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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넘지만 자녀교육에 참견해도 될까요?

나비 조회수 : 1,677
작성일 : 2008-11-12 11:17:48
주제넘게 라고 제목이 붙인 이유는 제가 아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소위....딩크지요.
솔직히 자식입장만 알지...엄마의 입장은 간접경험 뿐... 잘 모릅니다.

게시판에 보면 아이때문에 속상해하는 글들을 자주 봐요.
아이가 공부를 잘 안한다. 게으르다. 나태하다. 느리다..등등...

그런데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또 다를텐데...하는 생각을 하게 되어요.

제가 어릴때 엄마를 힘들게 했지 싶어요.
아침에 제때 못 일어나고 멍하니 실수투성이고 짜증 많이 부리고
준비물 잘 못챙기고........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보니....엄마가 속상해하면서
야단만 치고 닥달할게 아니라....제대로 신경을 써줬으면
좋았을텐데.....하는 서운함이 들어요.
그랬다면 내가 좀 더 잘 자라고 좋은 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고
더 나은 삶을 가질 수 있었을텐데.....

전 큰 병은 없지만....혈압이 낮고 체력이 약해요.
중고등학교때 1년에 한번씩 체력검사할때 간호선생님이
혈압을 재면..매번 제 혈압을 재고나면..
혈압기가 고장난게 아닌가 하고 의심해보구
다른 애 다시 재고 제 것을 체크해볼 정도 였거든요.

어릴때 크게 아프진 않았지만 때마다 감기는 하고 넘어갔고
그때마다 엄마는 꼬박꼬박 동네 의원 데려가서 주사 맞히고 약먹였구요.
먹는건...평범하니.. 삼시 세끼 먹었던 것 같아요.

몸이 약해서인지..선천적인지 모르지만
어릴때부터 전 귀신도 자주 보는 편이었어요.
항상 밤마다 많이 무서웠습니다.
엄마에게 하소연을 한두번 했지만 맘이 약해빠져서
그런 헛것을 본다고 야단만 맞고는 그 후로는 나만의
비밀이 되어버렸지요.
(사실 부모 입장에서 자식이 그런 소리할때
  무시하라고 가르킬 수 밖에 없었겠구나....라고
  이해는 되어요.)

아침엔 못 일어나고..일어나서도 머리가 멍하니
실수만 하게 되고......
공부를 하려고해도....자리에 앉아서 자세잡으면
핑계가 아니라..목이 아파서 책을 볼 수가 없었어요.
허리랑 목도 아팠는데...
어릴때는 심하게 아픈게 아니라...그냥 앉아있으면
몸에 좀이 쑤시듯이 불편해져서 수업시간에도
힘들었지요.
어른들이 보기엔....저거 산만하고 집중못하고 그러네~~라고
혀를 찼겠지요.

성인이 되고 난 후에.....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너무 피곤한게..정상은 아니다 싶어서
스스로 병원 찾아다니고....그래서 알아낸 것은
허리뼈가 살짝 틀어지고 목뼈도 안 좋아서
그랬던거구....
내장기관도 다 약하니...무기력하고 짜증만 많았던거구요.
몸이 약하고 아프면 성격도 괴팍하니 짜증만 늘거든요.

글구....귀신보는 문제는...ㅠㅠ;;;
제 착각이 아니라..진짜로 제가 귀신을 보긴 보더군요.
그 문제가 가장 어릴때부터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었기에
과연 내가 미친 것인지...진짜로 보이는 것인지...
(전 엄마가 말한대로 내가 맘이 약해서 헛것을 보는 것이다..
즉..난 제 정신이 아니라라고만 생각했기에
사춘기에 들어서서는 내가 미친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에 홀로 괴로워했거든요.)

오히려...내가 다른 사람이 못 가진 제 3의 눈을 타고났을뿐...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미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나니...마음이 편해지더군요.
사실 귀신 자체가 날 힘들게하기보다는
나 자신의 정체성때문에 어릴때 고통스러웠으니까요.

엄마가..무조건 야단치고 무시하도록 가르키는게 아니라
내가 잘 이겨내고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도록
이해해줬다면 ....내가 좀 더 편안한 성장기를 보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요.

