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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있는 엄마의 센스 없는 딸
엄마가 옳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맘 한구석이 불편하고 어찌해야 할 줄 몰라 글을 씁니다.
엄마가 말 그대로 센스있으세요.
자타가 공인할 정도는 아니고, 자기만의 눈썰미같은 게 있으시죠.
말로 설명할 수 없는데 엄마만의 '미'를 보는 기준 역시 엄격하세요.
그래서 옷이나 화장, 가구, 소품 고를때나... 엄마 눈썰미대로 고르고 만족하십니다. 그렇게 고른 것들 대부분 스타일있고 괜찮구요.
반면 저는 눈썰미가 없어요.
눈썰미가 없는건지, 엄마와 같은 취향의 눈썰미가 없는 건지.. 아무래도 전자같아요.
누가 무슨 옷을 어찌 입고 양말은 어쩌고 옷깃은 어떻게 여매고... 남을 볼 때 전혀 이런 점 눈치채지 못해요. 그냥 스타일 좋은 사람을 보면 스타일 좋구나, 예쁘구나 정도를 알 뿐이죠. 사람을 볼 때 크게 겉치장에 연연하지 않는 편이에요. 겉치장으로 사람을 판단하지도 않구요. 저는 겉모습만 보고 '귀티' '부티' 이런 것도 웬만해선 느끼지 못해요. 대화가 되는 사람이냐가 가장 중요해요.
남을 보고 그런 걸 잘 느끼지 못하니 제 자신에게도 그냥 이 정도면 됐네, 정도로 대강 차려입고 살아요. 그리고는 항상 엄마에게 '구질구질' "꼬질꼬질'하다는 말을 듣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상처도 받았고, 자신감도 많이 없었어요. 그걸 알고 엄마도 직접적 표현은 줄이려고 노력은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구질구질하다십니다. 그냥 진심으로, 본인의 미적감각에 미루어 보았을 때, 맘에 안 드시는 거에요. 제가 옷입는 거나 하고 다니는 꼬라지가 말이죠.
옷걸이가 좋아서 아무거나 걸쳐도 예쁜 타입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 스스로를 꾸미는 능력도 없고, 성격조차 허술하고 헐렁한데다가 한다고 하는 건 모조리 어딘지 구질구질하니, 그냥 전부 본인 뜻대로 하길 원하세요. 머리모양부터 옷 고르는 것까지.
가끔 예전 SES의 '유진'을 보면 이 사람이 나같은 케이스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얼굴이 예뻐도 너무 센스가 없어서 스타일과 전체적인 이미지가 촌스럽잖아요. 사실은 깔끔하고 고급스런 스타일이 잘 어울릴 텐데, 실제 본인의 성격도 편한 걸 좋아하고 털털해선지 스타일도 항상 캐주얼이나 난해한 디자인을 선택하는데, 어울리지도 않고 소화시키지도 못하고, 본래 가지고 있는 장점조차 묻어버려서 사람이 참 평범하고 매력없어 보이더라구요. 얼굴의 장점을 전혀 살리질 못해서 참 안타깝죠.그냥 일체 본인의견 내지말고 좋은 스타일리스트가 해주는 대로 꾸민다면 좋을텐데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바로 이런, 미적감각이 극악한 케이스인가 생각이 들면, 그냥 눈 딱 감고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자 마음 먹다가도.. 어쩔 수 없이 자존심이 상합니다. 무슨 종이인형도 아니고.
꾸미진 못하지만 저는 다른 좋은 점도 많고 잘하는 게 많은데... 결국 겉모습으로 가장 먼저 평가된다는 점이, 꼭 그렇게 이미지메이킹을 해야한다는 점이 싫어요. 다 신기루같아서요. 그런 사람들이 사회에서 인기가 많다지만, 모두가 겉모습이 멋진 이들을 추종한다지만, 저는 굳이 편승하기 싫기도 했어요. 마음이 아름답고 가진 재능이 있어도 일단 겉모습때문에 그 마음과 재능이 더 돋보이고, 겉모습때문에 묻히는 세상. 조금 슬프네요.
센스없는 사람도 열심히 이 쪽으로 파다보면, 늘겠죠? 적어도 구질구질해보이진 않을 정도로.
열심히 판다고 해도.. 사촌과 친구들 중 센스있고 깔끔하게 옷입는다는 사람들. 깨어있는 시간의 2/3은 패션잡지보고 인터넷 쇼핑으로 옷이며 구두사고 스스로 꾸며보고 하는 데 다 쓰더라구요. 수입의 1/3은 거의 옷, 구두, 악세사리, 화장품 등등 미용에 들어가구요. 저는 이런 거 본능적으로 돈과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타고난 내 성향을 억누르면서까지 이렇게 해야 하나요. 조금 억울합니다..
1. 제 딸이
'09.2.6 11:13 PM (211.210.xxx.110)쓴 글 인줄 알았답니다^^
고등학생인 제 딸은
외모에 관심이 전혀 없고 저는 관심이 많다기 보다 깔끔하고 고급스러운걸 좋아하구요.
