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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생활비에 대하여....

단상 그러나 긴글 조회수 : 761
작성일 : 2009-03-06 10:18:24
저흰 6남매에 저는 넷째입니다.
결혼한 형제는 모두 다섯이지요.
이 중에 친정 부모님께 다달이 생활비 드리는 집은 현재 저랑 저희 막내네 뿐이에요.
결혼안한 자매가 조금 보태는 돈하고 저와 막내 남동생네가 드리는 돈으로 생활하시는 거지요.
우리 부모 세대들이 그렇듯이 자식 잘되면 늙어 걱정 없겠지 하는 생각으로 변변하게 노후 준비를 해둔 것도 아니고 자식들이 딱히 잘된 것도 아니라 부모님께 든든한 의지처가 돼드릴 만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결혼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결혼한 언니 둘과 오빠에게 다달이 생활비 십만원 씩만 드리고 결혼안한 동생들은 오만원씩 내면 어떻겠느냐 했더니 결혼한 형제들이 난리가 났었어요.
가끔 용돈 챙겨드리는 정도로 해야지 다달이 세금 내듯 내면 살기도 바쁜데 부담 된다 등등요.
제 생각엔 애초부터 이 돈은 내 돈이 아니다 하면 무리할 금액도 아니었건마는....
안 그럴 줄 알았던 형제들이라 실망이었지만 맡겨 놓은 돈도 아니고 내놔라할 순 없잖아요.

저 혼자 거의 오년간 작은 금액이지만 친정에 매월 드리다 막내가 결혼하게 되어서 ‘우리 하늘에서 떨어진 거 아니니까 다른 사람 하든 말든 너는 부모한테 감사한 거 상징적으로라도 갚으면 좋겠으니 네 색시랑 상의해봐라’ 했어요.
막내보다 제가 네 살 위라 사고방식이나 금전적인데 준 영향이 좀 있어서 제말에 수긍하더군요.
지 색시한테 가서 ‘우리 누나가 우리가 많이 벌든 적게 벌든 처가하고 본가에 한 달에 십만원 씩이라도 똑같이 드리고 뭐든 똑같이 하래’하니 좋아 하더래요.
감사하게도 지 처가가 생각한 거보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많이 있는 댁이라 장인이 좀 더 늙으면 니들 돈 받을 테니 지금은 연세 많으신 시댁에나 보태라 하시더래요.

제 생각은요,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1(부모):1(나)의 관계이지 1(부모):다수(자식들)가 아니다입니다.
부모한테 생활비던 좋은 음식이던 나의 부모니까 하는 거지 우리 형제들의 부모라서 하는게 아니란 거죠.
다른 형제들이 하고 싶으면 하는거고 말고 싶으면 마는거지 그것 때문에 내가 억울할 일은 아니더라구요.  
부모한테 할 수 없는 형제들은 이유야 어떻든 마음이 편하진 않을테고 설령 마음이 편하다 한들 그건 부모님이 그들에게 뭔가 꺼리를 줬기 때문이겠죠.
저도 가끔 어릴 때 딸이라 받았던 차별(아들은 갓 구운 김 주고 저는 김 구워 달라고 하면 가스나가 까탈 스럽기는 아무거나 먹어라 같은....)들 생각날 땐 울컥울컥 해요.  
그렇다고 해도 엄마나 아버지가 부모로써 나빴던게 아니니까 저도 썩 잘하는 자식노릇은 아니더라도 그저 보통의 자식노릇은 하려고 합니다.
부모들도 자식 키울 때 공평하게 키우지 않았는데 자식들이라고 부모한테 다른 형제랑 똑같이 할 필요가 있을까 싶네요.  
내겐 의무로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일이 다른 사람에겐 멍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요즘엔 형제들한테 절대 부모님 생활비 소린 꺼내지도 않아요.

