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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는 야만이며 대량 학살이다

타도 조회수 : 589
작성일 : 2008-12-10 22:23:19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런던 과일노점상 “매출 60% 줄어… 끔찍하다”
기사입력 2008-12-07 18:36 |최종수정2008-12-08 11:16  

고급 대형할인 매장인 막스 앤 스펜서(M&S)의 식료품 매대 일부. 불황에 따라 반값 할인(1/2 price)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 런던에서 - 공공재 민영화 탓 서민들 더 압박

지난달 1일 부슬비가 내린 런던 근교 도시 스테인스. 주말마다 이곳에서 과일과 잡화를 좌판에 펼친다는 한 중년 남성에게 요새 장사가 잘되는지 물었다. “끔찍하다(It’s a Shit).” 가판 뒤편에 앉아 있는 그의 부인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목요일과 토요일에는 스테인스에서, 다른 요일에는 근방의 다른 도시에서 열리는 간이시장에서 장사를 한다는 이 부부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통에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60%가량 줄었어요. 하지만 가스·수도·전기 요금이 지난해보다 50% 인상되고 물가는 치솟았지 뭐요. 정말 쓰레기 같아요.” 그는 격앙되어 있었다.

4인가족 기준 분기당 400파운드(약 87만원) 정도인 가스·전기 요금 고지서는 요즘같은 불황에 서민가계를 크게 압박한다. 몇달마다 10~30%씩 인상해왔지만, 불황인 지금 더 오를 기세다. 상하수도와 전기, 가스 등 공공재를 민영화한 영국의 단면이다.

은퇴 후 연금과 자기 집의 방 몇 개를 임대해 얻는 수입으로 살아가는 전형적 연금 생활자인 전직 엔지니어 라이오넬(68)도 그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세든 사람들이) 다들 가난한 학생인데 방세를 올려받을 수는 없지요. 그런데 물·가스·전기요금은 미친듯이 오르고 있어요.”

그는 이런 공공재 민영화에 불황이 겹쳐 업체들간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수도 없이 걸어서는 ‘우리 회사 물값이 더 싸다’고 유인하죠. 정작 문서로 내용을 확인하자고 하면 꽁무니를 빼요. 거짓말인 거죠. 이런 홍보전은 지금같은 때 훨씬 심해요.”

불황은 중산층의 소비 패턴도 바꾼다. 영국생활 10년째인 중산층 교포 강영숙씨(40)는 그동안 써온 값비싼 유기농 식재료를 포기했다. 비유기농 제품을 주로 쓰고, 대량구입하던 화장지나 세제 등은 필요할 때 조금씩 산다.

올초 78펜스였던 유기농 양파 한 묶음 값이 1파운드20펜스로, 89펜스였던 식빵은 1파운드40펜스로 펄쩍 뛰었다. 물가 급등으로 막스 앤 스펜서(M&S), 웨이트로즈 등 고가 대형 마켓의 매출도 줄었다. 강씨는 “점심시간 뒤 테스코(중저가 대형마트)에 가보면 물건이 별로 없다”며 “M&S나 웨이트로즈 가던 사람들이 테스코에 몰린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M&S 매장에서 이전에 찾아보기 힘든 저가상품이 눈에 잘 띄는 매대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집값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 10월 말 기준 영국 주택가격은 전년 대비 약 15% 하락했다. 34년 만의 최대 하락폭이다.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제때 못해 집을 압류당한 가구는 지난 2분기 1만1054가구로 지난해보다 71%나 늘었다.

런던 등 동남부 지역보다 못사는 북부 지역의 경우 불황의 그림자가 먼저 내리깔렸다. 북동부 도시 선더랜드에서는 최근 닛산자동차의 감산체제 돌입으로 노동자 800명이 해고위기에 놓였다. 이곳에서는 이미 노던락의 콜센터 직원 1300명이 실직했다.

인디펜던트는 지난달 초 대니 도링 교수의 말을 인용, “북부지역에는 주로 콜센터, 물류창고, 본부 아닌 지점 등 ‘쉽게 없앨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보도했다.

불황은 이제 영국전역에 만연하다. 혼다·포드 등 자동차 업계가 뒤따라 감산 및 해고계획을 밝혔다. 철강업체 코러스도 400명을 해고키로 했다. 최근 BBC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주 20%가 “65세 이상 노동자 해고시 경영 상의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을 십분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고령 노동자에 대한 ‘손쉬운’ 해고가 남발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오래 일해 연금을 보전하겠다’는 노동자들의 소망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청년실업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생물학 전공자 플로렌틴(29)은 지난 8월까지 1년간 P&G의 유아용품 관련 연구원으로 일하다 실직했다. 여러 회사에 입사지원을 하고 있지만 불황은 구직자를 환영하지 않는다. 그는 “몇달 전 구인광고를 내던 회사들도 모집 계획을 취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분야는 금융권이다. 연금펀드(Pension Fund)에 근무하는 테드(32·가명)는 “시티(런던 금융가)가 긴장하고 있다”면서 금융권의 구조조정 분위기를 전했다. “로이즈TSB와 HBOS가 합병되면 많이 잘리겠죠. 이렇게 큰 합병뿐 아니라, 크고 작은 합병들이 굉장히 많이 있을 겁니다. 1991년 금융위기 때 그랬듯이 말입니다. 영국은 최근 5년, 10년간 경제성장의 많은 부분을 금융부문의 성장에 기대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금융위기에서 다른 나라보다 훨씬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그의 계획을 물었다. “잘리면 어디로 가느냐고요? 글쎄요. 아무리 아는 게 많고, 좋은 교육을 받았어도 한동안 금융가에서는 직장을 찾기 어려우니 당분간 저축한 걸로 먹고 그 이후에는 정부 보조금에 의지해야죠.”

