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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아들

아들아 너에게 배운다 조회수 : 1,895
작성일 : 2008-12-07 22:31:25
제 아들 자랑 좀 할께요.
자랑이 아닐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너무 자랑스러워요.

제가 재미 교포이지만 6살난 저희 아들 아직 영어 못해요. 유치원에서 자체프로그램이 있는데 선생님이 아무리 콩글리쉬를 해도 저 절대 아이에게 틀린 발음이라 지적하지 않아요. 아이의 인성 교육을 위해 선생님께서 하시는게 맞다고 얘기해주고 칭찬만 해줍니다. 아직 학습지 같은거 하나도 안하고 맞벌이라 유치원에 저녁까지 있기는 해요. 영어 못한다고 걱정이 되지도 않고 서둘러 가리치려고 하지 않고 있어요. 학교에 입학해서 아이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할때 제가 조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걸로 된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몇년만에 미국친정에 다녀 왔는데 갔을때 절친했던 친구네(같은 재미교포) 식구랑 같이 만났었어요. 아이들이 있는 관계로 실내 놀이터가 딸린 페밀리 레스토랑으로요. 저희 아이와 친구네 애들이 같이 노는데 말도 안통하는 녀석들끼리 잘도 놀더라구요. 친구네 애들이 한국말을 워낙 못해요.

이 녀석들이 잘 놀다가 다른 외국인 꼬마랑 서로 먼저 미끄럼을 타겠다고 말싸움이 났는데 자기네들끼리 영어로 재잘거리며 싸우는데 저희 아들이 떡하니 한국말로 "아까 내가 너한테 한번 비켜줬으니까 너도 이번엔 한번 양보해야지. 그래야 다같이 놀수 있지" 그러지 않겠어요. 그 외국아이가 제 아이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비켜주더라구요. 오잉~

그리고 나서 작은 기념품가계에 가서 장난감을 하나씩 골랐는데 계산대에서 저희 아들이 "안녕하세요?"라며 깍듯이 90도로 배꼽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는 "이거 계산해 주세요"라고 해요. 제 친구가 저한테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왜 아이한테 영어를 안가리키냐고 하더군요. 저는 그럼 너희 아이는 왜 한국말 안가리키냐고 묻고 싶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본 친구랑 안좋은 얘기 하기가 그래서 그냥 웃었습니다.

물건을 사고 제 아들이 다시 계산대 직원에게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라고 다시 깍듯이 인사하더군요. 직원은 좀 당황한 듯 보였지만 친절하게 아이의 눈높이 까지 무릎을 구부려 땡큐하며 엄지 손가락을 올려주더군요. 그때 제 친구가 제 아이를 잡으며 "00아, 이럴땐 땡큐하고 말하는거야. 그리고 안녕히 계세요 하지말고 바이~라고 해야돼" 하네요.

제 아이가 큰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합니다. "근데요, 난 대한민국 사람이니까 한국말 하는거예요. 아까 아저씨는 미국사람이니까 미국말 하는거구요. 엄마, 대한민국 사람은 한국말을 잘해야 하지요? 대한민국이 우리나라니까요. 그쵸?"하고 묻습니다. 저 그런 제 아들 녀석이 너무 대견했어요. 제가 친구에거 험한 소리 하기전에 제 아들이 아주 통쾌하게 한마디 해준것 같아 더 대견했어요.

그리고 나서 같이 하루를 보내면서도 제 친구 아이들은 단 한마디도 한국말을 하지 않았네요. 헤어질때 제 아들녀석이 친구네 애들에게 하는 말이 "난 대한민국에 살아. 넌 미국에 살아. 난 대한민국사람이고 너도 대한민국사람인데 미국에 살아. 그런데 왜 나한테 영어만 해? 너네 아빠랑 엄마도 한국말 하잖아. 그러니까 너희도 한국말 해야지. 우리 엄마도 영어 잘해. 그래도 한국말도 잘해. 우린 대한민국 사람이야"라네요.

아이들을 보면 또 노인들을 보면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잘 어울리시더군요. 결국 언어나 피부 색깔에 대한 편견은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가는 하나의 나쁜 생활 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아들... 6살 아들... 너무 대견합니다. 친구들은 영어 학원이다 영어 유치원이다 다니면서 꼬부라진 말하는 척하는 친구들 앞에서 당당하게 한국어로 대응하며 기죽지 않는 제 아들...꼭 대.한.민.국.이라 말하는 우리 아들... 기특하지 않나요?
IP : 118.222.xxx.169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8.12.7 10:38 PM (211.176.xxx.67)

    똘똘한 ㅇ아이 뒤에 똑똑한 엄마가 있겠지요.
    자랑스럽습니다.

