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대선은 '소수 정예'사단의 승리였다. 공화당의 존 메케인 후보나 경선 과정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 캠프에 비해 버락 오바마 후보의 선거 참모 인력은 상대적으로 약했지만 대선 승리로 막강한 힘을 입증했다. '팀 오바마(Team Obama)' '디오팀(The-O-team)'등으로 불리는 오바마 캠프의 참모진들은 초선 상원의원을 4년 만에 대통령으로 만들어냈다.
** 선거전략팀,참모진
액설로드, 플루프 등 참모그룹-- 변화, 풀뿌리운동 기획.총괄
# 선거전을 이끈 전략팀
2004년 연방 상원의원 당선 전까지는 민주당에서 조차 오바마의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는이가 대부분이었다. 2004년 존 케리 민주당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깜짝 등장하며 장내를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오바마지만 2000년 전당대회에서는 장내 입장권을 구하지도 못해 텔레비전으로 대회를 지켜봤던 그다. 무명에 가까운 초선 상원의원을 4년 만에 대통령으로 만든 선거운동 본부에는 선거 전략의 달인들이 있었다.
오바마는 4일 밤 대선 승리 자축 행사 연설에서 데이비드 액설로드 수석 전략가와 데이비드 플루프 선거운동본부장을 특별히 언급하며 "이들은 (미국) 정치사에서 최고의 팀이며 그들의 희생으로 성취한 것에 대해 평생토록 감사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캠프의 핵심 한 명을 꼽으라면 단연 수석 전략가로 활동한 데이비드 액설로드를 꼽는다. 시카고 트리뷴 정치부 기자 출신의 액설로드는 정치 컨설턴트로 활동하던 1992년 시카고에서 오바마를 처음 만났다. 이 때부터 오바마의 가능성을 알아본 그는 2004년 상원 선거와 경선, 그리고 대선에 이르기까지 수석 참모로 일하며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액설로드는 힐러리 클린턴을 비롯해 민주당 경선 후보 5명이 그의 예전 고객이었을 정도로 발이 넓은 동시에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오바마뿐이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오바마가 백악관에 입성한다면 내 생애에 가장 커다란 성취가 될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로 오바마니아였다. 미디어와 관련한 그의 전략은 미국 국민들의 변화 요구와 시대를 정확히 읽은 것이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했던 힐러리가 경험을 강조하는 선거 전략을 쓰며 당내 지지세에 안주하고 있었던 것과, 메케인이 연륜에 호소했던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그는 '변화'를 오바마 선거 운동의 테마로 선정했다. 2007년 1월 오바마 지지를 호소하는 젊은이를 담은 5분짜리 동영상은 액설로드의 대선 출정식 작품이다. 그는 풀뿌리 조직을 기반으로 당 바깥에서 유권자 등록운동을 펼쳐갔다. 액설로드 전략의 초점은 사람들의 참여에 맞춰져 있다. 선거 자금까지 자발적으로 내도록 만들었다. 청년층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독려함으로써 공화당 전당대회 직후 잠깐 역전당했던 지지율을 돌려세우며 끝까지 지켜나갔다. 이 같은 '참여' 정신에 유튜브 등을 활용한 '기술'이 결합된 그의 선거운동방식은 전형적인 '웹 2.0'에 해당한다. "예스 위 캔" 구호와 30분짜리 TV <인포머셜> 또한 그의 작품이다.
데이비드 플루프 선거운동본부장은 이번 대선과정을 총괄한 인물이다. 그는 특유의 절제된 감각으로 등락을 반복하는 지지율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그는 당선에 가까워질수록 방대해지게 마련인 캠프 내부에서 생겨나는 불협화음을 조율했다.
** 정책 연구팀
굴스비 교수,라이스 전차관보 등-- 부자 증세, 이라크 철군 이론 제공
힐러리와 메케인 캠프 내부에서는 참모진이 실언이나 잘못된 전력으로 사임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팀 오바마'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 액설로드와 같은 정치 컨설턴트 펌 AKP&D에 속해있는 그는 2004년 오바마의 상원 의원 도전 때부터 액설로드와 함께 했다. 청년 시절 오바마와 마찬가지로 공동체 조직 운동을 했던 경력으로 지지세 규합에 남다른 재주를 보였다. 대선보다 힘들었던 겅선 고정에서 총력전을 펼쳐 아이오와와 슈퍼 화요일에서 오바마의 승리를 가능하게 한 1등 공신이 바로 플루프다. 백인이 90%인 첫 경선지 아이오와에서 힐러리를 3위로 밀어내고 흑인 후보가 1위에 오른 것이다. 이후 부침이 있긴 했지만 오바마는 힐러리에 줄곧 앞서며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이름 을 올렸고, 상대적으로 손쉽게 후보가 됐던 메케인에 비해 높은 인기를 유지해 나갔다.