제가 친하게 지내는 언니에게 13살짜리 아들이 있어요.
그 언니가 아들때문에 걱정이 많았지요.

툭하면 선생님이 호출해서 학교에 상담하러 갔거든요.
수업시간에 산만해서 다른 아이들 공부를 방해한다....
평소엔 순한데...한번씩 난폭하게 변해서는 급우를 때리고
게다가 애가 식탐이 많아서 비만이 되어가고 있었구.....
공부는 꼴찌....
애가 쉬운 동화책을 읽어도..... 글짜대로 읽기는 하는데
전혀 내용을 이해를 못하는거예요.
난독증은 아닌데......이해력이 아주 떨어졌지요.

그 언니네 부부는....아이에게 참 잘했어요.
아주 좋은 부모의 모델같은 사람들이었지요.
끊임없이 설득하고 타이르고 사랑해주고.......

그 언니가 아이를 잘 기르기 위해서 온갖 좋은 책은 다 읽고
강의도 찾아다니면서 듣고......노력했지만
잘 안 되어서 괴로워하길래
제가 용기내어서 언니에게 제 어릴 적 이야기를 해줬어요.

언니네 아들도 아주 건강해보이거든요.
약간 비만기가 있긴 하지만 땀흘리면서 잘 뛰어놀구...
잘 먹고 잘 싸구..^^....잘 자구.........

그래서 언니가 그런쪽으로는 생각도 못했나봐요.

일단은 애를 데리고 병원가서 종합검진을 받게 했어요.
검사결과....간에 약간 지방이 있는 것 빼고는
모두 정상. 즉....비만이 문제였지요.

그 담으로는.....진맥을 아주 잘한다고 소문난 한의사를
물색해서 고속도로타고 4시간이나 걸려서 찾아갔어요.
한의사에게는 별 말 안했는데
한의사가 아이 성격을 다 맞추더군요.
역시 선천적으로 간이 안 좋아서 성격이 그 모양......

그 후로 언니가 아이 식단을 완전히 바꾸었어요.
고기를 좋아하는 아이인데......
처음 반년은 식성을 바꾼다고 철저하게 고기를
일주일에 한번..소량만 주고.... 아무리 아이가 떼를
써도... 밥에 된장국에 나물...생선같은 것만
먹이구....도시락도 그렇게 싸주고......
과자 빵같은 간식은 일체 끊구.....

토요일이 고기먹게 허락된 날이었는데
그날도 아이가 좋아하는 치킨이며 돈까스 예전처럼
사서 주는게 아니라
최대한 칼로리 적고 몸에 이롭도록 언니가
만드는 법 배워서 직접 토요일 밤마다 만들어주고..

부자는 아니지만.....
아이 미래를 위해서 지금이 더 중요하다면서
아이 위해서  적금 든거 깨서는
비싼 한약도 꾸준히 먹이더군요.

그렇게 한지 1년이 넘었는데.....
아이가 성적도 꼴찌에서 상위권은 아니지만
중상권으로 올랐어요.
선생님도 다른 아이가 되었다고 놀랄 정도......
글구....급우들과 다투는 일도 줄었고...
수업시간에도 얌전하게 잘 앉아있구요.

글구..언니가 평소의 교육철학을 바꾸고는
매를 들기 시작했구요.ㅠㅠ;;;

언니는 무교인데....제 말을 듣더니......
병원뿐 아니라... 유명하다는 역술가도 여럿 찾아가고
스님들도 만나고 그랬나봐요.

다들...아이마다..매가 약이 되는 경우가 있고
독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언니네 아들은 매가 약이 되니 매를 아끼지 말라고
했다나요.

언니가 그런데 찾아다니면서 아이에 대해서
알아본 이유는......
제가 어릴때 귀신이 보여서 힘들었는데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고 미쳤다고 야단만 쳐서 참 힘들었다.
만일 그때 좀 도와줬다면 사춘기가 편안했을텐데...라고
말한 부분이 걸려서래요.

