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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조심스레 할 말이 있어요.

제언 조회수 : 5,546
작성일 : 2008-06-12 20:58:17
저요, 여기에 있는 대부분의 여러분처럼 숙제하며 시대의 흐름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에요.
알고도 모른척하거나, 잘못 알고 있거나, 알려들지도 않는 사람들 보면
화나고 열받아서 곁에 있으면 때려주고 싶고 그래요.
그런데요,
우리의 에너지가... 한정돼 있잖아요.
알고도 모른척하는 나쁜놈들만 골라 패는 일도 사실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명박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수구꼴통 세력들(한나라당, 조중동, 곁가지로 뉴라이트 끼워주겠음)이 바로
알고도 모른척하는,
지네만 알고 국민에겐 안 알리려는,
그저 국민은 무식하게 줄줄 따라오기만을 바라는,
자기네가 손가락 꺼떡하면 무서워하며 설설 기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악의 축들이 바로 '알고도 모르는척하는' 나쁜 놈들이자 우리가 집중적으로 골라 팰 놈들이지요.

이들을 무너뜨리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에요.
지난 현대사에서 많은 이들을 피를 뿌리며 진실을 알리고 저들의 더러움과 무서움에 맞서 싸웠지만
(그래서 이만큼이라도 전진했지만)
여전히 그들은 뿌리깊게 이 사회에 버티고 있잖아요.
(그냥 버티는 정도가 아니죠. 솔직히 지난 대선 생각하면 우리 국민들,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 들었어요)
지금은 촛불의 파도가 워낙 거세어 잠깐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론 좀 고개를 숙이는 제스쳐를 보이기도 하지만
저는 이놈들 정말 끈질기게 버티며 나쁜 짓할 사회악이라고 생각해요.
이놈들의 조상은 친일부터 해서, 독재정권, 군사정권, imf정권으로 이어오며
매우 강하고 질긴 생명력으로 한반도를 지배해왔던 거대하고 실질적인 권력집단이자 세뇌집단이니까요.

우리 요새 답답한 소리, 자다가 허벅지 긁는 소리 하는 주변분들 때문에
속 많이 상한데요,
저는 그런 분들은 나쁜놈은 아니고
뭘 잘 모르는 분이거나 아예 뭘 안다는 게 귀찮은 분들이거나
혹은 자기 생각을 논리정연하고 위트있게 말할 수 없는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말하자면 여기서 '알바'소리 듣는 분들 중에
진짜 알바는 거의 없다고 생각되고요.
앞서 말한대로 아직 잘 모르시거나 그다지 알고싶지 않은, 그래서 나쁜말로 표현하자면 무식하거나 무심한,
그런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정선희씨나 하정훈씨도 저는 이 범주에 넣고 싶네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요,
(이 82게시판도 마찬가지지요)
그런데 개중 정말 센스가 늦는 분들이 있어요.
솔직히 여기서 현시국에 대해서는 좔좔 꿰고 있는 분들 중에서
지난 시기 한국현대사의 어떤 시기에서는 이분들처럼 잘 모르고 지나왔거나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채로
지나오신 분들, 저를 비롯해 계시지 않나요?
우리를 애써 낮춰 폄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니 절대 오해하지 마시고요. ㅎㅎ

두 가지 이유에서 이런 분들께 심하게 굴지 말자는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거에요.
첫번째는 아까 말한대로 정말 나쁜놈들만 집중적으로 뿌리뽑자, 는 거구요.
(이 나쁜 뿌리만 뽑을 수 있어도 무식하고 무심한 분들은 느즈막이 자연스레 또 깨달으실 겁니다)
두번째는 우리가 우리 내부에서 계속 적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뜻이에요.
아무리 멍청한 소리를 해도, 정말 유치한 소리를 해도
그들이 우리가 없어버려야 할 악의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진심으로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 이런 일들(요새 하고 있는 여러가지 숙제와 행동들)을 하는 거라면
그 분들을 힘겹더라도 끌어안고 가야한다는 생각입니다.
이 분들은 나쁜 놈이라서 아니라 나쁜 놈들한테 너무 오랫동안 학습당한, 모범생들이거나
굳이 머리 아프게 옳은 거 그른 거 따지지 않고 살고 싶거나
모두들 우르르 몰려가는 것 자체에 알레르기를 가진 분이거나...
하여간 우리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그냥 약간의 차이가 있지 오늘도 하루하루 주어진 일상에서 열심히 하는
오십보 백보의 소시민들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사회악의 본질에 해당하는 나쁜놈들이 아니라면
그냥 좀 허허 넘어갈 수도 있는 여유를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괜히 답답하다고 신경질 내며 대응했다가
오히려 인권침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고
저희들만 옳다고 주장하는 오만한 집단으로 보일 수도 있잖아요.

