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신용카드 안받던 문경석탄박물관을 신고하다 (해피엔딩)

월급장이 마누라 조회수 : 443
작성일 : 2008-09-08 15:50:15
지난 달 초에, 친정부모님과 형제들 10여명이 함께 문경쪽으로 나들이를 다녀왔어요.

석탄박물관 구경한다고  매표소 앞에서 저희 중 한명이 신용카드를 내밀었더니

'카드 안받아요, 현금만 돼요'라는 싸늘한 말에

부랴부랴 여기저기 천원짜리 주섬주섬 찾으며 뭐 이렇냐, 희한한 동네다 하며 투덜거리며 들어갔어요.


휴가를 마치고 집에와서 생각하니 아무래도 넘 찜찜하고 괘씸하더군요.

전국적으로 꽤 유명한 곳에다, 문경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이 큰 시설에서

특히 그날 같은 휴가시즌엔 가만히 앉아서 돈을 갈퀴로 끌어모으는 듯 보이더만 (제 눈에는)

대놓고 버젓이 탈세짓을 하다니.  

월급쟁이 우리 식구들에겐 십원짜리 하나도 안 봐주고 악착같이 세금 뺏어가는 국세청.

동네 구멍가게도 카드 안받으면 신고당하는 판에 우째 이런~~


그래서 내 한 몸 희생하야 한 번 맞장뜨자는 심정으로

국세청 홈피 신고하는 코너를 찾아 구구절절 사연을 적었지요.  그날이 8월 5일쯤이었지 싶어요.

잊고 있었는데 오늘 관할지역인 상주 세무서에서 전화가 왔네요.

막연히 비호감일거라 생각했던, 제가 가진 세무서 공무원 이미지를 완전 뒤집는 친근한 동기동창 말투로

마치 자신이 겪은 듯 얘기합니다.


* 세무서 직원 - (언제 어디에 뭐라고 신고하셨지 않냐고..전화 건 사연을 설명한 뒤) 쓰신 사연을 보니까 충분히

                       그 상황이 이해되고 공감이 갑디다.  저라도 기분 상했을겁니다.

                       요즘 누가 현금 들고 다닙니꺼.  가족들끼리 간만에 놀러가서 기분 좋게 쓰려고 카드 내밀었는데,

                       거절당해서 서로 주머니 뒤지며 잔돈 맞춰야  되고..이게 말이 됩니까.  

                       게다가 엄연히 불법이고.  많이 불쾌하고 불편하셨겠습니다.

                      박물관에선 지자체가 영업손실을 줄이려다 보니 카드 수수료가 큰 부담이라 그랬다 합디다.

* 나    -    울 동네 빵집에선 천원짜리를 사도 수수료 얄짤없이 물면서 카드 받아요.  게다가 사기업도 아니고 공

               공기관이 앞장서서  지켜도 모자랄 판에 대놓고 탈세하면서 그걸 변명이라고 한대요?  

* 세무서 직원 - 그러게 말입니다.  안그래도 제가 그러면서 강하게 뭐라캤습니다. 그랬더니 답변이 왔는데

               10월초나 말에 새로  추경예산을 짜서 신용카드 단말기도 비치하고, 수수료 문제도 해결하겠다 캅니다.

             신고 잘 하셨고, 앞으로 방문할 다른 손님들을 위해 큰 일 하셨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X 여러번 반

              복).  이 결과를  사시는 ㅇㅇ시 세무과에다 통보하겠으니 그리 아십시오.



결과도  예상 이상이었지만

이 세무 공무원의 근무태도가 너무 맘에 들어서 저 지금 엄청 기분좋아요^^

물론, 요즘 공무원들 대개 친절하죠

하지만 제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직차원에서 획일적으로 시행하는 친절교육 프로그램 때문인지

응대방법이 너무 기계적이고  마치 자동응답기와 통화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거든요.

예전의 '무사안일 불친절표 공무원'에 비하면 물론 엄청 큰 진보지만...뭔가 2% 부족하달까?

오늘 이 세무서 직원 덕분에 그 부족한 2%가 뭔지 알았어요.  

이 직원과 나는 오늘 대화가 아닌 '소통'을 했구나 !!

상대방의 얘기를 충분히 들어주고(listen), 그 입장에서 함께 공감하고(empathy)  적극적으로 맞장구쳐주고

(response),  그러는 한편 감정과 이성이 복잡하게 뒤섞여진 민원내용 속에서 자기가 해야 할 바를 정확히 찾아

내어 고객의 입장에서 해결해주는 자세.

공공기관, 사기업..모두 통틀어서  제가 이제껏 접수한 고객민원 중에서

제대로 소통을 한 건 이 직원이 거의 몇년만에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제 감정에 치우쳐 사설이 너무 길었죠?

어쨌든 여러분.

