삶에 충실한 정도라 엄마 때문에 마음이 많이 무겁진 않았던것같아요.
23 에 취업을 하게 되고 제가 사회인 노릇을 하면서 더 많은게 눈에 보이더라구요
고생한 엄마가 후즐근해보이는게 싫어서 엄마 속옷과 양말까지 제가 다 사드리고 관여하게 되고
어디 결혼식이나 나들이라도 가시게 되면
그날 어떻게 코디해야하는지 생각해서 옷사서 걸어두고 입고 가시게 하구요
집에 김치 냉장고나 티비나 뭐 큰 제품을 하나씩 바꿀때면
제가 알아보고 사서 놓아두고 ...그랬어요 . 엄마가 돈아까워서 안사실까봐요.
어디 가신다고 하면 차표 예약해서 발권해서 손에 꼭 쥐어드리고
잠못자고 밥 못 먹는 일이 있더라도 가능한 시간을 내어서 배웅나가 태워드리구요.
시댁 행사나 뭐 이런데는 아빠 얼굴과 엄마의 입지 등등을 고려해 가능한 참석하지만
사실 아빠 없는 친가의 모임이 참...슬프고 허전하고 불편하지 그지없어요.
그래서 제가 작전짜서 평소에 휴일이 없어서 쉬지도 못하시는 엄마 하루쯤 쉬게 만들어드리고 그래요.
쓰다보니 참...뭐 별거 아닌것 같은데
저렇게 하는게 저한테는 신경이 많이 쓰이고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냥 제가 좋아서~그리고 엄마를 위해서~엄마가 좋아하시니까 좋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 발생하더라구요.
엄마가 저한테 너무 의지하시는 겁니다.
일요일에 어디 친구라도 만나시면 전화와서 가기는 귀찮고 가보고는 싶고~뭐 입을까부터 고민하시고
뭐 먹을까....더우면 더워서 걱정 추우면 추워서 걱정
집에 청소기가 고장이 나면 고장나서 불편한것부터 시작해서 뭘 살까 어디서 살까 무슨색을 살까....
은행을 갔는데 어떤 상품이 새로 나와서 소개를 받았는데 이자율이 어떻다던데 할까 말까
지금 하고 있는건 어떡할까~해지할까 둘다 할까 말까...
등등....
결단을 필요로 하는 사소한일부터 큰일까지 모두 저에게 의견을 물어요.
제 생각을 이래저래 말씀드리다보면 또 엄마 생각을 듣게 되구요 그러면 대화가 너무 길어지고
엄마가 너무 잘못생각하시는 부분은 또 설득해야하구요
그러다 엄마와 딸이다보니 의견충돌이 있으면 하염없는 엄마의 레파토리를 들어야합니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로 10여년의 스토리들..
바로 옆에서 보고 산 제가 어차피 다 아는 그 스토리들을 매일매일 다시 반복할때면
정말 속이 뒤집어질떄가 있어요. 슬프고 기구한 이야기 맞지요~그 슬픔과 한이 제 삶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와서 너무너무 불편하고 아프고 싫습니다.
제가 편안한 상태로 대화를 할때에는 당연히 딸로써 이런저런 얘기 많이 나누고 하지요.
그런데 제가 요즘 일때문에 좀 많이 피곤하고 힘든 상황이에요.
해가 안떠서 좀 컴컴한 시간에 출근을 하구요
집에 돌아오면 완전 녹초가 되어서 세수할 힘도 없을만큼 곤죽이 됩니다.
원래 전화 많이 오는거 피곤해서 엄마한테만 항상 귀를 오픈해두고 있었는데
사실 요즘같아서는 엄마 전화오는것도 상당한 스트레스네요.
친구들은 우리 나이에 너처럼 엄마랑 대화 많이 하는 딸 없다고 부럽다고 하는데
요즘처럼 까칠할때면 속모르는 소리 같아서 화가 납니다.