정선희,
참 얄밉고 얼굴보기도 싫지만
지금 정선희 하나 끌어내려 악의 축이 콧방귀 하나 뀌지도 않을 것 같고요.
정선희가 뭐라고 수구꼴통들이 눈을 깜빡이겠어요.
(정선희에 대한 우리의 감정을 의미없다고 하는 건 아니에요.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당연한 권리인 것도 맞지요. 하지만 감정에 쓸려 과도한 뭇매질을 하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소아과 의사라는 분도 그렇고요.
(무식하고 눈치없고, 게다가 글재주까지 없다는 건 100% 동의합니다 ㅎㅎ)

제가요, 사실.
어떤 님이 제 댓글을 다시 퍼오셨던 글(집회와 시위에 관한 글) 쓴 사람이에요.
제가 그 글 마지막에
'작은 실수도 조심하는 꼼꼼함도 좋지만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도 행하지 말자'라고 썼는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어요.
우리의 작은 실수가 모여
본질적인 잘못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 말이에요.
(물론 그 글과 이 글은 주제가 좀 다른 글이에요)

뭔가,
좀 진지하게 제언하고픈 말이 있는데
진심이 잘 전해졌는지는 모르겠어요.

어쨌거나
무식하거나 무심한 우리편(지금은 아닌듯 보여도 결국은 나쁜놈들때문에 피해받는 우리네 이웃들)을 적으로 만들지 말고
진짜 나쁜 놈들의 깊은 뿌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좀더 조심하면서
길고 질기게 싸우자, 뭐 그런 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길고 질기게 싸운는 게 진짜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굵은 똥 누다가 나중에 변비 걸리지 말고
가늘게 긴 똥 오래오래 바람벽에 똥칠할 때까지 눠야겠다고, 저 스스로에게도 다짐하는 하루입니다.



IP : 58.124.xxx.145
2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조심스럽게
    '08.6.12 9:05 PM (81.252.xxx.149)

    동감하고, 님의 진심이 제게는 잘 전달되었습니다. 저도 맨홀녀 때문에 힘빼지말고 한놈만 패자는 의견입니다만,

    또 한편 어느정도는 혼이 나야 다른 사람들도 아 생각없이 살다 보면 고생하겠구나 하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측면도 있겠죠...

  • 2. ...
    '08.6.12 9:08 PM (219.252.xxx.127)

    이해해합니다.동감하는 부분도 많구요...
    다른 의견에 너무 심하다 싶은 반응들이 많아져서 걱정이예요.
    저는 그런 댓글 다는 분들 마음 이해하지만 이 상황들을 잘 모르시거나 중립적인 입장 이신분들 , 적극적이진 않아도 지지 입장이신분들,,,그런 다양한 입장이신 분들이 그런 댓글이나 반응들을 보시고 맘이 돌아서거나 질려하시거나 할까봐...그게 걱정스럽습니다.
    82님들께서 이런 맘을 알아주셨으면,,,

  • 3. 태엽감는새
    '08.6.12 9:08 PM (203.229.xxx.188)

    박수 짝작작......너무 멋진 글이십니다..

  • 4. 동감
    '08.6.12 9:10 PM (211.187.xxx.74)

    "진짜 나쁜 놈들의 깊은 뿌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좀더 조심하면서
    길고 질기게 싸우자"
    맞습니다. 동감합니다.

