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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잘해주는 남친인데 첫 만남 때 너무 깼던 게 아직도 생각나요. 제가 쪼잔한 거죠?
저는 20대 중반 남친은 30대 초반인데
제가 취업이 안 돼 임시로 알바하고 있을 때 손님으로 와서는 아주 정중하게 연락처를 묻길래
헌팅을 당해본 건 처음이라 기분도 좋았고, 인상도 괜찮아서 선뜻 연락처를 줬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 식사 대접을 하고 싶다고 해서 만났는데
오후 4시쯤 만나 차 타고 한참 달려(좀 막혀서 오래 걸렸음) 경치도 좋고 고급 레스토랑도 있는 곳으로 갔어요
경치 좀 구경하고 나서 배고프시겠다며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들어가더군요
자리에 앉아 메뉴를 보니 꽤 비싸길래(1인당 3~5만원 정도였던 듯)선뜻 이거 먹겠다고 주문하기가 좀 어려워서
좀 망설이고 있었어요.
근데 상대방을 보니 그쪽도 저와 마찬가지로 좀 망설이는 듯한 표정이더군요
그러더니 하는 말이 '차나 한 잔 하시고 다른 더 좋은 데 가서 식사하는 게 어때요' 하더라구요.
'뭐야 깬다'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아무래도 미리 알아보지 않고 왔나 보다, 가격이 부담되는구나 싶어서
그냥 이해하는 마음으로 알겠다고 하고 음료수만 한 잔 마시고 나왔습니다.
근데 다시 차에 타고 달리는데 계속 달리기만 하고 멈출 생각을 안 하는 거예요.
시간은 7시도 넘어 8시를 향해 가는데... 배는 고프고...
계속 얘기 나누다 보니 어느덧 저희 동네로 돌아왔더군요.
그때까지만 해도 '이 동네에서라도 좀 늦었을지언정 설마 식사는 하겠지' 생각했는데
차가 저희 집 쪽으로 갑니다-_-........
어이없었어요....
'밥은 안 먹어요?'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차마 입이 안 떨어져서 참고 이런저런 생각중이었는데
"내일 또 볼 수 있어요?" 묻더라구요.
성질이 뻗쳤지만 참고 그냥 싸늘하게 '왜요?' 했죠
그랬더니 좀 무안한 표정으로 '아쉬워서요...'
짜증만 더 나서 대꾸도 제대로 안 했습니다.
그랬더니 좀 있다가 하는 말이.....
"밥 안 사 줘서 삐진 거예요?"
-_-........................
진짜 속으로 뚜껑이 백번도 더 열렸어요. 지금 날 갖고 장난하나,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였나...
너무너무 어이없고 화가 났지만 도대체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대충 얼버무리고 말았어요.
집앞에 내려주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듯이 집에 들어왔죠
들어오자마자 울화가 치밀어서 집에 있던 곰인형을 집어던지고-_- 밥통을 열어 밥부터 퍼먹었는데
문자가 왔어요
'오늘 어떠셨는지 모르겠어요 멀리까지 가셔서 식사도 제대로 못하신 것 같아 신경이 쓰입니다'
-_-식사를 제대로 못한 게 아니라 아예 못한 거잖아요.... 말은 바로 해야죠....
그 문자 보니 열만 더 받더군요.
근데 여차저차해서 그 사람이랑 지금 1년 가까이 연애를 하고 있네요;;
지금도 돈을 잘 쓰는 타입은 아니지만 그게 넉넉한데도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이해해요.
나름 저 좋아하는 거 해주려고 애쓰고, 기념일 같은 것도 챙기고, 연락 잘 하고 신경 많이 써주고요.
최근엔 제가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었는데 진작 말하지 그랬냐며 더 많이 못줘서 미안하다며 도와주기도 했어요
그때 감동 많이 받았죠....
가끔 이래저래 서로 맘 상하게 하고 싸울 때도 있지만 웬만한 커플들이면 다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근데 아직도 가끔, 주로 남친이 맘 상하게 할 때면 저 찌질한-_- 첫만남이 다시 떠오르며 화가 나네요;;;
원래 섭섭한 일 있으면 좀 잊지 못하고 꽁하니 기억하는 스타일이긴 한데...
어떨 땐 서로 더없이 잘 지내고 있다가도 갑자기 떠오르며 기분이 나빠지기도 해요.
이러는 거 제가 쪼잔한 거 맞죠?
