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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승리] 29일 새벽 시의회 앞에서 누웠던 사람입니다. (아고라펌)

먀우 조회수 : 483
작성일 : 2008-06-30 11:17:58
[국민승리] 29일 새벽 시의회 앞에서 누웠던 사람입니다. [41]
울랄랄라
번호 1492591 | 2008.06.30
조회 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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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퍼온 글입니다. 이 글을 읽고 너무 놀라 다시 올립니다. 끝까지 다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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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링크의 경향신문 기사에 나오는 문모씨(32)로 나오는 촛불시위 참가자입니다.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view.html?cateid=1041&newsid=2008062904...



12시간을 자고 새벽에야 일어나버렸습니다.

한겨레 신문 기사 시민제보에 동영상이 찍힌 것을 보았습니다.

찍힌 게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하면서도, 작고 어두운 저 화면에서 그 상황을 얼마나 제대로 알려줄까 하는 그런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위험한 상황에서 카메라를 놓지 않고 제보해주신 시민분 너무 감사합니다.



어제 새벽 서울시의회 앞에서 있었던 사건에 관해서 '제 시각을 중심으로' 최대한 흥분하지 않고 담담하게 써볼려고 합니다. 제 일행 중에 현재 타이핑이 가능한 사람은 저 뿐이거든요.



저와 선배 두명은 동영상 처음에 잠깐 보이고 등장하지 않는 맨오른쪽 앞줄에 우비를 입고 스크럼을 짜고 있었습니다. 전경들이 조금씩 위와 옆에서 몰려오고 있었고, 우리는 <오늘은 눕자>라는 글이 쓰여진 티셔치를 입은 어르신 한분이 가르쳐주는 노래를 한 소절씩 따라부르고  나중에는 '헌번 제1조' 노래를 반복해서 악을 쓰고 불렀습니다. (제 일행이었던 선배 두 분은 번호로 구분하겠습니다.)



전경들이 앞쪽에 모이고, 그 어르신의 제안대로 '비폭력', '무저항', '전경을 향해 절대 반항 및 욕을 하지 말자'고 서로 맹세를 외치고 동시에 누웠습니다. 가운데 뒷줄에는 여성분들이 있던 것도 보았고 게다가 누워있는 사람들을 설마 때리기야 하겠냐 싶었습니다. 누워있는 사람들 틈으로 그냥 지나갈 것이라고 순진하게 믿었습니다. 근데 누워서 보니 맨앞 고참으로 보이는 전경이 눈이 내리깔고 웃고 있더군요. 예감이 틀릴 것 같은 불길한 느낌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 전경이 진압 명령("찍어버려!" or "내리 찍어!"였는지 기억이 가물하네요)을 하자마자 전경 첫줄이 욕을 하면서 누워있는 시민들을 일제히 방패로 내리찍기 시작하더군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현실감각이 없는 기분이었습니다. 허무하고 황당해서 그냥 기가 막혔습니다.

첫줄이었던 저의 다리를 잡아끄는 전경 옆에 서있는 다른 전경이 방패로 제 머리쪽으로 내리꽂는 것을 마지막으로 상황이 끝날때까지 눈을 차마 뜰 수가 없었습니다.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때리지마"라고 소리를 쳤습니다. 이렇게 죽는구나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



머리는 반드시 보호해야한다는 생각에 고개를 최대한 숙이고 두개골 부분은 손으로 끝까지 감쌌는데 그 위로 방패인지 군화인지 또 얼마나 맞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잠시후 간부로 보이는 경찰이 때리지말고 옆으로 가라고 명령하자 잠깐 평화(?)로운 상황...

같이 스크럼을 짜고 있었던 맨우측의 선배(2)는 자리에 없는지 더이상 존재가 느껴지지가 않았고, 그 선배가 있던 자리는 전경들이 내려가는 길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몇명의 전경들은 내려가면서 폭력을 행사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전경들이 모두 지나갔습니다.



눈을 떠보니 오른팔 전체가 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위를 올려다 보니 두번째 줄에 있던 선배(1)형이 머리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저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어느순간부터 머리보다 다리와 몸통을 공격하는 시도가 많았다고 생각했었는데 큰 착각이었습니다. 그 형이 절 보호하려고 제 상반신을 몸으로 덮어 줬던 것이었습니다. 제 옷과 가방에 흥건히 밴 피는 모두 그 형의 머리에서 흘러 나왔던 것입니다.



의료진이 와서 쓰러져있던 사람들을 일으켜 데려갔고, 피를 흘리고 신음하는 환자들과 골목입구 오른쪽 화단에 의료진들과 앉아있었습니다. 저는 나무 밑에서 거즈로 선배(1)형의 머리를 지혈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지더니 몸에 힘이 빠지면서 의식이 멀어져가더군요. 의료진 말로는 뇌진탕 증세일 수도 있으니 누우라는데 가장 덜 다친 제가 가장 편하게 누웠습니다. 코뼈가 부러지고 머리가 깨진 환자들 틈에서 누워있자니 너무 부끄럽더군요. 얼마후 선배(1)형과 함께 엠블란스를 타고 병원에 갔습니다.



저를 보호해준 선배(1)형은 머리가 찢어져 꿰매고 오른쪽 손목이 부러져 깁스를 했습니다.

제 오른쪽 옆에서 스크럼을 짜다가 사라진 선배(2)는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택시를 타고 새벽에 갔었는데, 다행히도 의식은 깨어있어서 상황을 직접 들어보니 방패는 최초 단 한번 맞았다고 합니다. 진압을 시작하자마자 눈 주위를 방패로 찍히고 나서 뒤에 있던 시민들이 끌어내서 같이 후퇴를 했다고 하는데 그 순간에도 전경들이 뒤따라 오면서 곤봉으로 다리를 가격했다고 합니다.