문경석탄박물관 10월 이후 부턴 카드 내도 됩니다.  아싸~~
IP : 121.152.xxx.129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8.9.8 3:58 PM (61.254.xxx.129)

    이렇게 하나하나 고쳐가다보면 조금씩 살기 좋은 나라가 되겠지요?
    좋은 일 하셨어요~~!

  • 2. ...
    '08.9.8 4:22 PM (222.234.xxx.164)

    잘하셨습니다.

  • 3. 짝짝짝!!!
    '08.9.8 4:43 PM (58.76.xxx.10)

    잘 하셨습니다
    82 배운녀자 답습니다

    언젠가 열심인 공무원과 진지하게 얘기 한적이 있는데..

    1.공무원 중 20%는 절대 있어서는 안될 사람들이고
    2.다음 20% 꼭 있어야 될 사람.. 없어서는 안될 사람들이랍니다
    3.나머지 60% 그냥 그럭 저럭... 이랍니다

    쥐새끼는...

  • 4. 우와
    '08.9.8 5:13 PM (124.50.xxx.21)

    역시 ,,아줌마의 힘입니다.

  • 5. mimi
    '08.9.8 5:15 PM (61.253.xxx.173)

    음.....잘하셨어요....신용카드 수수료문제는 어떻게 신용카드 회사에 합의를 보던 어케해야하는거 아닌가? 하여튼 신용카드 회사들 아주 쪼금도 손해안보려고해서...택시기사들도 카드받는거 싫어하잖아요...카드 수수료를 택시기사 돈으로 내야한다잖아요

  • 6.
    '08.9.8 5:47 PM (85.1.xxx.224)

    댓글 달려고 일부러 로그인했습니다.
    정말 원글님같은 분 덕분에 우리나라가 조금씩 조금씩 살기좋게 변하고 국민들의 사고방식이 합리적 적극적으로 되어간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 7. 와~
    '08.9.8 6:29 PM (218.233.xxx.119)

    님 멋지십니다. 제 기분이 다 좋아집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30953 첫째가 쓰던 좁쌀베개는 둘째가 못쓰나요? 7 둘째맘 2008/09/08 768
230952 추석에 아무데도 안가고 집에만 계실분 5 피곤하다 2008/09/08 1,087
230951 인천 연수구 근처에 요양원 혹시 아시나요? 4 요양원 2008/09/08 217
230950 [기사 펌]커피전문점에서 커피는 안 시키고 김치 반찬에 도시락만, 손님 직원 다툼 벌여 14 발라당 2008/09/08 1,963
230949 홍삼 경옥고 차... 3 다롱 2008/09/08 372
230948 남편이 돈 안버는분들.. 25 외벌이 2008/09/08 6,830
230947 신용카드 안받던 문경석탄박물관을 신고하다 (해피엔딩) 7 월급장이 마.. 2008/09/08 443
230946 (아고라 펌)안재환씨의 자살사건과 고 이병렬 열사의 분신 2 임부장와이프.. 2008/09/08 1,234
230945 남편의 월급에는.. 8 별은 2008/09/08 1,335
230944 아이 택견 시키시는분 어떤가요? 4 시키시는분 2008/09/08 391
230943 궁금.)빚은 누가갚는건가요? 20 ,, 2008/09/08 3,722
230942 간식 추천 좀 해주세요~ 6 직장맘 2008/09/08 614
230941 첨,,,여행을 가요~ 4 중국상하이 2008/09/08 300
230940 추석이 너무 더워요. 3 더워요 2008/09/08 664
230939 돈없으니 별게 다 걱정거리... 5 에고고..... 2008/09/08 1,400
230938 태권도 주5일에서 주3일로 변경하면 수업료가 11 얼마 2008/09/08 781
230937 어린이집 송편만들기 견과류는.. 무얼보내나요? 5 얼집 2008/09/08 313
230936 남편이 후줄근... 11 그지... 2008/09/08 1,485
230935 정부 보육 지원금, 부모에 직접 지급된다네요... 8 좋네요. 2008/09/08 949
230934 돌찜질... 2 마던나 2008/09/08 375
230933 남자트레이닝복-츄리닝-온라인에서 파는곳 알려주세요. 3 쇼핑몰 2008/09/08 335
230932 이 오후, 친했던 동생이 생각나네요.. 4 .. 2008/09/08 1,155
230931 유모차(중고) 구해요. 4 유모차가 필.. 2008/09/08 263
230930 아침에 정선희 보면서... 57 무서워~ 2008/09/08 15,095
230929 깨끗이 씻은 대파에서 흙냄새가 나요..버려야할까요? 1 2008/09/08 384
230928 극심한 사업 스트레스 5 메뉴는뭘로?.. 2008/09/08 1,875
230927 에헤라디어님의 제안 5 희망댓글 2008/09/08 632
230926 오늘의숙제 2 사랑 2008/09/08 181
230925 그 친구는 제게 왜 그랬을까요. 7 ... 2008/09/08 1,529
230924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32 누구의 잘못.. 2008/09/08 2,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