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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언니가 있었으면...

사촌 조회수 : 1,303
작성일 : 2008-02-29 11:00:55
형제라곤 오빠 하나뿐이고 이모며 고모도 하나 없는 외로운 신세입니다. 엄마도 다른 엄마들과 달라 살가운 성격이 아니시고, 그래서 어려서부터 11살 위인 사촌언니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인생의 위로를 받고 살았어요.
그런데...

언니는 몇년째 외국에 살고 있고, 작년 봄 저희 신랑도 외국파견 준비를 시작했어요. 업무에서 빠지고 언어배우기부터... 그때부터 언니는 언니 있는 곳으로 왔으면 좋겠다, 너오면 내가 이사갈테니까 같은 아파트살면서 서로 의지하고 살자, 얼른 애기부터 만들어서 와라 나도 갓난애기 보고 싶다... 반년을 넘게 전화 할 때마다 제 표현으로 행복한 '소설'을 쓰고 있었죠.
그래서 애기 갖는거 계속 미루다가 맘 고쳐먹고 배란테스트기며 병원에서 배란일 잡는 거며 다 해봤는데 맘대로 안되더군요. 결국 몇달전 마리아병원에서 검사 다 받고, 그냥 인공수정할까하다가 둘다 아무 문제없으니 몇달 더 기다려보자는 말을 듣고 그러겠다 했어요.
근데 문제는... 작년 가을엔 남편이 아예 어학연수를 가서 4개월 떨어져 있었고, 1월에 한국에 2주왔다가 다시 파견근무를 나가게 됐어요. 그사이 다시 시도를 했지만, 수정만 되고 착상이 안되어 생리를 하더군요. (배란일 잡은거라 생리날짜도 알고 있었고, 임테기로 확인했었거든요...)
남편도 없이 혼자남아 어찌나 우울해지던지, 언제 주재원발령날지도 모르고 애기갖느라 아무 일도 안하고 집에만 있었는데, 정말 우울증 걸릴거 같아 남편과 상의하고 따라 나왔어요. 3개월 바람이라도 쐬려고.

문제는 여기서부터에요. 전 5주전에 이곳으로 왔고, 언니는 제가 오고 4일후 한국으로 갔어요. 3주간 설을 지내려고. 제가 있는 곳에서 언니집까지는 택시로 20분이내거리. 전 당연히 언니를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죠. 근데... 언니가 너무 바쁘더라구요. 제가 온것도 탐탁치 않게 여기구.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다 잊고 남편이랑 재미나게 지냈어요. 말도 예전에 배운 적이 있어서 아예 학원 끊고 다니니 새록새록 생각나는게 재밌더라구요. 아무 생각없이 정말 오랜만에 행복하다... 느끼며 잘 지내고 있었는데...

2주전 언니가 돌아와 며칠만에 통화를 했는데, 대뜸 첨부터 하는 얘기가 "너 왜 한국 안가니?" 하는 거에요. 전 너무 당황해서 "왜???" 그랬더니, 다른 아줌마도 그랬다면서 여기 왜 있냐 그러는거에요. 어차피 몇달후면 정식으로 나올텐데 그 때까진 한국에 있어야 한다면서...
물론 부모님 생각하면 그것도 맞는 얘기긴 하죠. 하지만 몇달전 부모님이 저희 집으로 살림을 합치시고 나서 서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거든요. 아무리 내 부모지만 한집에 사는건 힘들더라구요... 그리고 남편이랑 몇달씩 계속 떨어져 있는 것도 싫고, 부모님도 남편이랑 같이 있어야 한다고 가라고 하셨고...
그래서 그냥 웃으면서 "여기 온 목적은 달성해야지" 했더니, 그것도 그러면 안된다고, 다 잊어버리고 마음을 비우라고 야단을 치더군요. 지난달까진 빨리 안생긴다고, 인공수정이라도 하라고 성화더니...

