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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와 유리그릇

황당씨추에이션 조회수 : 1,591
작성일 : 2009-02-03 12:44:56
저희 어머니 올해로 예순여덟이십니다.
식구들이 집 밖으로 나가다니는걸 싫어하십니다.
물론 본인은 운동이다 목욕이다 계다 뭐다 틈만나면 나가 돌아다니십니다.
며느리는 오로지 집구석에서 애들이랑 신랑만 쳐다보며 집을 반들반들하게 해놔야 되는
거시기로 아는 분입니다.
본인 외에는 사람 나름의 성격, 취미, 취향, 의견등등을 가지면 안되는 걸로 아십니다.
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본인 만 옳고 다른 사람은 다 틀렸다는 생각을 가지신 분입니다.

신랑이 피치못한 일로 외국으로 출장을 좀 길게 갔습니다.
가기 전 부터 어머니의 걱정은 제가 바람이라도 나면 어쩌나 하는 것입니다.
대 놓고 얘기하셨습니다. 젊고 예쁜 며느리가 걱정된다며 본인은 아버지 돌아가시고
아무리 친했던 아버지 친구나, 친척 삼촌도 안만난다고...
저는 올해 꺽어진 팔십이고 애도 둘이나 있어요
제 행실이 본래 논다리냐 ? 그것도 아닙니다. 학교랑 집만 왔다 갔다하다가 신랑만나 결혼했습니다.
노친네 하는 말이라서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어제는 제가 운전연수를 받던 중에 전화가 왔습니다.
신랑은 운전연수 받는 거 알고 있습니다.
제가 운전 중이라 옆에 타고 있던 강사(男)가 전활 받았습니다.
저녁때 어머니께서 집으로 오셨습니다.

저녁먹고 애들 방으로 들어가자 캐물으십니다.
그 남자는 누구냐, 핸드폰같이 중요한걸 왜 다른 사람한테 맡기느냐, TV도 안보느냐 금요일에 한
드라마에서 친한 남편친구에게 당한 여자도 못봤느냐,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외간남자랑 만나느냐,  애들 맡겨놓고 어딜 그렇게 싸돌아 댕기느냐.
여자랑 유리그릇은 한가지라서 밖으로 나돌리면 깨진다. 깨지고 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진다.
컥;;;
더 있다가는 안될것 같아 제가 자리를 피하자 1절만 하셨습니다.

하루 주무시고 오늘 아침 드시며 2절을 하시는군요.
어제 얼마나 싸돌아 댕기느라 시어머니가 오는 줄도 모르고..... 기타등등 드럼둥둥
저는 허허 웃고 말았지요.

말도 안되는 얘긴 줄 알면서도 또 며느리된 입장에 어머니께 대놓고
말대꾸 꼬박꼬박하기도 뭐해서 아무 소리 안했지만... 참 암울합니다

본인의 성정을 못이겨서 화르륵하시는 분이니 아들이고 딸들이고 엄마 병원에 실려 갈까봐
누구 하나 나서지 않고 다들 네네 하며 아무말 안 합니다.

이빨 빠지는 그날까지 기다릴려니...
도끼 자루도 썩어문드러지고,  세월이 좀먹고 있습니다.

저 좀 위로해 주세요.


IP : 115.22.xxx.164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주물버닝중
    '09.2.3 12:49 PM (210.91.xxx.246)

    세상에...

  • 2. ..
    '09.2.3 12:50 PM (211.203.xxx.109)

    저도 세상에..
    전 남편과 주말부부입니다.
    그런데 시어머니 모시고 사는데 저녁에 나갈 일 있으면
    '또 어디 가는데'하십니다.

    저녁에 나갈일 많습니다. 시장도 봐야 하고
    동네 저녁 모임도 있고 등등
    이해 못하십니다.
    혼자 있는 며느리가 바람 날까 불안한 게 시어머니라고 생각합니다.

  • 3. 에휴........
    '09.2.3 12:51 PM (122.199.xxx.92)

    아마 며느리가 잘나고 예뻐서 우리 아들 놔두고 바람나면 어쩌나 싶어서 그럴겁니다.

    우리 시어머니도 그러세요.
    본인 눈엔 며느리가 너무 예쁘고 잘난거 같으신지..

    결혼식날. 제 편으론 남자가 딱 한명 왔습니다.
    제일 친한 친구랑 그녀의 남자친구였죠. 결혼식 사진에 그 사람 사진을
    보더니 이 남자 누구냐고 몇번이나 집요하게 물으십니다.
    여기 있는 이 친구 남자친구에요. 라고 말했죠.
    참고로 우리 신랑은 결혼식때 대학 여자 동기 5명 왔습니다.....

    신혼여행 다녀왔는데...저랑 시어머니랑 티비를 보는데 바람피는 여자 이야기가
    나옵니다. 시어머니 또 절 슬쩍 떠보시네요.
    "요즘은 여자들도 그렇게 바람이 많이 난다며?" 그냥 한 말이 아니라
    딱 떠 보는 이야기더군요.
    제가 그랬죠. "글쎄요. 제 주위엔 여자보다 남자들이 바람 난 케이스가 훨씬 많아서요"

    첫 아기 유산하고 한달 됐는데 요즘 여자들은 밖으로 내돌리면 바람난다고..
    너도 그럴거 같음 일찌감치 헤어져라. 하시더군요. 신랑 있는 앞에서...

