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그 사람에게 주어진 팔자가 있나봅니다.
인정하지 않으려고 해도 어느순간 그래.. 팔자야 팔자. 하는
소리가 나옵니다.
어찌보면 다 나름대로의 성격이 그대로 뭍어나는 것일수도 있고요
저는 사실 어떤 것을 보고 (즉 치워야 하는 것들) 그냥 내버려 두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왠지 내가 치워야 할 것 같고. 또 치워야 하고요.
그렇다고 해서 성격이 막 급하거나 또는 결벽증처럼 아주 아주 깔끔을
떠는 성격은 아님에도
설거지 거리가 쌓여있거나 머리카락이 많이 보이거나 하면
몸이 피곤해도 그런 것들을 치워야 마음이 편합니다.
결국 스스로 몸을 혹사시킵니다. 어떤 사람이 말하길 그러니까
스스로 몸을 고단하게 만드는 거라고 합니다.
그냥 가만히 좀 지저분하더라도 참고 참고 다른 누군가가 하기를 기다리면
결국 누군가가 대신 하게 되는데 그 시간을 못참고
내가 하고 말지...하다보니까 항상 하게 되는 거라고 말이죠.
그 말도 정말 일리가 있습니다.
지저분 한 것을 보고도 봤음에도 나몰라라 하기가 힘듭니다.
한두번 외면 했다가도 누군가 치우길 한 두번 힘들게 기다려 보았다가도
결국 그 누군가가 대신 하기전에 스스로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저는 언니나 여동생이 없습니다. 형제라곤 죄다 남자형제들.
결혼전이나 결혼후나 저는 친정에 가면 항상 쓸고 닦고 음식 만들고
먼저 나서서 합니다.
시댁에서 하루종일 음식만들고 지쳐 차안에서 쓰러져 자면서
친정에 와도 눈 비비고 일어나 음식 만들기 돕거나 청소하거나
이러고 다닙니다.
친구들은, 또 아는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시댁에서 하루종일 힘들고
친정가서 푹 쉬려고 친정 가는건데 왜 그러냐는 식입니다
보통은 친정가서 엄마가 해주신는 음식도 먹고 그렇게 좀 쉬다
온다고도 하고요.
물론 저도 마음으로는 한없이 평안하지요. 친정은 항상 그런 존재잖아요.
하지만 시댁에서 친정을 가면 역시나 이놈의 성격인지 팔자인지
또 스멀스멀 기어 나옵니다.
화장실 가서 벽 타일을 보고 물때가 끼어있으면 바로 고무장갑 부터 찾아들고
아주 대대적인 대청소를 하지요. 구석구석.
방청소도 쓸고 닦고 하지요.
올케언니들이 몇이나 있다고 해도 명절날 음식 만들고 남자들 먹는거 챙기고
치우고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런데다 청소까지 하기 힘들고 솔직히 말해서 청소까지 하고 싶지 않을겁니다.
저도 그런걸요. 마음편한 친정도 아니고 하다못해 내 집도 청소하기 힘들고 싫은데
시댁까지 가서 청소하는거 누가 좋아하나요? 같은 여자로서 너무 힘들고 싫잖아요.
남자들이 제발 좀 더 적극적으로 여자들을 도와서 음식도 막 같이 만들고
치우기도 같이 해주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그거 힘들잖아요. 남자들 스스로 바뀌려 하지도 않고.
그래서. 친정엘 가면 지저분하거나 치워야 할 게 있으면 힘이 들어도
제가 나서서 하는 겁니다. 올케 언니들이야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시댁은 시댁일거에요.
친정엄마를 많이 좋아해주고 서로 서로 정말 배려 많이 하고 친정엄마 또한
참 같은 여자로서 존경스러울 정도로 고생하셨지만 그 고생을 알기에
며느리한테 부담주기 싫어하고 명절이던 잠깐 다니러 오던 음식 만들어주고
좋아하는거 챙겨주는 스타일이라 올케언니들도 말썽피우고 고집세우는 남편보다
친정엄마가 더 좋다고 말하는 정도니 ..