<런던/ 김은정 통신원>

◇ 도쿄에서 - 호텔 총지배인 “저금 털어서 생계”

“설마 이런 조그만 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나를 세계 금융위기가 직격할 줄은 상상도 못했죠.”

지난 1일 만난 도미타 데쓰히로(58)는 불과 한 달여 전만해도 137년 역사를 자랑하는 도쿄 시나가와의 게이힌(京品) 호텔의 총지배인이었다. 그러나 이젠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실업자 신세나 다름없다. 지난 9월 파산한 리먼 브라더스의 일본 법인 자회사에 진 빚 60여억엔을 갚기 위해 호텔 측이 토지 등을 매각하고 10월20일자로 폐업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호텔의 고바야시 마코토 사장은 버블기에 사업다각화를 하면서 호텔 건물 등을 담보로 리먼 브라더스 계열 ‘논뱅크’(융자전문 금융회사)인 선라이즈 파이낸스에 거액의 빚을 냈다. 리먼이 파산하자 그 여파로 선라이즈 파이낸스는 지난 9월 도쿄지법에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채권 회수가 시작되면서 호텔로 불똥이 튀었다.

호텔에 근무하던 131명은 살 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고 이제 40여명만이 남아 호텔을 지키고 있다. 회사의 해고 통보에 맞서 고용 승계 등을 요구하며 ‘자주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측은 이들을 몰아내기 위해 퇴거 요구 소송을 제기했고, 직원들은 가처분 소송을 내 맞서고 있다. 이들은 과거 호텔이 직영했던 구내 레스토랑과 이자카야 등 3개 점포를 직접 운영한다. 객실 손님도 받지만 관리 직원이 없어 20개까지만 개방하고 있다. 물론 아침식사도 제공이 안 되고, 카드도 이용할 수 없다. 연말이면 송년회 등으로 북적거리던 2층 연회장엔 냉기가 가득하다.

“솔직히 리먼 브라더스가 어떤 회사인지 잘 모르지만 원망이 많습니다.”

도미타는 고향인 가고시마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상경해 작은 직장 두 곳을 거친 뒤 1975년 게이힌 호텔에 입사했다. 주방 막일, 프론트 보조 등 밑바닥에서 출발해 96년에는 총지배인직에 올랐다. 흔히 말하는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이 유서깊은 호텔(도쿄 미나토구 지정 역사적 건조물)에 바친 33년은 도미타 인생의 전부였다. 경기가 좋을 때는 전체 객실이 꽉 들어찼다. 하루 70명 이상 묵을 때도 있었다. 시나가와역에 신칸센이 정차하면서 평소 때도 객실 가동률은 80%에 달했다.

그러나 폐업을 발표한 10월 말 이후 직원들의 형편은 180도 바뀌었다. 도미타만 해도 한 달 평균 40여만엔이던 수입이 바로 끊겼다. 지금은 자주영업을 통해 얻는 수익금을 직원끼리 나눠 ‘조합활동비’ 조로 받아간다. 손에 쥐는 금액은 10만엔 안팎.

“생활은 전혀 안 되죠. 기본적으로 내는 국민연금, 주민세, 보험료 등만 해도 10만엔 가까이 됩니다. 그걸 내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어요.”

그는 그동안 모아둔 저축에서 생활비를 충당하지만 불투명한 미래를 생각하면 지금도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고 말한다. 정년인 60세까지 연금을 납부하고 남은 노후를 15만엔가량 받는 연금으로 조용히 보내겠다는 계획도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나마 본인은 하나 있는 장성한 아들이 독립해 나갔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지만, 젊은 직원들의 장래를 생각하면 “남의 일 같지 않아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조리방에서 일하던 27세 직원은 지난달 둘째 아이를 출산했는데 일거리를 찾겠다고 떠났어요. 참 막막하더군요. 남은 직원들도 언제 떠나갈지 몰라 안타깝습니다.” 떠나는 사람이나, 남는 직원이나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도쿄 게이힌 호텔의 도미타 데쓰히로 전 총지배인이 지난 1일 프론트에서 직원들의 업무를 도와주고 있다. 해고된 직원들이 자주영업을 하고 있는 호텔 프론트 앞에 ‘카드 이용이 안 된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그는 요즘도 전철로 1시간30분 거리의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에서 매일 출근한다. 오전 9시에 집에서 나와 오후 10시30분까지 호텔 일에 매달린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사측의 불법성을 홍보하는 일, 노조활동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별히 지정된 업무는 없다. 일손이 부족한 곳이면 주방 일이든, 음식 서빙이든 해서 힘을 보태야 한다.