많이 서글프고 힘이 듭니다.
아빠 돌아가시고 이악물고 살아올때에는 몰랐던 슬픔들이 지금 오네요.
아빠가 계셨으면 엄마가 아빠에게 의지하셨겠지요.
나이먹어가고 세상은 무섭게 변해가고 어디 많이 다니지 않아서 바깥세상이 겁이 나는 우리엄마
네.....그나마 아들보다는 딸이 더 편하고 믿음이 갈텐데
딸년 피곤하고 힘들다고 엄마가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하고 있네요
마음이 너무 힘이 듭니다.
나이가 더 드시면 어떡하지요....그럼 정말 제가 더 엄마를 보살피고 살뜩히 챙겨야 할텐데 어떡하나요

부모님들 모시고 사시는 분들...너무 존경합니다
하물며 피를 나눈 제 부모에게도 이런 마음이 드는데
시부모님 모시면서 효도하고 사시는 분들
정말...대단하세요.

어디가서 말할데도 없고 그냥 82에 하소연 해봅니다.
IP : 121.162.xxx.251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힘내세요
    '09.5.21 8:34 PM (116.33.xxx.70)

    와.. 정말 감탄이 나와요.
    정말 좋은 분이고 효녀시네요.
    옆에 계시면 힘내시라고 차한잔 사드리고 싶을 정도예요.
    전 맘만 효녀라서.. 뭐라 도움의 말씀은 드릴게 없고..
    그저 힘내세요!!!

  • 2.
    '09.5.21 8:41 PM (114.204.xxx.132)

    남일같지 않아서요...
    저는 엄마가 쓰러지시고 제가 알아서 살림 도맡아 하는 경우인데...(물론 두 집)
    한 2-3년 열심히 했더니 어느날 문득 제가 버릇을 잘못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정말 사소한 문제 하나하나 전부 제 차지가 되는거예요.
    옛낳 조선시대 같으면 당연히 효자, 효녀소리 듣겠지만 요즘같이 복잡한 세상에 그렇게
    부모 길들이다가는(?) 딱 부모님 바보만들기 좋아요.


    가장 중요한건 나도 내가 해야할 일이 있고, 내 새끼도 키워야 하고...
    옛 이야기처럼 자식 솥에 넣고 삶아서 부모 약 해먹일수는 없잖아요...(비유가 좀 쎄다...-_-)

    내가 무슨 이집 볼모냐고 한번 제가 크게 뒤집어놓고는...(일부러 그런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작전을 짜서 하나하나 작은것부터 엄마, 아빠가 스스로 하시게 만들었어요.
    지금은 그래도 많이 편해졌죠.

    그리고 자식이 일일이 챙겨주다가는 부모가 금방 노인네 되요.
    원글님도 반성하세요.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사는 겁니다.

  • 3. 지극정성
    '09.5.21 8:45 PM (121.146.xxx.99)

    님 심정 이해 합니다.
    제가 그렇게 살거든요.시간과 돈과 마음이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기에 가끔은 피곤을 느낍니다.
    아버지도 계시는데 ...어머니는 미안해 하면서도 의지를 많이 합니다.
    심지어 어느날 이른아침에 전화를 하셔서 사돈(동생네 시부모님)이 오는데 외식을 할까?
    집에서 차릴까? 합니다.동생들 많아도 전부 나 앉아 저만 믿는 눈치이고요.
    저는 부모님의 입맛에 딱딱 맞게 일처리를 잘해주는게 원인인듯합니다.
    다정도 병인걸 어떻게 하죠? 우리.

  • 4. 음2
    '09.5.21 8:55 PM (97.80.xxx.78)

    위에 음님이 해답을 주시네요 자식이 일일이 챙기다보면 부모들 노인되는거 맞아요

    어느정도 선을 그으세요 그래야 나중에 원망도 덜듣고 이런푸념도 안나오게 됩니다.