그러나 그럼에도 아무리 좋아도 살아온 환경도 성격도 다른 . 분명 시댁으로
어려운 점은 많을 수 밖에 없지 않겠어요. 그러니 맘 편히 어떤 걸 하기도 그렇고
사실 하고 싶지 않을테고요. 힘들어 죽겠는데 그런거 까지 어찌 다 하고 그래요.
그럼 결국 그 지저분한거 나이드시고 항상 힘들게 일하시는 친정엄마가 또
하셔야 할텐데 딸이 다른 건 몰라도 그런거라도 해야지요.
아직 휴가는 안갔는데 어찌해서 토,일 주말 여유가 생겨 오빠내가 친정쪽으로
휴가를 간다기에 함께 했습니다.
사돈아가씨도 같이요. 오빠에겐 처제가 되겠지요.
저희 친정엄마가 사람들을 잘 챙기시고 편하게 해주시고 젊었을때나 지금이나
고생을 너무 하시지만 사람들이 곁에 많이 오는 거 같아요.
형제들 친구들도 친정엄마를 볼때마다 정 있으시고 편하게 해주시고 잘 챙겨주신다고
친엄마처럼 생각들 할 정도랍니다.
그래서 같이 잘 오기도 하고 그러지요.
여름철 시골은 얼마나 바쁩니까. 한낮엔 일하기 힘들고 아침 저녁으로 품앗이 다니고
내 일 하면서 여전히 친정엄마는 바쁘십니다.
저는 또 그런 친정엄마가 너무 안쓰러워 당장 따로 손 갈 일 없도록 화장실 대청소에
온 방을 쓸고 닦고 합니다.
친정엄마는 쉬러 왔으면 그냥 좀 쉬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럴수가 없습니다. 딸이라는 것이 , 그래도 나이들면 딸이 좋다는데
딸 하나 있어도 멀리 살아 명절때나 생신때 그때나 얼굴 보이게 되고
형편이 그래서 자주 오기도 힘들고 그러다보니 잘 챙기지도 못하는데
아직도 혼자 농사일 하시면서 시어머니(할머니)까지 모시고 사시는 친정엄마
그런 일이라도 좀 도와드려야 맘이라도 편하지요.
같이 간 올케언니나 올케언니 동생은 어찌보면 낯선 곳인데도 맘편히
먹고 낮잠도 자고 하는데
저는 왜 뭔가를 해야 할 것만 같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또 힘들어 손수 치우고
힘드실 엄마 생각에 마음이 아픕니다.
결국 집어 드는 것이 청소도구지요.
시간이 길게 있었다면 밭일이라도 또 도와드리고 싶었는데 이번엔 못했습니다.
저는 사실 잘 먹긴 하는데 살이 안찝니다.
팔목이 제 조카들 팔목보다 얇지요.
친정엄마는 딸은 엄마 팔자를 닮는다는데 평생 온갖 고생만 하고 살아온
당신 팔자를 닮은 것 같아 안쓰럽나봅니다
좀 쉬지. 그걸 못참고 또 쓸고 닦고 일한다고.
내가 안하면 그거 엄마가 힘들여 하셔야 하는데 딸이라고 가서
그거라도 도와야지 하는거 아니냐고 말해도
엄마는 부러질 듯한 팔뚝으로 청소하고 돌아다니니 살 찔 겨를이나 있겠냐고
타박하십니다.
제 스스로도 느껴져요. 저도 일 할 팔자인가 봅니다.
어디를 가도 마음속에서 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먼저 찾아내고 있는 듯 싶고요.
하지만 아무리 해도 친정엄마에 대한 마음은 서글프고 안타깝습니다.
근거리 가까운 곳에 살면서 맛있는 것도 자주 사드리고
아무리 편하게 대한다 해도 그래도 좀 어려운 며느리한테 (그나마 근거리에 사는)
부탁하는 것 보다 제가 가까이 살면 항상 챙기고 모시고 다닐텐데..
서른이 넘은 딸도 아직은 어린 딸처럼 느껴지는지
예쁘고 싼 티셔츠를 보고서는 절 주려고 당신 옷은 안사면서 딸 주려고
사다놓고 . 이웃에 사는 그나마 젊은 사람이 옷이 이쁘다며 자기에게
팔라고 해도 딸주려고 산거라 안됀다고 장난스럽게 말했다는 친정엄마가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당신 옷이나 사시지. 그도 안돼면 맛있는거라도 사드시지.
