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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보고싶어요..
원래 적없이 두루두루 잘 지내도 가만 있어도 언제나 사람이 몰리는 인기인 타입은 아닌지라
중학교, 고등학교시절 친한 친구는 한손에 꼽을 정도예요.
대학에선 1학년 1학기에 한명, 2학기에 한명, 꼭 한 명씩 좀 친한 친구를 만들어 주구장창 같이 놀았는데
이런저런 일로 관계가 소원해져서 아, 이래서 어렸을 때 친구를 많이 사귀라고들 하셨구나..
대학에선 친한 친구 만들기가 쉽지 않은걸까, 혹은 내가 성격적인 결함이 있을까 하고 고민도 했더랬어요.
학부제라서 2학년이 되어 학과생활에 들어서면서 앞으로 함께 갈 친구들을 만났지만
정착(?)은 못하고 이애들이랑 놀았다, 저애들이랑 놀았다가 하다가요.
아마.. 2학년 2학기인가 3학년 1학기에 들어서서야 나도 이 그룹에 속했구나 싶은 친구들을 만났답니다.
절 포함해서 6명의 또래친구들인데, 수업도 과제도 여가생활도 열정적으로 하는 바람직한 아이들이었어요.
수업도 함께 듣고 과제도 함께, 밥을 먹어도, 술을 마셔도 언제나 함께였고, 서로의 생일엔 항상 모여 축하해주는 것이 익숙해졌어요.
지금은 어딜 가도 착하다, 참하다 소릴 엄청나게 듣지만
어렸을 땐 머리가 좋아 피나게 공부하지 않아도 언제나 좋은 성적을 받곤 했는데
잘난척을...본인이야 특별히 그리 잘난척 한 거 같진 않지만 솔직히 은근한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었어요.
공부 잘하면서 친절하게 공부 도와주고 막 퍼주는 성격이면 인기인이 되었겠지만
고 나이 또래에 깍쟁이에 공부 잘하는 애... 아니꼬왔겠죠..^^;
(그래서 지금의 착하단 소릴 듣는 성격은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감행한 혹독한 성격개조 프로젝트의 결과^^)
이러니 언제나 소외감, 외로움이 많은 아이였고, 친한 친구들이 많은 것도 아닌 마당에 크리스마스 이틀 뒤인, 언제나 방학에 맞아야 했던 생일..
그런 제게 이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느낀 유대감과 소속감 안정감..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하나하나가 너무 특별하고 소중하고.. 특히 처음으로 함께 축하해준 제 생일날은..아직도 잊지 못하겠어요.
그래서 대학에서도 이렇게 소중한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거구나.. 하며 언제나 감사했고, 술 한잔씩 마시고 취기가 오른 날엔 항상 부둥켜안고 사랑한단 말을 연발하고.. 볼에도 입술에도 애교로 뽀뽀하고.. 서로 널 만나서 너무 다행이야.. 이렇게 말했던 술자리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말이죠..
벌써 이 친구들을 만난지가 이제 일년이 넘었어요.
작년 제 생일.. 연락이 없더라구요.
원래 자주 연락하는 타입이 아니거든요 제가.. 제일 친한 친구라고 바로 말할 수 있는 친구랑도 일년에 두어번 연락하고.. 일년에 한번 만나면 다행이고.. 근데 그렇게 만나도 작년이 바로 어제 만난 냥 너무 편하거든요. 그래서 그게 딱히 나쁘거나 그렇단 생각을 해보지 못했어요.
절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은 휴대폰 연락은 잘 모르겠지만 싸이를 열심히 하고, 서로 방명록도 자주자주 남기는 친구들이예요. 그 와중에도 전 어쩌다 한번 연락하니.. 다들 거의 휴학한 상태고, 저도 바쁘고 하니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나중에 만나자고 연락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12월 말이었나 1월 초였나.. 오랜만에 친구들 싸이를 둘러보는데 절 쏙 빼놓고 다들 모여 연말파티를 한 거예요. 다들 사진 한 장씩 올려놨더라구요.... 제 생일 바로 전날이 또 다른 친구의 생일이라 전 그 친구 생일도 못 챙긴 줄 알고 한번 모이자고 연락한 게 얼마 전인데... 그친구 생일도 같이 챙긴 것 같고..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죠. 일부러 그랬을까? 에이 설마.. 그럼 왜 나만 몰랐을까? 내가 너무 애들이랑 연락을 안했나?
정말 일주일도 넘게 이걸로 고민을 하다가 용기를 내서 한 친구한테 물어봤어요. 별거 아닐거야~ 하면서 물어봤는데 건너건너 연락하다보니 빠뜨린 거 같다고 미안하다 하더라구요.
물어보길 잘했다. 나 혼자 괜히 심각하게 고민했잖아~ 이러면서 왜그랬어! 내 생일 챙기게 조만간에 모여!! 막 이러면서 웃으면서 끝냈죠.
그러다 또 아르바이트가 바쁘고 해서 금새 시간이 지나가고.. 또 다른 친구의 생일이 다가왔어요. 이번에 모여야겠군~ 하면서 싸이를 둘러봤는데 또 한 번 충격.. 바로 지난 주말에 이미 그 친구의 생일파티를 했더라구요. 역시 전 전혀 모르고 있었고.......
그 뒤로 또 다른 친구의 생일, 또 생일.. 제겐 연락없이 지나버린 파티의 사진이 올라오는 친구들의 싸이를 계속해서 지켜보며 너무너무 속상하고 우울해졌어요.