  • 5. ......
    '08.6.12 9:15 PM (219.255.xxx.6)

    나무만 보느라 숲을 못본다는말에...정말 동감동감합니다.
    적을만들고... 트집을잡아 매장을 하고 의견이 다른사람을 무조건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에서는.. 정말 본질적인 문제를 바꿀힘이 나올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곳에서 너무 격하게 분노하시는분들이 많은것같아 걱정이에요. 격한 분노는
    아무것도 이룰수가 없거든요. 현명하신 님이 있어서 너무 든든합니다.
    요즘 게시판글보면서 너무 갑갑했거든요.
    집중해서 길고 질기게 싸우자.. 마음에 세기겠습니다.

  • 6. 저두
    '08.6.12 9:15 PM (222.234.xxx.241)

    댓거리를 하지않는게 더 낫다라는 생각이고 좀 무딘편이라
    그냥 넘어가는데 댓글이 많이 달린 그런 글을 보면
    교묘하게 심사를 긁는다던지, 아니면 비난하는 듯한 어투에 문제가 있어요.

  • 7. 동감
    '08.6.12 9:16 PM (220.94.xxx.231)

    길고도 먼 싸움일꺼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짐해 봅니다~~~~~ 진실을 바로 볼줄 알고 그것을 실천하고 살자~!!

    한사람의 열걸음보다 열사람의 한걸음 ..........이 중요할 때라 생각합니다.

    조중동 찌라시~~청산은 내인생에 영원한 '숙제'일겁니다.

  • 8. 'ㅣㅔㅔㅓㅐㅕ ㅐㅐ
    '08.6.12 9:22 PM (125.182.xxx.157)

    ㅑㅐㅑ[[0000ㅎ76-00]ㅕ[=====00[ㅔ-0ㅐㅐ[[[[[[[[[[[ㅔ0ㅔ9------------

  • 9. 저는..
    '08.6.12 9:22 PM (116.42.xxx.141)

    님의 진심이 전해지는데요^^
    네..요즘 시국에 민감하고 예민할 수 있지요. 어쩌면 나라 잘되는 마음은 하나인데
    방법들이 제각각이니.. 소란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듭니다.
    분산되는 미움보다 정말 악의 축을 몰아낼 것에 에너지를 모아야 할 듯 싶어요.
    글을 겸손하게 마음을 따뜻하게 쓰시는군요^^

  • 10. 다소
    '08.6.12 9:22 PM (125.182.xxx.157)

    ㅑㅑㅑㅑㅑㅑㅑㅑ0000
    6+++-
    ㅜ호'ㅎ ㅔ 7P ㅣㅣㅣㅣㅣㅣㅣㅏㅓ, ㅠㅜ,ㅜ, ㅜㅡㅝㅡㅓㅓㅓㅠㅓㅓㅓ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ㅓㅡㅓ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ㅡㅡㅜ

  • 11. 말과글
    '08.6.12 9:29 PM (124.177.xxx.78)

    어째 이리도 정리를 잘하십니까
    마음은 있었는데 님의 글을 읽으니
    제 맘을 적은듯 하군요.

  • 12. airenia
    '08.6.12 9:32 PM (116.125.xxx.199)

    옳습니다..^^

  • 13. 질긴녀자
    '08.6.12 9:37 PM (121.170.xxx.96)

    맞아요. 힘이 너무 분산되면...
    정작 써야 할 때... 힘이 안 나오지요.

  • 14. 로그인
    '08.6.12 9:40 PM (222.99.xxx.220)

    하게 만드시네요 ^^
    님의 글에 진심으로 동의합니다. 특히 님께서 말씀하신 우리가 끌어안고 가야할 무심한 분들에 대해서 님이 남기신 표현은 감동입니다.
    "현시국에 대해서는 좔좔 꿰고 있는 우리 역시 지난 시기 한국현대사의 어떤 시기에서는 이분들처럼 잘 모르고 지나왔거나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채로 지나왔다"라는 표현은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합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서로 포용하고 "진짜 악의 축"를 깝시다 (^^;;;)

  • 15. jk
    '08.6.12 10:08 PM (58.79.xxx.67)

    15년전에 제 친구가 한 말이 있습니다. 중3때였는데
    그 친구 지금은 부산 동아대 의대에 있습니다. 수능을 저보다 못봐서 결국 동아대 의대로 갔습니다.