장당 이천원에 산 옷이라는데 너무이뻐서 기뻐하며 받아들고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호박잎, 가지, 고추, 청양고추, 부추, 오이, 고구마대 김치, 열무김치 ,
옥수수, 직접 심어 기른 수박 큰 거 두덩이, 참외 3개
복분자 액기스 2통, 복분자주 2통, 매실액 1통.
하다못해 행주 두개... 놓고 쓰시라고 해도 딸래미 가져가라고 웃으면서 챙기신 엄마.
저흰 아직 두식구라 오빠네 가져가는 거 반만 가져온 겁니다.
수박도 열 몇덩이나 나오고, 참외도 그렇고. 당신 잘 드시지도 않으면서
때마다 밭가에 심으시는 이유가 여름날 자식들 놀러오면 그거 따서 챙겨 주시려고...
밭에 심은 복분자를 일일이 수확해서 술 담그시고 액기스 담그시고
또 정작 당신은 제발 따로 챙겨놓고 하루에 한잔씩이라도 드시라고 그리 말해도
난 그런거 안먹는다 하시면서 죄다 자식들 챙겨주시고.
하다못해 작은댁까지 챙기시는.. (멀쩡히 잘 사는 아들들 몇이나 있어도 어머니 모셔다가
살지 않는 작은 아버지들을 왜 챙기시는지..)
점심 다 같이 밖에서 순대국밥 먹는데 (친정엄마는 그런걸 잘 못드세요. 안드시죠)
마트에서 필요한거 사오시겠다더니 어느새 오셔서 자식들 먹는 그 점심값까지 이미 내시고.
답답하다 못해 화가날 정도로 당신은 안 챙기시고 자식들 챙기시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엄마 때문에 마음이 많이 슬펐습니다.
몇푼 안돼는 돈 용돈드리면서도 그거밖에 챙겨드릴 수 없는 형편이 아프고.
자식 누구하나 좀 잘 살면 우리 엄마 편해지실텐데... 다들 고만고만해서 엄마 호강도
못시켜 드리는 못난 것이 안타깝고요.
피부가 원래 아주 하얀 우리 엄마. 농사지으시면서 사시다 보니 얼굴, 팔, 다리는
까맣게 타서 기미가 많고요. 그거야 농사 지으신 분들은 다 그렇지요.
헌데 이번에 가서 보니 피부가 밀가루 액이 뭍은양 군데 군데 하얗게 변했더군요.
왜 햇볕 많이 받고 그러면 피부가 기미처럼 동글동글 까맣게 되는 건 봤지만
그렇게 하얗게 군데군데 되는건 처음 보는데..
일요일이고 작은 시골이라 피부과 병원 가기도 힘들어 같이 못가고
엄마께 약때문에 좀 큰 도시에 나가실때 꼭 피부과도 가셔서 검사 좀 받아보라
신신당부를 했는데
제발 그랬음 좋겠는데 아프지 않고 별 이상없다고 그냥 넘기시는게 아닌지
너무 걱정스럽습니다.
혹시 이런 증상은 왜 나타나는지 아시는 분 계실까요?
팔자 얘기 한다는 것이 참 쓸데없이 글만 길어졌네요. 죄송합니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팔자라는 거.
내팔자 조회수 : 761
작성일 : 2008-08-04 20:50:18
IP : 61.98.xxx.1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mimi
'08.8.4 10:44 PM (58.121.xxx.133)적당한 게으름이 본인의 명줄을 늘릴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심이.....근대 본디 타고나길 그렇게 타고난사람을 또 게으르게 살라고하면 또 병나겠죠? 적당히 적당히....뭐든...
2. 마음이
'08.8.5 8:31 AM (218.150.xxx.195)갑니다, 님의 착한마음이 너무 이쁩니다.
그런데 성격 급한놈이 손해라는 말처럼
먼저 일을 해버리는 성격땜에 느긋한 사람에게 기회조차 안줄수도 있습니다.
생활의 여유를 갖고 건강 생각하며 ,,, 사세요.