솔직히 너무 자존심 상해서 젤 친한 친구한테조차 첫만남 얘기는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더 그런 건지... 이렇게 익명으로 글이라도 쓰고 나니 좀 잊혀질 것 같네요;;
도대체 그때 무슨 마음으로 그랬는지 당사자한테 좀 물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참아야겠죠?
1. 음
'09.5.19 6:31 PM (124.53.xxx.113)무슨 대답을 듣고 싶은 건지............
1년이나 만나셨다면서 왜 못 물어보세요?2. ㅋ
'09.5.19 6:42 PM (121.151.xxx.149)그때 가지고있었던것이 음료수값이 전부였을거에요
그러니 밥도 못사주고 그렇게 보낸것이였겠지요
일년전이라면 카드도 있었을것인데 카드라도 써서 좀 사주지
융통성이 없는사람이네요^^
1년지난 이야기이지만 물어보지마세요
남친분도 평생 가슴에 있을겁니다
내가 참 못났다고생각하고
남자들 은근히 그런것에 자존심상해하거든요
저는 고등학교때 제가 좋다고 쫒아다니던 남자애가 있었는데
꼭 만나면 좋은데를 델고 가는겁니다
그러고는 자긴 배가 고프지않다고하고
그래서 하나만 시켜서 먹고 그아이는 음료만 시키구요
지금생각해보면 돈이 없어서 그랬구나하는생각을합니다
그땐 그런생각 못했구요
그친구가 보고싶네요
어찌살고있는지 ㅎㅎ3. 예전 울남편
'09.5.19 6:42 PM (115.178.xxx.253)첫데이트때 수중에 현금이 없어서 택시로 바래다 주지 못했다고 얘기하더군요..
전철역에서 헤어졌거든요...
그당시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어요.. 안그랬다면 여자를 거기까지 갔다가
그냥오지 않았겠지요...4. ..
'09.5.19 6:39 PM (219.248.xxx.254)황당하긴 하셨겠어요. ㅋㅋ
정 물어보고 싶으시면 웃으면서 지나가는 말처럼 그 때 정말 깨더라..왜 그랬느냐..정도는 물어볼 수 있지 않나요?5. 방울토마토
'09.5.19 6:48 PM (211.243.xxx.28)식사 대접을 하고 싶다고 해서 일부러 저녁 시간에 만난 거고
그 장소도 미리 거기 가기로 작정해 왔더라구요.
그럼 음식값 정도는 검색해 보고 왔을 텐데... 지금도 이해가 안돼요.
아님 나와서 다른 좀더 저렴한 곳이라도 얼마든지 갈 수 있었는데.... 진짜 모르겠어요
근데 윗님 말씀대로 자존심 상할까봐 안 물어보는거죠.
물어보는 저도 자존심 상하고 듣는 남친도 상할 테니까요...
그리고 '남자가 밥값을 내야 한다' 에 집착하는 여자로 보일까봐 더 묻기 싫었어요.
근데 다시 말하지만 자기가 밥 사겠다고 해서 만난 건데....
그러니까 그렇게 화가 났죠 이해도 안되고;;;6. ..
'09.5.19 6:51 PM (211.243.xxx.231)제 생각에도 음료수값만 있었던게 아닐까 싶은데요..
밥값이 그렇게 비싼데면 음료수 값도 웬만한데 밥값 정도는 했을거 같은데...
웬만큼 원글님이 마음에 든게 아니었으면 챙피해서라도 다시 보자고 못했을거 같아요.
지금 그렇게 잘해주는 남친이라면 그냥 그 기억은 덮어주시는게 좋을거 같아요.
그 일은 나중에.. 결혼이라도 하게 되고 더 허물없는 사이가 되면 그 때 물어보세요.7. ^^
'09.5.19 6:52 PM (125.187.xxx.238)전 남친되시는 분이 레스토랑 위치만 확인하고 밥값 확인 안 해서 당황한게 아닐까 싶은데요...
좀 대범하지 못하게 대처하긴 했지만... ^^8. ㅋ
'09.5.19 6:54 PM (124.49.xxx.147)제가 만약 원글님이라도 왜그랬을까 문득문득 생각날거 같아요.
근데 1년 동안 잘 만나오셨고, 그간 그와 유사한 사건이 없었다면 그냥 넘어가세요.
그냥 돈이 없었겠지.. 하고
혹시 그분이랑 결혼하시게 되고 그후에도 계속 궁금하시면
지나가는 추억 더듬 듯이 슬쩍 한번 물어보세요.