    그 친구가 한 말중에 가장 깨는 말이 뭐였냐면
    "아무리 시민이라도 군대와 경찰앞에 총을 들이대면 그럼 특전사를 투입해서라도 진압해야 하는거 아니냐?" 라고 말했답니다. ㅋㅋㅋ
    참고로 전 그때 당시에는 저게 뭔 소리인지도 몰랐습니다. 나중에야 광주얘기를 한거라는걸 알았지요.

    그와 더불어서 지금까지 마음에 남는 말이 뭐였냐면
    "지금 데모하는 사람들 지금은 저렇게 데모를 하는것도 중요하겠지만 지금보다는 미래에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그때가서 생각을 펼쳐도 되는데 왜 지금 학생때 저렇게 데모를 하는 것인가?" 라고 말했지요.

    그냥 그 친구의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동의하면서 생각했던게..

    "나는 변하지 말자" 라는 것이었습니다. 쩝..

  • 16. 제언
    '08.6.12 11:10 PM (58.124.xxx.145)

    jk님, 저 원글입니다.
    제가 머리가 나쁜가봐요.
    님의 글 자체는 대강 주제를 넘겨짚겠는데
    제 글의 댓글로 이해를 하기에는...
    뭔가 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
    (딴지 아니고 정말 잘 몰라서 묻습니다)

    제 글은,
    적이 아닌 사람을 적으로 만들지 말고
    기다리며 품고 가자는 뜻인데요.
    마지막에 쓴 길게 가자.. 는 것에 동의하시는 뜻으로 연결해서 이해하면 되는지요?

  • 17. jk
    '08.6.12 11:25 PM (58.79.xxx.67)

    15년전 일이라서요.. 저도 그냥 그런 얘기를 들었다는 것만..

    그때 그녀석이 했던 말이 뭐냐면요..

    "대학생들이 데모 많이 하는데 근데 막상 그네들이 기성세대가 되고 나서 그네들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그때당시에는 대학생들이 귀했습니다) 바뀌지 않느냐? 대학때의 생각을 그대로 유지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느냐?"

    "그러니 지금 데모 하지 말고 나중에 그 마음 고이고이 간직해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그때 노력해서 세상을 바꿔라" 라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이제 이해가 좀 되시지요? ^^

  • 18. 동감
    '08.6.12 11:59 PM (59.22.xxx.132)

    이글 좀 퍼갈께요 너무 좋으네요.

  • 19. 간만에
    '08.6.13 12:21 AM (118.47.xxx.45)

    참으로 좋은 글 읽었습니다.

  • 20. 이질직고..
    '08.6.13 12:27 AM (211.210.xxx.174)

    ** 댓글 펌한 사람입니다.. 안 읽으신 분들을 위하여 서비스?! 차원에서 다시 올립니다..

    (한 단락 생략하겠습니다..)

    하지만 집회에 시위에 대한 생각에 대해서는 좀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현대사회에서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헌법에서부터 보장하고 있지요.
    우리의 의견 하나하나가 반영되어 정치 전반에 영향을 주고 그것이 합리적으로 결정되고 집행되면 참 좋겠지만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으는 것이 쉽지 않기에 한 방법으로서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제도가 대표적인 것이지요.
    국민들의 의견을 대표할 사람을 국민들이 직접 뽑은 후,
    법을 만들고 고치고 폐기하는 일을 이 사람들이 대신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대의민주주의가 생각보다 허술합니다.
    선거의 결과라는 것이 꼭 민의를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많다는 거지요.
    절차적으로는 민주적인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는 비민주적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때 특히 이해당사자들은 어디에도 자신들의 뜻을 전할 통로가 없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럴 때 사람들은 집회나 시위를 합니다.
    따라서 집회나 시위는 '다수가 모여 소리지르고 떼 씀'이 아니라
    대의민주주의로 해결되지 않는 민의를 표출하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의사표현 방식입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집회와 시위를 보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독재와 반민주의 현대사를 겪으면서
    절차적 민주주의(형식적 민주주의)도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 상태로 50여년을 살았습니다.
    국민의 유일한 언로는 집회와 시위 밖에 없었습니다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유인물 한 장 뿌리는 것만으로도 젊은 시절을 감옥에서 보내야 하는
    암울한 시기를 거쳤습니다.