언니 아들도 종종..언니에게
"엄마...밤에 누가 옆에 있는 것 같애"
"엄마 복도에서 뭐가 지나갔어"
"어젯밤에 저기서 달그락하는 소리가 계속 나서 무서웠어"
이런 말을 했었는데
언니가 무시했었대요.

제가 어릴때처럼 확실히 귀신을 보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 아이도 나름대로 예민하게 느끼는거지요.
(뭐...몸이 약하면 그쪽으로 예민해지는 것 같아요.)

언니는...그게 옳다 그르다 가르고 싶은게 아니라
무조건 아이가 편안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돕겠다는 마음
을 먹었어요.
아이가 그런 소리를 하면 예전엔 무시하거나
야단쳤는데
그 말 듣고 느낀게 있어서..그 후에는
아이말을 듣고 무시하는게 아니라...
"걱정하지마..엄마가 도와줄께... "라고 대응했구요.
본인이 판단하기에 믿음이 가는 사람에게
귀신 쫒는 부적 써서..아이가 불편하다고 한 공간에
다 붙여줬어요.
아이가 부적때문에 심리적으로 안정을 얻어서인지..
아니면 정말 부적이 힘을 발했는지..
여하간 그 후로는 혼자서 밤늦게도 책상 앞에
잘 앉아있습니다.
그 전에 지 딴에는 무서워서 못 앉아있었거든요.

그 언니는 지난 1년 동안 아이를 새로운 각도로 보살폈는데
중간중간.....참 힘들었지만
이제 효과가 나타나서 아이가 많이 좋아져서
(살이 많이 빠지구..아침에 잘 일어나구.......
  숙제도 잘 하구..성적도 많이 올랐구요..
  폭력성도 없어졌구............)
보람이 있다고 좋아해요.

글구..제게 고맙다고 하더군요.
제가 해준 말이....새로운 각도로 접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구요.

전 나이는 많지만...
자식이 없으니 엄마입장은 모릅니다.
영원이 모를거예요.
자식입장만 알지요.
아이들이 문제가 있을때는...어른들이 보지못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 생각을 해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맘으로
적었습니다.
  

IP : 122.2.xxx.147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도움
    '08.11.12 11:20 AM (59.10.xxx.22)

    ..이 됩니다, 어른 입장이 아니라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참 중요하더라구요.
    그걸 못참고 폭발할때가 많지만요..-.-

  • 2. ,,,,
    '08.11.12 11:20 AM (203.142.xxx.231)

    근데 역술인들을 쫓아다니면서 그러는건...

  • 3. .
    '08.11.12 11:22 AM (211.37.xxx.209)

    글 잘읽었습니다.
    훌륭한 육아서적 여러권 통달한것보다
    이런 얘기들이 더 가슴에 와닿고
    저 또한 노력하고 육아에 좀더 힘써야겠다 생각이 듭니다.

  • 4. 나비
    '08.11.12 11:28 AM (122.2.xxx.147)

    실제로 헛것이건 진짜건 남들은 못 느끼는걸 느끼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역술가건 무당이건 찾아가란게 아니라...
    그럴때 부모가 무조건 무시하거나 야단치지않구..
    일단 아이가 힘들어한다는데 관점을 맞추고..
    그게 옳다 그르다 따지기 이전에 아이를 이해해주면
    좋겠다 싶어요.
    교회에 다닌다면 목사에게 부탁해서 아이를 위해서
    기도해달라고하면...되는거구...
    성당도 마찬가지..절도 마찬가지...
    무교라면...심신이 허약해서 헛것을 잘보는 아이들을
    위한 도움되는 법을 찾아서 먹는것이건 생활습관이건
    도와주는거지요. 아이에겐 엄마가 이해했구 도와줄께라는
    믿음을 주고.

  • 5. .
    '08.11.12 11:29 AM (122.34.xxx.54)

    아이 유치원 안보내고 여지까지 제 분이 안풀려 화가 나있는 상태였는데
    원글님 글 읽으니 속이 좀 가라앉습니다.
    아이입장에서 이유가 있겠지요....
    음...뼈가 문제가 있나...--;

  • 6. 감사합니다
    '08.11.12 11:57 AM (123.248.xxx.210)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원글님의 따뜻한 맘이 그대로 전해지네요.
    언제 한글을 떼고 알파벳을 익히고 전집을 바꾸어주고...
    그런 육아경험보다 훨씬 알찬 내용입니다.