섹스앤더시티를 극장에서 보다간 눈물을 뚝뚝 흘렸어요. 의상과인지라.. 친구들의 모습이 오버랩되고, 학교 다닐 땐 내가 저 아이들과 서른이 되어도 저런 모습일 줄 알았는데 이 지경이 되고 보니 웃으면서 볼 수 만은 없더라구요....
제가 그룹의 일원으로 들어오기 전에도 사실은 저 말고 다른 언니가 이 그룹에 끼어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 언니의 자리를 제가 빼앗았었나 싶은 생각도 들어 이 애들은 원래 이런 애들인가.. 밀려났던 그 언니 집안 나쁘지 않고 인생경험도 있으니 분명 1학년 땐 그 애들에게 우러러보였고 도움될 것도 많았거든요. 학교 다닐 땐 실기 잘하는 내가 도움이 되니 함께였지만 이제 필요없어지니 또 다른 사람을 내 자리에 앉힌걸까 하며 원망을 많이도 했어요.
사랑한다 말할 때, 평생 함께하자며 말했을 때 난 분명 진심이었는데 그 애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말을 했을까...
원래 그렇게 여우같은 애들이었어, 신경쓰지 말자 하면서 몇 달을 혼자 속으로 끙끙 앓다가 겨우 털어버리자 하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도 저 없이 쌓여가는 그애들의 추억만 들여다보며 슬퍼하고 있네요...
아직도 문득문득 생각해요. 내가 뭔가 잘못한 게 있었나..
원래 나쁜 애들이었을거야. 하고 미워하고 원망해보려고 해도
제가 잘못하고 소홀한게 있었나 하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되네요.
대놓고 물어봐야 할까요?
우리가 진실된 친구사이였는지, 제가 뭘 잘못해서 이 지경이 된건지..
아니면 그냥 인연이 아닌가보다..하고 모르는척 해야할까요.
바닥도 좁아 평생 얼굴 마주칠 친구들인데..만날 때 마다 가슴아플 것 같아요.
죄송해요.. 글재주도 없는데 마음속이 너무 답답해서 주절주절 길게도 적었어요.
혹 다 읽으신 분이 계시다면 죄송하고 감사드려요..
이렇게 적고나니 조금이나마 후련해졌어요..
1. ..
'08.12.16 1:58 AM (122.199.xxx.42)다 읽고나니 왜 이리 제 가슴이 짠한지 모르겠군요.
전 결혼한 20대 후반 처자인데요.
저도 원글님과 비슷한 고민을 해본적이 있어요.
전 사람을 많이 사귀기보다 그냥 한두명 깊게 사귀는 편이거든요.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여자친구들보단 남자친구..^^;들과 기념일등을
보내는 편이었어요.
22살 이후로 결혼할때까지 쭈욱 남자친구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뭐랄까.
여자친구들끼리 자주 모여서 쇼핑도 하고 수다도 떨고 하지만
뭐 여행을 다닌다던지 진짜 깊은 교감을 한다던지..그런건 없었는거 같아요.
기념일, 여행, 정신적 교감등은...남자친구들과 다 해버린거 같은..ㅠㅠ
여튼 저도 커서 그런게 좀 안타까운적이 있었어요.
거기에 비해 제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자주 만나면서 모임도 갖고 그러더군요.
저도 똑같이 내 성격이 정말 이상한걸까? 하고 고민해봤어요.
근데 결론은 아니다! 라고 났어요...저도 지금 역시 자주 만나는 친구는 없지만
(결혼하고 지방으로 이사 왔거든요.) 그래도 진~짜 진실한 내 친구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하나 있어서..이 친구때문에 나 그래도 왕따 아냐! 하고
자신있게 말합니다.
아이고, 너무 제 얘기만 했나요? ^^
원글님. 제 생각에는요. 너무 그 친구들 집단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마세요.
친구들이란게 참 그렇더군요. 내가 생각지도 못한 내 모습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오해도 잘 하고..특히 여자친구들이 좀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거 같아요.
제 베스트 프랜드는 고등학교때 짝궁이에요.
대학 와서도 전 여자친구들을 몇몇 사겼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진짜 우정에 의한
관계라기보단 단지 전략적인 관계였다고 할까요?
그런 느낌을 지워버릴 수가 없어요.
제 주위 친구들도 베스트 프렌드 중에 대학 동기는 잘 없어요.
대부분 중, 고등학교적 친구들이지요.
여튼 제가 봤을땐 그 친구들..가까이 하시면 원글님만 상처 받으실거 같아요.
성격이 저랑 비슷하신거 같고 또 여리신 분 같은데 친구야 얼마든지 사귈수 있잖아요.
앞으로도..^^
아님 저처럼 일찍 결혼하시면 진짜 영혼의 친구(전 우리 신랑을 소울메이트라 생가개요..)를
만날 수도 있는거구요..
결론적으로, 그 친구들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정말 좋은 친구들이라면 이런 일로 친구를 고민하게 만들지도 않으니까요..
힘내요..^^2. 감사합니다..
'08.12.16 2:20 AM (211.212.xxx.49)써놓고도 댓글이 달리리라곤 생각 못했는데 이렇게 금새.. 따뜻한 댓글 잘 읽었습니다.
누구도 속시원히 대답해준 적 없는데 정말 마음에 와 닿았어요.
앞으로도 마음에 새기고 힘낼게요.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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