    국민의 외침을 어떻게든 막아보고자 기득권 세력들은
    집회와 시위에 대한 법률을 강화하고 엄격하게 처벌하여 왔습니다.
    그 와중에 죽는 사람도 생겼고, 다치는 사람도 많았으며
    결국은 겁나 도망간 사람들, 어른이 되어서는 일상에 파묻히는 사람들이 생기곤 했지요.

    다시 말해
    헌법에서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써놓았지만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는 집회와 시위를 참 어렵게 만들어놓았다고 할까요?

    국민들이 할 말이 있어서, 많이 모이다보니 차도로 진출했습니다.
    그게 뭐가 어떻습니까?
    물론 그 중 다혈질인 사람도 있고, 구경나온 사람도 있고, 재미로 와본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으로 그 집회의 본질을 논한다면 너무 어리석은 일입니다.

    경찰이 해야할 일은
    집회와 시위를 '보장'하면서
    그 안에서 생길 안전 사고를 예방하며
    혹시 다른 시민들에게 끼칠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정리하는 일이지,
    국민들이 말하는 것을 막거나 시위를 막는답시고 자기들이 도로를 막는 일이 아니지요.

    집회와 시위는 민주주의의 아름다운 표현 방식입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하다면 더 아름답게 표출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던 지옥같은 우리의 현대사에서
    현재의 국민들이 이정도 비폭력을 견지하며 성숙하게 집회를 이뤄내는 것만으로도
    기적적으로 아름답다고 판단합니다.

    다른 의견 있을 수 있습니다.
    그냥
    역사의 맥락과 흐름, 그리고 사회적 의미의 큰 틀에서
    오늘의 우리 모습을 다시 한 번 봐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작은 것도 실수하지 않는 꼼꼼함도 좋지만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도 행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 21. 여기
    '08.6.13 9:37 AM (125.188.xxx.119)

    나라를 위한 순수한 마음으로 모든일에 임했으면하네요.

  • 22. 굿~
    '08.6.13 10:29 AM (163.152.xxx.126)

    조심스레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원글님 글표현 잘하시네요. 저도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 알바라고 댓글 작성하는거는 자제하자고 말하고 싶었거든요. 간혹 정말 알바아닐까 싶은 사람도 나타나지만 정말로 자신의 생각을 말씀하시는 경우도 많다고 봅니다. 그런 목소리도 들어볼 수 있어야 그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는게 아닐까 합니다..

  • 23. 굿~
    '08.6.13 10:47 AM (163.152.xxx.126)

    그리고 jk님이 제 글을 보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jk님 친구분이 말한 내용은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요.. 너무 비관적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높은 자리에 진출하게 될 많은 사람들은 예전 대학생들만큼 사회에 관심이 없어서 변하지 말아야할 신념조차 없지 않을까 싶어요..제가 고위직으로 갈 능력은 없고 나를 대신해 줄 올바른 고위직도 보이지 않고..답답하네요..

  • 24. 동감
    '08.6.13 10:54 AM (59.9.xxx.148)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같은 생각입니다.
    저는 이번 촛불시위의 가장 큰 성과는 조중동 불매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단 걸 돌아보게 됐습니다.
    아마 이런 일이 없었다면 이명박 정부내내 극우파쇼적인 경제논리가 전사회의 의견인양 살아야 했을 것입니다. 독자를 우민화해서 사회를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수십년 살아온 재벌신문하나만 없어져도 진보적이지는 않더라도 합리적인 토론이 가능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희망해봅니다.
    기대가 큰만큼 조금더 지엽적인 사안들 때문에 힘을 소진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가장 큰 해악과 싸우는데 집중하면 어떨까요.