너무 갑자기 돌변한 언니태도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가슴이 아파서 전화끊고 막 울었어요. 언니 귀찮게 안하려고 뭐 물어보러 전화도 안하고, 바쁘다면 그냥 알았다 그러고 혼자서 생활하려고 노력했는데... 전 나온김에 언니랑 같이 집도 좀 알아보고 하려고 했는데, 그 얘기 꺼내면 아예 말을 돌려버리네요. 정말 아예 모르는 남이어도 이렇게는 안할거 같은데...

제가 뭘 잘못 한건가요? 언니말 틀린건 아니지만, 애기 기다려 보신 분들... 마음 비우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아실거에요. 그나마 여기선 시간가는걸 몰라서 한국에서처럼 맨날 달력만 쳐다보고 있지는 않은데... 이대로 한국가면 인공수정해야 해서(제 나이 33...) 마지막으로 남편이랑 즐겁게 노력해 보려고 온건데...

정말로 사랑하고 좋아했던 언니라 제 맘의 상처가 큰가봐요. 사촌은 그저 사촌일 뿐인건지...
제가 그 연배(40대중반)의 생각을 이해 못하는건지...
답답한 마음에 조언이라도 얻어볼까해서 적어봤어요.

언니 돌아온지 2주가 됐는데, 아직 얼굴도 못봤네요. 제가 집으로 가겠다해도 피곤하다고 하고... 지난번 전화에 너무 상처받아서 전화도 못하겠어요. 물론 언니는 전화 먼저 안하구요.
예민한 제가 외국에서 사는거 걱정하는 남편한테, 언니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큰소리 쳤던게 무안할 지경입니다...
몇달후 완전히 이사를 오게 되어도 그냥 남처럼 그렇게 사는게 맞는걸까요?
IP : 220.196.xxx.196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2.29 11:07 AM (203.229.xxx.225)

    위로가 되실지 모르겠지만 친자매끼리도 마음 닫고 사는 사람들 있어요.

  • 2. 맞아요.
    '08.2.29 11:11 AM (121.88.xxx.107)

    어쩔땐 남보다 못한 언니도 많답니다....

  • 3. 원글님
    '08.2.29 11:17 AM (125.187.xxx.85)

    위의 ...님 말씀이 맞아요...
    친자매끼리도 결혼해서 살다보면 이기적이 되기도 하고 마음도 닫고 살아요......근데 하물며 사촌이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솔직히 님이 귀찮게 여겨지는게 아닐련지요??...
    저런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기에게 님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연락 한다는 거~!!!
    형제가 많아도 외로운 사람 여기 한명 있습니다.....^^;;

  • 4. 여형제가 있었다면
    '08.2.29 11:24 AM (221.150.xxx.66)

    저도 오빠 하나예요.
    결혼하고나니 남보다 더 못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오빠는 잘살 때는 연락도 안하다가 사업이 잘 안되면 저희 집에 연락합니다.
    저희가 참 많이 도와줬는데도 오빠노릇 안하는거 보면 섭섭함을 넘어서 괘씸하기까지 합니다.
    이 오빠가 언니나 여동생이었다면 얼마나 내 인생이 든든했을까...하는 생각이 나이가 들수록 더하네요.

    님처럼 저는 사촌 여동생과 어렸을때는 잘 지냈었죠.
    지방대학 나와서 취직도 못하고 있는 것을 취직을 시켜줬지요.
    그 직장에 있으면서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고 아이 둘 낳았어요.
    고맙다는 인사도 받은 적도 없고 우리 아이들 100원짜리 과자 한 번 사준 적도 없답니다.
    여동생 시댁이 저희집 앞을 지나서 가야하는데도 여태 저희집에 들린 적도 없다가 얼마전 처음 저희집에 애들 데리고 왔더군요.
    빈 손으로 와서 우리 애들 물건 얻어갈 생각만하고 이것 저것 욕심내는거 제가 충분히 챙겨줄 수도 있었는데 너무 괘씸해서 안 주고 보냈더니 삐져서 가더군요.
    저는 사촌 여동생 지갑이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도 없답니다. ㅜㅜ
    내 마음에 병을 주는 것은 내 눈에 넣지 않으려 마음 먹었습니다.