  • 5. 힘들겠다
    '09.5.21 9:01 PM (125.177.xxx.43)

    비교가 안되는 상황같지만, 전에 어떤 댓글에 월급타서 엄마에게 너무 잘하는 분이 고민올리니까 이런 얘기 있었어요. 그러다 딸 시집가는 것도 못하게 하는 사람 있다고, 공짜에는 중독성이 있다고...
    우리가 효도라고 하는 것에도 절제가 필요한 것 같아요. 물론 부모가 자식의 뒤를 봐주는 것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구요.
    지금과 같은 상황은 도에 지나치게 어머니를 돌봐드린 원글님의 탓이 크다고 봅니다.
    내 아쉬운것 다 처리해주는 자식이 있는데 왜 그걸 놓고 싶겠어요.

    어머니 마음 아프시게 하는 과정 없이 이 상황의 개선은 없다는 것을 아시나요?
    저는 부모 자식간에도 절제없는 베풀고 의지하고 ...이런 것이 사람의 정신을 굉장히 힘들게 한다고 생각해요. 정말 늙어서 돌봐드려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모두 다 어른인 이상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 거리가 있어야 건강한 관계가 유지된다고 봅니다.
    꼭 필요한 부분만 도와드리면 안되나요?

  • 6. 휴~
    '09.5.21 9:13 PM (211.59.xxx.196)

    저두 혼자계신 솜씨좋은 어무이를 지방 제가 사는곳으로 모셔와 자그마한 식당을 내 드렸는데..
    신랑몰래 가게 계약부터 도배 집기까지...

    솜씨 좋은것에 비해...
    유동이 적어서 인지 내내 단골만 오고...
    돈가지고 사는것만 알고..
    비싼 화장품에 백화점옷 카드로 할부 죽죽 끊고...

    전 엄마가 식당을 운영하면 알아서 저축도 하고 그럴줄 알았는데 딱 일년했는데..
    제가 엄마자는방 기름까지 넣어드려야하고..정말 끝도 한도 없어 넘 힘듭니다...

    차라리 천만원이라두 통장에 넣어 드리고 살살 하시던일 하셨더라면...
    지금은 후회가 막심하네요..

    몇일전 부터 여름 메뉴로 보리밥을 하는데..
    식당오픈때부터 낮시간엔 서빙을 도와드렸는데..2-3시간..
    보리밥하고 부터는4-5시간은 무조건 봐 드려야하고...

    정말 죽을 맛입니다..
    그래두 엄마손에 매일 십만원씩이라두 모이니 그게 보람이지요..

    그래두 어머닌 어디가셔서 말씀하실거예요~

    우리딸같으면 열아들 안부럽다고..
    살아 계실때 잘해드리자고요..

    나중에 내 곁에 안계실때 땅치고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홧팅!!

  • 7. 정말
    '09.5.21 10:29 PM (119.67.xxx.65)

    어머님이 님을 의지하실만 하네요
    님 정말 대단하시고 효녀시네요
    근데 연세드시면서 점점 더 하실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가끔 힘드실땐 엄마께 투정도 부려보세요...
    엄마가 충격받으실까요?
    그래도 원글님 강약조절하시면서 화이팅 하셨으면 해요
    힘내세요~~

  • 8.
    '09.5.21 10:30 PM (222.239.xxx.89)

    제가 위로해 드릴게요
    정말 전 너무 불효자이네요.
    조금씩 자립심을 키워 드려야되나

  • 9. ..
    '09.5.21 11:35 PM (59.29.xxx.218)

    저희 시어머니와 시누이를 보는거 같습니다
    시누이는 어머니를 위한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어머니를 완전히
    무능하게 만들었습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결정 못하시고
    점점 어른으로서 적당한 행동을 못하시더라구요
    저희 친정엄마랑 연세가 같은데 생활방식이 너무 차이가 납니다
    자식도 감정만 앞서서 사랑하면 아이를 망치잖아요
    어머니가 좀 더 독립적으로 살아가시게 하는게
    어머니가 정신적으로 더디게 늙어가게 하는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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