  • 2. 꼬마애국자
    '08.12.7 10:43 PM (118.37.xxx.172)

    너무 기특합니다.아이는 부모의 거울.^^

  • 3. 짝짝짝~~
    '08.12.7 10:53 PM (115.136.xxx.206)

    자랑스러워 하실만 하네요.
    좋으시겠어요.^^

  • 4. 정말
    '08.12.7 11:10 PM (125.190.xxx.5)

    똘똘한 아이네요..
    어쩜 나랑 생각이 똑같지..내 아들인가..^^

  • 5. 으아
    '08.12.7 11:13 PM (121.169.xxx.213)

    저 빨리 딸낳을게요. 사돈맺어요. 7살차나면 아드님이 더 좋아하지 않을까요? ㅋㅋㅋ

  • 6. 저는
    '08.12.8 12:16 AM (59.12.xxx.19)

    벌써 2살 된 딸이 있어요..4살 차이 정말 좋지 않나요? ^^~

  • 7. 우와~
    '08.12.8 12:26 AM (121.190.xxx.76)

    정말 자랑스런 아들, 맞습니다.^^
    심지 곧고, 뚝심있고, 똑소리나고...사위삼고 싶네요.
    근데, 제딸이 나이가 좀 많아서리...^^;; 17살인데 힘들겠죠?? ㅎㅎ

  • 8. .
    '08.12.8 12:38 AM (220.122.xxx.155)

    정말 귀여운 아들인데요...똑똑해요.

  • 9. d
    '08.12.8 1:44 AM (219.251.xxx.57)

    어머 너무 예쁘네요
    저 애기들 별로 안좋아해요
    그런데 님의 아드님은 꼬옥 안아주고 싶네요
    너무 예쁘네요
    자랑스러우시겠어요
    어쩜 그리 말도 똑부러지게 하는지 모르겠네요
    예쁜 것 나중에 사진이라도 올려주세요 줌인줌아웃에다가요
    나중에 큰 인물되길 바랄께요

  • 10. d
    '08.12.8 1:47 AM (219.251.xxx.57)

    위에 예쁜 것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거에요 ㅎㅎ
    오해하실까봐서 ㅎㅎ
    원글님 가치관도 훌륭하시고
    아드님도 쏙 빼닮았나봐요
    많이 많이 자랑스러워하시고 많이 많이 자랑하셔도 될 것 같아요

  • 11. 떡케잌
    '08.12.8 2:32 AM (121.166.xxx.19)

    아이고.. 6살 꼬맹이가 너무 어른스러워요.. ^^ 넘 이쁘네요..

  • 12. 하하하
    '08.12.8 2:50 AM (121.179.xxx.188)

    제딸은 7살입니다.
    한살연상정도야 뭐.,..
    열심히 가르쳐 놓겠습니다.

  • 13. ^^
    '08.12.8 6:25 AM (121.138.xxx.50)

    글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유쾌해지네요.
    대견스러운 아드님입니다.

    아침준비하다 들어온 82매니아아짐입니다 ㅎㅎ
    다른 님 들도 이런 자랑 글 많이 올려주셔서 많은 님들 기분 좋게 해주시고 복받으세요.ㅎㅎ

  • 14. 정말..
    '08.12.8 9:23 AM (115.138.xxx.150)

    멋져요~~~
    잘 키우신 원글님께도 박수보내요~~~

  • 15. 언넝
    '08.12.8 9:45 AM (59.10.xxx.219)

    딸내미 하나 낳아야겠다...
    그집으로 시집보내게ㅎㅎㅎㅎㅎㅎㅎ

  • 16. 우와~
    '08.12.8 9:57 AM (121.131.xxx.166)

    아 너무너무 예뻐요!!!
    어찌 이리 당당하고 예쁘게 키우셨을까~
    복받으실 거예요

    부러워라 !!!!!

  • 17. 멋있어요!
    '08.12.8 10:42 AM (147.6.xxx.176)

    정말 너무나 씩씩하고 바르게 잘 자란 아이네요.
    어른이 되서도 그렇게 당당하기 쉽지 않은데 정말 똑똑한 부모 밑에서 자란 똑똑한 아들인가봅니다.
    저 역시 잘 키우신 원글님께 박수 보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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