하루 12시간 노동으로 인한 육체적 피로보다 정신적인 고통이 더욱 견디기 힘들다고 한다. 폐업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기에 아직은 버틸만하지만 ‘이런 생활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나,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는 불안감이 그를 떠나지 않고 있다.

“내년 6월까지는 저금한 돈으로 그럭저럭 생계가 유지될 것 같아요. 그 이후는 모르죠. 갑갑합니다.”

<도쿄 | 조홍민특파원>

◇ 베이징에서 - 구직자 “위기, 내 일이 될줄 몰랐다”

지난 2일 베이징시 차오양구 샤오윈루에 위치한 차오양구 노동·사회보장국. 한국의 지방노동청에 해당하는 이곳의 직업소개소에는 오전 11시가 되자 구직신청서를 접수하려는 행렬이 20m가량 이어졌다. 4평 남짓한 접수처에는 신청서를 작성하는 실업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구직신청자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접수처의 남자 직원은 접수 대장을 보여주며 “벌써 150명을 넘어섰다. 이대로라면 오늘은 400명을 채울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는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지난달부터 구직신청자가 조금씩 늘고 있다”면서 “실업자 증가보다 일자리가 줄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차오양구의 동쪽 둥바에 사는 왕즈강(王志剛·32·가명·사진)도 아침 일찍 이곳을 찾았다. 그러나 그는 구직 행렬에 서지 않았다. 아니 설 필요가 없었다. 그는 이미 두 달 전에 구직신청서를 접수했다. 그런데도 매일같이 이곳을 찾는 것은 혹시 새로운 구직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구직정보는 인터넷에도 많습니다. 그러나 매일 집에서 구직 사이트를 서핑하자니 뭔가 허전해요. 마음에 드는 일자리도 없고, 답답하기도 하고. 그래서 거의 매일 직업소개소를 찾지요.”

왕즈강이 찾는 곳은 차오양취 노동·사회보장국만이 아니다. 매주 수·금·토에는 인력시장이 열리는 산위안챠오에 들르고 간간이 베이징시 중심가 용허궁의 직업소개소를 찾기도 한다. 국제전람중심, 농업전람중심 등에서 개최되는 취업박람회도 그가 놓치지 않는 곳이다.

지금은 이렇게 직업소개소를 전전하는 신세이지만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그는 당당한 사무직 직원이었다.

2001년 후베이성 우한이공대학을 졸업한 그는 7년 동안 건설회사, 보험회사, 페인트대리점 등 여러 회사를 거쳤다. 대학에서 물류학을 공부한 터라 보험판매를 제외하고는 대개 유통업, 창고업 등 전공과 연관된 분야에서 일했다. 그러나 저임금 때문에 직장을 그만뒀다. 그의 월급은 1500위안(약 30만원) 정도.

지난 6월 그는 집에서 멀지 않은 베이징 시내의 한 호텔에 다시 취직했다. 월급이 1700위안으로 조금 나아졌고, 업무도 물품관리여서 흥미가 있었다.


그러나 네 달 만인 10월 초 회사를 떠나야 했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손님이 급감한 데다 금융위기설까지 돌자 호텔에서 직원을 감축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얘기를 들으면서 그게 나의 일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직장을 자주 옮겨 두려움은 없지만 이제 두 달이 되어가니 걱정이 쌓이네요.”

베이징에 일자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 생산직이 대부분이다. 그는 “어쩌다 사무직 일자리가 나오긴 하지만 대졸자의 임금이 농민공의 월수입과 별 차이가 없어 지원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왕즈강은 금융위기라 단기간에 원하는 직장을 찾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물류업 관리직 분야 취업이 목표인 그가 장기적인 구직전쟁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내핍생활. 그는 식비, 교통비 등 하루 생활비로 30~40위안(6000~8000원)을 쓴다. 보통 한끼 식사값도 안 된다. 점심식사를 하는 날보다 거르는 날이 더 많다.

“그래도 나는 베이징 사람이어서 2개월은 버틸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퇴직수당을 받고 있으니, 저 혼자만 감당하면 되니까요. 지방출신이 실직하면 방세 때문에도 베이징에서 한 달 버티기도 힘듭니다.”

그의 금융위기에 대한 생각은 소박하고 낙관적이었다. “엔진이 너무 빨리 돌면 과열돼 고장이 나는 것처럼 세계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 아니겠느냐”면서 “회복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사회보장국의 앞 마당에서 한 시간가량 이야기를 한 왕즈강이 ‘직업정보센터’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직업정보센터’의 대형 전광판에는 구직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되고 있었다. ‘청소원 모집, 18~40세, 800~1000위안/ 타자공, 18~30세, 1200~1500위안/ 택배원, 남자 18~30세, 1000~1400위안/ 화물차 기사, 1000~2000위안…’. 한참 동안 전광판을 주시하던 있던 그은 용허궁 쪽으로 가봐야겠다며 자리를 떴다.

<베이징 | 조운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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