허락을 받지않고 이런 내용까지 적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선배(2)는 한번의 방패 공격으로 양쪽 눈뼈, 코뼈, 양미간쪽 머리뼈가 부서졌습니다. 미간 부위 뇌 쪽으로 공기가 차서 당장 성형외과 수술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의사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옆에서 들었습니다. 신경외과 치료를 2~3주 동안 우선 받고 나서 진행상황을 봐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제가 의사도 아니고 들은 내용을 정확히 이해했다고 보진 않습니다.) 다만 그 장소에 누워있었던 시민들 중에 한 명이 폭력진압에 의해서 그만큼 크게 다쳤다는 뜻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선배님 두분을 비롯해 다치신 분들 모두 빨리 완쾌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병원에서 엑스레이와 함께 난생 처음으로 MRI라는 것을 찍었습니다.

진압 당시에 머리만은 보호하겠다고 손과 팔로 감쌌기 때문에 의사선생님께서 머리에 손상은 없다고 하시는 것을 듣었을 때는 솔직히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금 하나 없이 깨끗한 손목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는 정말 비참해지더군요. 머릿속에서 '왜 나만 멀쩡하지?'라는 생각에 눈물을 참았습니다.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제게 왜 이리도 큰 죄책감을 들게 하는지...



'적극적인' 구타와 '위에서 시켜서 마지못해 하는' 구타는 분명히 구별이 됩니다. 군생활하신 분들은 특히 이해가 잘 되실겁니다. 시민들, 전경들 모두 피해자라는 생각은 줄곧 해왔습니다. 가끔 촛불집회가서 시민들에게 고립된 전경들이 보이면 달려가서 폭행당하지 않게 막아주고, 대치상황인 경우 물을 직접 건네주기도 했습니다. 크게 봐서, 상부의 명령에 의해서 촛불 집회를 진압해야 하는 전경들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이해하고자 제 나름대로 노력해 왔었습니다.



이번에는 좁은 시야로 보겠습니다. 제가 겪었던 한정된 장소에서의 상황만을 가지고 말하겠습니다. 시의회앞에서 진압한 전경들의 상당수는 무방비-비무장-비폭력인 게다가 누워있는 시민들을 향해 적극적으로 폭행했습니다.

자비도 없을 뿐더러 눈을 감은 채로 제 귀에 들렸던 그들의 비웃음이 담겨있는 욕설과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성 말로 보건데 잔인한 폭력을 행사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듯 했습니다.



병원에서 신문기자들과 인터뷰도 했고, 대책위와 민변에서 차후 그 전경들과 지휘관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그러면서 연락처를 받아갔는데, 집에 들어가자마자 정신없이 급하게 피묻은 옷과 가방을 세탁기에 던져넣고 돌리는 바람에 안에 들어있던 핸드폰도 같이 망가져버렸습니다. (혹시 증인으로 인터뷰를 하게 될 경우에 연락하겠다고 대책위에서 말했는데 수리를 빨리 맡기든지 하겠습니다.)



식사를 하고 약을 먹고 잠을 자려고 누워있는데 목, 허벅지, 배, 옆구리에 통증이 밀려오더군요.

누운 채로 손을 머리에 대니까 부어있는 손목과 머리에 난 기다란 혹이 당시 제가 어떤 각도로 방패에 맞았구나 알겠더군요.

제가 겁이 많나봅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제 방에서 반듯하게 눕기가 힘들었습니다. 한동안 방안에서조차 배를 무방비로 드러내 누워있는 것이 두렵고 어색해서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간신히 잠이 들었습니다.





촛불시위 참가자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혹시라도 누워있거나 쓰러진 자세로 전경들에게 공격을 당하게 된다면 적어도 머리만큼은 반드시 보호해주세요.

그리고 카메라나 기자가 없는 곳에는 되도록 가지 않길 바랍니다. 어두운 골목 같은 곳에서는 특히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제가 이래라 저래라 말할 자격은 없지만 앞으로 크게 다치시는 분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 감히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동안 다치신 분들 모두 빨리 완쾌하시길 바랍니다.

국민이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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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210.111.xxx.74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6.30 11:26 AM (121.149.xxx.17)

    이 글을 보니 얼마전 사망설이 갑자기 생각나네요

    왠지 진짜였을거 같은 느낌,,

  • 2. key784
    '08.6.30 11:30 AM (211.217.xxx.182)

    울고싶은 심정입니다...
    어쩌다가 이지경으로 온걸까요...
    마치 김영삼이 마지막 발악을 하던 1996년을 보는것 같습니다...
    쥐새끼는 이제 몇개월이나 지났다고 이리 발악을 하는걸까요...
    저 아래 올려진 글중에 2008년까지 사업을 모두 벌여서 5년동안 거둬가야 한다는
    쥐새끼의 배후에 관한 글이 정말 가슴깊이 와닿습니다...

  • 3. 어쩌나요
    '08.6.30 11:49 AM (58.227.xxx.247)

    한줄한글이 본것처럼 당한것처럼 아파옵니다.
    금수강산아름다운우리나라가 어쩌다가 이토록이나 피바다가 되야하며
    잔인한나라가 되버렸을까요..
    한집건너 이름트면 이웃이고 사촌인 단일민족인데 친구를 이웃을
    형제를 방패로 내리찍고 희열을 느끼는 이나라는 정말제정신인 나라일까요..
    다친분들 하루속히 완쾌하시길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 4. 프리지애
    '08.6.30 1:02 PM (118.44.xxx.169)

    억장이 무너집니다. 몸이빨리 완쾌 되기를 기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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