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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참 착잡합니다

-.- 조회수 : 1,758
작성일 : 2008-09-11 18:01:32
제 글 읽고 오해하시고 욕하실 분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그냥 솔직한 제 마음은 참으로 착잡합니다.

그저께, 아파트 알뜰장에 금은매입 하는 아저씨가 오셨어요. 은수저도 받는다길래 10년도 더 전에, 어머님께서 한아름 주셨던 은수저가 생각났어요. 저는 애들 키우느라 잘 관리할 여유도 없고, 신혼초에 몇번 썼을때 금방 색이 변색되고 어쩌다 젓가락 한짝 잃어버리면 너무 아깝고...... 그래서 아예 모셔두고만 있었거든요. 어머님께서 새로 사주신건 아니고, 저희 집들이때 스텐 숟가락 젓가락을 보시더니, 시누들과 어머님 말씀이, 너네는 이런데다 밥 먹니?????  하시면서 몇십년 쓰시던거 주신거에요. 저는 저희집 (솔직히 말하자면 저의 살림스타일)에 은수저가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안 샀을뿐인데, 어머님이 주시니 싫단 소리도 못하고 받았지요.
그렇게 10년 넘게, 2년마다 이사다니면서 행여 분실할까 신주단지 모시듯 갖고 다니다가 다음달에 또 이사가는데 이제 그만 털어버리자 싶어서 아저씨한테 가져갔더니......
그 한뭉치 중, 부부용 수저 젓가락 2셑트만 50% 이고, 나머지는 도금이라네요. ㅎㅎㅎ  은도금이 스텐보다 얼마나 비싸고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순간 그때 그렇게 별종 보듯, 기가 막히게 쳐다보며 말씀하시던 시댁 가족들의 모습이 생각나서 차라리 웃음이 나왔어요.

그런데 제가 정말로 착잡했던 건, 저희 신랑이랑 제가 정말 단한번도 안 껴본 결혼반지, 그냥 처분하고 금가락지 끼는게 낫겠다 싶어서 그것도 가져갔거든요. 신랑 반지가 너무 두껍고 디쟌이 부담스러워서 싫다고 하더라구요. 그건 당연히 제가 구입한거라 보증서가 있었는데 제가 받은 반지는 보증서가 없었어요. 저랑 같이 간것도 아니고 그냥 어머님이 알아서 해 오셨다고 주셨거든요. 그러구서 보증서는 어머님이 끝끝내 안주시더라구요. 제가 감히 먼저 달라고 할수도 없고...
그런데 아저씨가 보시더니, 상태가 많이 안좋은 애라고 (얼 이 많다네요) 5부인데 10만원 주시겠대요. 제가 너무 기막혀 하니까, 하시는 말씀이. 생각해보세요, 왜 어머니가 보증서를 안주셨겠어요?  하시네요. 하기야, 그렇게 떠벌리시는 분이 아무 말씀없이 그냥 주신데는 이유가 있겠죠. 제대로 된거라면 왜 안주셨겠어요.
그런데 제가 맘이 상하는 건, 제가 해온 예단이 부족하다고 엄청 난리를 떠셨다는거죠. 저는 바보같이 몰랐는데 나중에야 동서가 말해줘서 알게되었어요. 그때 어머님 장난아니게 대노하셔서 시누들이 같이 한바탕 했고, 어머님이 어디 추석때 어떻게하나 두고보자고 아주 벼르셨다고......

그 얘기 전해듣고 맘 상했지만, 저희 엄마랑 언니가 그랬어요. 그래두 어쨌거나 5부 다이아 받았잖아. 그쪽 생각에선 그에 비해 우리 예단이 작았다고 생각했나보지. 5부가 큰건 아니지만 워낙 가격이야 등급에 따라 천차만별이니까 굉장히 좋은걸로 해주셔서 그런가보다 했어요.
그런데 아저씨 왈, 셋팅상태도 참 조악하다고 하시네요. 끝 마무리가 엉망인 걸 돋보기로 보여주셨어요. 비싼 반지라면 이렇게 저급으로 셋팅 안했을테죠. 전입가경으로, 링 중간부분을 뚝 잘라서 이어붙인 자국도 있구요. 제 손가락이 평균보다 많이 가늘었거든요. 지금은 평균이상이지만.