    요즘들어 부쩍 여형제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아쉬움이 마음을 짠하게 만드네요.
    저희 딸아이 둘이 어제는 한 침대에서 부둥켜 안고 자는 걸 보고 세상 끝까지 변하지 않고 의지하며 지낼 피붙이가 존재하는 것에 무한히 감사했답니다.

  • 5. 사촌
    '08.2.29 11:50 AM (220.196.xxx.196)

    샤워하고 왔더니 벌써 답글이... 감사해요 ㅜ.ㅜ
    정말 그렇군요. 친형제라도... 제 친구들은 자매들끼리 너무 잘지내서 평생 부럽기만 했거든요...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제가 오면 언니가 뭘 해주겠다는게 아니라, 언니한테 빵구워다주고 커피사다주고 초등생 조카애 돌봐주고 했으면 좋겠다고... 제가 언니보다 요리하는걸 좋아하거든요...
    10년전 언니가 애기낳고 힘들어할 때, 큰엄마도 못오시고 해서 언니집가서 며칠동안 밥차려주고 설겆이해주고 그랬었는데... 전 정말 언니를 위해서 했던 거였는데...

    이러다 윗분들 말씀대로 정말 언니 필요할 때 절 찾으면 더 슬퍼질거 같아요. 전 또 거절 못하겠지만......

  • 6. 안돼요
    '08.2.29 4:20 PM (221.161.xxx.167)

    거절하셔야 해요
    벌써 미리 이런 얘기부터 하는 거 참 안타깝지만.....
    암튼 맘 굳게 먹고 선을 그으세요.
    거절 당하기는 잘 당하면서
    거절 할 줄은 모르는 성격으로 계속 사시면
    정말 힘들어요. 그 상처와 스트레스 어떡하시게요?

    원래 외국 이민자중엔, 지인들이 주변으로 와서 도움 청하는 거
    무지 싫어하고 꺼리는 사람들이 대다수예요.
    언니도 그런 분이면서 아닌 척 했구만요 뭘.

    암튼 언니가 이렇게 빨리 본색 드러낸 걸 다행으로 생각하세요
    친 언니가 아닌 것도 감사하시구요.
    그리고 연락하지 말고 그냥 없는 셈 치고 사세요.

    나중에 섭섭하니 어쩌니 원글님한테 뒤집어씌우면(틀림없이 그럴꺼야)
    대차게 대응하셔야 해요.
    아무일 없다는 듯이 친한척, 또는
    바빠서 그랬는데 뭘 그런 걸 가지고 섭섭해하냐고 더 큰소리치기 등등......

    에휴.... 잘 하셔야 할 텐데.....
    사람이 좋은 말 좋은 생각으로 호의만 베풀고 살아도 바쁜데
    저렇게 내가 나쁜 사람 되지 않으면 안되게 만드는 사람들이 꼭 있다니깐요...
    어쩔 수 없어요. 착한 사람으로 남는 것보다 나쁜 사람 되더라도
    살.아.남.는.게 중요하니까요......

  • 7. 서글픈동생
    '08.2.29 6:14 PM (221.162.xxx.105)

    언니라고 바라는 거 하나 없습니다. 그저 없는 셈치는 게 제 정신건강에 훨씬 좋은 존재..그런 돈독한(?) 자매들도 있어요. 그저 부모님때문에 참고 사는 거지, 어떤 때는 정말 인연 끊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나한텐 어떻게 해도 상관없지만 부모님께 하는 꼬라지 보면 속에서 천불이 나서 언니고 뭐고~^&*$^&ㅕㅑ*%## !!!!

  • 8. 원글님이
    '08.3.1 11:34 AM (218.51.xxx.18)

    좀 여리신것 같아요.
    전 친동기간에도 제 속 다 안보여요. 안보여도 알긴 하더라구요.

    약간 '언니'에 대해 이상이 있었나봐요.
    언니라면 이렇게 했겠지 하지만 안 그래요.
    각자 삶이 거든요. 그리고 어느 언니가 동생을 그렇게 알뜰히 챙겨주겠어요.

    그리고 친언니도 아니고 사촌언니를 너무 의지하셨네요.
    33살이면 솔직히 인간적으로 독립적인 나이가 아닌가요.
    너무 의지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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