  • 7. ..
    '08.11.12 12:02 PM (222.109.xxx.169)

    늘 생각은 하고 있지만 아이편에 서서 생각하기 쉽지 않네요...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8. 전..
    '08.11.12 12:10 PM (115.138.xxx.150)

    애 둘을 키우면서 기준이 딱 하나 있습니다..
    제 어릴 때를 생각하는 거죠..
    난 저게 싫었나 좋았나... 제가 싫었던 일은 안 시킨다 주의입니다..
    가급적이면 간섭 안하고 자율에 맡기구요..
    혼자 할 수 있는 건 안 도와줍니다..
    그냥 믿고 놔두니까 다 알아서 잘 해요...

  • 9. Goosle
    '08.11.12 12:11 PM (118.36.xxx.214)

    정신 바짝 차리게 해주는 글을 쓰셨네요. 고맙습니다.
    이런 시각을 제시해 주시는 분들이 필요해요.
    고맙습니다.

  • 10. 고마운분
    '08.11.12 12:42 PM (122.167.xxx.61)

    답글 잘 안다는데 고마운 마음에 로그인합니다

    저도 오늘아침에 아이에게 일장연설 한판했는데..

    돌아서고 나니 너무 아이만 몰아세운거 같네요..

    제 마음 잘 다독이고 갑니다

    아이는 작은 어른이라는 말 다시한번 새기면서요..

    고맙습니다

  • 11. 많은 도움이
    '08.11.12 12:51 PM (122.100.xxx.69)

    되었습니다.
    '걱정하지마 엄마가 도와줄게'
    참 좋은 말이예요.
    무조건 엄마가 도와줘서는 안되지만
    자신이 감당못할 힘듬이 왔을때 저말은 정말 필요한 말 같습니다.

  • 12. 공감..
    '08.11.12 1:18 PM (220.75.xxx.192)

    저도 소음인이라 쉽게 피로를 느끼는 체질이라 공감가네요.
    지금도 집에서 혼자 노는걸 너무너무 즐겨요.
    어디 좀 다녀오면 그날은 많이 피곤해서 맘 먹고 나가야해요.
    남들은 집에 있으면 지루하고 심심하고 좀이 쑤신다는데, 전 한번 외출하는게 스트레스지요.

  • 13. 엄마
    '08.11.12 1:37 PM (116.44.xxx.69)

    맞아요.
    저는 체질에 관심이 있어서 책을 읽다보니, 부모들이 아이마다 다른 방법과 시각으로 양육해야하고, 그것이 부모자식간 궁합임을 알게 되었어요.
    저는 태음인이라 다 맛있고, 다 편안한데, 밥 안 먹는 아들은 체질상 정말 맛이 없고, 예민해서 정말 배도 아픈 거더라구요. 한방, 양방 정말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생활습관과 성격 등 그 사실을 인정하고 거기 맞추어주다보니 어느새 많이 편안해졌어요. 대신 제 몸이 이제 골골하지만.. 어쩌겠어요 ㅠㅠ

    밤에 무슨 꿈이든 꾸면 무섭다고 꼭 기도하고 성경동화책을 읽고 자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아무꿈도 안 꾼다고요.
    어제는 11시가 넘도록 안 자다 그제야 성경책 읽어달라길래, 엄마 화 났다고, 엄마도 피곤하다고, 이제 10시 넘으면 성경책 안 읽고 회초리 맞고 잔다고 해버렸는데....
    원글님 글 읽고나니 없던 걸로 해야겠어요.
    가끔 이런 글을 읽어야 또 마음을 새롭게 할 수 있으니 갈 길이 멀어요~ 고마워요 ^^

  • 14. **
    '08.11.12 7:06 PM (211.41.xxx.66)

    정말 좋은 글이네요.
    잘읽었어요.
    그리고 실생활에서 실천하도록 노력할게요.

  • 15. 엄마
    '08.11.12 10:30 PM (119.67.xxx.204)

    로서 참 고마운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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