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편은 나만 보면 비실비실 웃는다.
내가 방귀를 뀌어도 웃고
한 밤중에 라면을 끓여 먹어도 웃고
술 마시고 얼굴 벌개져서 이죽거려도 웃는다.
하루는 물었다.
'내 어디가 좋아서 나랑 결혼했어?'
'너 웃기잖아~'
'세상에 여자 웃기다고 결혼하는 남자가 어딨어?
분명히 이뻐서 나랑 결혼했는데 내가 잘난체 할까봐 웃겨서라고 하는 걸꺼야.'
'니가 그런말 하는게 웃기다니깐....'
우리는 연애 사년, 결혼 10년차 나름 중견 부부다.
요즘은 나도 남편만 보면 웃는다.
먹을거 사다 숨겨 놓으면 강아지 보다 더 잘 찾아 먹는것도 웃기고
술마시고 허세 부리는 것도 웃기고
자기 좋아하는 반찬해 주면 엉덩이 살랑대며 주방에 들락거리는 것도 웃기다.
좌우간 뭘하든 다 웃기다.
우리는 함께 있을때 각자의 동선에 따라 움직인다.
서로 하는 일에 신경도 안쓰니 부딪힐 일도 공감될 일도 없다.
그러다 눈 마주치면 방긋 웃는다.
가끔 남편이 별거 아닌 일로 성질을 내면 이 세상에서 젤로 밉다.
내가 숨넘어갈 듯 떽떽 거리면 남편은 기가 질린 얼굴로 내 근처에 얼씬도 안한다.
오래 함께 있다보니 속에서 뭔가를 궁리해 내면 빤히 보인다.
그러니 서로 화내고 나서도 조금만 지나면 별걸가지고 다까분다 싶어서 또 웃기다.
우리 속에는 서로에 대해 감정이 쌓이지 않는다.
나사가 빠진건지 감각이 무딘건지 우린 둘이 있으면 푼수떼기가 된다.
남편이 신혼때 우리 부부를 자칭 엽기부부라고 했었다.
지금은 자칭 나사빠진 부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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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사빠진 부부다.
마누라 조회수 : 1,512
작성일 : 2009-01-15 15:03:20
IP : 121.134.xxx.237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몰라요?
'09.1.15 3:07 PM (59.5.xxx.126)웃기다는게 사랑스럽다는 말인것을...
2. ^^
'09.1.15 3:07 PM (220.64.xxx.97)행복한 부부시네요. 부럽습니다.
3. 이런 부부가
'09.1.15 3:09 PM (59.25.xxx.166)바로 천생연분 찰떡 궁합이라네요
무얼해도 안 밉고
시비걸어도 싸움이 안 이루어지고...
전 이미 물 건너 갔고
우리 애들은
복이 많아
이런 부부의 연을 맺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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