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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절임배추를 해보니
안녕하세요?
해남사는 농부입니다.
지난 2. 1일부터 2. 27일까지 한 달에 걸쳐 처음으로 절임배추를 해보니
몸은 거듭되는 과중한 일에 지치고 피곤해 힘들었지만
배운 것이 적지 않았습니다.
지난 1. 31일 토요일에 처음으로 82자게에 배추에 관한 글을 올린 후
불과 몇 분 되지 않아서 올린 글이 규정에 위반되어 삭제된 후
트럭에 생배추를 싣고 전에 살던 분당에 가서
길에 차를 세워 놓고 팔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여러분의 관심과 저희가 감당 할 수 없을 정도로 주문이 폭주해
인근에서는 사람을 구할 수 없어
광주에 사시는 교회분들의 도움을 받으면서까지 일을 했지만
많은 분들께 약속한 날짜를 지키지 못하는 겪으면서도
나중에는 배추가 없어서 도움을 거절해야 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어제는 비가 오고
배추 절이기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한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이번 배추작업으로 들어온 돈을 맞추어봤습니다.
이번 배추작업으로 들어온 돈은 모두 8.850.000원 이었습니다.
통장으로 입금된 8.850.000원의 금액 중
1. 택배비 1.770.000원
2. 인건비 1.540.000
3. 박스값 400.000
4. 소금 346.000
5. 차 기름 300.000
6. 비닐봉지 100.000
합계 4.456.000원
통장에 입금된 총 8.850.000원에서
지출된 금액 4.456.000원을 빼면 4.394.000원이 남습니다.
물론 부부가 밤잠을 자지 않으면서까지 일을 했다고 해도
4.394.000원이란 금액은 분명히 적은 돈이 아닙니다.
4.394.000원에 작년 김장 때 들어온 돈이 약 3.000.000원 되니
4.394.000원에 3.000.000원을 더 하면 총 7.394.000원이 됩니다.
하지만 작년 배추를 심으려고 고장난 트랙터를 고친 비용이 2.000.000원에
배추밭에 물을 주기 위해 산 모터와 호스 및 스프링클러가 1.500.000원
멀칭을 위해 필요한 비닐과 비료 및 배추를 묶는 끈을 비롯한 기타 자재들이 모두 해서 약 500.000원 정도 해서 가을에 들어간 비용이 대략 4.000.000원 정도입니다.
그나마 퇴비를 사지 않고 전에 키우던 닭의 계분을 사용했기 때문에 따로 들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지난 가을 배추를 심어서 팔아 얻은 순 수익은 3.394.000원 입니다.
배추는 작년 추석을 지나고 심었습니다.
배추를 심은 날부터 두 달이 넘게
비가 오는 날을 빼고는 하루도 쉬지 않고 배추에 물을 주어야 했습니다.
또 배추가 조금 자란 후에는 하루가 멀게 나서 자라는 풀을 메야 했고
극성스런 나비의 생존번식에 맞서 나비의 애벌레를 잡아주어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배추는 나비의 애벌레에 뿌리까지 완전히 먹혀버리고 맙니다.
노약을 사용하지 않은 채소의 최대 천적은 나비입니다.
나비는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시기를 가리지 않고 채소에 알을 낳아
알이 부화한 애벌레가 애써 심어 가꾼 채소를 무차별 먹어치우기 때문에
채소에게는 가장 치명적입니다.
배추가 속이 차면 벌레가 있어도 속이 찬 배추를 헤집고 벌레를 잡을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 벌레를 잡을 수 없으므로 그 때 부터는 오로지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겨울동안은 추위 때문에 웅크리고 있던 나비의 알들이
봄이 가까워지면서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 부화하여 무서울 정도로 배추를 먹어대기 시작하는데 정작 무서운 것은 배추를 먹어대는 벌레가 아니라
배추를 먹은 벌레가 싸는 벌레의 똥이 배추에 치명적이어서 속에서부터 배추를 썩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2월 배추는 가을 배추에 비해 일이 몇 배 더 많습니다.
가을 배추는 따다가 겉잎만 서너 잎 따고는 바로 절이면 되지만
겨울배추는 시들어 따내는 겉잎도 겉잎이지만
날씨가 풀리면서 알에서 깨어난 나비의 벌레들이 무섭게 먹어댄 부분을 보이지 않게 떼어내고 조금이라도 시든 부분이나 문제가 있는 부분을 깨끗하게 손질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일손이 많이 가기 마련입니다.
자!
이제 결론입니다.
아내와 둘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3 달이 넘게 고생를 하고 번 돈이 3.394.000원 입니다.
만일 여러분이라면 이런 농사를 지으시겠습니까?
물론 농약을 하면 간단합니다.
농약으로 농사를 지으면 시간도 남아돌고 몸도 편합니다.
배추가 어릴 때 하얀 분말농약을 한웅큼씩 포기마다 배추에 놓거나
벌레가 보일 때 마다 농약을 뿌려
소도 없이 농약으로 목욕한 배추나 채소를 재배하는 일은
차라리 농사를 안 짓도 말지 그렇게 못하는 것이 병이라면 병일 것입니다.