    저도 원글님처럼 학교랑 집밖에 모르는 범생이였습니다.
    나이트 가본적도 없고 술도 한잔 못 마시고 오로지 공부, 일만 하다가
    신랑 만나서 결혼했지요. 물론 남자친구가 아예 없진 않았지만요...

    근데 사람들은 제 외모만 보고 쟤는 남자 참 많이 만나봤을거 같다. 라는 생각을
    하는듯 합니다. 그런 편견이 속상하지만 어쩌겠어요.
    나만 아니면 되는걸요......

    지금은 그냥 속으로 며느리가 그리 잘나게 보이시나..하며 코웃음 칩니다.
    원글님도 그리 생각하세요......

  • 4. 그 시엄니가
    '09.2.3 12:51 PM (210.221.xxx.4)

    유리 그릇이면 좋겠네요.
    깨지지도 않는 고무그릇이려나?

  • 5. 에휴.......
    '09.2.3 12:53 PM (122.199.xxx.92)

    그리고 그런 말씀 하는 분들..

    아마 젊을적 본인이 그런 생활 하신 분들일겁니다.
    놀아본 가락(?)이 있으니 괜히 엄한 며느리 잡는거죠....

    그렇지 않고서야..며느리를 그렇게 단속하실리가 없죠.

  • 6. 당한사람처럼
    '09.2.3 12:53 PM (68.4.xxx.111)

    재미있게 쓰셔서 읽으면서 픽하고 웃었지만

    난감하신 분 이시로군요.

    혹시 당하신적이 있으신가요? 꼭 그러신분 같은 말쌈이시군요.

    단칼로 입을 막는 법이 없어서 조언은 할 수 없지만 진짜 웃기는 분이시네요.

    혼자 정숙한 체.........ㅠ ㅠ

  • 7. 하거나 말거나
    '09.2.3 12:57 PM (116.126.xxx.32)

    한귀로 듣고 또 다른 귀로 흘려 버리세요.
    맨날 듣는 유행가 가사가 참 맘에 안 든다 생각함시롱~
    속으론 내 좋아하는노래 불러봐요...
    예전에 울엄니 살아계실때 엄니 잔소리에 동서는 손가락으로 몇번했나 세고 또 세고~
    난... 나쁜며느리라서 하거나 말거나 하하호호~
    동서는 나땜에 더 열 받고~
    지금은 어드메 계시는지 울엄니 무지 보고 싶어요...
    펄펄 뛰던 동서는 아직 살아야 할 날이 더 많은데 나보다 먼저 저 세상으로 가 버리고...ㅠㅠ
    지금은 있을 때 잘하라는 유행가만 부지런히 부르고 살아요...있을 때 잘 해~~~~~~~~~^^

  • 8. 원래
    '09.2.3 2:30 PM (211.192.xxx.23)

    그런분 아니라면 일단 치매를 의심해 보심이,,,,

  • 9. 어르신들의...
    '09.2.3 2:50 PM (203.142.xxx.231)

    완고한 생각을 누가 고치겠습니까... 님이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실 밖에...

  • 10. ***
    '09.2.4 8:28 AM (123.213.xxx.156)

    그 연세 어르신들 대체로 생각이 비슷비슷 합니다.
    듣고 있으면 속터지는 소리 하시는데 정말 대책 없더라고요.
    속으로 그냥 "젠장~" 이러고 있었다는...

  • 11. 원글
    '09.2.4 6:13 PM (115.22.xxx.164)

    댓글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이틀 정도 지나고 또 이렇게 위로도 받고 하니 좀 나아지네요.

    결혼한지 십년이 넘었지만 저는 그동안 우리 어머니께서는
    부잣집 교양있는 사모님 인줄 착각하고 살았더랬어요.

    여러가지 방법으로 압박을 가해오셨지만 눈치가 둔치고, 이상한 경우들은
    TV나 소설 속에서나 있는 일로 알고 또 워낙 히바리가 없는 성격인지라
    " 아 어머니께서 나를 저렇게나 생각해 주시고 걱정해 주시는 구나..
    참 인정많고 사랑이 넘치는 분이시네, 잘 해드려야지.."
    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더랬지요.ㅋㅋㅋ

    그리고 작년 어떤 계기가 있어 갑자기 어머니께서 가면을 벗으셨어요.
    뜨악 ~
    저 태어나서 그런 즈질스런 말들 첨 들었지요.
    지금 생각하니 그동안 제 앞에서는 암말 안하셨어도 목욕탕이나
    계 뭐 이런데 가서는 저를 엄청 씹었을 거라고 느껴집니다.

    네~ 우리 어머니 자기 복을 자기가 차고 있으십니다.

    자꾸 뽂아 대시면 지렁이도 꿈틀한다는 것을 보여드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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