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강화도이야기 1 < 강화도에 환생한 시인, 김 종삼 >

바다나무 조회수 : 232
작성일 : 2009-03-06 11:03:17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지붕없는 박물관 이다, "섬 전체가 문화 유적지다 라고 불리는 강화도다.
강화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치고 우리 역사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들은 몇 안되지 싶다.
주변 환경이 이렇다보니 나는 자연스레 우리 역사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강화군에서 문화해설사를 모집한다는 광고까지 접하게 되었다.
아내와 상의하여 시작해야지 했는데, 웬걸? 아내가 해보겠단다.

6개월 동안의 연수기간을 성실하게 마친 아내는
마침내 문화해설사 '쯩(아내와 그 동기들은 마패라고도 한다)'-굳이 '증'을 '쯩'이라 하는 이유는 알 만한 분들은 다 알고 계시리라-을 목에 걸수 있게되었다.
3월의 햇볕이 제법 따사로운 일요일.
여느때 같으면 늦잠도 자고 여유롭게 맞이해야 할 휴일이건만
아내가 식구들 모두를 다그친다. 문화해설을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몇 번이고 다음에 가자 했는데도 불구하고 멈출 줄 모르는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따라나선 길
도착해보니 최근에 신축했다는 평화전망대다.
2.3km 건너편에 북한 땅이 보이는 곳이다.
이곳이야 나도 당신만큼은 알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모른체하고 요약된 아내의 해설을 들었다.
3월의 햇볕은 우리 가족을 전망대 바깥으로 불러냈고 잠시 산책을 하던 우리 가족은
그곳에 근무하고 있는 해설사들과 점심을 먹게 되었다.
전날 마신 술로 인해 속이 더부룩했지만 한 공기를 거뜬하게 비웠다.
그도 그럴것이 야외에서 먹는 밥을 어디 반찬으로 먹겠는가.
식사후 차 한 잔 마시노라니 아내의 해설사 선배 되시는 분이 해설을 해주겠단다.
"또?" 하는 마음이었지만 차마 사양하지 못할 자리였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제대로 격식을 갖춘 해설이었다.
참여 인원만 해도 무려 100여명.
다소 소란스러울 수도 있건만 능숙한 해설사는 좌중을 휘어잡고 15분 간의 해설을 하더니,
울음우는 아이의 입을 틀어막으며 가까스로 월남에 성공했다는 가족들의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해설을 마친 그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월남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듣노라니 코끝이 찡해 지대요" 라고 말을 건넸다.
"그렇지요?" 라고 답하는 그에게 문득 김종삼의 시를 들려주고 싶어졌다.

담배를 피우며 김종삼의 시를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내 메모리는 내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결국 관리실에 있는 컴퓨터의 도움을 받았다.
당시 평화전망대에 근무하고 있는 문화해설사가 세 명.
그들 모두를 위해 민간인이라는 시를 3장 출력했다. 이왕이면 낭송까지 해주라는 그들의 요청에
한때 줄줄 외웠던 적이 있었던 터라 기꺼이 낭송을 했다. 제법 무게까지 실어서.
낭송을 들었던 그들이 김종삼의 포스에 동감하는지 잠깐 동안이나마 말이 없다.
찬스다! 싶어 해설 마무리에 이 시를 낭송해보면 어떻겠냐는 말에 모두 동감을 한다.
때마침 들이닥친 관광버스 세 대.
줄잡아도 백 명이 넘지 싶었다.
언제 해설을 했나 싶은 그 해설사 선생님은 또 다시 관광객들에게 다가갔다.
'세 번째 해설을 들었구나' 싶은 해설 말미에 김종삼의 시를 낭송하는 해설사.
김종삼의 "민간인"이 제대로 민간인을 만난 순간이었다.

여기, 김종삼의 시를 옮겨 본다.




민간인 / 김 종삼





1947년 봄

심야

황해도 해주의 바다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담포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트린 한 영아를 삼킨 곳

스므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을 모른다





IP : 121.170.xxx.97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님께서
    '09.3.6 11:12 AM (211.177.xxx.252)

    앞으로 시리즈로 글 올리실 건가요? 좋네요..김종삼 시인의 시를 읽으니 강화도의 역사가 새롭게 다가오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2. 바다나무
    '09.3.6 11:14 AM (121.170.xxx.97)

    강화도로 이사온 지 8년차 됩니다.
    82에 관한 좋은 기억이 있어 저 혹은 제 이웃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올려볼까 합니다.
    괜찮으시다면요..