어느땐 3일이상 머리를 안감기도 하고 아침에 세수안하고 눈꼽을 떼며 나가는 딸을 보면..ㅠㅠ
오죽하면 자주 씻게 하려고 샴푸 공주라고 돌려 말해서 불러주기도 해요.
속옷이 치마 밖으로 나오기도 하고 블라우스 카라가 안으로 들어가도 무신경하기도하고..
옷을 입을때도 색이 조화가 되는지도 무관심..
제가 맞춰서 입으라 하면 짜증내요..
엄마 입장에서는 이쁘게 꾸미고 깔끔하게 하고 다니는 딸이었음 좋겠는데..2. 딱 제 얘기
'09.2.6 11:18 PM (210.221.xxx.31)어머낫. 저랑 똑같은 고민을 하셔서 로긴했어요. 후후후후
저희 엄마도 진짜 알아주는! 센스쟁이 + 멋쟁이거든요.
물론 집에선 거의 난민 수준으로 하고 계시지만 나가실때만은 정말 최고로 멋쟁이시죠.
그렇다고 비싼 명품이나 악세사리를 하시는 것도 아니고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쇼핑센터는 남대문과 고속터미날 지하상가입니다요. -ㅅ-
거기서 남들은 모르는 보물상자라도 있는지
엄마가 사가지고 오면 정말 말 그대로 다 대박이죠.
싸고 감도 좋고, 훌륭하고. 센스있고 멋지고... ㅠ.ㅠ
반면에 전 그런거 정말 못합니다. 초딩때부터 그랬어요.
엄마가 맨날 하시는 말이 쟤는 머리를 어떻게 그냥 손으로 슥슥 빗고 띡 묶으면 끝이야?
앨범 보면 가관이죠. 엄마가 절 붙잡고 꾸며줬던 아기적 사진은 패션 모델.
제가 제 스스로 옷을 입기 시작한 때부터는 옷이... 옷이. 가관이예요. -ㅅ-
지금도 제가 사는 옷이나 제가 하고 다니는 꼴은
볼 때마다 엉터리고 엉망이라고 늘 그러십니다.
그나마 봐줄만한건 동안과 도자기 피부. 그게 다입니다.
근데 저의 더 큰 좌절은 뭔지 아세요?
저한텐 남동생이 있는데, 걔가 그렇게 센스가 넘쳐 흘러요. -ㅅ-
걔는 정말 어디서 그지가 벗어놓은 옷을 입어도 에릭 같을 거예요.
어쩜 그리 입는 옷마다 대박이고 걸치는 아이템 마다 환상인지....
차라리 여자애였으면 그냥 부러워라도 할텐데 이건 뭐.. 남자인데 저보다 나으니 원....
창피할때가 종종있어요. ㅠ.ㅠ
전 그냥 포기 했어요.
깔끔하게 편하게 입고 말려구요.
옷 입고 지 몸 꾸미는건 정말 어쩌다가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잡는 마냥 간혹 대박을 쳐도
집은 깔끔하게 해놓고 살고 음식 잘하면 됐지요 뭐. 후후후.
제가 센스 없는걸 아니까 옷도 간소하게 사게 되어서 그건 좋던데요.
대신 기본 아이템으로만 좀 사두고 돌려가면서 입고 있어요.
그래도 중간은 가더라구요.
겉모습은 잠깐이고, 속마음이 더 오래가니까
안되는건 빨리 내려놓으시고 우리 되는 거에 집중해보아요~3. 이상하죠..
'09.2.6 11:20 PM (220.71.xxx.193)엄마와 딸의 취향이 똑같은 모녀사이도 있는 반면에
엄마가 화려하면 딸은 수수하고 엄마는 정말 간소하게 차리는데 딸은 또 그 반대고..
그런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저희 집도 그렇거든요.
저희 엄마 60대 중반 다 되어가는 그 연세에도 참 감각있게 옷도 잘 입고 화장도 잘 하시는데
저는 그냥 대충 입던거 또 걸쳐입고 화장도 거의 안하게 되고 그렇더라구요.4. 저도 윗님처럼...
'09.2.6 11:22 PM (118.223.xxx.14)원글님과 똑같은 엄마가 저구요..
울딸이 쓴 글인줄 알았어요5. 저도
'09.2.6 11:32 PM (121.140.xxx.219)나이 서른이 다되어가는데 아직도 엄마가 골라주시는 옷만 입습니다 ;; 혼자 쇼핑을 못해요.
나이들면 나아지겠지 했는데 제 감각은 변함이 없구요. 혼자 쇼핑 나갔다와서 사온 것들은
몇시간만 지나도 '참 아니다'라는 후회도 많이합니다. 저 혼자만의 고민인 것같았는데^^;
저두 예쁘게 살고 싶은데 생각만으론 힘듭니다 T.T;6. opo (원글)
'09.2.6 11:38 PM (124.170.xxx.246)딱 제 얘기님, 제 엄마가 그런 눈이 있으세요. 그냥 시장가서 집어오는 물건들이 감도 좋고 디자인도 멋지고 센스있지요. 그런 물건을 잘 소화할 수 있구요 본인도.