인생에 정답이 어딨겠습니까?3. 팔자가
'08.8.5 7:42 PM (222.109.xxx.35)아니고 원글님이 부지런해서 그래요.
건강을 위해서 조금씩 게을러 지세요.
집안일도 한가지 하고 쉬었다가 하고 하셔야지
오십 넘으면 허리에 팔 다리 관절 마다
통증이 와서 요지음은 병원 다니느라 바빠요.
몸이 아프니까 계속 일은 못하고
이것도 해야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생각해 보니 제가 몸을 너무 혹사 시킨것 같아요.
아파도 성격이라 아야 아야 하면서도
계속 일을 하게 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221863 | 어느 목사의 영화<밀양>를 본 후 설교... 2 | 빨갱이 | 2008/08/04 | 910 |
221862 | 목디스크 아시는분 9 | 여유만만 | 2008/08/04 | 430 |
221861 | 컨실러 쎈 놈 추천해주세요 4 | 기미땜에 | 2008/08/04 | 681 |
221860 | 이동통신 포인트 사용? 2 | 마야 | 2008/08/04 | 360 |
221859 | 자기전에 조선일보 구독신청하세요.^^ 8 | 언제나 봄날.. | 2008/08/04 | 431 |
221858 | 젖몽우리 일까요? 5 | 초1엄마 | 2008/08/04 | 557 |
221857 | 공인인증서 5 | 은행 | 2008/08/04 | 278 |
221856 | 보톡스는 한번맞으면 계속 맞아야되나요 15 | 왕초보 | 2008/08/04 | 2,083 |
221855 | 노노데모 PD수첩 상대로 100억 소송준비중... 6 | 무명 | 2008/08/04 | 379 |
221854 | 오늘 기습 출근한 구본홍.... 4일의 YTN 사정입니다. 4 | YTN! | 2008/08/04 | 344 |
221853 | 지금 마음이 지옥같으신분 계신가요? 7 | 한숨만.. | 2008/08/04 | 1,163 |
221852 | 부시 방한 반대에 대한 여러분의 입장은 어떠하신지 . 11 | 은덕 | 2008/08/04 | 478 |
221851 | 가르쳐주세요... 2 | 나의 선물 | 2008/08/04 | 253 |
221850 | 질문) 팥 삶을때 팥을 물에 불려야 하나요? 7 | 팥삶기 | 2008/08/04 | 1,275 |
221849 | 강아지가 하늘로갔는데 유골은... 10 | ㅠ.ㅠ | 2008/08/04 | 3,389 |
221848 | 필독!!!! 통일선봉대 연행 규탄 기자회견!! | 포비아 | 2008/08/04 | 135 |
221847 | PD수첩과 오프라쇼 1 | Rainma.. | 2008/08/04 | 215 |
221846 | 우드폼 블라인드 써보신 분들, 어떤가요? | ... | 2008/08/04 | 211 |
221845 | 아기들용 자외선 차단제 13 | -.- | 2008/08/04 | 613 |
221844 | 내일 주차할 곳 아시는 분계세요? 4 | 운조은복뎅이.. | 2008/08/04 | 281 |
221843 | 도와주세요 전경옷벗긴혐의로 연행된 고시원총무 일행입니다. 11 | 포비아 | 2008/08/04 | 641 |
221842 | 이천갈려구요 5 | 보광명 | 2008/08/04 | 333 |
221841 | 국가전복을 선동했던 소위 '보수'세력 2 | Rainma.. | 2008/08/04 | 243 |
221840 | 기분이 이상해요 7 | 며느리 | 2008/08/04 | 910 |
221839 | 범청학련통일선봉대집회중 경찰강제연행동영상 1 | 기린 | 2008/08/04 | 140 |
221838 | 나에게 영원한 대통령 3 | 수수깡 | 2008/08/04 | 385 |
221837 | 스님들이 뿔났다. 1 | 스님들이 뿔.. | 2008/08/04 | 447 |
221836 | 팔자라는 거. 3 | 내팔자 | 2008/08/04 | 761 |
221835 | 건국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게시판글 모음..... | Rainma.. | 2008/08/04 | 203 |
221834 | 라식 라섹? 3 | 딸기 | 2008/08/04 | 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