요건 처가 생활비에 대한 일반적 사위들의 생각인거 같아 추가로 적어봅니다.
저희 남편이 언젠가 제가 생활비 인상해 드리자 했을때 ‘아직까진 우리나라가 딸이 친정에 생활비 드리는게 보편적인게 아니야.  그러니까 더 올려 드리는 건 무리고 그냥 드리던 대로만 드려도 할 만큼 하는 거야.’라고 해서 열이 화르륵 올랐었어요.
자기 딴에는 다달이 드리는 것만도 사위 노릇 잘하는 거다 싶었나 봐요.
시댁과 친정을 단순비교 해서 어디다 더 하느냐 따지는 것 자체가 유치하여 입속에서 ‘시댁에 그간 들어간 돈이 수도권 작은 아파트 값인데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하는 건 어떻게 생각해?‘라는 말을 되씹다 삼켜 버렸지만 역시 남성중심의 사회교육의 벽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그냥 몰래 더 드리다 적당한때 올려드리는 척 하고 있어요.
‘이번에 당신이랑 내 연봉이 올랐으니까 조금 더 드려도 되겠다.  우리도 월급이 오르는데 부모님 생활비 동결이 뭐냐?’ 이런 식으로요.  
사실은 벌써 부터 올려 드리고 있었지만....
직진 길이 막히면 우회전하면 되고~
아직까지 저희 친정 부모님은 사위가 맘 좋고 깨인 사람인줄 알고 좋아하십니다. 하!하!
IP : 121.134.xxx.237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희
    '09.3.6 10:30 AM (115.136.xxx.146)

    친정도 여유있는 편이 아니고 연로해지셔서 생활비에 도움을 드려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네요. 더구나 전 그저그렇게 살고 있는 장녀인지라 심적 부담이...ㅠㅠ그런데 남편한테 눈치가 보이고 자존심이 상해서 말하기가 쉽지 않아요..그래도 원글님께서는 일을 하시니 부담이 덜 하실것 같아 부러워요^^;아이들 조금 더 크면 그런 이유에서라도 꼭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 2. ..
    '09.3.6 10:35 AM (222.106.xxx.11)

    왠지 억울해요. 니 부모만 부모냐 싶기도 하고..
    전 그냥 몰래 드립니다.
    내가 번 돈 내가 쓴다는데 어쩔거에요.

  • 3. 하얀
    '09.3.6 10:45 AM (123.108.xxx.67)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1(부모):1(나)의 관계이지 1(부모):다수(자식들)가 아니다입니다.
    -> 너무 공감합니다.

  • 4. 똑같은 한사람
    '09.3.6 10:48 AM (190.135.xxx.228)

    제 얘기인 줄 알았습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나:부모 이지 자식들:부모가
    아니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제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되더군요. 돌아오는 메아리 없는 곳에다 대고 소리만 질러봤자 허망할 뿐이지요.
    나는 그저 내 할 도리를 하며 살면 되는 것이라 여깁니다.

    님은 정말 잘 살고 계신겁니다. 저도 그렇게 살려고 애쓰고 있는 사람이구요.

  • 5. 나두 딸
    '09.3.6 1:14 PM (222.104.xxx.161)

    차남있데 사정상 병수발을 했죠.
    오랜 병수발에 어려움을 알던 남편이라
    내내 제 편이 되어주었고(표현은 억세도)
    세월이 지난 지금도 고마워요.

    그래서 그런지 네가 (친정부모)모실 상황이면
    나한테 묻지말고 처남과 의논해서 결정하라고.
    미리 얘기하는거래요.
    처남과 의논중에 탁구공 튀기듯 이리저리 하지말라고.
    고맙더라구요.
    친정용돈은 니맘대로 하는데 금액을 자기한텐 얘기하지
    말래요. 지도 사람인지라...본전생각날것 같다는군요.
    하여간 살아계실때 잘하라구.
    자기한테도 잘하래요. 왜냐면 고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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