제가 착잡한 건, 그냥 10만원짜리 반지를 받아서가 아니에요 지난 10년간 받았던 수모가 떠올라서 기가 막힌거구요, 딴것도 아니고 평생 한번 받는 결혼반지를 땜빵 자국난 걸로 (아무래도 중고 같아요) 받은데다 지난 10년간 다섯번 이상 이사 다니면서 매번 잃어버릴까봐 초 긴장 상태로, 남편이 제대로 관리 못한다고 유세까지 떨고...

물론, 아저씨한테 안 팔았어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추석 지나고 제대로 감정받아 보려구요. 행여라도 아저씨 농간에 속아서 어머님을 오해하면 안되잖아요. 하지만  정황상 아저씨 말씀이 거의 맞는것 같고 왠지, 제 결혼생활까지 다 엉터리 같게 느껴지네요. 아저씨께서, 그나마 어떤 아줌마는 가져온 게 큐빅이었다고 위로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큰애 돌 때, 반지와 팔찌를 해주셨는데 그것도 보증서가 없었어요. 다른 분들이 주신건 다 있는데......  금이야 딱 봐도 알긴 하지만 어쨌거나 보증서가 없는 이유는, 새로 구입하신게 아니기 때문인거 같아요.
그것도 중고로 사신게 아닌가 싶어요. 그게 아니라면 굳이 안주실 이유가 없잖아요. 금반지 1돈이고 팔찌 2돈인건 거의 평균 아닌가요?  굳이 숨기실 필요가......
중고든 새거든 어쨌거나 줬으면 됐지 고마운 줄도 모른다고 하실 분들 계실거에요. 그래서 참 글 올리기가 죄송한데, 그런데, 형편이 안되시거나 워낙 알뜰하셔서 그런분이라면 물론 감사히 받겠지만 그렇게 보석을 사랑하셔서 별별 오만가지 다 갖고 계신 분이 (캐럿에 명품시계에) 저와 제 자식에게는 참으로 저렴하시다는게 좀 그래요.
최소한 무시만 하시지 않았어도 이리 상처받진 않았을텐데......

그냥, 그저께 이후로 계속 마음이 착잡해서 횡설수설 글 올려봅니다. 혹시라도 제 글에 상처받는 분 계실까봐 조심스럽고 죄송합니다. 5부 다이아, 10만원, 이런것들 땜에 착잡한게 아니라고 말씀드려요.
IP : 125.177.xxx.36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토닥토닥
    '08.9.11 6:15 PM (61.254.xxx.129)

    원글님 마음 이해해요.
    아니 하다못해 그게 진짜 좋은 다이아에 감정서가 있다 하더라도
    그런 대우를 받으셨으니 감정이 나쁜건 당연하죠.

    그래도 이번 기회에 뭐랄까.... 뭔가를 잡으신거잖아요. 굳이 말하자면 약점?
    추석 지나고 한번 감정 받아보시고....

    나중에 예를 들어....

    아파트 알뜰 장터에서 무료로 세척해준다길래 가져갔는데
    내 반지 보고 싸구려라 그래서 그 아저씨랑 대판 싸웠다...
    날 뭘로보고 거짓말 해서 싸게 사가려고 했는지 원...
    그래서 이번 참에 금은방가서 제대로 세척하고 감정도 다시 받아두려구요.
    그 사람 너무 괘씸하죠 어머님?

    뭐 이정도로 슬슬 흘리세요.