사실이 이런데도 도시에 사는 분들은 “싸고 좋은 채소”를 찾습니다.
세상에 싸고 좋은 물건이 어디 있겠습니까?
싸고 좋은 물건(채소)를 찾는 도시의 사람들 이기적 욕심 때문에
무늬와 이름만 친환경이고 유기며 무농약인 채소가 범람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친한경과 유기농의 인증을 받고 무농약 인증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정부로부터 받은 각종 인증서가 모든 채소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문제는 정부의 인증보다도 확실한 사고와 의식을 가진 사람의 철학과 신념과 의지일 것입니다.
나무가 어떤나무면 어떤과일이 열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어떤사람이면 어떤채소를 생산하게 되는 것이지
정부의 인증서가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채소를 생산하게 하지 못합니다.
사람을 보지 않고 포장과 형식만 믿고 신뢰하는 사람들과 값싸고 좋은 물건을 찾는 사람들 때문에 속이고 속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진실된 사람들까지 불신하여 자기도 죽고 모두 함께 죽어가는 것이 바로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며 현실입니다.
1. 농부님
'09.3.6 10:30 AM (221.141.xxx.93)절임배추로 얼마전 김치 담아서 맛있게 먹고 있어요
조금 맛보라고 갖다준 시누도 맛있다더군요...(혹시 제 솜씨가...^^;:)
10키로만 주문할 수 있냐고 여쭤봤더니
"허 참...오히려 고맙지요"라고 해주셔서 맘이 따뜻했더랍니다
글을 읽다보니, 제 할아버지의 옹이 진 손이 생각나네요2. 가까우면
'09.3.6 10:41 AM (59.11.xxx.62)일손 도우러 가고싶네요
울 아이들 데리고 ..
ㅎㅎ
친정이 시골이라 일 잘하는 아줌마3. 농사가
'09.3.6 10:47 AM (211.177.xxx.252)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 알고 있어요. 위의 액수를 보니 정말 허탈하네요. 정직하게 돈을 잘 버는 사회가 되어야할텐데...그와중에도 국가원수란 사람은 외국나가 국민들을 놀고 먹는 미운 자식 취급이나 하고...오늘 뉴스에도 농업개혁을 대대적으로 한다고..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고 국가인지 모르겠습니다. 대기업만 국민이고 그외는 아우사이더같은 느낌입니다.
4. 이쁜강지
'09.3.6 10:55 AM (59.9.xxx.229)일은 제일 열심히,,힘들게 하시고 그에 비해 소득은 가장 적은 분들이 농사짓는 분들이라고 들었네요.
땅이 제일 정직하다고,,일한만큼 거둔다했던걸 옛말인듯~
고생하시는만큼 그대로 보람을 느끼실수있어야할텐데 사실 그 고생에 비하면 쉽게 큰돈버는 저 윗사람들은ㅡ;5. **
'09.3.6 11:12 AM (202.136.xxx.204)정말 수고 많이 하셨어요.
그 수고에 대한 대가는 정말 너무나 허탈하게 하는군요...
농사가 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은 여전히 진리 같은데...
암튼 저도 농부님 배추고 김치 담아 맛있게 먹고 있구요.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되네요.6. 휴
'09.3.6 11:18 AM (164.124.xxx.104)농사라는게 보통일이 아니란건 알았지만
정말 허탈한 금액이네요
그래도 점점 더 나아질것이고 보람도 늘것이라고 애써 생각해봅니다.
그렇게 수고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저희가 좋은 먹거리를 접할 수 있게되는거겠지요7. ..
'09.3.6 11:42 AM (121.172.xxx.131)농부님~
농촌에서 자라 농촌 현실 다 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어느정도 알고 있답니다.
시아버님께서도 농사를 짓고 계시기에 더더욱..
달고 맛있는 배추를 싼 가격에 살 수 있어 구매자 입장에선
참 좋았는데...
에휴~ 농부님의 노고에 비해 수익금은 그다지..
늘 맘속으로 응원할테니 힘내세요.
건강하시구요.^^8. 유린
'09.3.6 12:02 PM (59.7.xxx.115)지금은 살수 없나요?
9. 농부님
'09.3.6 12:08 PM (211.55.xxx.30)정말 고맙습니다.
애쓰셨어요.
그리고 올 겨울엔 가격을 조금 올리시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10. 고생하셨어요
'09.3.6 12:16 PM (211.109.xxx.210)저도 농부님 배추로 요즘 김치 너무 맛있게 잘먹고 있어요
고생한 노력에 비해 금액은...아유..정말 한숨밖에 안나오네요...ㅠㅠ11. 농부님..
'09.3.6 12:17 PM (203.100.xxx.136)존경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12. 공주
'09.3.6 12:30 PM (61.77.xxx.26)농부님 ~~~
기다리던 생배추는 맛은 못봐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농부님 의 친절 함에 정이 느껴지는 분 같아서
참 좋았지요 ^^
힘내시고 건강 하십시요 ...13. 감사히...
