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솔했고, 경망스러웠다.
MB가 저지른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개방은 최대한의 선의를 가지고 평가해주려 해도,
나에게는 그 두 단어만이 떠오를 뿐이다.
MB에게 면죄부를 준 꼬리곰탕 특검마저도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지적한 대로라면,
MB는 대학원 강의를 뛰면서도 사기꾼에게 돈 좀 투자하라는 광고를 하는 그런 사람이다.
부시와의 정상회담. MB에게는 부시에게 귀염받고 싶은 선물 한가지가 간절하게 필요했을 것이다.
조바심이 경솔함과 경망스러움을 낳은 것이다.
갑자기 MB가 측은해진다.
까놓고 말하자. MB가 저지른 사고로 인해 대한민국에 영국처럼 인간 광우병이 창궐하더라도
발병 확률로 따지자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보다 %는 낮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MB와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 낮은 확률을 대가로 치러서 온 국민이 쇠고기 싸게 먹고, 미국이랑 FTA 잘되어서 경제 팍팍 살아나고,
무엇보다도 한나라당의 대통령 MB는 부시에게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면,
이거야말로 정말로 남는 장사 아니겠느냐는 논리 말이다.
MB와 한나라당의 의식 저변에는 이러한 논리가 깔려 있을 것이다.
일단 그런 식으로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지금 국민들이 보여주는 불안 정서는 한마디로 '오바질'이 되며,
탄핵서명과 촛불집회는 일부 불순한 정치세력의 선동에 의한 정치공세가 된다.
불순정치 세력에 과연 존재하는지도 모를 반미용공좌경 세력이 단골메뉴로 캐스팅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이것이 국민과 정부간에 좁혀질 수 없는 괴리의 핵심이다.
광우병에 대해 보이는 국민 불안 심리의 근원은 무엇일까.
그것은 '통제 불가능한 위험'이라는 사실이다.
광우병은 질병에 대해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방어기제-삶고, 끓이고, 약으로 소독하는 행위나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등의 행동-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질병이다.
에이즈처럼 문란한 사생활로 인해 위험이 증대되는 질병도 아니다.
먹는 일, 그것도 속된 말로 없어서 못 먹는 쇠고기를 먹는 행위로 감염이 되며,
감염이 되더라도 당장은 알 수가 없이 10년 단위의 시간이 지나가야 답이 나온다.
더더욱 끔찍한 일은 어떤 치료법도 무용지물이며,
죽음의 과정도 남녀노소 누구나 정말로 피하고 싶은 치매증상을 보이면서 서서히 진행된다.
스나이퍼(저격수)에 대한 책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한 명을 쓰러뜨리면 천명이 공포에 떤다."
치열한 십자포화를 무릅쓰고 용맹하게 돌격하던 병사들도
단 한 발 총성으로 참호 속에 은폐 잘하던 전우가 쓰러지면 겁쟁이가 되어 꽁꽁 얼어붙게 된다.
사람은 그런 존재이다. 광우병 논란, 어떤 과학적 논거로도,
경제적 실익과 국익 전반을 저울질해야 한다는 제아무리 거창한 논리로도 설득될 수 없는 이유가
사람의 그러한 속성에 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광우병이라는 보이지 않는 공포가 우리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천재지변적인 요인으로 인해서 야기되었다면
그저 사는 것이 죄라는 체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광우병이라는 대상에 대해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방어막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단 한 사람의 경솔함과 경망스러움으로 인해 붕괴되고 말았다.
다름 아닌 경제 살리라고 찍어준 그 사람으로 인해서 말이다.
경제의 바이탈 사인에 빨간 불이 반짝이는 것도 열받는 일일진대,
멀쩡하게 잘 돌아가던 방패막이가 어느 날 갑자기 한 개인의 골프 카트 탑승료와 미국 별장 숙박료로
저렴하게 팔려나가고, 통제 불가능한 위험은 국가 간 약속이라는 기정사실로 국민 모두에게 강요되고 있다.
그리고 사람이라면 당연히 느끼는 불안과 공포, 그 심리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시민의 자기보호 행위들은 멋도 모르는 멍청이들의 오바질로 폄하되고,
앞장서 막고자 하는 사람들은 대역죄인으로 치죄하겠다는 위협을 받는다.
MB와 한나라당은 재협상은 없다고 한다. 당연한 반응이다.
골프 카트 탑승료와 별장 숙박료를 게워낼 생각을 하면 재협상은 죽기보다 싫은 일일 것이다.
그래서 주권자들이 명분을 만들어 주고 있는 거다.
미국산 쇠고기 개방에 대한 국민정서는 87년 6월에 표출되었던 5공 체제에 대한 적개심과 비교될 정도이다.
노태우가 6.29 쌩쑈를 보여주던 심정으로 재협상에 임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말이다.
대충 뭉개고 게기면서 버틸 생각이라면 결국 재협상 테이블에는 다른 사람이 앉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재협상 선언의 첫마디는
"국민으로부터 탄핵당한 대통령이 약속한 합의는 무효입니다."
라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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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의 마지막 기회
내과의사 조회수 : 860
작성일 : 2008-05-06 20:29:33
IP : 121.187.xxx.3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결국 탄핵만이 살길
'08.5.6 8:37 PM (220.75.xxx.216)결국 탄핵만이 대한민국이 살길이라는 결론이군요.
하긴 재협상이 없다 외치니 탄핵받아 마땅하죠.2. 정답..
'08.5.6 8:39 PM (58.146.xxx.245)국민으로부터 탄핵당한 대통령이 약속한 합의는 무효입니다
3. 탄핵
'08.5.6 10:35 PM (116.123.xxx.78)정답이군요.. 근데 정말 힘을 합치면 탄핵받게 될까요?
하늘이시여, 악마보다 더한 저 한사람 꼭 처벌받게 도와주소서...4. 미꾸라지
'08.5.7 1:48 AM (210.0.xxx.133)한마리가 나라 안을 발칵 뒤집어 놓네요
탄핵시키고 전국민 손해배상소송으로 밀어부쳐야 해요
어떻게 하루도 맘 편히 지나가는 날이 없는지...
화병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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