  • 2. ^^*
    '08.9.11 6:20 PM (121.161.xxx.44)

    토닥토닥님..빙고~

  • 3. -.-
    '08.9.11 6:25 PM (125.177.xxx.36)

    토닥토닥님, ^^*님 위로 정말 감사드려요. 사실 이 얘기까지 못 적었는데 어머님 작년에 돌아가셨어요. 고인이 된 분을 원망한다고 질책 받을까봐 비겁하게 못 밝혔습니다. 하지만 솔직한 제 마음은 정말 살아계셨으면 미친적 한마디 지나가듯 하는건데...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대신 남편한테 그랬어요. 아저씨가 10만원 준다고 하길래 그냥 평생 남편 바가지 긁겠다고 그냥 가져왔다고... 그랬더니 남편이 다음에 정말로 좋은걸로 사줄께 하길래 더이상 얘기도 못 꺼냈네요. 전 사실 설마 그럴리가 있느냐, 어디서 돌팔이한테 감정 받았냐 펄쩍 뛸줄 알았는데 그냥 저 한마디 하니까 더이상 할말이 없어졌어요. 오히려 제가 괜히 미안해지고. 아... 남편 일을 떠올리니 증말 싸구려이긴 한가 봅니다. ^^;;

  • 4. ..
    '08.9.11 6:33 PM (222.101.xxx.75)

    아휴..저희 시어머니 스탈이랑 너무 비슷하셔서..리플달려고 와서 읽으니 또 돌아가셨다고 하니....살짝 저도 누그러지는게..^^
    전 패물가지고는 안 그러셨는데 생활자체가 본인과 딸들은 명품~~~ 며느리는 아주 저렴~~~
    항상 본인은 명품안하고..싸구려만 하는척??? 암튼...말하면 입 아프지만..
    그래서 이젠 시댁갈땐 아주 비까번쩍하게 하고 갑니다..

  • 5. 토닥토닥
    '08.9.11 6:33 PM (61.254.xxx.129)

    아! 그러셨군요.

    그래도 남편분이...좋으신 분 같아요.
    돌아가셨으니 더이상 남편분 붙잡고는 이런저런 얘기하시긴 힘드시겠어요^^;;;

    나중에 늦어도 자녀분 결혼하기 전까지
    근사한 걸로 하나 해달라고 웃으면서 얘기하세요.

    행복하세요~!!

  • 6. ....
    '08.9.11 7:10 PM (220.70.xxx.114)

    에고..
    님의 글에서 참 조심스럽게 용기내서 올리시는 글이라 느껴집니다.
    괜히 감정 받았다 후회도 하셨을거 같네요.
    시어머님 돌아가셔서 뭐라 말씀드릴데 없으시겠지만
    더이상 시어머니께 안당하셔두 되니깐...
    그건 좀 다행이네요...^^

  • 7. 검질
    '08.9.11 8:19 PM (121.188.xxx.77)

    님에게 온 찬스 꽉 잡으시길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 8. ..
    '08.9.11 8:28 PM (218.209.xxx.183)

    저라면 이번 추석때 넌지시 말씀드릴랍니다.
    금방을 하는 동창을 우연히 만나서 집에 초대했는데 은수저를 보니 스댕이라고 하더라 결혼반지도 10만원밖에 안하는 조악한거라더라..그래서 동네 장터에 나온 아저씨게 한번 감정해달라고 했더니 그분도 똑같이 말하더라.이렇게요..반응이 궁금해요..

  • 9. ..
    '08.9.11 8:29 PM (218.209.xxx.183)

    잉?? 글쓰고 읽어보니 정말 돌아가셨네요..그럼 시누이 앞에서라도..

  • 10. 기가 막혀서
    '08.9.12 2:24 AM (99.141.xxx.208)

    어쩜 울 시어머니랑 스탈이 그리 같으신지...
    결혼 20년만에
    큰소리치는 집안을 제가 다 잡을 수(?)있게 됬답니다.
    시누이까지..
    눈을 아래로 깔아보며
    잘난척 하던 지난 20년을 생각해보면 우습지도 않습니다.

    에고 '시월드" 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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