저더러 엄마가 너는 디자이너나 브랜드 옷만 사 입어야지 그나마 중간이나 갈 거라네요. 옷걸이도 눈썰미도 극악이라. 스스로는 손톱 손질도 깔끔하게 못하니 다 관리받으라고 하시구요.
정작 광고일 해서 멋지게 치장한 여자들 많이 보는 남자친구는 엄마 말 다 흘리랍니다. 헐렁한게 매력이라고.^^ 그러면서도 자기가 이미지 컨설턴트 소개시켜줄테니 한번 상담 받아보라기도 합니다. 휴우.7. 저도..ㅠ.ㅠ
'09.2.7 12:02 AM (222.98.xxx.175)딱 제 이야기네요...ㅠ.ㅠ(올해 40입니다.)
그래도 전 엄마 만큼은 세련되지는 못했어도 나름 회사다닐때 괜찮다는 소리 듣기도 했어요. 컬러감각이 떨어져서 무늬있는것들을 쥐약이라서 그냥 모노톤으로 하고 다녔는데(검정, 베이지, 흰색만 주구장창..ㅠ.ㅠ) 세련되어 보인다는 소리도 들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도 옷 사러 갈때 엄마랑 같이 갔었으니 100% 제 취향과 선택은 아니었을거라 생각합니다.
결혼하고 애 낳고 엄마랑 떨어져 살고 살까지 급격하게 쪄서 맨날집에서 입던 티셔츠와 바지 한두벌이 교복입니다.
저희 엄마는 대놓고 말씀하세요. 딱 거지 같다고..ㅠ.ㅠ
저도 압니다. 제꼴이 난민수준이라는거....하지만 애들이 어린데 옛날처럼 정장스타일에 하이힐은 절대 무리아닌가요?
그렇다고 세련되게 캐주얼은 더더군다나 못골라 입습니다...ㅠ.ㅠ
대박은...제 시어머니가 알아주는 멋쟁이시라는겁니다...ㅠ.ㅠ
컬러풀하게 화려한 무늬도 다 소화하십니다. 전 살아생전에 감히 절대 입어볼수 없다고 생각했던 무늬있는 옷들을 시어머니께서 줄줄이 입고 계실때....솔직히 처음엔 입이 떡 벌어졌어요.
그나마 다행인것은 시어머니께서 며느리가 검소한줄 아신다는 겁니다...ㅠ.ㅠ
솔직히 돈도 없고 돈이 있더라도 옷 사러가는게 진땀빠지고(살쪄보세요. 맞는게 없어요..ㅠ.ㅠ) 그냥 맞는거 대충입고살고 입던옷 닳으면(요새 옷도 닳아서 헤진다는걸 알게 됬어요. 하도 한가지만 입다보니..ㅠ.ㅠ 20대에 입던옷들도 다 아직 멀쩡한데...) 할수없이 집근처 할인매장에서 적당히 맞는거 골라입는 제게 알뜰한 친정어머니 드디어 한말씀 하십니다.
과일을 사시면서....보는 눈이 없으면 비싼걸로 사라.....과일만 두고 하시는 말씀이겠습니까?..ㅠ.ㅠ8. 나도
'09.2.7 12:04 AM (121.134.xxx.23)우리딸이 썼나? 했지요..
모녀지간 이라도 취향이 달라서 그럴꺼예요..
그런쪽에 관심도 적고 하니까 ... 아빠 닮으셨나 봅니다...
그리고 아직 모르지요 더 나이들면 점점 눈을 뜨게 되는거 같아요..9. 원글님,,
'09.2.7 2:49 AM (119.201.xxx.6)그런걸로 자격지심 가지지마세요,,
오히려,,너무 옷에 구애받아서,,, 그런것도,,별루인거같든데,,
솔직히,, 패션은,,,조금만 관심갖고 현금이 있음,,달라지는거잖아요,,
저도,,마음은,,이런저런 이쁜거보면,,눈에띄다가도,,, 또,,바쁘고,,귀찮아서,,잘 신경안쓰거든요,,
뭐 까짓거,,그런것들 신경좀 안쓰면 어때요,,10. 저도
'09.2.7 7:35 AM (121.131.xxx.94)그래요....
엄마가 항상 "난 21세기에 사는데, 넌 19세기다"하시곤 했어요...
센스도 없는데다가 패션에 대해서 보수적이라서 짧은 치마나 민소매 옷은 죽어도 안 입으려고 했거든요.
그래도 상처 주시는 소리는 잘 안 하셨고
저도 엄마가 센스 있는 게 좋아서
"난 센스 없으니 엄마가 평생 내 옷도 골라주고, 내 딸 옷도 골라줘...." 했는데
일찍 돌아가셔 버렸네요.....
얼마 전 만난 선배가 "예전엔 옷 잘 입었는데..."하면서
제 현재 패션의 원인을 애 낳고 바빠서 그런 걸로 생각하던데
사실은 엄마의 부재 때문이랍니다...
제 딸이랑 저랑 세트로 꼬질꼬질... 촌스럽게 입고 다녀요...
엄마~ 보구 싶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