오바마의 '입' 로버트 깁스 대변인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2004년 존 케리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에서 언론 담당 보좌관을 지냈던 깁스는 올해 선거 운동 과정에서 악성 루머와 네거티브 공세에 즉각적인 대응으로 정면돌파했다. "오바마는 이슬람교도"라는 헛소문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 번도 모슬렘이었던 적이 없다고 대응했으며, 조지 부시 대통령이 오바마의 외교 정책의 초점에 의문을 제시했을 때는 "부시는 카우보이 외교정책의 소유자"라며 역공을 취했다. 메케인 측에서 주장한 과격 테러리스트 빌 아이어스와 오바마가 연관됐다는 네거티브 공세에는 폭스TV뉴스에 직접 출연해 이를 해명했다. 깁스는 일간, 주간 단위의 뉴스 생산 사이클에 맞춰 오바마의 메시지를 잘 조직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 최측근 보좌진
오바마에게 비서실장 피트 루스와 '친누나 같은 측근' 밸러리 재럿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통령 당선은 없었을지 모른다. 101번째 상원의원으로 불릴 장도로 명보좌관인 피트 루스는 30년 정치경력 가운데 10여년을 상원 원내대표를 지낸 톰 대슐 전 상원의원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루스는 중앙정치 무대의 신인 오바마를 정치인으로 만들어 나갔다. 명연설로 일약 스타 정치인이 된 오바마였지만 더 큰 야망을 위해서는 말보다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루스의 초반 전략이었다. 루스는 단 4년 만에 그 결실을 거뒀다.
재럿은 오바마가 "그녀와 먼저 얘기하지 않고는 어떤 중요한 결정도 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의 인물이다. 시카고 증권거래소 이사회 의장을 역임한 재럿은 91년 오바마의 아내 미셸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함께 만나면서 친해졌으며, 정치적으로 중대한 고비 때마다 오바마가 자문을 구하는 인물이다.
# 경제, 외교안보,사회 등 정책연구팀
이번 선거에는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경제가 무엇보다 중요한 선거 이슈가 됐다. 오바마의 경제정책은 오스턴 굴스비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총괄하고 있다. 굴스비 교수의 조세에 관한 지론은 오바마 경제 정책의 핵심이 됐다. 상류층에게는 세금을 늘리고 그로써 전체의 복지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시카고에서 알게 된 굴스비 교수는 행정부 근무 경험이 일천하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의 경제정책 보좌관은 거창한 이론으로 과외교사 같은 일을 하던 예전과는 달라야 한다"고 말한다. 오바마는 또 건강 산업 정책 전공의 데이비드 커틀러 하버드대 교수와 근로장려세제(EITC)에 해박한 제프리 리브먼 하버드대 교수에게 경제 정책을 코치받는다. 커틀러와 리브먼은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 자문을 맡았던 인물들이다.
대선 후보로서는 이례적으로 중동과 유럽 등 해외순방을 나섰던 오바마에게 외교,안보 팀의 역할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오바마가 다른 후보들과 가장 뚜렷이 구분됐던 지점이 바로 이라크 철군 의지였다. 수전 라이스 전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가 이 팀을 이끌고 있다. 오바마는 이들로부터 매일 아침 '오늘의 외교현안'과 '외교관련 언론의 예상 질문,답변'을 담은 e메일을 받아본다. 이들은 대부분 클린턴 행정부의 관료 출신들이다. 앤서니 레이크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대 중동 전략을 담당하고 있고, 아시아 전략은 제프 베이더 브루킹스 연구소 중국센터 소장의 몫이다.
** 케네디, 클린턴가 전폭지원 속 파월,윈프리도 '대세론' 도움
# 후견 그룹 및 외곽지원 흑인 명망가 그룹
정치 명문가이자 민주당 유권자들에게 영향력이 큰 케네디가 사람들의 지지는 신인 오바마에게 큰 힘이 됐다. 케네디 형제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인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암 투병중에도 전당대회에 참석, 오바마 지지를 호소했다. 케네디 대통령의 딸 캐럴라인 케네디도 오바마를 지지했으며, 조카 마리아 슈라이버는 공화당의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남편임에도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다.
한 때 백악관행의 최대 경쟁자였지만 경선 패배에 깨끗이 승복하고 유세에 동참한 힐러리 클린턴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또한 오바마에게 힘을 보태줬다. 유명 흑인 여성 연예인 오프라 윈프리의 적극적인 지지는 출마 선언 즈음 오바마의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고 대중들에게 친밀감을 줄 수 있는 무기가 됐다. 선거 막바지에 오바마칸(오바마를 지지하는 공화당원)을 선언한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또한 지지율 격차를 좁혀 오던 메케인을 따돌리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 줬다.
농구 선수 출신의 '보디 맨' 레지 러브는 유세 기간 동안 틈틈이 농구를 함께하며 오바마의 체력을 담당, 후보의 건강을 유지시켰다.
글: 정환보 기자
출처: 경향신문(2008년 11월 6일<목>일자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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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승리를 반면교사로..
리치코바 조회수 : 387
작성일 : 2008-11-06 17:34:50
IP : 220.72.xxx.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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