  • 25. 솔직히 저는
    '08.6.13 11:55 AM (218.55.xxx.215)

    비록 반대편에 서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 할지라도
    님처럼 예의 바르고 공손한 자세로 상대방을 납득할수 있는 논리라도 펼쳐서
    자기 주장을 낸다면 비록 나와는 다른 견해일지라도 귀담아 들을거 같아요. 그런데 실상은.

    저 조금전에 어제 서강대 학생이 말한 카페에 갔다왔는데 정말 너무 황당해서
    말이 안나오더라구요. 시위에 참가한 아이들 사진을 (제목이 뻑큐였나?) 올려놓고 차마 입에 담을수 없는
    막말들을 아무여과 없이 마구 쏟아내더군요. 제가 거기 사진 올려진 해당인이었음 전 바로 소송 들어갔습니다.ㅡ_ㅡ

    어쨌든 님 말씀에 공감하는 부분 크고요. 앞으로는 좀더 넓은 시야로 바라봐야 할거 같습니다.
    괜한 일에 스트레스 쌓여 에너지 소모할 필요도 없는거구요.
    오히려 반대 입장이라는 사람들 카페에 갔다오고 나니 그런 생각이 더 커졌어요.

    그냥 우리는 우리의 길을 묵묵히 진행해 나가면 될거 같습니다. 저도 여기 82에 오셔서
    쓴소리 하시는분들중에 알바의 비중이 많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윗분 쓰신 덧글처럼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알바라고 댓글 다는것 자제함이 좋을거 같구요.

    걔중에 설득력 있는 글에는 다시금 한번 생각해봄직도 하겠지만 제가 가서 그 카페의 올려진
    글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구태여 그렇게 하지 않아도 스스로 와해될 분위기더군요. ㅡ_ㅡ

    어쨌든 앞으로 길고 힘든 싸움이 될지도 모르는데 저도 원글님 표현처럼
    가늘게 긴 똥 오래오래 바람벽에 똥칠할 때까지 눠야겠다고, 저 스스로에게도 다짐하는 하루가 되렵니다.^^ ㅎㅎㅎ

  • 26. 원글동감백배
    '08.6.13 4:04 PM (116.122.xxx.47)

    단 한번에 모든것을 고치려다 부작용 우려 되네요.
    너무 혼신의 힘을 다하다 지쳐서 나가 떨어지지말고
    현명하게, 약게 싸워야 합니다.
    내 옆지기도 꼴통보수지만 서서히 기분 안나쁘게 세뇌공작하고
    있습니다.
    대화나누다보면 꼴통을 쥐어박고 싶을때가 많지만서두.
    하루이틀사이에 바뀌는 문제 아니니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무엇보다 공부하고, 선거 제대로 하길
    부탁드려요.
    불매운동 꾸준히~,
    조중동폐간될때까지 쭈욱~
    시민사회가 커질때까지 우리 주부들이 계속 가자구요. 아자!

  • 27. 글은
    '08.6.13 8:56 PM (59.28.xxx.113)

    품고있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어떤 표현들로 펼치느냐도 정말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글입니다. 글 참 잘 쓰셔요. 부럽네요.

    정선희 문제로 잔챙이 무시하고 큰 데 신경쓰자는 글 썼다가
    알바의혹에, 모르면 나대지말고 가만 있으란 구박만 잔뜩 듣고
    의기소침해서 진짜로 댓글 한번 안달고 찌그러져 있었는데
    원글에 공감 백배. 댓글들에 부러움 백배여서 댓글 달아봅니다.^^
    집시법 관련 글은 전에는 못봤었는데 역시 좋은 내용이네요.

    보수라는 이름으로 미화된 수구꼴통집단, 뉴라이트 같은 친일파들..
    결국 그 모두는 한나라당이라는 정치권력을 중심으로 모여들고
    그들의 입 노릇은 조중동이 합니다.
    이명박은 5년후면 끌어내리지 않아도 내려올 사람이지만
    한나라와 조중동 커플은 억지로 끌어내리지 않으면
    대대손손 대한민국의 절대악으로 군림할 겁니다. 사우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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