'09.3.6 12:43 PM (118.223.xxx.14)잘 먹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배추 부탁드리겠습니다
두분이 고생많이 하셨겠습니다
힘내시고 건강하십시요14. phua
'09.3.6 12:47 PM (218.237.xxx.104)주문을 놓친 것이 지금까지도 아쉬운 사람 여기 있습니다,
올 김장배추는 10월부터 주문해 두려고 작정하고 있답니다,15. caffreys
'09.3.6 1:20 PM (219.250.xxx.120)모두 다 공감하지만... 특히...
진실된 사람들까지 불신하여 자기도 죽고 모두 함께 죽어가는 것이 바로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며 현실입니다
이 말에 공감합니다.
깊이 신뢰하던 분에게서 거짓이 드러났을 때...
그것들이 이 사회를 이렇게 만들어 버리게 되는 거지요
저도 광주사는데... 언젠가 뵙고 싶네요.16. ...
'09.3.6 1:22 PM (59.5.xxx.54)수고하시는 것은 알겠습니다만...
세상에 쉬운 일은 없을 뿐더러 다들 그정도 고생은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결같이 좋은 배추다 하셨지만 제 경우는 아니었습니다.
한박스는 그럭 괜찮은 편이었지만 한박스는 별로였습니다(박스 윗쪽에 배추는 거의 절여지지않은채 날아갈 듯했답니다). 이곳에는 항상 좋은 후기,칭찬하는 분위기이니 이런 답글 달기도 힘든 분위기인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대게사건도 있고하여 솔직히 써봅니다.물론 해남농부님이 고생스러웠다는 후기를 올리신 이런 글에 이런 답글 달기 쉽지 않습니다만... 항상 좋은물건..그리고 100%만족을 주는 그런 서비스나 질은 아니더라는 것을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 뿐입니다.어쨌든 수고 많으셨습니다.-->솔직히 저는 다음번에는 구입을 안할 생각입니다.17. 해남사는 농부
'09.3.6 2:10 PM (61.84.xxx.97)해남사는 농부입니다.
처음 하는 일이었고
거기다 주문이 폭주하면서
적지 않은 분들께 약속한 날짜를 지키지 못한 것과
적지 않은 분들께 만족스럽지 못한 배추가 간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것은 저희가 처음 하는 일인데다가
일에 쫒기면서 일어난 현상으로
그런 분들께는 깊은 사과와 함께 결재하신 금액의 반환을 원하실 경우
두 말 없이 반환 해드리겠습니다.
아니면 다음 기회라도 서운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희가 일하는 과정에서 겪은 일이야 누구나 겪는 일이기도 하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밤을 새가며
질퍽거리는 진흙탕을 커다란 고무통에 줄을 매 끌며
배추를 나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누적되는 피로에 손각락 마디가 굴절된 채 굳어서 펴지지 않는 아내를 바라보며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하는 회의를 가졌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관심을 갖고 격려와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의 따뜻한 마음에 용기와 힘을 얻어
미숙하고 부족한 가운데서나마 일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조금은 너그럽에 이해하고 격려를 해줄 수 있는
그래서 보다 더 발전된 모습으로 함께 희망을 키워 갈 수는 없을까요?18. 감사^^
'09.3.6 2:41 PM (121.133.xxx.234)김치 사 먹고 있다가 농부님덕에 때아닌 김장을 태어나 처음으로 했습니다.-.-;;
혼자 할줄을 몰라 도움 주실분까지 불러 놓고, 날짜 확인까지 하고, 배추를 기다렸는데 안와서 전화통화도 했더랬죠. 앞날까지만 해도 보낸다던 배추를 아직 못 보냈다고 하셔 잠깐 화도 났지만 농부님 목소리를 들으니 피곤이 쌓인 목소리ㅠ ㅠ
************************
결론은 덕분에 김장 잘 하여, 김치 걱정없이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겁니다.
믿을 수 있는 먹거리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양심적인 농부님들이 잘 사는 나라가 되어야 할텐데~
제가 죄송한 마음이네요.
건강하시고 올 김장도 맛있게 할 수 있도록 배추 맛나게 키워주셔요.19. apple
'09.3.6 4:14 PM (115.139.xxx.75)정말 이렇게 애쓰시는 농부들이 잘 사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요...고생하셨습니다.
20. 요번 겨울부터는
'09.3.7 1:44 AM (125.178.xxx.38)농부님께서 합당하다고 생각하시는 금액과 배추의 질을 선보이도록 하심이 어떨지요.
21. ...
'09.3.7 11:23 PM (220.122.xxx.155)배추 가꾸시는건 둘째치더라도 이번에 주문하면서 절이는 과정과 노력을 생각해도 그 댓가는 참 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절임배추 이번에 받은 사람으로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다음에는 조금 더 값을 올리셔도 괜찮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손가락 굽어진건 어떠신지 걱정이 되네요. 치료를 잘 하셔야 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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