  • 3. 앗 강화
    '09.3.6 11:23 AM (124.28.xxx.148)

    강화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강화에 대해 잘모르는거 같아여
    강화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주세여
    갈만한곳 그리고 역사에 대해서도여
    맛집도 알려주심 더좋구여
    친정은 덕진진인데 유적지죠
    암튼 글 기대할께요

  • 4. .
    '09.3.6 12:04 PM (121.88.xxx.149)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짧은 시네요.
    전 한국에서 오랫동안 떨어져서 살던 사람이라
    관심폭발입니다.
    시간나시면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5. 저도
    '09.3.6 12:09 PM (203.100.xxx.136)

    강화가 고향입니다..
    많이 부끄럽네요..
    나이가 들수록 고향이 좋아집니다..

  • 6. 그...
    '09.3.6 12:25 PM (58.224.xxx.227)

    김 종삼 시인의 시 "어부"에서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 라는 구절이 제 맘에 팍 꽂히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42873 김동길, "한다면 해야지… 이게 뭡니까?" 3 세우실 2009/03/06 291
442872 실업급여에 대해서 잘 아시는분 질문드려요. 7 고용보험 2009/03/06 326
442871 강화도이야기 1 < 강화도에 환생한 시인, 김 종삼 > 6 바다나무 2009/03/06 232
442870 백화점많이 다녀보신분 4 .. 2009/03/06 1,134
442869 펌) 싸고 질 좋은 '청와대 蘭'을 아시나요? 8 절약이라 2009/03/06 306
442868 sk 텔레콤 해지 하려 하는데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나요? 3 알려주세요... 2009/03/06 269
442867 초등학생때 컴퓨터자격증 따야하나요? 6 궁금~~ 2009/03/06 505
442866 장터에 구인구직 란 만드는거 어떠세요? 7 일하고파 2009/03/06 630
442865 혹시.. 어부현종님께 주문해보신분 계세요? 8 대게 2009/03/06 1,017
442864 내가 귀찮더라도..... 11 좋은게 좋은.. 2009/03/06 1,278
442863 박희태 고심 … “나가서 지면 여권 타격” / 최문순-박희태, ‘언론법 재보선’ 성사될까.. 9 세우실 2009/03/06 291
442862 (경제 주장) 금산분리 완화와 검은 백조... 외 1편... 1 verite.. 2009/03/06 182
442861 산들바람님 호주산 안심 쇠고기는 괜찮은건가요? 28 걱정 2009/03/06 1,397
442860 그러고보니 헐리웃배우중 얼굴 확 변한 몇사람... 7 .... 2009/03/06 781
442859 아미쿡이 뭔가요? 4 tree 2009/03/06 517
442858 자유롭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겠습니까 2 별사랑 2009/03/06 359
442857 수만 언니 - 이게 과연 끝일까? 6 펌글 2009/03/06 681
442856 아침에 잠에서 깰때 들으면 좋을 기분좋은 클래식이 뭐가 있을까요? 15 버럭엄마 2009/03/06 725
442855 옷.. made in korea 1 횡설수설.... 2009/03/06 439
442854 얼굴에 뿌리는 선블럭 좀 추천해 주세요... 1 기미녀ㅠ.ㅠ.. 2009/03/06 268
442853 다가오는 절망에 대비한 천민들의 행동요약본-나너너나 6 펌글 2009/03/06 759
442852 (경제 뉴스) 증시에 관한 것들... 5 verite.. 2009/03/06 388
442851 인터넷전화 가입하려고 합니다 8 문의. 2009/03/06 478
442850 아이를 유치원 셔틀 태워 등하원 시키시는 분들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8 유치원셔틀시.. 2009/03/06 559
442849 키 작은 아이 성장판검사는 어디서? 4 ? 2009/03/06 507
442848 아이를 치어놓고 왜 병원에 안데려갈까요,, 8 왜그럴까,,.. 2009/03/06 566
442847 김치요? 담을때요 절이기 힘드신분들 참고해 보세용용용~~~ 13 은혜강산다요.. 2009/03/06 1,218
442846 "레슬러"란 영화의 미키루크.... 9 .... 2009/03/06 637
442845 직장후배가 상사한테만 충성하고 저는 무시하는데 10 열받는다 2009/03/06 2,268
442844 저 일하게 됐어요~~ 4 일 년 계.. 2009/03/06 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