저도 황당한 사건 하나 있었는데, 결혼 후에 그걸로 몇년 울궈 먹었어요 ㅋ9. ..
'09.5.19 7:01 PM (222.238.xxx.68)점심시간때의 저렴한 가격으로 알고 갔는데
막상 저녁시간때의 가격을 보고 그냥 나오게 된 건 아닐까요?10. 음..
'09.5.19 7:15 PM (122.38.xxx.27)밥 안사줘서 삐진거에요??? 삐진거에요???
집에 와서 괜시리 곰인형한테 화풀이하신 님이 떠오르네요.
님은 화나셨을지 모르겠지만 재밌게 읽고 갑니다.
근데 저도 궁금하네요. 혹시라도 물어보시게 된다면 왜 그랬는지 알려주세요11. ..
'09.5.19 7:18 PM (210.205.xxx.95)--최근엔 제가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었는데 진작 말하지 그랬냐며 더 많이 못줘서 미안하다며 도와주기도 했어요-------
이 대목 읽으니 저같음 예전 서운함 전혀 생각도 안날거 같은데....
사실 첫만남에서 폼잡고 팍팍 쓰는 사람보단 백배 나아요. 오히려 서로 잘 모르는 상태에서 호기 부리는 사람이
정작 어려울땐 나몰라라 한답니다. 그러니 이젠 그만 서운함 푸시기를~12. 윗님말씀에초공감
'09.5.19 7:33 PM (125.142.xxx.146)괜히 호기부리는 사람치고 실속있는 사람 없어요. 나중에 혹시라도 결혼해서 쉰살 넘기셨을 때쯤 그 레스토랑이 남아있다면 슬쩍 그때는 그랬는데 하고 말씀하시게 되면 참 보기좋게네요^^;;
13. 에이~
'09.5.19 11:28 PM (219.254.xxx.236)좋게 봐주세요
글 로도 다 나타나네요
돈없어서 밥 못먹고 이러 저리 찾아다니다가 적당한테 못 찾고 그냥 집에 내려 줬네요
오는동안 오만 생각 다 했을거예요
저길 갈까? 저기는 너무 허름해
저길 갈까,,,맛이 없을꺼 같다,,
뭐 이런거요
첫만남에서 그리 맘이 상했는데도 1년 넘게 만나 왔다니 좋은 사람인거 같네요
일부러 장난친거는 아니고 정말 돈이 없었던거 같아요
좋게 봐주세요14. ^*^
'09.5.20 12:55 AM (118.41.xxx.46)첫만남에 밥 먹으면 깨진다고 해서 안 먹은 것 같아요
15. 첫만남이
'09.5.20 1:35 AM (121.166.xxx.173)첫만남이 그렇게 확 깨는 남자를 어찌 두번째에 또 만나셨어요??
전 남편분이 첫 만남에 왜 그랬는지보다 원글님이 어떻게 두번째도 또 만날 생각을 하게 됐는지 그게 궁금합니다.
여하간 저도 비슷한 남자를 만나본 경험이 있어요. 첫만남이 비슷한 경우란 얘깁니다.
지가 만나자고 해놓고, 밥값 누가 낼지 가위, 바위, 보 하자나요?? 재밌을거 같다나?? 귀찮아서 내가 내주고 말았습니다.
또 한 사람은 뭔 공연보자고 불러 내놓고는 갑자기 자기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는데 지갑을 입던 옷에서 안 빼왔다며 당황해하더군요.
그래서 그날 공연입장료를 제가 냈답니다.
아무튼 원글님 많이 착하시네요~~16. 그러게요.
'09.5.20 3:08 AM (222.98.xxx.175)어찌 두번째 또 만나셨을까 궁금해요.ㅎㅎ
그리고 전 제가 궁금하면 그냥 직구를 날리는 성격이라(속으로 암만 상상을 해봐야 헛다리만 짚고 오해만 만든다고 생각하여서..ㅎㅎ) 왜 그때 그랬는지 물어봤을겁니다.
그나저나...일년전이면 카드가 없던 시절도 아니고 왜 그러셨데요? 진짜 궁금해요.17. 흠
'09.5.20 1:30 PM (221.154.xxx.211)원글님 시험해본거 같은데요. 작정하고 그런건 아닌거 같고,,, 어쩌다가 그렇게 된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